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운영 체계, 미국·영국 등 주요국 모델과 부합
계통의 운영 방식은 송전사업자가 직접 계통을 운영하는 ‘통합 방식’과 송전사업자와 계통운영자를 분리하여 운용하는 ‘분리 방식’으로 구분한다. 통합 운영은 단일 주체가 설비 투자·유지보수·계통 운영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으로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채택 중이다. 분리 운영은 독립된 계통운영자가 전력계통 내 각 사업자에게 운영 지시를 전달하는 구조로 한국, 미국, 영국 등이 채택하고 있다.
정리 편집부
참조 한전 경영연구원(KEMRI) 외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2년 8.9%에서 ’23년 9.6%, ’24년 10.6%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처럼 국내 전력계통에 간헐성 자원인 재생에너지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전력계통의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어려움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계통 운영에 대한 감시 체계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해 《한국전력감독원(가칭)》 신설을 추진 중이다. ’26년 기후에너지부(이하 기후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전기위원회 산하 규제기관인 전력감독원을 ’27년 상반기까지 신설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전력감독원은 전력시장 감시, 전력계통 감독, 소비자 보호 등의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국내 계통 운영 방식의 적정성 분석을 위해, 국내와 유사한 체제를 적용 중인 미국과 영국을 대상으로 계통운영자와 송전사업자 간 역할 분담 및 운영 범위를 상세히 분석해본다.




전력계통 운영 개념 및 형태
전력계통(Power System)이란 전기를 생산·전달하고 소비자가 이를 사용하기까지 전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전기설비를 의미한다. 전력계통 운영은 전력수요 변동에 맞춰 발전력을 조정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고, 송·변전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급균형 유지 :전력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통운영자는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충분한 공급능력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국내는 「하루 전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각 발전설비의 기동 여부 및 시간대별 발전량을 사전에 지시해야 한다.
▶송전망 안정성 :송전선로는 물리적 한계 용량이 있으므로 초과되지 않도록 실시간 감시가 필요하다. 계통운영자는 송·변전설비의 고장·탈락 시 영향이 전체 계통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미리 다양한 고장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비상시 대처 : 광역정전 등 사고 발생 시 신속히 전력계통을 복구할 수 있도록 자체 기동이 가능한 발전소를 사전에 지정하고, 지역별 복구 절차를 수립하여 운영한다. 한편, 계통의 운영 방식은 ①송전사업자가 직접 계통을 운영하는 ‘통합 방식’과 ②송전사업자와 계통운영자를 분리하여 운용하는 ‘분리 방식’으로 구분한다.
▶통합 운영 : 단일 주체가 설비 투자·유지보수·계통 운영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으로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채택 중이다.
▶분리 운영 : 독립된 계통운영자가 전력계통 내 각 사업자에게 운영 지시를 전달하는 구조(계통운영자는 운영 의사결정만 담당)로 한국, 미국, 영국 등이 채택하고 있다.


