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금융’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수익화 및 영국의 입법례 분석
영국 사례, 국내 SAF 의무화제도 설계 시 참고할 내용 多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은 단순한 친환경 연료거래를 넘어, 탄소감축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수익화하는 ‘탄소금융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국은 SAF의 민간 투자 유도를 위해 ’25년부터 항공연료 공급자에게 SAF 사용·공급 의무를 부과하고, ’26년 3월 「지속가능항공유법」을 통해 SAF 생산자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25년 9월에 SAF 혼합의무 도입 방침을 발표했지만, 입법까지 해결해야 할 여러 쟁점이 남아 있다. 국내 제도 설계에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는 영국의 SAF 입법례에 대해 알아본다.
정리
편집부
국회도서관, 포스코 경영연구원 등
2026년09월
항공유는 항공기의 장거리 운항에 필요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충족해야 하므로, 도로교통 분야와 달리 전기 배터리나 직접 수소 연료로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는 폐식용유, 폐기물, 잔류물, 재생전력 기반 합성연료 등 다양한 원료와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항공연료이다. 일정한 품질·안전 기준을 충족하면 기존 항공기와 급유 인프라를 크게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항공부문 탄소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전환 수단으로 평가된다.

탄소감축 가치, 다양한 형태로 수익화
SAF 시장은 단순한 친환경 연료거래를 넘어, 탄소감축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수익화하는 ‘탄소금융(Carbon Finance)’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탄소감축 가치의 크기는 탄소집약도(CI, Carbon Intensity)에 의해 결정되며, CI는 원료 채취부터 연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에너지 단위당(gCO2e/MJ)으로 환산한 지표이다. 이에 따라 연료생산자, 상사, 투자자에게 있어 CI 관리 역량은 곧 수익 창출 역량을 의미한다.
SAF의 탄소감축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구조를 규제시장/자발적 시장/부가가치의 세 갈래로 나누어 살펴본다.
① 규제시장에서의 수익화
미국은 RIN(연방재생연료표준), LCFS(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등 주 단위 저탄소연료제도), 45Z(연방세액공제) 등 연방·주(州) 차원의 세 가지 규제수단을 통해 직접적인 현금 흐름으로 전환한다. 세 인센티브는 미국 시장에 특화된 제도로, 원칙적으로 동시 청구가 가능해 SAF 1갤런에 복수의 수익원이 중첩된다.
▶RIN :美 환경보호청(EPA)이 운영하는 「연방 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RFS)」 체계에서 발행되는 크레딧으로, SAF는 일반적으로 D4(바이오매스 기반 디젤) RIN을 생성한다. 정유사·수입사 등 의무이행 당사자가 ‘연간 의무 혼합량(RVO)’을 충족하지 못할 시 시장에서 RIN을 구매해야 한다. RIN은 생산 시점에 연료에 부착되어 함께 거래되다가, 블렌딩 시점에 분리되어 독립적인 거래 상품이 된다. 분리 이후에는 제3자 트레이더도 자유롭게 매매 가능하다.
▶LCFS :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10년에 도입한 운송연료 규제 제도로, 오리건·워싱턴·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등에서도 유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유 대체연료 기준선은 ’24년 87.89gCO2e/MJ에서 ’25년 81.70으로 조정되었으며 ’26년 80.17, ’30년 74.03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기준선보다 CI가 낮은 연료는 크레딧(Credit)을 생성하고, 높은 연료는 데피싯(Deficit)이 발생한다.
SAF는 연료 판매가와 별개로 크레딧 수익이 발생하며, 수익 규모는 원료가 결정하는 CI 차이에 좌우된다. 동일한 원료라도 생산지, 운송거리, 수소 공급방식 등 생산 경로(Pathway)에 따라 CI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CARB는 ‘CA-GREET’ 모델을 활용해 개별 Pathway로 CI를 인증 및 관리한다. ’26년 항공유 CI 기준선(80.17) 대비 원료별 크레딧 수익은 UCO(폐식용유) 기반 U$0.48/갤런, 대두유 기반 U$0.12/갤런으로 약 U$0.36/갤런의 수익 차이가 발생했다.
