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분야 국정과제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가속도 붙었다
에너지 고속도로 관련 주요 사업, ‘국가기간 전력망’지정
정부는 첨단산업 전력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공급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란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스마트그리드 기술 등을 기반으로 전기를 대규모·고효율로 장거리 수송하기 위한 국가적 전력 인프라망이다. 정부는 10월 1일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를 개최해 99개의 송전선로 및 변전소 구축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하고, HVDC 산업 육성 및 전력계통 안정화 방안을 내놓으며 전력망 구축 가속화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기반을 마련했다.
정리 편집부
참조 KDB 미래전략연구소 외


우리나라는 첨단산업 관련 전력수요 급증과 재생에너지 공급 한계가 맞물리면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송전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AI 산업 확대 등으로 수도권에서는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재생에너지 생산지는 영·호남 등의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크기 때문이다.
‘RE100’ 이행 등 탈탄소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영·호남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타지역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는 기존 송전망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존 송전선로로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갈 수 있는 전력은 4.5GW에 불과해, 재생에너지 생산이 확대될수록 송전선로 병목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권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전력망이 적시에 구축되지 않을 경우, ’36년경 호남권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은 58.5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수급 불균형 해소의 해결책
정부는 탈탄소 전환 및 지속 가능한 전력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 ’25년 8월 HVDC 송전망과 관련 인프라 구축을 아우르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란 HVDC와 스마트그리드 기술 등을 기반으로 전기를 대규모·고효율로 장거리 수송하기 위한 국가적 에너지 인프라망을 일컫는다.
정부는 ’30년대에 620km 길이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40년대에 서·남·동해안을 잇는 한반도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남·동해안 소재 태양광 및 풍력단지로부터 전국의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까지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 기술로는 재생에너지의 대량·장거리 송전에 적합한 초고압직류송전(HVDC)이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 태양력·풍력 에너지는 직류 전원으로 생산되어, 인버터를 거치는 교류 전력망보다는 HVDC 송전망으로 송전 시 효율이 향상된다. HVDC 송전망은 지하 매설 거리에 제한이 없으며, 장거리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경우 교류 송전망 대비 건설비용도 저렴하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HVDC 뿐만 아니라 AI 제어·ESS·분산에너지까지 포함한 패키지형 전력망으로 설계되어, 에너지 수급 불균형 해소와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HVDC 송전망을 활용하여 지방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지의 산업단지에 전력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ESS와 분산에너지 방식을 결합하여 지역 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잉여전력은 에너지 고속도로와 연계해 전국적으로 균형 있는 공급을 도모할 수 있다. 게다가 AI 기반 디지털 전력망으로 실시간 전력수요 예측과 제어를 통해 송전 효율을 높이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및 ESS와의 연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주요국 에너지전환 정책 동향

주요국 에너지전환 정책 동향
세계 주요국들도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이 재생에너지 자원을 산업단지·대도시에 송전하는 전력망을 구축하여 산업경쟁력 강화 및 탈탄소 정책을 이행하고 있다.
▶ 독일 : 에너지전환의 핵심 인프라로서 북·동부 재생에너지를 남부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SuedLink’와 ‘SuedOstLink’ 두 개의 송전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uedLink’는 독일 북부 지역의 해상풍력을 남부 산업단지에 공급하고자 ’28년 완공을 목표로 약 700km 구간의 HVDC 송전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SuedOstLink’는 북동부 재생에너지를 남부 산업단지에 공급하고자 ’30년 완공을 목표로 약 540km 구간의 HVDC 송전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독일 정부는 송전선로가 지나는 경유지에 km당 최대 4만 유로까지 보상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송전망을 지중화하여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 영국 : 스코틀랜드의 해상풍력을 잉글랜드 내 주요 수요지로 공급하기 위해 HVDC로 송전하는 ‘EGL(Eastern Green Link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GL 1’은 ’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약 190km 구간의 HVDC 송전망을 구축하여 2GW의 전력을 잉글랜드 요크셔 지역과 산업단지에 공급한다. ‘EGL 2’는 ’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약 436km 구간의 HVDC 송전망을 구축하여 2GW의 전력을 잉글랜드 북동부 산업도시·단지에 공급한다.