국내, 분리 방식으로 전력계통 운영
국내 계통 운영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KPX)와 송전설비를 소유하고 현장 조작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KEPCO)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주요 업무는 ▶전력수요 예측 및 운영발전계획 수립, 발전기 예방정비 계획 조정 및 승인 등의 ‘발전’ 부문과 ▶정전 시 복구 방안, 동·하계 안정적 계통운영 방안 수립, 송전선로 휴전계획 검토 및 승인 등의 ‘송·변전’ 부문으로 구분된다. 한전은 전력설비 조작, 유지보수를 위한 휴전계획 수립 및 정전, 통신단절, 인명·설비보호 필요 등 긴급 시 설비 자체조작 등을 수행한다.
전력거래소의 운영 대상은 345kV 이상 송·변전 설비 및 154kV 중 설비용량 20MW 이상 발전기가 연결되어 있는 송·변전 설비 등이다. 전력거래소가 지시를 전달하면, 한전이 계통운영센터를 통해 설비를 조작한 후 결과를 보고한다. 345kV 이상 설비는 거래소가 직접 지시를 전달하고, 154kV 설비는 지역 계통운영센터에 지시를 전달하며, 모두 SCADA를 통해 설비를 조작한다.
현재 미국, 영국, 한국은 분리 방식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하고 있는데, 영국과 한국은 단일 기관이 전국 계통을 운영하는 반면, 미국은 지역별 7개 독립 계통운영자가 지역을 분할하여 각자 관할 구역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참고로, 국내 계통의 최대 전력수요는 미국 텍사스와 비슷한 규모이며, 송전선로 길이는 캘리포니아(국내 1.2배)에 근접한다.
세부운영 방식에서는, 한국·미국은 계통운영자가 하루 전 발전계획을 직접 수립해 발전설비의 기동 여부, 출력량 등을 결정하는 반면, 영국은 발전사가 운영계획을 제출하면 계통운영자가 밸런싱 절차를 통해 실시간 수급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미국의 전력계통 운영 방식
미국은 ’96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행정명령 888호를 통해 “비차별적 송전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계통운영자와 송전사업자(TO)를 분리하는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독립 계통운영기관인 ISO (Independent System Operator)를 설립하고, 기존에 송전사업자가 수행하던 계통운영 의사결정권을 분리해 ISO로 이관했다.
단일 주(州) 운영기관은 ISO로, 다수 주 통합 운영기관은 RTO(Regional Transmission Organization)로 구분한다. ’25년 기준 미국 내에는 3개의 ISO(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및 4개의 RTO가 있다. ISO/RTO는 운영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송전사업자(TO)는 설비 소유·현장 조작 등을 담당한다. 한편, ISO/RTO가 없는 미국의 남동부 및 북서부 지역은 발전·송전·배전이 수직 통합된 독점회사가 계통은 운영하고 있다.


▶CAISO : 캘리포니아는 계통운영자인 CAISO와 주요 송전사업자 3개사 및 소규모 지역을 담당하는 20개 기타 송전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CAISO가 69kV 이상 전력설비의 실시간 운영 지시 및 승인 권한을 보유하고, TO는 지시에 따라 실제 설비를 조작한다. ’24년 기준 CAISO의 최대수요는 48GW로 약 41,800km (Circuit)에 송전했으며, 고객 수는 약 3,200만 명이다.
▶ERCOT : 텍사스는 계통운영자인 ERCOT와 주요 송전사업자 7개(AEP, Oncor 등)로 구성되어 있다. ERCOT가 60kV 이상 계통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TO가 실제 조작을 수행한다. ’24년 기준 ERCOT의 최대수요는 85GW로 약 87,065km에 송전했으며, 고객 수는 약 2,700만 명이다.
▶New York ISO : 뉴욕은 계통운영자인 NYISO와 11개 구역(Load zone), 8개 송전사업자(ConEdison, NYSEG, National Grid USA 등)로 구성되어 있다. NYISO가 115kV 이상 계통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TO가 실제 조작을 수행한다. ’24년 기준 NYISO의 최대수요는 31GW로 약 17,702km에 송전했으며, 고객 수는 약 1,980만 명이다.
▶PJM :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등 13개 주의 계통운영자인 PJM과 21개 구역(Control zone), 37개 주요 송전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PJM이 100kV 이상 계통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TO가 실제 조작을 수행한다. ’24년 기준 PJM의 최대수요는 151GW로 약 142,158km에 송전했으며, 고객 수는 약 6,700만 명이다.
▶ISO-NE : 뉴잉글랜드의 계통운영자인 ISO-NE와 7개 구역(Local Control) 내 6개 주요 송전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ISO-NE가 115kV 이상 계통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TO가 실제 조작을 수행한다. ’24년 기준 PJM의 최대수요는 24GW로 약 14,484km에 송전했으며, 고객 수는 약 760만 명이다.


