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네트워크를 통한 경제 · 사회 · 정치 · 군사 활동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사이버 공격(Cyber Attack)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사이버 공격은 국가 정보 시스템을 60초 안에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로 말미암은 피해 규모도 상당해 우리나라는 2009년 7월 발생한 디도스(DDoS ;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공격으로 11만 대 이상의 PC가 악성 코드에 감염됐으며 그 가운데 100여 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파괴돼 최대 544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보았다. 문제는 사이버 공격이 인터넷으로 다른 컴퓨터에 불법 접속해 상대방 국가나 기업에 손상을 입히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는다는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009년 7월 발생한 디도스 공격과 마찬가지로 올해 3월 4일 청와대를 비롯해 국내 40여 기관 사이트를 겨냥했던 디도스 공격 주체가 외국 서버를 이용한 북한 체신성으로 밝혀졌다"라고 발표했다.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서 보안을 중시하는 이유다.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다양한 발전원을 전력망에 연결하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전력망을 통해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고, 다양한 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는 등 스마트 그리드는 개방형 시스템이므로, 그 구축에 앞서 철저한 보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해커들이 미국의 전력망에 침투했습니다.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한 침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전직담당자는 해커가 전력망을 파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시스템에 몰래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와 에너지부는 지난 수년 동안 이러한 취약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악성 코드를 이용해 전기 공급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2009년 4월 9일 CNN 방송 중에서
전력 제어 시스템은 전력의 생산과 분배와 관련한 설비 운영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각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과 관련한 발전기를 제어하는 '발전 제어 시스템' → 전력거래소에서 국가 전력의 생산과 분배를 총괄하는 '급전 자동화 시스템' → 생산된 전력을 전국 각지 변전소에 전달하고 전력의 전압을 필요에 맞게 변환하는 '송 · 변전 시스템' → 변전소에서 각 가정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 시스템' → 가정(스마트 미터기) 등의 전력 제어 시스템을 거쳐 전기는 발전소에서 가정에 도달한다. 어떤 이유이든, 어떤 단계에서든 스마트 그리드의 기반인 국가 전력망이 마비된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다.
넥스트업테크놀러지㈜ 김병수 대표가 2009년 한국정보과학회에서 '스마트 그리드의 사이버 보안 및 대응 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내용이다.
"인터넷이 안 되면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면 되지만, 정전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병원에서 수술 중 정전되면… 전원이 불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가 있는가? 도시 전체가 정전되면 절도와 성폭력이 증가하고 치안 부재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국가 재난으로 이어진다며 이렇게 경고한다. ▲집단 소송 - 전력 사용량의 정보 조작 · 변경으로 인한 전기요금의 과다 청구, 가정 내 제어기기에 담긴 내용의 무단 탈취에 따른 사생활 침해(예 : 평균 외출 및 귀가 시각, 생활 형태, 연결된 가전기기 등) ▲대량 정전 - 전력 미터기 등 통신 모듈이 내장된 기기에 대한 비인가 불법 접근에 따른 단전 명령의 무작위 배포, 자기 배포 형태의 악성 프로그램에 의한 전력 미터기의 작동 불능, 통합 제어 센터에 있는 통합 시스템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제어 명령의 일괄 적용 등이다. 그로 말미암은 파급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사회적 재난 초래에 따른 국가적 통제 능력 상실 - 교통신호 체계 마비에 의한 교통 통제, 전원과 연결된 전화기 사용 불능에 따른 비상 재난 체계 붕괴, 국방 · 치안과 관련된 시스템 마비에 따른 무정부 상태 심화, 금융 시스템 마비에 따른 경제 체계 붕괴 ▲생명과 직결 - 병원 내부 생명 보조 장치 마비에 따른 재난성 의료 사고 발생, 응급 사고 처리 지연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인명 사고 발생 …….
구멍 뚫린 전력 제어 시스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태근 의원이 정책 자료집 '위협받는 스마트 그리드 안전'에서 밝힌 전력 제어시스템 사이버 공격 사례다.