‘EGL 프로젝트’는 해저 HVDC 송전망으로 구축, 육상 통과를 최소화함으로써 숲·농지·산림을 가로지르지 않아 환경 파괴를 방지한다. 또한, 경유지의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주민 고용을 지원하는 1천만 파운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사회적 갈등을 완화한다.
▶ 캐나다 : 캐나다 퀘벡에서 미국 뉴욕시까지 1,250MW 규모의 수력 전력을 HVDC 송전망으로 송전하는 ‘CHPE (Champlain Hudson Power Expres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약 545km 구간을 연결하여 ’26년 완공 시, 뉴욕시 전력의 약 20%를 탄소 배출 없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경유지인 허드슨·챔프레인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과 소외지역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경제기금 4,000만 달러를 조성했다. CHPE 자체 전망에 따르면, 경유지 지방정부는 25년간 총 14억 달러 규모의 세입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 : ’00년대부터 『서전동송(西電東送)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서부에서 생산된 전력을 동부 연안 대도시로 송전해 왔으며, 최근에는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대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중국 동부의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고, 서부 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는 동시에 지역 간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5년 6월까지 조성된 송전망은 총 4만km에 달한다.
초반에는 석탄 전력을 교류송전으로 공급하였으나, HVDC 도입으로 ’20년대에는 재생에너지 송전이 확대되었다. 한편, 대표적인 전력 생산지인 서부 닝샤(寧夏) 후이족 자치구의 경우 ’11년 이후 해당 프로젝트로 인한 누적 경제효과가 1,600억 위안, 고용창출은 6만 명에 달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지역 간 대규모 송전망 구축을 통해 유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는 기금, 펀드 조성 등을 통해 경유지 주민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여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고속도로’ 추진 과정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경유지 주민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면밀히 설계해나갈 필요가 있다.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위원회 회의 열려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위원회 회의 열려
정부는 10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광역지자체,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위원장) 주재로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이하 전력망 위원회)를 개최했다. 전력망 위원회는 9월 26일부터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하 전력망 특별법)에 근거해 ‘에너지 고속도로’로 대표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주요사항을 논의하는 범정부 민·관 합동 협의체다. 이재명 정부 최초로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망 위원회 주관 부처로서 「전력망 특별법」을 소관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아우르게 된다.
제1차 회의에서는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의 지정 및 추진계획 ▶HVDC 산업 육성 전략 ▶경부하기 계통 안정화 방안 등 3개 안건이 상정돼 논의됐다. 특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345kV급 이상 송전망과 변전소 건설 사업 99개에 「전력망 특별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국가경쟁력 첨단산단 관련 사업 10건, 무탄소 전원 연계 사업 73건, 추가 유관 사업 16건 등이다.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되면 행정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사업자가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총 35개의 관련 인허가를 일괄 취득한 것으로 간주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 여부를 60일 내 회신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허가한 것으로 처리된다. 송전사업의 난제로 꼽히는 주민 의견 수렴도 한국전력이 직접 수행하도록 해, 지자체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재원 조달과 보상 체계도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도로 등 다른 기반시설과 전력망을 동시에 건설하는 ‘사회간접자본(SOC) 공동 건설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상 규모도 늘었다. 기존 「송전설비 주변지역 지원법」에 따른 지원금의 1.5배~4.5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가공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자체에는 1km당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HVDC 산업, 미래 먹거리로 육성 방안
전력망 위원회에서는 또 HVDC 산업육성전략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정부는 ’30년까지 대용량 전압형 HVDC 기술 개발과 실증을 완료하고, ’30년대 수출산업화에 본격 돌입해 HVDC 분야 ‘글로벌 Top3’ 국가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HVDC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국산 기술 개발을 위해 HVDC 핵심요소별 민간 및 공공의 역할분담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제 전력망 적용을 통한 HVDC 실증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R&D 지원 결과물은 2GW 규모의 ‘새만금-서화성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기술검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건강한 HVDC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석·박사급 고급인력도 양성한다. 아울러, HVDC 시스템 전주기 설계·조달·설치·운영(EPCM) 솔루션 수출 사업모델을 개발하여 향후 해상풍력 등과 패키징을 통해 해외시장에 동반진출을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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