한편, 이 제도에서는 저탄소 연료생산자와 의무이행당사자(화석연료 정유사·수입사) 간 직접거래 외에 상사 등 제3자를 통한 거래시장도 형성할 수 있다. 생산자는 상사와의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1)을 통해 가격 불확실성 없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상사가 연료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해 SAF·재생 디젤 등을 캘리포니아 시장에 공급할 경우, 해당 LCFS 크레딧을 직접 생성·보유·매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45Z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도입된 SAF 생산자 대상 연방 세액공제로, CI에 따라 공제액이 달라지는 구조이며 생산자가 미 국세청에 직접 환급을 신청하는 제도이다. 연료의 CI가 낮을수록 공제 규모는 증가하며, CI 50 이상이면 공제액 미발생, CI 0이면 최대 공제액인 U$1.0/갤런을 수령하게 된다. 한편, ’25년 7월 발표된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는 원료 출처 요건도 신설했는데, ’26년 1월 1일 이후 생산된 연료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산 원료를 사용해야만 ‘45Z’ 적용이 가능하다.
② 자발적 시장에서의 수익화
SAF는 현재 유럽·북미 등 일부 지역 공항에만 공급되어, 항공사나 기업이 사용을 원해도 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SAF 업계는 실물 연료와 환경적 속성을 분리해 거래하는 「Book & Claim 모델」을 도입했다. 생산자는 SAF를 실제 공항에 공급하는 동시에, 환경적 속성을 별도의 인증서(SAFc) 형태로 분리해 전 세계 수요처에 판매할 수 있다. SAFc 구매 기업은 실제 급유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감축분을 ‘Scope 3’ 감축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해당 모델에서 SAF의 지속가능성 인증과 SAFc 발급 및 등록은 서로 다른 절차이며, 둘 다 뒷받침되어야 시장의 신뢰성이 확보되는 구조이다. SAF의 지속가능성 인증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가 공식 인정한 ISCC, RSB, ClassNK 세 곳에서 연료 자체가 인증된 원료 및 공정을 거쳐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검증한다. SAFc의 발급·이전·소각 이력은 RSB Registry, SAFc Registry(RMI·EDF), IATA SAF Registry 등을 통해 관리한다.
SAFc는 가격협상이 당사자 간 직접 협상으로 이루어져 공개시세가 없으나, 주요 사례와 지표를 통해 tCO2e 당 U$300~400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Book & Claim」의 규제·회계상 인정 수준은 영역별로 온도차가 있어, 향후 시장 확대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③ 인센티브 수익 극대화
SAF 1갤런이 만드는 수익은 연료 판매가뿐 아니라 각종 인센티브와 탄소 크레딧이 층층이 쌓이는 구조로 형성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밸류스택(Value Stack)’이라고 칭한다. RIN, LCFS, 45Z는 원칙적으로 동시 청구가 가능하며, 이 적층을 통해 SAF 갤런당 U$2.59~3.15 수준의 수익이 발생한다(SAFc를 통한 자발적 시장 가치는 미포함). ’26년 1월 기준 캘리포니아 Value Stack(U$2.59)은 SAF 가격(U$4.4/갤런)의 약 59%로, 탄소감축 인센티브가 SAF 사업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인임을 알 수 있다.
Value Stack 극대화는 SAF 1배치가 이론적으로 도달 가능한 최대가치에 얼마나 근접하느냐의 문제로, 원료·생산·지역·시점에 대한 의사결정이 실현 범위를 좌우한다. 원료공급자 및 생산자는 저CI 원료 확보와 45Z 자격 충족이 동시에 가능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관건이다. 생산자 및 정유사는 SAF와 RD(재생디젤) 중 어느 쪽에 생산을 배분할지 Value Stack 비교로 결정하게 된다. 상사 및 트레이더는 동일 SAF를 어느 시장에 공급하느냐에 따라 인센티브 가치가 크게 달라져, 지역별 가격차를 활용한 공급 배분과 저장 인프라를 통한 시차 차익이 핵심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영국은 SAF의 민간 투자 유도를 위해 「재생에너지 교통연료 의무화(지속가능항공유) 명령」(2024)을 제정하여 ’25년부터 항공연료 공급자에게 SAF 사용·공급 의무를 부과하고, ’26년 3월 「지속가능항공유법」을 통해 SAF 생산자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 「SAF 명령」은 영국 내 항공연료 공급자에게 일정 비율의 SAF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이행 여부를 SAF 인증서와 행정 검증 절차를 통해 관리하도록 규정한다. SAF 의무는 ‘주(Main) 의무량’과 ‘PtL(Power-to-Liquid) 항공유 의무량’으로 구분한다. ‘주 의무량’을 이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SAF는 폐식용유·폐기물·잔류물 기반 바이오연료, 재활용 탄소연료 등으로, 법령상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PtL 항공유 의무량’은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등 비생물학적 에너지로 생산된 합성항공유에 대해 별도로 산정되는 공급 의무이다.
