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부담은 완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은 높이고
2025년 10월 개정된 CBAM 규정은 EU 역내 산업 보호와 글로벌 탄소 감축을 추구한다. 「최소 기준 면제 제도」 도입은 소규모 수입업자의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주요 배출원을 관리하는 효율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신고 기한 연장」 등의 절차 개선은 제도 이행 과정에서의 실용성 제고를 보여준다. EU의 CBAM 개정 내용은 한국형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도입이나 배출권거래제(ETS) 개편 시 유용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 편집부
참조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


유럽연합(EU)은 ’23년 5월, 역내 산업 보호와 공정경쟁 및 글로벌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고탄소 제품을 수입할 때, EU 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부과해 탄소누출을 방지하는 무역·환경 제도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 수소 등 탄소집약적 제품의 수입 시 내재 배출량을 규율하며, EU ETS를 보완하고 단계적으로 무상할당 체계를 대체한다. CBAM 도입을 위한 법은 27개 EU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는 ‘규정(Regulation)’의 형태로 제정되었다.
’23년 10월 1일부터 ’25년 12월 31일까지 2년여의 전환기간 동안, 신고자는 CBAM 적용 대상 수량, 내재된 온실가스 배출량(이하 내재 배출량), 간접배출, 원산지 탄소 가격 등에 대한 분기별 보고 의무만을 부담했다. 또 해당 기간에 ‘CBAM 인증서’ 구매·제출 및 실제 탄소 비용 납부 의무는 부과되지 않았으며, 미이행에 대한 과징금이나 제재도 유예되었다.
전환기간 종료를 앞두고, EU는 ’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제도의 원활한 시행과 CBAM의 절차 간소화 및 적용 강화를 위해 지난 ’25년 10월 8일에 기존 규정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최소 기준 면제 제도(de minimis exemption)」의 도입, 신고 기한 연장, 적용 대상 품목 일부 삭제 및 적용 예외 규정 도입, 인증서 의무 보유량의 완화, 간접세관대리인의 의무 명확화, 내재 배출량 검증 절차 및 탄소 가격 차감 절차 개선, 모회사 및 검증기관의 CBAM 등록부 등록 등이다.


◎ 최소 기준 면제 제도 도입
기존 규정에서는 CBAM 적용 의무 면제 기준이 선적당 150유로 이하의 금액 기준이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수입기업 기준 연간 50톤 이하의 단일 중량 기준(single mass-based threshold)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다만, 전력 및 수소 수입에는 이 면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제2a조 신설) 해당 제도의 도입 목적은 소규모 물량을 수입하는 기업에 대해 과도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인데, 전력과 수소 품목은 대기업 중심의 과점적 수입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단일 중량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해당 연도에 수입된 모든 제품에 대해 CBAM이 적용된다.(제2a조 신설)
- 연간 CBAM 인증서를 구매한 승인된 수입신고자가 단일 중량 기준 초과를 예상했으나 실제로 초과하지 않은 경우, CBAM 인증서의 환매를 요청할 수 있다. (제23조 제2항)
◎ 일부 삭제 및 적용 예외 품목
기존 CBAM 적용 대상 품목에서 시멘트 항목 내 1개 품목(비소성 카올린 점토)만 배출 수준이 낮다고 평가되어 제외되고, 그 외 품목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부속서 I) 또한, 군사 활동과 관련하여 이동되거나 사용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CBAM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명시적 예외 조항이 신설되었다.(제2조 제3항)
◎ 인증서 관련 기한 변경
기존 규정에 따르면 CBAM 인증서는 ’26년 1월 1일부터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개정된 규정에서 ’27년 2월 1일로 연기되었다. 인증서 제출 기한도 기존 규정에 명시된 매년 5월 31일에서 9월 30일로 연장되었다. 환매(잔여 인증서에 대한 환불 요청) 기한도 매년 6월 30일에서 10월 31일로, 일괄 취소(환불되지 않은 잔여 인증서의 일괄 삭제) 시점은 매년 7월 1일에서 11월 1일로 조정되었다.(제22~23조)
◎ 인증서 의무 보유 비율 완화
CBAM 계정 내 분기별 인증서 의무 보유 비율이 기존 80%에서 50%로 완화되었다. 이는 과도한 인증서 구매를 방지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인증서 50% 보유 의무는 ’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승인된 수입신고자는 분기별 인증서 보유 수량 산정 시, 다음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제22조 제2항)
- 마크업(mark-up)을 적용하지 않은 기본값
- 전년도 동일 품목·국가의 실제 제출 인증서 수량 (다만, CBAM 본격 시행 첫해인 ’27년에는 이 기준을 적용할 수 없음)


