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혁신과 기후위기의 해결책 될 수 있을까
新 원자력 시대 주도하는 소형모듈원전(SMR)
전 세계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와 환경문제로 에너지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은 지구온난화 해결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각광 받고 있다. 기존의 화석 연료에 의한 발전소와 비교했을 때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만한 특성과 안전성으로 인해 미래의 에너지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극복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정책적인 과제가 산재해 있으며, 무엇보다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에너지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전 세계적인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정리 편집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외
혁신형 SMR 개념도 (자료: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은 수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저탄소 전력 공급원으로, 전 세계 청정전력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31개국이 400개 이상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약 30개국이 에너지 믹스(Energy mix)1)에 원자력을 도입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모듈식 설계로 비용 최소화하고 안전한 원전
SMR은 기존 원자력발전소처럼 정해진 부지에서 설계와 공사를 하는 게 아니라, 원자로만 공장에서 제작한 다음 필요한 곳으로 배송하여 설치하는 방식이다. 모듈을 결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발전소 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MR은 일반적으로 300메가와트(MWe) 미만의 발전 용량을 갖춘다. 출력 300MW는 최근 지어진 신한울 1·2호기(1400MW)의 약 5분의 1에 불과한 규모이다. ‘소형’이라고 불리지만 생각보다 작지는 않다.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는 받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출력 77MW짜리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포함한 직경 4.6m짜리 원통형 설비에 높이가 약 23.2m로, 아파트 9층에 이르는 높이다.
SMR은 고도의 자동화와 모듈식 설계를 활용하여 생산 및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한다. 신속한 구축이 가능하고, 특정 지역의 에너지 수요에 맞추어 크기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간단하다. 또 자연재해나 기술적 문제로 인한 중단 가능성이 낮아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한다. 전기 및 비전기 응용 분야 모두에 고려되고 있으며, 원자력, 가변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을 결합하여 다양한 사용자에게 탄력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하여 전기 그리드에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MR은 기존의 화석 연료에 의한 발전소와 비교했을 때 훨씬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규모가 작아 원전 폭발과 같은 큰 사고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각각의 모듈이 자체적인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발전 용량이 작기 때문에 원전 폐기물의 양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폐기물 처리 및 관리가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SMR이 기존 원전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설명은 원자로 크기가 작으면서 대부분 자연적으로 냉각되는 피동형 냉각시스템으로 설계될 거라는 점이 그 근거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처럼 전력 공급이 끊어지더라도 노심 손상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고, 설령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이 적을 거라는 논리다. 일체화된 모듈 구조로 제작되면 주요 기기를 연결하는 배관이 줄어들어 배관 손상에 의한 사고 위험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NRC로부터 표준설계 인증을 받은 뉴스케일 SMR 원전 조감도 (제공: 뉴스케일파워)전 세계 80개 이상 개발 중…상용화 4~5개 예상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개 이상의 SMR이 다양한 설계 및 개발 단계에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실제 상용화될 수 있는 것은 4~5개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중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것은 2020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 인증까지 받은 뉴스케일파워의 경수로형 SMR이다. 뉴스케일파워는 이 SMR을 2029년까지 미국 아이다호주에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SMR 장치가 이미 운용되고 있으며, 몇몇 국가에서도 시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사전 라이선스 또는 라이선스 검토를 받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는 이러한 단계를 완료하여 향후 10년 내에 상업 운영에 들어가거나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경제 분야 국가 최고 계획의 과제 중 하나로 해상 부유식 SMR을 선정했고, 러시아는 이미 이를 상용화해 2020년부터 동시베리아 페베크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도 민관이 참여하는 ‘롤스로이스 컨소시엄’을 통해 2035년까지 SMR 10기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2030년 이후에는 마이크로리액터(Micro Reactor)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SMR이 더 많이 배치되고 SMR 시장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유수의 전문기관마다 시장전망은 조금씩 다르지만, 2030년대부터 SMR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캐나다 SMR위원회는 2030년에서 2040년까지 세계 SMR 시장규모를 연간 80GW, 금액으로는 약 13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영국의 롤스로이스사는 2035년까지 65~85GW까지 SMR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NEF는 2040년까지 1,376GW로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SMR 기업 ‘테라파워’도 지난달 미국 내에 첫 SMR 건설을 시작했다. 2030년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 건설 예정이다. 완공된 후에는 2025년에 폐쇄 예정인 케머러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여 25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라파워는 첫 SMR 건설로 경쟁사인 뉴스케일파워를 앞지르는 것은 물론, 러시아나 중국 등의 경쟁사들과 저가 원자로 개발 및 수출 경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빌 게이츠가 추구하고 있는 기술은 물로 냉각하는 원자로가 아닌, 액체 나트륨을 통해 냉각하는 소듐고속냉각로 방식의 SMR 원자로다. 물 대비 끓는점이 8배 높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지만, 나트륨이 공기와 물과 반응하여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 리스크도 있다.
