번쩍하고 주위가 순간 환해졌다가 잠시 후 하늘을 가를 듯한 요란한 소리가 그 뒤를 잇는다.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낙뢰'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낙뢰로 멀쩡한 가전제품이 고장 나고 갑작스러운 화재가 일어나는가 하면,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류는 낙뢰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예가 건물 옥상에 설치한 피뢰침이다. 1752년 연鳶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번개와 전기의 방전은 동일한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한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발명했다. 이후 과학의 발달로 각종 설비가 지능화, 첨단화됨에 따라 낙뢰 보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다양한 보호 장치가 개발됐다.
일본은 한때 저압 회로의 낙뢰 보호로 유도뢰 대책밖에 없었다. 직격뢰는 에너지가 커서 방호 대책을 강구하는 데 어차피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대세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저압 회로의 낙뢰 보호에서 유럽과 미국과 비교해 20년 정도 뒤쳐지게 됐다. 본고에서는 IEC 규격을 바탕으로 낙뢰 보호 대책을 설명한다.
건물의 접지극과 피뢰침 접지극은 분리 독립해야 하나?
예전에는 건물과 건물에 설치한 설비를 낙뢰로부터 보호하려면, 먼저 피뢰침을 세우고 여기에 인하도선을 연결해 매설 접지극에 접속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물의 접지극과 피뢰침 · 인하도선의 접지극은 분리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피뢰침 · 인하도선의 접지극의 접지 저항을 5Ω이라고 가정하자. 지금 이 피뢰침에 파고치 200㎄의 낙뢰가 있었다. 이때 피뢰침 · 인하도선 · 접지극의 시스템 전위는 1000㎸에 이른다. 그런데 건물의 접지극과 피뢰침 · 인하도선 · 접지극이 분리 독립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건물의 전위는 여전히 '영'전위다. 그렇다면 피뢰침과 인하도선은 건물에 1000㎸의 임펄스를 견디는 지지 애자로 지지하지 않으면 피뢰침 · 인하도선에서 절연 파괴와 섬락이 발생한다는 뜻이 된다(<그림 1> 참조).
그러나 피뢰침 · 인하도선을 1000㎸의 임펄스를 견디는 지지 애자로 지지하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으며, 절연 파괴와 섬락이 발생한 사례도 없다. 이는 즉, 건물의 접지극과 피뢰침 접지극은 접속돼 있음을 의미한다.
건물의 접지극과 피뢰침 접지극을 접속한 이유
<그림 2>와 같이 접지극 하나에 강제로 전류를 흘려 넣었다고 하자. 접지극 주변 전위는 접지극으로 부터의 거리 r에 반비례해 감쇄한다. 그리고 토양의 고유 저항(대지 저항률)이 만약 표준치 200Ωm라면, 접지극으로부터 약 10m 이격한 위치에서 전위는 '0'이 된다. 그래서 접지극을 중심으로 반경 10m 범위를 금지 구역(Sperrflaeche)이라고 한다.
즉, 접지극이 두 개 있고, 이 두 개가 상호 간섭하지 않는 조건이란 각각의 금지 구역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표준 대지 저항률의 경우, 접지극 두 개는 20m를 이격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렇게 시공한 사례가 있을까? 실제 인하도선은 건물 측벽을 따라 대부분 밀착 상태로 포설되며, 피뢰침 접지극도 건물 근방에 매설된다. 게다가 요즘 건물의 철근 · 철골을 인하도선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시 말해, 건물의 접지극이 피뢰침 접지극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뜻한다.
건물의 접지극을 피뢰침 접지극으로 공용할 경우, 무엇이 일어나는가?
<그림 3>과 같이 건물의 철근 · 철골을 인하도선으로 사용해 건물의 접지극을 피뢰침 접지극으로 공용하는 경우, 이 건물에 낙뢰가 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보자. 만약 건물의 접지 저항이 1Ω이고 뇌 전류 파고치가 100㎄라면, 그 순간 건물전위는 100㎸로 상승한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과 설비 · 기기는 건물과 함께 전위가 상승하기에 안전
을 위협당하는 일은 없다. 고압 전선에 참새가 앉아도 문제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외부에서 건물로 충전선이 들어와 있고, 그 충전선을 통해 전기 · 전자기기로 급전하는 경우, 이 기기들은 큰 위험에 노출된다. 이와 관련해 저압 전력선을 예로 들어 보면, 전원은 B종 접지돼 있어 건물 안에 있는 전기 · 전자기기의 내부 충전부는 영전위가 된다. 한편, 전기 · 전자기기의 인클로저Enclosure(케이스 커버)는 D종 접지로 건물 철골에 접속해 접지극에 연결된다. 즉, 인클로저의 전위는 100㎸가 된다. 이 큰 전위차를 견딜 수 있는 저압 절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전기 · 전자기기를 방호하는 방법은, 기기의 D종 접지와 충전선 사이를 과전압이 가해진 시간 동안만 단락 상태로 하는 수밖에 없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SPD(Surge Protective Device, 어레스터Arrester 또는 서지 방호 디바이스)다. SPD가 동작 중인 상태에서 D종 접지된 인클로저와 충전선 사이를 단락시키면, 건물에 낙뢰한 파고치 100㎄의 뇌 전류는 50%가 건물의 접지극을 통해 대지로 확산되고, 나머지 50%는 SPD를 경유해 충전선에 유입된다. 유입된 뇌 전류는 다시 충전선을 경유해 전원의 B종 접지에 도착하고 B종 접지극에서 대지로 확산해 나간다.

