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게임체인저, 아세안(ASEAN)
저렴한 인건비, 지정학적 안정, 급성장하는 내수 시장…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중국+1 전략’수혜지로 부상
아세안(ASEAN)은 저렴한 인건비, 전략적 지리적 위치,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 급성장하는 내수 시장 등 여러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조립·테스트·패키징(ATP) 분야를 중심으로 점점 더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정부 주도의 유치 전략, 세제 혜택, 낮은 생산비용 등을 무기로 반도체 투자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중국+1 전략’의 수혜지로 부상하면서, 비교적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인 생산거점을 찾는 글로벌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리 편집부
참조 SEMICON 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가 지난해 말 공개한 초박형 실리콘 웨이퍼는 직경 300mm에 두께가 20µm로, 현재 첨단 웨이퍼 두께인 40~60µm의 절반에 불과하다. (출처 : Infineon)
인피니언 테크놀로지가 지난해 말 공개한 초박형 실리콘 웨이퍼는 직경 300mm에 두께가 20µm로, 현재 첨단 웨이퍼 두께인 40~60µm의 절반에 불과하다. (출처 : Infineon)아시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전문 전시회인 『SEMICON SEA 2025』가 지난 5월 20일(화)부터 22일(목)까지 3일간 싱가포르 Sands Expo and Convention Centre에서 개최했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전시회는 반도체 장비, 소재, 부품, 테스트 및 패키징, 자동화 시스템 등 산업 전반의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총망라하여, 동남아시아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해당 전시회에는 총 500개 기업이 1,000여개 부스를 통해 참여했으며, 첨단 후공정 솔루션과 스마트 제조 기술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의 전략 제품 AI, IoT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기술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주요국 정부 및 산업 협회 관계자들도 직접 참여하여, 팹리스 기업 육성 IC 설계 인재 양성 글로벌 밸류체인 참여 전략 등 국가별 중장기 로드맵을 공유하며 기술-정책-인재의 삼각축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전문 전시회『SEMICON SEA 2025』행사장 전경 (출처 : myfair.co)
3월 5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영국의 팹리스 반도체 기업 Arm과 계약을 체결하고,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출처 : 말레이시아 경제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전문 전시회『SEMICON SEA 2025』행사장 전경 (출처 : myfair.co)
3월 5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영국의 팹리스 반도체 기업 Arm과 계약을 체결하고,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출처 : 말레이시아 경제부)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축, 아세안
전시회가 열리기 두 달 전인 3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영국의 팹리스 반도체 기업 Arm과 손잡고 자체 반도체 생산에 나섰다. 정부 측에서 Arm에 10년간 2억5천만 달러(약 3천641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자체 반도체 생산을 위한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을 제공받기로 한 것이다. 이는 테스트 등 후공정 중심의 반도체 산업을 전공정으로 옮겨가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은 조용하지만, 빠르게 공급망의 축을 재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동남아시아(ASEAN)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의 약 13%를 담당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강력한 제조 인프라, 베트남의 민첩한 생산 역량, 싱가포르의 정밀 장비 기술력이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를 바꿔가고 있다.
특히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세안 반도체 시장이 반사이익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회피 목적으로 아세안 지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도 다수인 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며 최근 아세안 반도체 산업은 더욱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의 최대 수출 산업으로, ’22년 기준 이들 3개국이 세계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에 달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반도체 수출 5위 국가이며, 전 세계 조립·테스트·패키징(ATP) 공정의 13%가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페낭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활발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우수한 인적 자원 및 기업 친화적인 환경, 뛰어난 물류 인프라를 갖춰 아세안 지역에서 유일하게 웨이퍼 제조 및 장비 생산이 활발한 국가이다. 종합반도체기업(IDM)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기업도 싱가포르 내 제조시설을 확장 중이다.
베트남은 풍부한 원자재, 대미(對美) 관계 격상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한국과의 연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공장 전경 (출처 : 삼성전자)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공장 전경 (출처 : 삼성전자)주요 4개국 반도체 산업 동향
▷ 말레이시아 : 전 세계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 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인텔, 인피니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올해까지 1,000억 달러 이상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가 반도체 전략 태스크포스(NSSTF)」와 「신산업 마스터플랜(NIMP2030)」을 통해 산업 성장을 지원 중이다.