한편, 테라파워는 2008년 설립하여 현재까지 약 10억 달러에 이르는 민간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정부로부터도 최대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 중 한국의 SK와 SK이노베이션이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SMR 기업 테라파워 (출처: 테라파워)韓, SMR 강국으로의 도약 위해 사활 걸어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다목적소형원전(SMART)을 개발해 표준설계 인증을 획득해놓고도 상용화를 안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 세계적으로 SMR 붐이 일자 2021년 가을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형 i-SMR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나섰다. 2022년 5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참여하는 170MW급 i-SMR 기술개발사업이 2023년부터 2028년까지 2747억원의 국가 연구비 지원을 받아 추진 중에 있다. 총 투자금액은 3천992억원에 달하며, 2025년까지 표준설계 완성, 2028년까지 표준설계 인허가를 획득한 뒤 2030년 1호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i-SMR은 미국 뉴스케일파워 원자로의 기술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략 70% 수준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21일(목) ‘2027년까지 원전 설비 10조원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설비 수출 유망 프로젝트 점검 회의>를 열었다. 현재 전 세계 가동 원전은 415기이며, 최근 신규 원전 건설과 계속 운전 확대로 원전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신규 원전 수주뿐만 아니라 원전 설비 수출 활성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방문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일행 (출처: 두산에너빌리티TV 유튜브)루마니아와 원전 협력 양해각서 체결
4월 23일 클라우스 요하니스(Klaus Iohannis) 루마니아 대통령과 세바스티안-이오안 부르두자(Sebastian-Ioan Burduja) 에너지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 및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원전 설비개선, 안전설비, 기자재 공급망, 핵연료, SMR,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을 핵심 협력 분야로 지정하고, 양국 민관이 참여하는 원전산업대화체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루마니아는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 3배 증가를 목표로 하는 ‘Net Zero Nuclear(넷 제로 뉴클리어)’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개선 사업과 SMR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은 MOU 체결 이틀 후인 4월 25일 루마니아 정부 및 발주처 주요 인사들과 경남 창원의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방문했다. 루마니아가 건설 추진하는 SMR 사업을 위한 생산시설을 시찰하기 위해서였다. 루마니아 SMR 사업 발주처인 로파워(RoPower)는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총 462MW 규모의 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77MW급 SMR 6기가 사용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핵심 주기기인 원자로 모듈을 제작, 공급할 예정이다.
방문단 일행은 단조 공장, 원자력 공장을 찾아 뉴스케일파워 SMR 단조소재, SMR 제작 전용 설비 등을 살펴보고 향후 프로젝트 일정을 점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80년대부터 쌓아온 검증된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과 PM-HIP(금속분말 열간등방압성형), 전자빔 용접기술 등 SMR 혁신 기술을 지속 개발하며 제작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뉴스케일파워와 지분 투자를 통한 협력 관계를 맺고 SMR 제작성 검토 및 시제품 제작을 함께 진행해왔다. 2023년 4월에는 미국 뉴스케일파워, 한국수출입은행과 SMR 사업 확대를 목표로 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뉴스케일파워의 아이다호 발전소에 사용될 소재 제작 계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모든 기자재 제작 준비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 SMR 사업은 현재 부지 정비 작업 중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수출입은행과 국제개발금융공사를 통해 약 5조4천억 원(4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 민생토론회 장면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창원·경남, SMR 파운드리 허브로 키운다
정부는 지난 2월 22일 창원에 위치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14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과 SMR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전방위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원전 중소·중견기업 청년 직원과 원자력 전공 대학생, 지역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산업 정상화를 넘어 질적 고도화를 통해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됐다. 2022년 2조 4000억 원, 2023년 3조 원이던 원전 일감을 올해는 3조 3000억 원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일감 계약을 수주하더라도 당장 대금을 받지 못하던 원전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선금 특례’ 제도를 지속 추진한다. 지난해 12월부터 협의를 통해 신한울 3·4호기 보조기기를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계약 즉시 계약금의 30% 이내에서 선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선금 신청에 필요한 보증보험의 수수료도 최대 75%까지 지원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원전기업들에 대한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도 올해 1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2배 늘려 공급한다. 올해부터 시중은행을 통해 2~3%대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1000억 원 규모의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사업(신설)’과 ‘원전기업 특례보증 규모 상향’, ‘원전 수출보증 지원사업’이 신설·포함됐다. 또 원전 분야 세액공제도 대폭 확대하고, 원전 관련 R&D 투자도 확충한다. 정부는 국내 원자력 R&D를 SMR과 4세대 원전 등 차세대 유망기술을 중심으로 혁신하고,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4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i-SMR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년 대비 9배(6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증액했다.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국내 원자력계 역량을 결집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i-SMR을 포함한 다양한 노형(원자로 타입)의 국내·외 사업화에 다양한 민간기업이 참여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업체계와 전략을 연내 마련해 본격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창원·경남을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창원 국가산단은 1982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창원종합기계단지로 입주한 이후 국내 최초의 원전 주기기 국산화가 이루어진 곳이다. 현재까지 국내 모든 원전의 주기기는 창원에서 제작되고 있다.