만약 전기 · 전자기기로 단상 2선에서 급전된다고 하면, SPD의 1극당 파고치 25㎄의 직격뢰 전류의 분류 분이 통과하게 된다.
한편, 직격뢰 전류를 어디까지 보호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낙뢰 보호 레벨은 <표 1>과 같이 결정된다([참조] JIS C 0367-1:2003 낙뢰로 말미암은 전자 임펄스 보호-제1부 : 기본 원칙 부록 표1 제1 뇌격의 뇌 전류 파라미터).
직격뢰 전류와 유도뢰 전류 파형 차(에너지 차)
과거 일본에 '직격뢰로 말미암아 큰 에너지를 지닌 과전압으로부터 전기 ·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며, 유도뢰로부터 보호하는 대책만 실시하면 된다'라는 사고가 넓게 퍼져 있었다. 유도뢰의 경우, 유도뢰가 지니는 에너지가 작아서 반도체 SPD(산화아연 배리스터Varistor)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기에 이를 보급하고, 전기 · 전자기기의 직격뢰 보호 대책은 거의 내버려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직격뢰와 유도뢰의 에너지는 얼마만큼 차이가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 우선 양자의 파형을 비교해 보자.

위 두 파형의 파고치를 함께 그린 것이 <그림 4>다. <그림 4>에서 세로축은 전류를, 가로축은 전류의 유통 시간을 나타낸다. 그림의 곡선과 가로축(시간축)에 둘러싸인 면적은 SPD를 통과하는 전하량에 맞먹는다. 통과 전하량에 SPD의 단자 전압을 곱하면 SPD에 주입되는 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 이 주입 에너지는 SPD 내에서 열 에너지로 변환한다.
흔히 여기서 전하량 비교를 통해 SPD에 가해진 서멀 스트레스Thermal Stress(열응력)의 과혹도過酷度를 판정한다.

<그림 4>를 보면, 전류 파형이 10/350㎲일 때 면적은 전류 파형 8/20㎲일 때 면적의 25배다.
만약 어떤 SPD의 카탈로그에 공칭 방전 전류In25㎄로 적힌 경우, JIS C 5381-1:2004 ' 저압 배전 시스템에 접속하는 서지 방호 디바이스의 소요성능 및 시험 방법'에 따르면 3.8 공칭 방전 전류는 'SPD를 흐르는 전류 파형이 8/20인 전류의 파고치'로 되어 있다.
따라서 여기에 10/350파형의 직격뢰 전류를 흘리면 겨우 1㎄의 임펄스 전류 내량밖에 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여기에 25㎄ 10/350을 통과시키면 폭발 연소해 버린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요컨대 유도뢰 전류 파형 8/20을 보호하기 위한 배리스터(반도체)형 SPD는, 앞에서 서술한 설치위치(건물 인입구)에서 직격뢰 전류 분류 분을 통과시키기 위한 SPD(이 SPD를 I등급이라고 칭함)로는 적합하지 않다. I등급의 SPD는 이어서 서술할Gap갭 형 SPD여야 한다.
<그림 5>는 갭형 SPD가 반도체형 SPD와 비교해 어째서 큰 임펄스 전류 내량을 가지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림에서 곡선 Iimp는 직격뢰 전류분류 분을, 곡선 S는 배리스터형 SPD의 단자 전압파형을 곡선 G는 갭형 SPD의 단자 전압 파형을 나타낸다.