2009년 3월 | 미국 텍사스 주 전력회사인 Energy Future Holdings 전직 직원이 에너지 수요 예측 시스템 데이터 조작을 통해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하려다 발각. 수요 예측 시스템이 1일간 마비돼 2만 6,000달러 피해 발생.
2008년 1월 | 사이버 공격으로 여러 국가에서 정전 사태 발생. 인터넷을 통한 침입이 주원인.
2003년 1월 | 미국 오하이오 주의 Davis-Besse 원자력발전소 정지. 사내 업무망에서 원자력발전소 제어망으로 슬래머 웜Slammer Worm이 침투해 안전 감시 시스템 5시간 정지.
미국 경제학자 스콧 버그는 "동시다발적인 사이버공격으로 미국 전역 전력망의 1/3이 수개월간 마비된다"면서, 그 파급 효과를 정전 기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1일째, 국민 불편 야기) - 상점이 문을 닫고 현금 자동 인출기나 주유기 사용 불능 ▲2단계(3일째, 생필품 사재기 · 각종 기기 동작 불능) - 상점 물건이 바닥나고 연료가 없어 비상 발전기동작 불능 ▲3단계(10일째, 인구 대이동) - 연료가 없어 이동 불가, 구급 서비스 · 의약품 · 냉난방이 불가해 사상자 발생 시작 ▲4단계(3개월째, 국민 폭동과 재앙 수준 피해 발생) - 대형 허리케인 40~50개가 동시에 강타한 것과 같은 효과,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사건보다심각한경제적여파초래등이다.
2010년 1월에서 9월에 걸쳐 이란의 핵 시설과 중국의 주요 산업 기반 시설이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스턱스넷은 슈퍼 산업 시설 바이러스 웜으로, 폐쇄망으로 운영하는 주요 기반 시설의 제어 시스템에 침투해 오동작을 유도하는 명령 코드를 입력해 공격한다. 그 결과 이란의 경우 부셰르 원전 핵발전소 운영자 PC 3만 대가 감염됐고,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이 수 차례 오작동을 일으켰다. 중국의 경우 PC 600만 대가 감염됐고, 이 PC들이 전력 · 원자력 · 철강 등 1000여 개 주요 산업 시설을 공격했다. 그 후 스턱스넷은 미국과 인도 · 파키스탄에서도 발견됐으며, 당시 보안 전문가들은 국가급 전문 기관이 개입한 '사이버 크루즈 미사일'수준의 사이버 전쟁 무기로 추정했다.

가정용 스마트 계량기와 국가 전력망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에 과연 안전한가.
이것이 스마트 그리드 구축의 선결 과제다.
당시 스턱스넷은 주로 독일 Simens 사 산업 제어프로그램(PCS7)을 감염시키고,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 나갔다. 지멘스 사는 세계적 기업으로 전력 · 원자력 · 화학공업 · 전철 · 철강 등 기간 산업과 관련한 자동화 솔루션을 생산한다. 지멘스 사는 급하게 백신프로그램(Simatic_security_update)을 개발해 보급했다. 다행히 지멘스사 제어시스템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산업시설 40여 곳은 감염피해사례가 없었다.
스마트 그리드의 사이버 안전에 불만에 찬 종업원, 산업 스파이, 테러리스트와 같은 고의적인 공격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실수, 자연재해로 말미암은 정보 인프라의 우연한 피해도 포함해야 한다. 전력제어 시스템이 갈수록 복잡해짐에 따라 사이버 공격이 아닌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발생한 사고도 여러 건이다. 2008년 3월 미국 조지아 주 Hatch 원자력발전소에서 제어 시스템과 연동되는 내부 업무망의 한 시스템이 업데이트 후 제어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원자력발전소가 48시간 중단됐다. 1999년 6월 미국 워싱턴 주에서 가솔린 파이프라인 제어 시스템을 수정한 후 제어 시스템이 멈추면서 폭발했다.
