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소 정책 반세기, 산업생태계 진화와 시사점
정부는 수소 생태계 전 분야에 대규모 예산 투입…
기업은 정부의 정책에 맞춰 다양한 사업 추진
일본 정부는 지난 50년간의 수소 정책 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24년 「수소사회추진법」을 제정하여 저탄소수소 공급 및 이용 촉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50년까지 민·관 합동 15조엔(한화 약 135조원) 투자를 통해 수소 도입량 2천만톤, 가격 20엔/N㎥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가격차 보전(CfD) 제도, 거점정비 보조금 등 핵심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정리 편집부
참조 KOTRA, 포스코경영연구원 외
2026년09월
1970년대부터 시행된 일본 정부의 수소 관련 정책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1970~1990년대) :초기 R&D 단계. 1차 및 2차 석유파동에 대응하여 태양광, 지열, 수소에너지 등 연구개발을 골자로 ▶선샤인 계획(’74~’92) ▶문라이트 계획(’78~’92) ▶뉴 선샤인 계획(’93~’01) 등 3대 탈석유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단계(2000~2010년대) : 수소차 실증기. ’9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ZEV(Zero Emission Vehicle) 규제」를 도입함에 따라, 일본 정부도 수소차 개발과 실증에 집중 지원하기 시작했다.
3단계(2010년대~현재) : 수소경제 전환기.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발전·비료·가정용 연료전지 등 수소연료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암모니아 활용 및 혼소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일본 수소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프로젝트는 일본 국립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가 주관한 『WE-NET 프로젝트』(’93~’02)다. 이 프로젝트는 정책적으로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14, ’16, ’19), 수소 기본전략(’17, ’23), 수소사회추진법(’24) 등 향후 산업육성의 방향성을 제공했다. 산업적으로는 도요타의 연료전지차 ‘MIRAI’, 파나소닉의 가정용 연료전지, 가와사키중공업의 액화수소운송선 등 성과 창출의 기반이 되었다.
일본 정부의 수소 육성 정책
일본은 기술 경쟁력과 비즈니스 경쟁력 동시 확보로 수소의 조기 양산화 및 산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국 내외의 다양한 수소 비즈니스에서 자국 핵심기술이 활용되도록 글로벌 확산을 지향하고 있다. ’30년 300만톤 → ’40년 1200만톤 → ’50년까지 2000만톤의 수소 도입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소 가격은 현재 100엔/N㎥에서 ’30년 30엔/N㎥ → ’50년 20엔/N㎥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30년까지 일본 기업의 국내외 수전해 장치를 15GW까지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의 주요 수소 지원제도는 다음과 같다.
① 가격차 보충형 보조금 (CfD 방식)
수소·암모니아 등 공급 비용이 종래 화석연료보다 높을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 보전 기간은 최대 15년이며, 그중 10년간은 수소·암모니아를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② 거점정비 보조금 (사업자 지원)
저탄소 수소·암모니아 등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수입·저장·혼합·발전 연계 등 핵심 거점정비 사업자를 지원한다. 지원 기간은 최대 15년, 예산 규모는 약 57억엔(한화 약 510억원) 수준이다.
③ 프로젝트 투자 운영 리스크 해소 지원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구축과 관련하여 대규모 투자·운영 리스크의 일부를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에서 분담한다. 15조엔(134조원) 규모의 민관 펀드를 활용하여 출자, 융자, 보증을 수행한다.
④ Green Innovation Fund (녹색혁신펀드)
’24년부터 10년간 약 2조엔 규모로 수소 관련 R&D에 투자한다. 단순 연구비가 아니라, 실증에서 상용화까지 10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 대규모 지원이다.
⑤ GX 경제 전환채권 (Green Transition Bonds)
수소·암모니아, 전고체전지, CCUS, 재생에너지 등 『GX 프로젝트』에 15년간 약 20조엔(약 180조원)을 지원한다.
