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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미국 에너지업계 분위기 전환, ‘원자력 르네상스’ 재시동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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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업계 분위기 전환, ‘원자력 르네상스’ 재시동  
국내 원전업계에도 美 시장 진출 기회 열릴 것 기대
지난 6월 23일자 미국 <월스트릿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州)에서는 현재 대형 원전 건설을 추진 중으로, 캐시 호컬 주지사가 뉴욕주 공영전력청에 “최소 1GW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북부(upstate New York)에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에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이 공론화된 것은 ’09년 조지아주 ‘보글(Vogle) 3·4호기’의 건설 시작 이후 약 16년 만이다. 

정리 편집부 
참조 KOTRA 외
뉴욕주 신규 원자력발전소의 유력한 후보지인 나인마일 포인트 전경 (출처 : Constellation Energy)
중국과 러시아의 추격에 위기감 작용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전 발전용량은 ’24년 말 기준 96.7GW다. ’12년에 101.8GW로 정점을 찍고 감소한 뒤 10여 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Three Mile) 원전 사고 이후 한동안 원전에 거리를 뒀다가 ‘보글 3·4호기’ 원전 건설을 승인하면서 다시 원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고임금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은 사실상 거의 늘지 않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전 보유국으로 9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지만, 최근 30여 년간 가동된 신규 원전은 3기에 불과하다. 그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원전을 공격적으로 늘렸는데, 특히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 원전이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원전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나선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원자력 르네상스 행정명령」의 실효성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원자력 산업의 활성화와 전면적 혁신, 경제 성장 및 강화를 골자로 하는 4개의 원자력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당선 전부터 미국의 에너지 자립 및 주도권 탈환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새로운 원자로 디자인에 대한 미국의 개발이 감소하면서 ’17년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원자로의 87%가 러시아와 중국 디자인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원자력 르네상스를 재개하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원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 AP)
원자력 산업 기반의 부흥 추진
「원자력 르네상스 행정명령」(이하 행정명령)은 ’50년까지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선진 원자로 기술 개발 및 배치, 규제 간소화, 연료 및 인력 등 원자력 산업 기반 부흥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원자력 에너지의 활성화를 중시하던 기존 행정부 정책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행정부와 의회가 엇박자를 내는 등 약간의 진통은 있으나, 미국 원자력 업계는 다시 한번 고무된 듯 활기를 띠고 있다. 행정명령 발표 후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는 요크타운 해군 기지와 『SMR 설치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 관련 합의각서(MOA)』를 체결했고,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는 뉴욕주에서 1GW 이상의 원자력 발전 건설이 추진되면서 원자력 르네상스의 불길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빅테크, 원자력 에너지 확보에 총력
지난 5월, IT 업계의 대표적인 공룡 기업 중 하나인 구글(Google)과 미국의 신생 원전 개발자인 엘리멘틀 파워(Elementl Power)가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엘리멘틀 社가 추진하고 있는 3개의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개발 프로젝트에 초기 자본을 지원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아직 채택할 노형이나 건설부지 등을 특정하지 않은 단계이나, 각 프로젝트가 최소 600MW급의 발전용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24년 10월에도 SMR 개발사인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35년까지 500MW급의 SMR을 건설하여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독립 전력생산 및 에너지 인프라 기업 탈렌 에너지(Talen Energy)는 마이크로소프트(MS) 및 아마존(Amazon)과 서스퀘하나(Susquehanna) 원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메타(Meta)도 일리노이주 클린턴(Clinton) 원전으로부터 20년 동안 전력을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빅테크가 미국의 원자력 업계의 버팀목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빅테크가 이처럼 원자력 에너지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원자력 에너지가 종합적인 발전단가 측면에서 저렴하진 않으나,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무탄소 에너지원이라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글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에너지 책임자 Amanda Peterson Corio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기저부하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원전 공급사와의 협력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AI와 기술적 혁명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신규 원전 보글(Vogtle) 3·4호기 전경 (출처 : Georgia Power)
중단된 원전 프로젝트 재개 움직임
미국 원자력 산업 침체의 직접적인 계기였던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는, 최근 들어 오히려 미국의 새로운 원자력 시대의 상징적 요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시간주 팰리세이즈(Palisades) 원전 소유주인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은 기존 원전의 재가동에 더해, 해당 부지에 자사가 개발 중인 ‘SMR-300’ 2개 유닛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도 지난 1월부터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자사 소유의 가동중단 원전인 듀에인 아놀드(Duane Arnold)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한 허가 절차를 밟으면서 ’28년쯤 재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 3개의 원전은 비교적 최근에 운전이 중단되어, 재운전이 용이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와 함께 경제성 문제로 중단된 원전의 프로젝트 재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17년 건설이 중단되었던 ‘버질 C. 서머(V.C. Summer) 2·3호기’가 그 주인공으로, 프로젝트 공동 소유사인 산티 쿠퍼(Santee Cooper) 社는 지난 5월까지 프로젝트 인수를 위한 제안요청서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해당 부지를 시찰했던 주정부 관계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보다 괜찮은 상태로 보존’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 재개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40년 동안 완공되지 못했던 앨라배마주의 벨폰트(Bellefonte) 원자력발전소도 재활용 방안이 논의되는 등 원자력 발전용량의 빠른 증가를 위해 미국 업계가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폐쇄된 미시간주 팰리세이즈(Palisades) 원전 (출처 : News Channel 3)
미국의 원전별 평균 연령(’23.7월 기준) (출처 :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한국 원전 기업에도 기회 될 것
단일 국가로는 최대인 94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미국인 만큼, 출력증강만으로도 원자력 발전용량의 현저한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미국원자력협회(Nuclear Energy Institute, 이하 NEI)가 편찬하는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The Future of Nuclear Power)>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NRC에 제출된 출력증강(Power Uprate) 신청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EI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회원사 약 70%가 출력증강을 추진·검토 중이며, 이로 인해 증가할 발전용량은 약 3GW로 추산된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출력증강 및 수명연장이 추진됨에 따라, 자본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NEI는 디지털 계측제어(Digital I&C), 반응로 차폐 시스템, 증기발생기 교체, 고압·저압 터빈, 복수기(Main Condenser), 급수 가열기(Feedwater Heaters), 주 발전기(Main Electrical Generator) 등에 많은 투자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원전업계의 분위기 전환이 원전 수출시장 측면으로 볼 때 한국 기업에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원전 건설이 수십 년간 중단되며 자국 내 원전 생태계가 붕괴된 미국 입장에서는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인데, 올 초 정부 간 맺은 ‘원전 동맹’에 이어, 각국 대표 원전 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협력을 약속한 한국이 최적의 상대로 꼽힌다. 