보안 전문가가 말하는 스마트 그리드 공격 방법
소규모 분산 전원 공격, 양방향 통신 프로토콜(Protocol ; 컴퓨터 간 정보를 주고받을 때 통신 방법에 대한 규칙과 약속) 공격, 배전망 관리 센서 공격, 보안에 취약한 스마트 미터 공격 …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사이버 공격 방법들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해커가 일단 공격 거점을 확보하면, 연계된 네트워크를 통해 전력 거래 관련 시스템을 포함한 스마트 그리드 전체 네트워크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마트 그리드 공격 방법으로 보안 전문가인 트라비스 굿스피드Travis Goodspeed는 계량기의 램 어택RAM Attack과 디지털 주파수 크래킹Cracking을,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는 계량기 무선 크래킹과 네트워크 멀웨어Malware 확산을 꼽는다.
스마트 계량기의 램 공격 | 해커들이 직접적으로 스마트 계량기 램을 공격하고 쉽게 계량기를 통제할 수 있다. 만약 계량기에 보안 기능이 없거나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면, 해커들은 주사기를 이용해 계량기의 메모리 칩 각 측면에 바늘을 삽입할 수 있다.
바늘은 메모리 칩의 전기 신호를 가로채는 정찰병 역할을 한다. 신호를 분석함으로써 해커들은 계량기 프로그램을 조작할 수 있다. 계량기가 어느 정도 보안 기능을 갖췄다 할지라도, 별도의 도구를 이용해 정보를 빼낼 것이다.
디지털 주파수 크래킹 | 램 해킹과 유사한 기술로 스마트 계량기의 무선 주파수를 조정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전력망 자체를 공격할 수 있다. 스마트 계량기의 양방향 무선 칩을 통해 계량기는 원격으로 정보를 읽고, 네트워크상 명령을 받아들인다. 이 칩의 소프트웨어는 보안 코드를 갖는데, 계량기 프로그램을 크래킹 한 해커가 네트워크에 침투하기 위해 보안 코드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코드들을 메모리 공격 방식과 유사하게 추출할 수 있다.
※ 해킹은 컴퓨터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크래킹이다.
계량기를 무선으로 크래킹 | 해커들이 네트워크상에서 상호 통신하는 계량기의 무선 네트워크 장치를 이 용 해 계 량 기 에 침 투 할 수 있 다 .
SDR(Software Defined Radio)이란 하드웨어 즉, 단말기나 칩을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조작만으로 셀룰러 · PCS · 와이브로 · 무선 랜 · 위성통신 등 다양한 무선 통신 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에서 이용하는 기술이다.
네트워크에 멀웨어 확산 | 일단 어떤 사람이 스마트 계량기 프로그램에 접속했다면, 그는 쉽게 네트워크 자체 · 스마트 계량기 · 전력망 등에 부착된 다른 장치에도 공격 웜이나 다른 멀웨어를 확산시킬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같은 종류의 계량기를 부착한 가정에 웜을 확산시켜 봤더니 24시간 내에 1만 5000가구가 그 웜에 감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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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자와 수요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구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보안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시스템 설계와 개발 단계부터 정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개별 시스템 개발 완료 시 검사와 전체 시스템 연동 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면서 "실증 단지 연동 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안전 장치 준비뿐만 아니라, 이를 고의적으로 방해해 피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개별 가구나 개인이 아닌 연동된 전체에 피해를 주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스마트 그리드 로드맵에 따르면 앞으로 보안에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1,5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단계(2010~2012년) - 스마트 그리드 보안 아키텍쳐 및 컴포넌트에 280억 원 ▲2단계(2013~2020년) - 상호 운용 구간 보안 및 보안 과제에 1,070억 원 ▲3단계(2021~2030년) - 스마트 그리드 보안 고도화에 200억 원 등이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 개발 6개 분야 총 투자 계획액은 6조 9,82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보안은 2.2%인 1,550억 원에 불과하다.
최근 국가 주요 기관 사이트를 공격한 주체가 북한 체신청으로 밝혀졌으며,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과 농협 전산망 마비 사고 등 온라인 금융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전력 제어 시스템이 뚫리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냉각수 공급 장치에 전원이 끊겼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정리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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