항공연료 공급자는 SAF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자신이 공급한 연료의 종류, 수량, 에너지 함량, 지속가능성 기준 충족 여부 등을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기한 내에 충분한 인증서를 확보하지 못해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부족분에 대한 금전적 대체 납부 수단인 ‘의무 미이행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주 의무량’ 부족분은 메가줄(MJ)당 0.137파운드, ‘PtL 의무’ 부족분은 0.145파운드로 규정되어 있다.
▶ 「지속가능항공유법」은 교통부 장관이 지정 계약기관(Designated Counterparty)에 SAF 생산자와 수익확정계약 체결을 지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한다. 구조는 영국의 저탄소 전력 분야에서 활용되어 온 차액계약(CfD) 모델과 유사하다. 지정 계약기관은 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 회사로서 반드시 주식회사 형태여야 하며, 그 지분은 국가가 100% 보유해야 한다.
계약의 재무적 기본 구조는 기준가격과 시장 참조가격 간의 차액을 정산하는 ‘차액정산’ 방식이다. 기준가격과 시장 참조가격은 모두 일정 기간 동안 판매된 SAF에 대해 수익확정계약에서 정하거나, 계약에 따라 산정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아울러, 교통부 장관이 지정 계약기관에게 수익확정계약 체결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해당 법안이 통과된 날로부터 초기 10년으로 제한된다. 이는 제도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수익확정계약 체결 권한이 무기한 확대되지 않도록 시간적 통제 장치를 둔 것이다.
공공성 확보 및 자국 산업 육성
한편, 「지속가능항공유법」은 공공성 확보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설계되었다. 교통부 장관은 지정 계약기관에 대해 정보 제공이나 자문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지원 대상이 되는 SAF는 원료를 항공연료로 전환하는 공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영국 내에서’ 이루어진 경우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정의되었다. 따라서 수익확정계약은 단순한 연료 수입 지원이 아니라, 국내 생산설비 투자와 일자리 투자로 이어진다.
해당 법안은 지정 계약기관의 지정이 철회되거나 조직 개편, 파산 등으로 기존 기관이 계약상 의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이전 제도(Transfer Scheme)’를 두고 있다. 교통부 장관은 기존 지정 계약기관의 재산, 권리, 의무를 새로운 지정 계약기관에 이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확정계약의 효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지정 계약기관은 연료 공급자가 법률에 따라 정해진 부담금 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공급자에게 미이행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담금은 공급자의 시장 점유율이나 공급량 등을 기준으로 산정될 수 있으며, 향후 지급의무에 대비한 예비비 성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시장 참조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높아 생산자가 지정 계약기관에 차액을 반환하거나, 예상보다 차액 보전금 지급액이 적어 지정 계약기관에 잉여금이 발생하는 경우, 교통부 장관은 이를 부담금을 납부한 항공연료 공급자에게 환급하도록 규정할 수 있다.
이때 환급받은 공급자는 그 혜택을 자사 고객에게 전달하여, 항공연료 가격 인하, 비용 반영, 계약상 정산 등을 통해 부담금 환급 효과가 최종 수요자에게 귀속되도록 해야 한다. 부담금 납부의무나 잉여금 혜택 전달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만 파운드 또는 해당 사업자 매출액의 10% 중 더 적은 금액을 상한으로 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급자와 생산자 구분 불명확
우리나라는 ’25년 9월 「SAF 혼합의무화제도 로드맵」을 통해 ’27년부터 1%, ’30년 3~5%, ’35년 7~10% 범위의 혼합의무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 논의를 통해 SAF 혼합 및 공급의무화 체계를 마련하고,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관련 산업에 대한 세제·금융·기술개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정유사가 연료생산, 수입, 유통, 공급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영국식 ‘공급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제도 설계에서는 SAF를 실제 생산하는 사업자와 항공연료 공급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자를 어떻게 구분하고, 양자의 비용과 위험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이와 함께, 생산설비 투자자, 항공연료 공급자, 항공사, 최종 소비자 사이에서 비용이 누구에게 부과되고, 정책적 지원이나 환급 혜택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도 명확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SAF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수요 창출, 생산 투자 안정화, 재원 조달, 비용 전가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영국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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