▷ 싱가포르 : 자타공인 ‘첨단 제조 및 R&D 허브’인 싱가포르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GDP의 약 6%를 차지하며, 글로벌 반도체 장비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GlobalFoundries, Micron 등의 글로벌 기업이 첨단 제조시설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R&D 및 인재 육성에 약 136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강력한 지적 재산권 보호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 베트남 : 인텔, 삼성, 앰코 등이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인 베트남의 반도체 시장은 ’16년 106억2000만 달러에서 ’23년 150억1000만 달러로 규모가 41.34%나 증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말까지 반도체 수출 1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5만명의 반도체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 태국 :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약 4%를 차지한다.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전기차(EV) 허브로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 중이다. ’29년까지 반도체 분야에 5000억 바트(약 150억 달러)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세안으로 향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 말레이시아
인텔(Intel) ’32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페낭 산업단지에 첨단 3D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EMIB 등 여러 칩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며, 말레이시아를 인텔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미국이 수입하는 반도체의 20%를 생산하며, 세계 6위 반도체 수출국에 올랐다.
마이크론(Micron) 최근 페낭에 두 번째 조립·테스트 공장을 신설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말레이시아에 31억 달러(약 4조)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인피니언(Infineon) 페낭에 SiC 전력반도체 제조·패키지 공장을 설립했다.
브로드컴(Broadcom Inc.) 현지 기업 이나리(INARI)를 통해 패키징 및 부품 제조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 싱가포르
뱅가드(VIS) & NXP TSMC 계열사인 두 기업은 ’24년 6월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총 78억 달러(약 10조7,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웨이퍼 제조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뱅가드가 24억 달러, NXP가 16억 달러를 투자하며, 경영은 뱅가드가 맡는다.
브로드컴 싱가포르에서 패키징 및 부품 제조 등 다양한 후공정 사업을 진행 중이다.
▷ 베트남
삼성전자(Samsung) 베트남에서 반도체, AI, 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 중이다. 누적 투자액은 232억 달러에 달하며, 베트남 정부와 협력해 현지 반도체 및 부품 산업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앰코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 박닌성에 10억7,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여, 총 16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조립·테스트 공장을 운영한다.
▷ 태국
KCE Elec(자동차용 PCB), 델타 타이(전기차 모터 및 인버터 조립) 등 일본 자동차 산업과 연계된 전자장비 반도체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 중이다.
『2025 한·말 반도체 협력 세미나 및 비즈니스 상담회』 참가 기업 및 관계자 설명회 (출처 : KOTRA)
『2025 한·말 반도체 협력 세미나 및 비즈니스 상담회』 참가 기업 및 관계자 설명회 (출처 : KOTRA)진정한 ‘게임체인저’ 되기 위한 몇 가지 과제
아세안은 저렴한 인건비, 전략적 지리적 위치,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 급성장하는 내수 시장 등 여러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립·테스트·패키징(ATP)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유치 전략, 세제 혜택, 낮은 생산비용 등을 무기로 반도체 투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중국+1 전략’의 수혜지로 부상하면서, 비교적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인 생산거점을 찾는 글로벌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는 후공정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급성장하는 내수 시장과 전략적 입지 역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아세안은 글로벌 ATP 생산량의 약 30~40%를 차지하며 핵심 후공정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세안 전체 시장은 ’25년 1,096억 달러에서 ’32년 2,12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세안이 진정한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칩 설계나 첨단 제조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진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석·박사급 고급 인력과 기술 인증 인력 부족,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통신·물류 인프라, 지식재산권 보호 미비 등이 산업 고도화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동남아가 ‘제3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가늠할 핵심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韓, 반도체 요충지 말레이와 협력 시동
한편, 우리나라도 세계 6위 반도체 수출국이자 아세안 최대 반도체 허브인 말레이시아와의 반도체 산업 협력에 본격 착수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단(이하 KOTRA)은 지난 6월 16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이하 KSIA)와 공동으로 『2025 한·말 반도체 협력 세미나 및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했다. 이틀간 진행된 행사에는 말레이시아 국제무역산업부(MITI)와 투자개발청(MIDA)도 공동으로 참여하여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위한 공식 채널을 구축했다.
행사 첫날에는 ‘국가 간 회의’(G2G)를 통해 반도체 정책 방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열린 세미나에서는 말레이시아의 「국가 반도체 전략(NSS)」과 투자 인센티브,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망, 공급망 내 말레이시아의 전략적 입지 등이 소개됐다. KSIA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진출 현황을 발표했다. 양국 기관과 기업은 패널 토론을 통해 상호 협력 가능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둘째 날에는 말레이시아 MITEC 전시장에서 1대1 비즈니스 상담회가 열렸다. 국내 소·부·장 및 설계 분야 기업 15곳과 말레이시아 현지 테스트·패키징 전문 기업 간 100건 이상의 수출 상담이 진행되었다. 특히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텔, 이나리(Inari), 옵스타(Oppstar) 등 글로벌 및 현지 핵심 기업들이 참여하여 실질적인 협업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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