일본 수소 산업 생태계 현황
《후지경제》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수소 관련 시장은 ’40년도가 되면 ’21년도 대비 3.5배 규모인 90조억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은 연료전지차(FCV) 및 수소 발전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구축이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생산’ 시장은 ’24년 기준 약 1,570억엔 수준이었던 시장 규모가 매해 평균 4.1% 성장하여 ’33년에는 약 2,070억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저장’ 시장은 ’23년 1,234억엔 수준이었던 규모가 매해 평균 4.6~4.8% 성장하며 ’30년에는 약 1,694억엔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수소 ‘이용’ 시장 중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기기 시장의 규모가 ’25년 기준 1,123억엔에서 ’30년 6,633억엔 → ’50년 33,350억엔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수소연료 시장은 ’20년 기준 1억엔 이하 수준이었지만 ’35년에는 약 3조5천억엔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스테이션 시장은 ’21년 약 23억엔 규모에서 ’40년에는 1756억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수소 생태계 주요 기업
일본은 수소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저장·운송, 연료전지, 수소 터빈 분야는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치에 있다. 그러나 수소 생산(특히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대량 제조) 분야에서는 EU나 중국에 비해 확산 속도가 다소 더딘 상태다. 전(全) 단계 수소기술 중 일본은 완성차 메이커, 발전설비 제조사들의 민관합동 실증에 힘입어 수소 ‘이용’ 면에서의 기술이 우수하다.
▶가와사키중공업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잉여전력을 활용한 수소제조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운반선 《SUISO FRONTIER(스이소 프론티어)》를 제작해 ’19년부터 운영 중이다. 또한 고베시에서 세계 최초로 100% 수소연료를 활용하는 도시 지역 전력 및 열 공급 실증에 성공했다.
▶이와타니산업 :일본 내 수전해 장치 보급 및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액화수소 및 액화수소 운송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고압수소용 튜브 트레일러 등 대형 저장 인프라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전역에 51기 이상의 수소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ENEOS :해외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일본 내 정유시설에서 수소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홋카이도에 100MW 수전해 설비를 구축하여 그린수소 공급망을 구성할 계획이다.
▶히타치제작소 :자사 전력시스템 및 고전압 기술과 수전해를 연계하여 대규모·저비용 수소 생산 시스템 R&D를 진행 중이다. 수전해 설비의 그리드 연계, 전력 품질 등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신일본정공 :온사이트형 수소스테이션에 사용되는 고순도 수소 제조장치(MR팩)가 전체 약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고야성 그린수소 스테이션에도 채택되었다.
해상에서 바닷물로 수소생산
일본의 3대 해운회사 중 하나인 상선 미쓰이(MOL)가 추진하는 《Wind Hunter(윈드 헌터)》는 바다 위의 풍력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수소를 생산·저장·운반하는 차세대 수소 생산선이다. 기존의 선박이 화물을 실어나르는 수송수단에 머물렀다면, 이 프로젝트는 선박 스스로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거점이 된다.
배에 설치된 돛이 바람을 받아 선박을 추진시키면, 이 힘으로 수중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렇게 얻은 전력으로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여 그린수소를 추출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특수화학물질인 MCH(메틸시클로헥산) 형태로 변환한다. 기체 상태의 수소보다 상온 보관 및 운송이 용이한 액체 상태로 저장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저장해 둔 MCH에서 수소를 다시 뽑아내 연료전지를 가동하며, 여기서 발생한 전기로 프로펠러를 돌려 항해를 지속한다.