SMR 원자로 및 돔 내부 구조 (출처: 부산시)부산에 국내 첫 SMR 보조기기 제작센터 선다
부산에는 SMR 보조기기 제작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시는 4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SMR 보조기기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한국기계연구원을 중심으로 부산테크노파크, 한국해양대 산학협력단, 한국원자력기자재진흥협회 등 5개 기관이 모인 협력체가 공모 사업에 도전해 선정됐다.
이로써 부산시와 협력체는 2028년까지 총사업비 295억 원(국비 97억원, 시비 186억원, 민자 12억원)을 투입해 강서구 미음연구개발허브단지 내에 연면적 2664㎡ 규모의 제작지원센터를 건립한다. SMR 보조기기의 핵심 부품은 주로 펌프, 밸브, 너트 등으로 서부산권에 밀집해 있다. 미음허브단지에는 원전부품설비 통합인증센터, 레이저용접 연구센터 등 주요 연구개발기관·센터 13곳이 밀집해 있다. 센터가 건립되면 원전 기업 간 집적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센터를 통해 중소·중견 원전기업의 보조기기 제작기술 개발, 수출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핵심 부품 제작 장비를 구축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제품 제작은 물론 수출 판로 및 매칭을 지원한다. 또 SMR 보조기기 제작기술을 국산화하고, 기계·조선·해양플랜트·수소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SMR 관련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도 개발해 추진한다. SMR 보조기기 통합정보 플랫폼도 구축하여 국내·외 관련 연구센터와 협력 체계를 완성한다. 시는 센터 건립을 통해 SMR 보조기기 생산 ‘세계 5대 강국’으로 진입, 2035년 기준 생산 650억 원, 부가가치 284억 원의 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리원전을 중심으로 원전해체 및 환경복원, 전력 등 관련 산업과 융합할 수 있어 이번 제작지원센터 건립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i-SMR을 활용한 스마트 넷제로 시티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의 ‘스마트 넷제로 시티’발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4월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기후위기 극복의 길, 원자력이 함께 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2024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i-SMR을 활용한 도시 탄소중립 해법을 선보였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SMR을 활용한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 SMR Smart Net zero City)’ 구상을 공개했다.
스마트 넷제로 시티는 SMR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를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도시다. 24시간 안정적으로 경제적 전기를 공급하면서도 대형 원전보다 유연한 출력 조절 기능을 갖춘 SMR과 날씨 등 환경 요인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를 하나의 전력망에 통합한 뒤 산업·주거·상업 시설에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SMR의 전력 생산을 평소보다 늘려 대응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활발할 때는 SMR의 출력을 줄이거나 원자로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일반 전력 공급 외 열원 공급, 수전해를 통한 수소생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SMR이 에너지 수급의 균형에 핵심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국내 2곳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스웨덴 등 해외 5개 지역에서 각 도시의 실제 기후 환경 데이터와 도시 개발 계획을 담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스마트 넷제로 시티가 구현됐을 때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도 에너지 생산 비용을 현재보다 약 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영국 원자력청 SMR 사업에 출사표
현대건설 또한 원자력 분야 글로벌 톱티어 기업 간 다각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영국 SMR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주영한국대사관에서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영국 발포어 비티 및 모트 맥도널드와 각각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 경쟁 공동 참여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영국 원자력청은 원전산업의 부활을 선언하며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 지원 및 2050년 내 원자력 발전용량을 24GW까지 확대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산하 기관이다. 발포어 비티는 다양한 원자력 사업을 추진 중인 영국 대표 건설사이며, 모트 맥도널드는 원자력 분야에서 50년 이상의 경험을 갖춘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이날 업무협약식은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을 비롯해 리오 퀸 발포어 비티 회장, 릭 스프링맨 홀텍 사장, 캐시 트레버스 모트 맥도널드 그룹총괄사장 등 주요 관계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 선정 프로젝트 입찰서 제출, 영국 SMR 배치 최종 투자 선정을 위한 시장 경쟁력 향상, 향후 SMR 최초호기 배치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등에 긴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2021년 SMR 공동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에 대한 협력계약을 체결한 이후, 미국 SMR 최초 호기 설계 등 SMR은 물론 원전해체사업,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22년에는 발포어 비티와 함께 미래원자력활성화기금에 선정돼 영국 원전 활성화를 위한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유럽 SMR 등 글로벌 원전 프로젝트 공동 발굴에 집중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영국 원자력청의 SMR 기술 경쟁 공동 참여에 관한 업무협약식 (출처: 현대건설)환경단체 및 시민단체의 反원전 시위 여전
