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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차전지 산업, 아시아 기업과의 기술적 협력 필요성 고조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6.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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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기업, 배터리 산업의 필수 파트너로 부상
현재 이차전지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이 선진화된 기술 보유로 원자재 확보, 배터리 효율성, 안정성, 비용 측면에서 유럽 업체와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중국의 기업들은 오랜 생산 경험으로 축적된 오류 수정 데이터가 있다. 반면, 유럽의 생산기업들은 EV용, ESS용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 한국, 중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기술이전 또는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리 편집부
참조 KOTRA 외

지난해 12월,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인근 부르부르그(Bourbourg)에서 프랑스의 주요 정치, 산업계 인사들이 참여한 기가팩토리 공식 개소식이 열렸다. 설립기업은 베르코(Verkor)로, ’20년 프랑스 그르노블에 설립된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으로 고성능 저탄소 배터리를 전문으로 개발한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2년 2월에 “프랑스 최초의 저탄소 배터리셀 기가팩토리가 덩케르크에 건설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베르코에 대한 투자 규모는 약 15억 유로(한화 약 2조 7천만원)이며, 그중 6천만 유로는 지역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아르케마(Arkema), 캡제미니(Capgemini)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주요 파트너사인 르노(Renault)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올해 초부터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생산하며 약 1200명의 직접고용 및 3000명의 간접 고용을 창출하고, ’27년까지 연간 최대 30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초기 생산능력은 16GWh이며, 르노 그룹의 전기차에 고성능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프랑스 내 기가팩토리 현황
프랑스 북부, 벨기에와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오드프랑스(Hauts-de-France) 지역은 프랑스 자동차와 차량용 배터리 생산 공장 집결지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분야에서 프랑스 최대의 중심지이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거점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23년 5월 30일 프랑스-독일 합작기업 ACC(Automotive Cell Company, ’20년 1월 스텔란티스, 토탈에너지, 메르세데즈 공동 설립)가 두브랑(Douvrin)에 첫 번째 기가팩토리를 설립했다. 초기 생산라인은 13GWh 수준으로 출발했으며 ’30년까지 40GWh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5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다만, 첫 번째 블록의 생산능력이 13GWh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장은 현재 예상 생산량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기가팩토리는 Envision-AESC 그룹이 르노(Renault) 그룹과 협력해 설립했다. Envision은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이지만, 배터리 자회사인 AESC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본-중국계 그룹이다. 약 20억 유로를 투자하여 차세대 르노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를 생산한다. 공식 생산은 ’24~’25년 사이에 시작됐으며, ’25년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첫 번째 생산라인은 인근에 위치한 전기차 조립라인, 특히 ‘르노5’ 생산에 공급하고 있다. 초기 생산능력 9GWh(배터리 약 20만개 규모)를 갖추었으며, 현재 프랑스에서 산업적 규모로 셀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공장 중 하나다.

세 번째 기가팩토리인 베르코(Verkor)에 이어, 네 번째는 프롤로지움(ProLogium)에서 현재 설립하고 있는 중이다. ’23년 8월 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정부가 15억 유로 규모의 보조금을 대만 배터리 제조기업 프롤로지움에 지급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그로 인해 프롤로지움은 48GWh를 생산할 수 있는 기가팩토리를 덩케르크에 설립하고 EV용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 개발하게 된다.

프롤로지움은 ’26년 말 생산을 목표로 ’23년 9월부터 덩케르크 공장 프로젝트에 대한 공개 협의를 시작했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프롤로지움이 충전 시간을 단축한 배터리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30년까지 총 52억 유로를 투자해 3,000개의 일자리와 12,000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배터리 협회 공식 출범
3월 25일, 프랑스 정부는 전날 프랑스 북부 빌리 베르클로(Billy-Berclau)에 위치한 ACC 기가팩토리 현장에서 《프랑스 배터리협회(France Batterie)》 출범을 알렸다. 산업주권 강화와 전기화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유럽 전략의 일환으로, 협회는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기가팩토리와 부품 제조업체, 재활용 업체를 한데 모아 경쟁력 있고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가 제시한 협회의 로드맵은 오는 ’30년까지 100~12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가팩토리를 구축하고, 원자재 공급 확보와 배터리 수리 및 재사용을 위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프랑스 배터리 산업을 체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회는 ▶투자 유치 ▶탄력적인 상류 가치사슬 구축 ▶유럽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외국인 투자 유치 ▶EU 내 배터리 수요 촉진 ▶배터리 가치사슬 관련 연구·혁신·기술 개발 가속화 ▶유럽 전역에 걸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 조정 등을 핵심 분야로 한다. 회원사로 ACC, 베르코(Verkor), 재활용 업체인 바트리(Battri), 오라노(Orano), 그리고 중국 파트너사인 XTC 뉴에너지(New Energy) 등이 있다. 