◎ 배출량 산정 방식
기존 규정에서는 실제 배출량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기본값(default value)을 사용할 수 있게 했었다. ‘기본값’이란 특정 상품의 내재 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배출계수 값으로, EU 집행위원회가 기본값 및 그 신뢰성 확보 방법 등을 이행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
개정된 규정에서는 기업이 실제 배출량 또는 마크업이 적용된 기본값 중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규정에서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없는 경우, EU 역내에서 배출 효율이 가장 낮은 시설들의 평균값을 기본값으로 사용하도록 했으나, 개정된 규정에서는 배출 강도가 높은 상위 10개 수출국의 평균값을 기본값으로 삼도록 변경되었다.(부속서 IV 제4조 제1항)
- 간접배출 기본값 산정 방법도 상세화되었다.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내재된 간접배출 기본값은 EU 전력망 배출계수 평균, 원산지국 전력망 배출계수 평균 또는 원산지국 가격 결정 전원의 CO2 배출계수 평균 중 하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부속서 IV 제4조 제3항)
-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3국, 제3국 그룹 또는 제3국 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신고자가 대체 지역별 조정 기본값이 집행위원회가 결정한 기본값보다 낮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 그러한 지역별 조정 기본값을 사용할 수 있다.(부속서 IV 제7조)
- EU 집행위원회가 제공하는 기본값을 사용하는 경우, 내재 배출량에 대한 검증 의무가 면제된다.(제7~8조 및 부속서 V 제1~2조)
◎ 기지불 탄소 비용 감면
수입신고자는 내재 배출량을 실제 배출량 기준으로 산정한 경우, 제3국에서 그 배출량에 대해 실제로 납부한 탄소 비용만큼 제출해야 할 CBAM 인증서 수량 감축을 EU 집행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다. 이때 해당 국가에서 받은 환급·보조 등으로 탄소 비용이 줄어들 수 있었던 부분은 모두 반영해 감축 가능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제9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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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신고인이 인증서 감축을 신청할 때 내재 배출량이 기본값을 기준으로 산정된 경우,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하는 ‘연간 기본 탄소 가격’을 기준으로만 감축을 청구할 수 있다.(제9조 제4항)
EU 집행위원회는 각 역외국의 연간 평균 탄소 가격을 산정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운영 중인 환급이나 감면 제도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부분도 함께 반영한다.(제9조 제5항)
◎ CBAM 신고의 제3자 위임 허용
승인된 수입신고자는 CBAM 신고서 제출을 자신의 명의와 대리로 행동하는 자에게 위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승인된 수입신고자는 규정상 의무에 대한 책임을 유지한다.(제5조 및 제7조a항)
- EU 역외국 소재 수입신고자이거나 간접세관대리인이 이를 대리하기로 한 경우, 간접세관대리인이 승인된 수입신고자 지위를 취득하고 해당 수입에 관한 수입신고자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되었다.(제5조 제1a항)


◎ 담보 제공 요건 및 해제 시기 변경
승인된 수입신고자 지위 신청자가 신청 제출 전 2개 회계연도 동안 설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담보는 승인된 수입신고자가 CBAM 인증서를 제출한 두 번째 연도의 9월 30일 직후 즉시 해제되도록 개정되었다.(제17조 제5항 및 제17조 제7항)
◎ CBAM 등록부(Registry)
◎ CBAM 등록부(Registry)
기업의 배출 데이터 입력과 관리를 단순화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모회사와 검증기관도 CBAM 등록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모회사는 이 등록부를 통해 자회사 생산설비 정보, 제품별 내재 배출량, 검증 보고서 등을 한 번에 등록·관리할 수 있어, 다국적 기업 차원의 데이터 통합과 보고 체계 효율성이 크게 제고될 수 있다.(제14조)
회원국 인증 기관을 통해 사전 인증된 검증기관은 ’26년 9월 1일 이후 인증이 부여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CBAM 등록부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등록 시 검증기관의 명칭, 고유 인증 식별번호, CBAM 관련 인증 범위, 설립국 등의 정보를 제출해야 하며, 검증기관은 CBAM 등록부를 통해 내재 배출량을 검증한다.(제10a조 신설)


◎ 모니터링 강화
EU 집행위원회는 단일 중량 기준 준수 모니터링을 위해 수입을 감시하며, 수입신고자가 설립된 회원국의 관할당국도 단일 중량 기준 준수를 감시할 수 있다. 또한, CBAM 등록부를 통해 관할당국과 수입신고자 모니터링에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교환한다.
관할당국이 “승인되지 않은 수입신고자가 단일 중량 기준을 초과했다”고 결론 내리는 경우, 지체 없이 해당 수입신고자에게 규정상 의무를 고지하며, 관세당국과 EU 집행위원회에 CBAM 등록부를 통해 통지한다.(제25a조 신설). CBAM 의무 회피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우회 조치(셔플링), 그린워싱) 등)도 모니터링 및 제재의 대상이다.


◎ 제재 시 과징금 경감 사유 신설
기존에는 CBAM 인증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톤당 100유로의 과징금이 일률적으로 부과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개정 후에는 위반에 이르게 된 고의·과실 여부 등 기업의 개별적 사정을 반영해 제재 수준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제26조 제1a항)
- 승인된 수입신고자가 제3자(사업자, 검증자, 제9조 제2항의 탄소 가격 문서를 인증하는 독립인)가 제공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CBAM 인증서를 정확한 수량대로 제출하지 못한 경우, 관할당국은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 이 경우 부과되는 과징금은 불이행의 기간, 중대성, 범위, 고의성, 반복성 또는 승인된 수입신고자의 관할당국과의 협조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ETS를 시행하고 있으나, 수입품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이 EU CBAM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EU ETS 간 연계 가능성 검토 및 탄소 가격 인정 체계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향후 유사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할 경우, EU의 단계적 시행 경험, 전환 기간 운영을 통한 제도 개선, 그리고 행정적 부담과 환경목표 간 균형을 고려한 입법 설계가 우리나라의 입법 과정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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