영국의 전력계통 운영
영국은 ’05년 송전사업자 중 하나인 National Grid에 전국 계통운영 권한을 일임하여 단일 계통운영자 체제를 확립했다. ’24년에는 송전사업자 간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계통운영자를 국영화하여, 보다 명확한 분리 운영(독립 계통운영자)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3개 송전사업자가 지역별로 송전망을 소유하며, 단일 계통운영자인 NESO(National Energy System Operator)가 영국 전체 계통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영국의 전력계통 운영구조 개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초기(~2025년) : National Grid ET(잉글랜드·웨일즈), SPT(스코틀랜드 남부), SHETL(북부, 현재 ‘SSEN’으로 명칭 변경)이 각각 자체적으로 운영했다.
▶전환기 : 2005~2019년에는 각 송전사업자의 소유권은 유지한 채 National Grid에 전체 계통운영 권한을 위임했다. 2019~2024년에는 National Grid Group 내 소속된 계통운영자를 송전사업과 법적으로 분리하는 전환기가 이어졌다.
▶현재(2024년~) : 정부가 법적 분리된 계통운영자를 6.3억 파운드(?)에 인수하여 NESO로 변경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방식으로 계통운영자가 운영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3개의 송전사업자가 각 지역 송전망의 소유·정비·현장 조작을 담당하고 있다. NESO는 워킹엄(Wokingham)에 소재한 계통운영센터(ENCC)를 통해 계통의 실시간 의사결정을 수행하며, 각 송전사업자는 자체 제어센터를 통해 설비를 조작한다. ENCC가 수요예측·실시간 수급 균형 메커니즘 운영 등 발전설비 급전지시를 시행하면, NGET는 TNCC(Transmission National Control Centre)에서, SPT와 SSEN은 각각 자체 제어센터에서 관할 구역 내 고압 송·변전설비를 조작한다.
휴전 절차에 관해서는, 송전사업자가 설비 유지보수를 위한 휴전계획(Outage Plan)을 NESO에 제출하면 NESO가 기준에 따라 승인한 후 송전사업자가 조작을 실행한다. NESO는 자체 개발한 ‘eNAMS’ 시스템을 활용하여 송전사업자의 휴전 요청을 접수·평가하며, 최대 6년 전부터 장기 휴전계획을 관리한다. NESO만이 계통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므로, 모든 공식적 휴전 통보는 NESO가 발행한다.
한편, 영국은 계통운영자를 송전사업자로부터 분리하는 과정에서, 두 기관이 제어시설 시스템을 공유함으로 인해 독립적 이슈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법적 분리 이전에는 송전사업자 제어센터가 사용 불가일 경우 송전사업자 소속 직원이 ENCC로 이동해 설비를 제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적 분리 이후에는 “해당 행위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23년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이 NGET에게 추가 제어센터를 신설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Ofgem은 독립된 신규 계통운영센터를 완공한 후 계통운영자 운영센터에서 비상시 설비조작이 가능한 기능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NGET는 ’25년 9월부터 미들랜즈 275kV 폐변전소 부지에 ETCC라는 신규 제어센터 건설을 시작했다.




국내 체계, 국제적 모델과 부합
미국(5개 ISO/RTO)과 영국(NESO) 모두, 국내와 동일하게 계통운영자가 운영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송전사업자가 설비를 조작하는 방식을 적용 중이다. 세 국가 모두 계통운영자는 설비를 직접 소유·조작하지 않으며, 급전지시·운영계획 수립·휴전 승인 등 의사결정 기능만을 수행한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계통운영자의 설비조작 지시를 송전사업자가 따르는 형태이나, ISO/RTO별 지역별 특성에 맞춰 TO가 독립적으로 운영 가능한 설비가 일부 존재한다. 영국은 계통운영자가 독립하는 과정에서 비상시 송전사업자의 직원이 계통운영자 운영센터에서 설비 조작을 수행할 수 있었던 비상시 기능까지 명확하게 제거했다.
해외 주요국과의 비교·검토 결과, 우리나라의 《계통운영자(전력거래소) 지시 + 송전사업자(한국전력공사) 조작》 체계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에서 공통적 채택하고 있는 국제적 모델과 부합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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