곡선 S는 전류가 바뀌어도 항상 거의 일정한 단자전압 - 예를 들어 1.5㎸를 나타내며, 곡선 G는 갭이 동작하기까지(100㎱ 이하) 거의 4㎸까지 상승하다가 일단 갭이 동작한 후에는 전극 사이가 아크로 접속돼 수십V 정도로 떨어진다. 이러한 단자 전압과 SPD를 통과하는 전류치를 곱한 것이 각 순간의 전력이 되며, 이것을 뇌 전류 통과 시간 안에서 적분한 것이 SPD에 주입되는 열 에너지가 된다. 그러므로 갭형 SPD가 배리스터형 SPD보다 훨씬 임펄스 전류 내량이 크다는 것을 <그림 5>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너지 협조와 복합형 SPD
갭형 SPD와 배리스터형 SPD의 장 · 단점을 비교해 보자. 갭형 SPD는 큰 방전 내량을 지녔지만, 동작 전압이 3~4㎸라서 임펄스 내압이 낮은 예민한 기기는 보호할 수 없다. <표 2>는 JIS C 0364-4-443:1999 '건축전기설비, 대기현상 또는 개폐로 인한 과전압 보호'에서 표44B 기기가 필요한 임펄스 내전압을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단상 3선 100/200V 회로에 접속되는 부하기기의 임펄스 내전압은 1.5㎸라서 갭형 SPD로 보호할 수 없다. 배리스터형 SPD라면 보호는 가능하지만 방전 용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림 6>과 같이 두 SPD를 조합해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배리스터형 SPD가 동작하면 그 즉시 갭형 SPD가 동작한다.
대부분의 뇌 전류 방전을 분담하도록 하기 위해 두 SPD 사이에 디커플링Decoupling 리액터를 삽입했다. 이렇게 하면 디커플링 리액터에 뇌 전류가 흘러 생기는 전압 강하 L(di/dt)이 배리스터형 SPD의 단자 전압에 가해진 상태에서 갭형 SPD의 단자에 과전압이 가해지기에 갭형 SPD도 즉시 동작한다. 그러나 디커플링 리액터에는 항상 부하 전류가 흘러서 두 SPD를 조합해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범위로 60A 정도의 부하까지가 한계였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롭게 개발한 복합형 SPD가 <그림 7>과 같다.


갭에 보조 갭을 장비하고 병렬로 서지 모니터 회로를 접속해 회로에 과전압이 침입하면 모니터 회로로부터 받은 신호로 보조 갭이 점멸한다. 이 트리거Trigger는 과전압이 1.5㎸를 초과하면 시동되며, 보조 갭이 주 갭의 공간에 다량의 하전荷電입자(전자 및 플러스 이온)를 공급함에 따라 계속해서 주 갭이 점멸한다. 이렇게 해서 갭형 SPD임에도 전압방호 레벨은 1.5㎸ 이하로 억제한다.
한편, Ⅰ등급의 SPD로 갭형 SPD 대신 배리스터형 SPD를 사용한 경우 어떻게 되는지 검토해 봤다.
<그림 8>과 같이 제1단의 SPD Ⅰ이 뇌 전류를 많이 분담하려면 SPD Ⅰ의 Ⅴ~Ⅰ 특성이 SPD Ⅱ의 Ⅴ~Ⅰ 특성의 아래쪽이 돼야 한다. 즉, 전원에서 부하 쪽으로 SPD의 전압 방호 레벨이 증가해 간다.
이는 바꿔 말하면 <표 2>의 '기기의 필요한 정격 임펄스 내전압'배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계통 차단 성능과 전원 측 차단기의 동작 협조
갭형 SPD는 SPD가 동작해서 뇌 전류를 방전한 후에(뇌 전류 방전은 2㎳ 이내로 완료한다) 갭 공간에 다량의 하전 입자가 잔존한다. 이 상태에서는 갭에 상용 주파수의 시스템 운전 전압이 계속 인가되므로 뇌 전류 통과 후 갭에는 바로 상용 주파수 아크가 발생한다.
이는 이른바 지락 단락 아크로, 계속된다. SPD용어로 이것을 '계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갭에서는 이 계류를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계류를 차단하기 위해 SPD의 전원 측에 배선용 차단기를 접속한다.
그런데 이 차단기는 SPD가 정상 동작을 할 때마다 차단 동작을 해 SPD를 충전선으로부터 분리한다. 그러고 나서 바로 후속 뇌격이 침입하면 설비는 무보호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런 까닭으로 고속 재폐로식 배선용 차단기(차단하면 보조 B접점의 신호로 조작 전동기를 구동해 재투입한다)가 개발 · 상용됐다. 재폐로까지 시간은 5㎳가 걸린다. 그러나 후속 뇌격이 5㎳ 이내에 발생하면 설비는 보호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 방법으로도 만족할 만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
결론을 말하면, 갭형 SPD 스스로가 계류를 차단해야 한다. 최근에는 SPD의 갭 자체에 계류 차단성능을 부여한 SPD도 이용하게 됐다. SPD의 계류 차단 성능은 SPD가 설치되는 장소의 지락 단락 전류를 웃돌아야 한다.
한편, SPD가 스스로 계류를 차단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지락 단락 차단과 완전히 똑같기에 배전 계통에 설치한 각 과전류 차단기끼리 동작 협조를 취해야 한다. 즉, 단말 과전류 차단기(이 경우 SPD)가 제일 먼저 동작하고 전원 측 차단기는 동작하지 않아야 한다. 이 동작 협조의 확보 여부는 SPD의 한류 차단 성능 여하에 달려 있다.
정리 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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