현재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23협정이 진행 중이며, 「원자력 르네상스 행정명령」에 따르면 향후 최소 20개의 123협정을 추가로 맺을 예정이다. 이는 20개국 이상의 신규 수출대상 국가가 생긴다는 뜻으로, 미국 공급망의 현실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같은 중동권인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이 바라카(Brakah) 원전을 성공적으로 수출했기 때문에, 123협정 타결 시 한국이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요 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내수시장의 경우 웨스팅하우스 등 기존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어 새로운 기회 창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운영사들이 기존 공급망을 대체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도 넘어야 할 벽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를 통해 이러한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많은 미국의 발전회사들이 한국 공급망 기업에 관심은 있지만, 그들은 기존의 구매-납품 관계보다는 프로젝트의 당사자로서 투자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같이 질 수 있는 기업을 원한다. 즉, 투자를 함으로써 시공권 내지는 납품권을 취득하는 형태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이 접근하기보다는 한국의 여러 기자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투자하는 방법이 안전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로 내부 구조물 (출처 : 두산에너빌)
두산에너빌은 지난해 말, 테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출처 : the-guru 유튜브)
두산에너빌, 미국 원전시장 진출 유력
국내 원자력 관련 업체 중에서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시장에서 글로벌 톱티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이하 두산에너빌)의 미국 시장 진출이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산에너빌은 웨스팅하우스의 3.5세대 가압수형 원자로 ‘AP1000’ 노형 8기 중 6기에 주기기를 공급한 이력도 있다. 미국의 원전 건설을 웨스팅하우스가 이끌 게 유력한 현 상황에서 두산에너빌의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임명된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 사장이 원전 친화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원전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사업 수주에도 힘을 보탠 바 있다. 

두산에너빌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엑스-에너지(X-energy)와 모두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테라파워와는 ’24년 12월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원자로 보호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노심동체구조물 등 주기기 3종 제작도 추진한다. 뉴스케일파워와는 『SMR 제작 착수 협약』을 체결하고 원자로 소재 제작에 필요한 금형 제작을 완료했고, 기자재 추가 제작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엑스-에너지와는 『SMR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SMR 발주가 본격화되면 두산에너빌은 협업 회사들을 통해 대규모 수주가 가능하다. 다양한 협업이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진다면 향후 수주전에서 한결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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