국내외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가 “SMR이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원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SMR로 대형 원전과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다수의 원자로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안전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자로 크기와 관계없이 사고 확률이 동일하다고 보면, 1400MW 대형 원자로 1개를 활용할 때에 견줘 200MW SMR 7개를 돌려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때의 위험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또 설비들의 크기가 작아지고 일체화될수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검사와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어, 오히려 안전한 운영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SMR이 대형 원전보다 더 많은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한다는 연구결과도 제기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발표에 의하면, SMR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기존 원자로에 견줘 단위 에너지당 최대 5.5배 달한다. 특히 SMR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 독성은 기존 원전에서 나오는 것보다 최소 50%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SMR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부지 선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MR이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는 의견에도 반박한다. 원전은 원자로의 열을 물로 식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취수가 용이한 강가와 해안가에 위치해있다. 미국 신용 평가사 무디스(Moody’s)는 미국 내 원전이 대부분 기후위기로 인해 증가하는 폭염, 태풍 등의 기상 이변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즉 기후위기가 악화할수록 극심한 기상 이변에 노출되어 원전의 취약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원전 6기가 지난해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가동이 정지된 바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 결과, 고리 3·4호기 정지는 강풍을 타고 날아온 바닷물 염분이 전력 설비에 흡착돼 불꽃이 튄 것이 원인이며, 신고리 1·2호기는 송전탑에 설치된 전선이 강풍에 심하게 흔들려 가동정지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2020년 7월 5일, 플로리다주의 터키포인트(Turkey Point) 원전 4호기가 호우로 인해 터빈발전기가 멈춰 원전이 불시 정지됐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터빈발전기의 방수처리 결함과 발전기 코일의 습기 노출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0년 8월 10일, 아이오와주의 듀안 아놀드(Duane Arnold) 원전이 폭풍에 냉각탑이 파손되고 외부원전이 차단되며 불시 정지된 사고도 예를 들었다.
그린피스는 “원전은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과거의 수단일 뿐”이라며 “SMR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민간 투자를 이끌기 위한 과장된 해석에 불과하다”며 탈원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5년 세계원전산업회의가 개최된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벌어진 탈원전 시위 (출처: 그린피스)美 공매도 투자자 “뉴스케일파워 SMR 인증 허구”
미국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 아이스버그 리서치(Iceberg Research)는 2024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뉴스케일파워의 SMR 인증이 허구라고 꼬집으며, 미 당국의 인증을 받은 모델은 과거형이고 상용화 모델은 인증을 못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이미 SMR의 장점으로 꼽히는 ‘건설 기간 및 비용 최소화’의 허상에 대해 기사화한 바 있다. 세계 원전의 절반을 지은 130년 전통의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SMR 선진 기술로 600MWe 규모의 SMR 상용화에 매진하였지만, 경영진은 경제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1000MWe 규모로 용량 증대를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 보글(Vogtle) 원전 등의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잦은 설계 변경과 건설 기간 지연으로 인한 63억 달러(약 7조 원)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기업 매각의 결과를 맞게 되었다.
“SMR의 상용화 가능성을 가장 높였다”고 평가받는 뉴스케일파워 역시 웨스팅하우스의 전철을 밝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웨스팅하우스와 같은 경제성을 이유로 50MWe에서 77MWe 규모로 용량 증대를 시도하고 있다. 1kW당 건설 단가가 2003년 1718달러에서 2020년 8500달러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SMR은 수십, 수백 기를 건설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결국 ‘소형’이 ‘소형’이 아닌 셈이다. 각국과 관련 기업들이 이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IAEA, SMR 및 그 응용에 관한 컨퍼런스 개최
이런 가운데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세계 원전사업 활성화에 반색하며 SMR의 개발과 안전한 배치를 위한 회원국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가속화하기 위해 IAEA는 SMR 및 해당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IAEA 플랫폼(SMR 플랫폼)과 NHSI(핵 화합 및 표준화 주도)를 구축했다. SMR 플랫폼은 기구 전체에 걸쳐 조정된 지원과 전문 지식을 제공한다. NHSI는 정책 입안자, 규제 기관, 설계자, 공급업체 및 운영자를 모아 규제 접근 방식의 조화를 강화하고, 산업 접근 방식의 광범위한 표준화를 강화하여 SMR의 안전하고 안전한 배포를 보장한다.
IAEA는 SMR과 관련된 다양한 글로벌 활동을 조사하고, 새로운 과제와 기회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SMR 및 그 응용에 관한 제1차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1) 에너지 사용량이 하나의 에너지원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아지면서,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여 에너지 수용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 에너지원 중 어느 하나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에너지원의 사용을 늘려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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