여기에 대만 전고체 배터리 기업 프롤로지움(ProLogium)이 합류한다. ’06년 설립된 프롤로지움은 탄탄한 기술력을 앞세워 포스코홀딩스 외 이브이첨단소재, 소프트뱅크 차이나벤처 캐피탈,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CRFM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특화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롤로지움이 첫 해외 생산기지로 프랑스를 선택한 배경에는 ▶다임러그룹 등 파트너사와의 접근성 ▶유럽 완성차 산업 성장성 ▶정부 보조금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프롤로지움의 합류로 국내 기업인 포스코와 이브이첨단소재도 참여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프롤로지움의 투자를 통해 프랑스와 유럽 내 배터리 생산 공장과 연계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EV용 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해 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브이첨단소재는 프롤로지움에 ‘시리즈 E 우선주’ 형태로 지분을 확보하며 전고체 배터리 협업·동반성장 전략을 추진해왔다.

높은 불량률 & 목표치 미달 생산 속도 
프랑스의 기가팩토리 건설은 국가전략산업에 속한다. ’23년 5월, 마크롱 대통령은 〈’30년까지 매년 프랑스에서 200만 개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오드프랑스 지역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해 ’27년까지 생산 자립 달성, ’30년까지 수출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전기차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기가팩토리를 위한 투자는 지속되고 있지만, 목표 달성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드프랑스 지역에 발표된 5개 공장부지 중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은 두 곳뿐이고, 여전히 성장 단계에 있으며, 다소 혼란스러운 초기 단계를 경험했다는 평가다.

두브랑(Duvrin)에 위치한 ACC는 ’24년 9월 이후 스텔란티스와 메르세데스 차량 1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했는데, 기대만큼 생산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제점은 공정 핵심 단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의 안정성은 셀의 성능과 산업적 수율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높은 불량률과 목표치 미달 생산 속도가 생산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인데, 아시아 공장들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산업 전문지 《위진 누벨(Usine Nouvelle)》에 따르면, 업계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년간 기술 숙련도와 대규모 산업화 측면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아온 아시아 선도 기업 수준까지 도달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추월하겠다는 주장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분야는 자본 집약적이지만 낮은 영업 이익률을 보인다. 기업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생산된 셀 중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비율이 약 90%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유럽과 아시아 간의 경쟁력 격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 파트너십 수요 지속 전망
현재 프랑스의 기가팩토리들은 아시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ACC의 경우, 약 200대의 기계로 구성된 생산라인을 완벽하게 통합하기 위해 중국 제조사 이브에너지(Eve Energy)의 운영자 100여 명을 고용했다. 이 팀은 가동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프랑스 직원들에게 기술 역량을 전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베르코(Verkor)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사 알핀(Alpine)에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SUV인 ‘A390’ 모델의 생산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충분한 생산량이 확보되지 않아 오랜 파트너인 LG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코의 최우선 과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최대한 신속하게 대량생산하는 것인데, 이는 시장이 리튬인산철(LFP) 및 전고체 배터리 등 다른 기술들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려운 과제다.

이런 까닭으로, 유럽 기업들은 아시아 기업들과의 협력 필요성을 고민하는 추세다. 《위진 누벨》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잘스기터(Salzgitter)와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에 두 개의 기가팩토리를 완공 중인 제조사 파워코(PowerCo)는 중국 전문기업 고션 하이테크(Gotion HighTech)의 지분 26%를 확보하기 위해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했으며, 현재 이 기업과 함께 프리즘형 셀 기술을 개발 중이다.

프랑스와 EU는 배터리를 ‘산업 주권의 핵심’으로 여기고 대규모 투자 중이지만, 생산 수율, 원가, 기술 성숙도 측면에서 아시아 경쟁국과의 격차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과 소재·장비 기업은 유럽 배터리 산업의 경쟁자라기보다 필수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생산 안정화, 고부가 배터리, 차세대 기술 전환 국면에서 전략적 기회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시장에 기술 협업 등의 방식으로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 기업은 기술협약 계약 조건을 상세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현지 휴가 기간 등을 감안하여 여유롭게 일정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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