’25년 3월, 실증용 요트인 《Winz Maru(윈즈 마루)》가 도쿄만 일대에서 약 100Nm³(MCH 약 200L 분량)의 수소를 생산, 육상 트레일러 하우스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배가 이동하며 직접 만든 에너지를 육상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전달한 세계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상선 미쓰이는 ’27년 말까지 길이 60~70m급의 중형 실증 선박을 건조하여 경제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30년대에는 200m급 이상의 대형 상용 선박을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관된 제도로 정책 뒷받침
일본은 지난 50년간 “수소는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일관된 제도로 정책을 뒷받침해왔다. 목표 미달과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정책 방향을 유지하며 제도와 구조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왔다. 이러한 일관성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수소 정책 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NEDO 등을 통해 수소 생태계 전 분야에 걸친 민·관합동 실증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일본 기업은 정부의 수소 정책에 맞추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기술 실증을 통해 기술위험성과 사업성을 검증하고 경제성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한 접근으로 수소 경제 구축의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수소 정책은 ‘탈탄소’ 목표에 편중되어 있으며,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 관점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으로 분석된다. 연료전지, 수전해, 액화수소 운반선 등 세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공급망·수요 금융과 연계하지 못하면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호주·중동·북미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을 국가 에너지 안보 전략의 핵심축으로 편입하고, 국내 보유기술을 에너지 외교와 연결하여 산업경쟁력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격 지원 및 수소 전용 정책금융 체계가 미흡하여 민간 투자 유인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가 원가를 제시하고,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는 CfD형 가격 지원 체계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청정수소 공급망 경쟁에서도 한국은 아직 민간 중심 참여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다. 해외 수소 프로젝트 참여 시 금융·외교 지원을 결합한 통합 공급망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일본이나 유럽 등 수소 선도국과의 협력을 통해 조달 거점을 확보하고 기술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BEST 뉴스
-
미국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사업 『SunZia Wind Project』
미국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사업 『SunZia Wind Project』 전력망 안정성&산업경쟁력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부상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에서 추진 중인 『SunZia Wind Project(선지아 풍력 프로젝트)』는 뉴멕시코 중부 토런스, 링컨, 산미겔 카운티를 중심으로 추진되며, 향후 애리조나를 거쳐 미국 ... -
주요국의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데이터 관리제도 동향 분석
주요국의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데이터 관리제도 동향 분석 국가별·제도별 상이한 기준…국가 차원의 대응 필요 최근 세계 주요국은 탄소중립 달성 노력의 일환으로 기업의 탄소배출량 데이터 제출 및 공시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탄소배출량 데이터 관리는 무역(수출 가능 여부), 시장(제품 경쟁력), 금융(기업가치 평... -
‘탄소금융’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수익화 및 영국의 입법례 분석
‘탄소금융’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수익화 및 영국의 입법례 분석 영국 사례, 국내 SAF 의무화제도 설계 시 참고할 내용 多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은 단순한 친환경 연료거래를 넘어, 탄소감축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수익화하는 ‘탄소금융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국은 SAF의 민간 투자 유도를 위해 ’25년부터 ... -
일본 수소 정책 반세기, 산업생태계 진화와 시사점
일본 수소 정책 반세기, 산업생태계 진화와 시사점 정부는 수소 생태계 전 분야에 대규모 예산 투입… 기업은 정부의 정책에 맞춰 다양한 사업 추진 일본 정부는 지난 50년간의 수소 정책 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24년 「수소사회추진법」을 제정하여 저탄소수소 공급 및 이용 촉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50년... -
기술과 손잡은 교육 ‘에듀테크’시장의 현황 및 전망
기술과 손잡은 교육 ‘에듀테크’시장의 현황 및 전망 세계는 지금, AI 기반 교육 플랫폼 생태계 구축 중 전 세계적으로 AI 기반 에듀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은 연평균 15% 성장해 ’30년 약 10조 달러(한화 약 1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 -
산업용 로봇 확산과 함께 가속되는 인도 다크팩토리 시장 현황
산업용 로봇 확산과 함께 가속되는 인도 다크팩토리 시장 현황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성장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평가 글로벌 제조업은 생산현장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거나 극소수만 투입하고 로봇, 인공지능(AI),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을 통해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로의 전환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