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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멀티버스의 세계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3.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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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의 세계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교차하는 순간
영화 <컨텍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의 탄생 이래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스토리의 영화들은 수없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단일 우주를 배경으로 했다면 지금은 다중우주 즉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대세를 이룬다. 이러한 우주는 물질 혹은 입자, 중성자, 양성자 등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전기를 구성하는 전자도 우주를 이루는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다. 1803년 전자가 발견된 후 전기가 발명되고 1905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러한 전자·전기의 발생 원리를 바탕으로 여러 친환경 에너지들이 탄생했고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를 우주, 시간여행, 전자, 중성자, 양자역학 등 일련의 키워드들과 서로 연관 지어 보도록 하자. 친환경 에너지 시대 영화는 우주의 경이로움을 전달하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에게 우주에 대해, 자연에 대해 겸손하도록 당부한다.

정리 편집부 
자료 IBS, 다음영화
영화 <컨택트>. 출처 다음 영화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외계어를 이해하는 순간 만난 미래, <컨택트>
영화 <컨택트>(드니 빌뇌브, 2016 )는 외계인과 진심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역)의 이야기다. 주인공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전쟁이 일어날 위기에서 지구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심지어 자신의 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도 말이다.

감독 드니 빌뇌브는 루이스가 자신의 미래를 본 사실을 마지막에 털어놓는다. 이전까지 영화는 무게감 있게 전개되고 주인공의 내면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그녀가 가진 외계를 대하는 태도에 집중한다. 자연과 진솔하게 소통하려는 인간에게서 느끼는 감동을 전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인간과 외계인이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위기감을 고조시킴으로써 극적인 긴장감도 놓치지 않는다.

루이스와 외계인은 무엇보다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점은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의미다. 시공을 초월한 존재들 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순간은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외계인은 8000년 후 지구인들이 자신들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며 우리 은하계와 다른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에서 묘사하지는 않지만, 8000광 년 떨어진 우주에 존재하는 외계인들이 시간여행을 통해 현재를 바꾸려는 노력하고 있다는 플롯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들을 경험했다. 어떤 영화는 같은 시공간에서 시간여행을 하지만 또 다른 영화는 다수의 은하계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서로 다른 우주를 연결 짓는다. 후자는 전자보다 훨씬 과학적이다.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 출처 다음 영화

또 다른 내가, 나를 구하러 왔다!
지난 1월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 박혁규 연구위원(UNIST 물리학과 교수)과 쯔비 틀러스티 그룹리더(UN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에서 입자들이 쌍을 이루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다. 이 연구 결과는 미시세계에서 관측된 여러 가지 특이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세계에서도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면서 멀티버스를 여행하는 영화 <앤트맨>의 세계관이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논평했다. <앤트맨>의 주인공은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어 여러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

양자역학은 물질을 이루는 최소 기본입자인 원자나 전자처럼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을 다룬다. 그 결과로 여러 물질들의 에너지 작용, 속도와 입자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역학관계 연구를 통해 공간이 휘어서 나타나는 블랙홀, 웜홀, 수평 우주 개념의 멀티버스, 우주를 구성하는 암흑물질, 시간여행 등 다양한 개념들이 탄생했다.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는 물질의 구성 입자들이 뭉쳐지는 독특한 집단현상이 일어나는데, 과학자들은 거시세계에서는 전자와 같은 구성 입자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IBS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가 사는 거시세계에서도 미시세계의 현상이 관찰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세계가 서로 교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세계 또는 우주라고 하더라도 결국 만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마치 서로 다른 존재인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영화 <컨택트>는 서로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루이스는 외계인과 소통하면서 미래를 보게 된다. 그녀는 어떻게 미래를 보게 됐을까. 한 가지 가정할 수 있는 것은 수평적으로 구성된 서로 다른 세계를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여행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수평적인 관계는 낯선 사람을 대하는 루이스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존중하는 태도 때문에 외계인의 이해를 구할 수 있었고 그 혜택으로 미래를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출처 다음 영화

멀티버스 세계를 망치는 블랙 베이글…힘의 충돌
양자역학에서는 또 다른 우주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하나의 우주는 또 다른 우주를 무한히 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는 중국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 역)이 수평적인 우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죠부 투파키라는 존재에 맞서는 영화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에블린은 다른 우주에서 갑자기 찾아온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콴 역)로부터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며 각자가 가진 능력도 모두 다르다. 에블린은 위기의 순간마다 이질적인 행동을 통해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서 필요한 능력을 끌어오며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동시에 수많은 다른 삶을 사는 자신을 보게 된 에블린은 가족과 화해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멀티버스를 구해낸다.

<에에올>은 일종의 힘의 충돌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죠부 투파키는 자신의 질리게 하는 모든 것들을 넣어 블랙 베이글을 만들었다. 그 안에서는 모든 것들이 부질없어진다. 따라서 삶을 낭비했다는 고통과 죄책감도 없어지며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

우주에는 무수한 힘들이 존재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사람의 세상도 이와 같아서 인간 존재는 저마다의 독특함 힘을 갖고 있다. 에블린과 남편 그리고 딸 조이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험난한 삶 속에서 투쟁을 지속해왔지만, 지금은 모두 지칠대로지친 상황이다. 세 가족 중 가장 강한 사람은 웨이먼드다. 조이는 젊은 청춘들의 고된 현실을 모두 짊어진 듯 휘청대고 부모세대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조이는 스스로 죠부 투파키가 되어 블랙 베이글을 만들었다.

에블린은 웨이먼드와 다른 투사다. 악착같이 일하며 조이를 극단으로 몰아쳤으며 남편에게도 불친절하고 손님들과도 관계가 좋지 못한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녀는 멀티버스로부터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고 특히 조이가 영원히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다른 우주에 사는 수많은 자신을 발견하고 블랙 베이글 앞에 서지만, 제3의 눈을 이마에 붙이고 나서야 새로운 삶을 사는 방법을 찾아낸다. 남편 웨이먼드의 가장 큰 무기이자 전략·전술인 ‘친절함’을 그 방법으로 선택한다. 바보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이것이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에에올>은 모든 것을 때려 넣은 잡탕 같은 영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비록 그것이 미국적일지라도 말이다. 친절함도 일종의 힘이자 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입자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한 장면.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한 장면으로 블랙 베이글 모습. 출처 다음 영화

다른 존재들과 상호작용 없는 암흑물질, ‘액시온(Axion)’
<에에올>은 양자역학의 힘-관계를 영화적으로 풀어냈다는 해석이 아마도 적합할 것이다. IBS는 지난 2월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액시온(Axion)’을 찾는 가장 정밀한 실험 설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 연구팀은 미국 워싱턴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통일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액시온 암흑물질 탐색 실험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암흑물질은 우주를 채우는 미지의 물질로 다른 물질들과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발견하기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빛(광자)으로 변하는데, 이를 단서로 1989년부터 전 세계에서 액시온 탐색 실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대통일 이론에 기반한 DFSZ 액시온 탐색의 경우 실험의 난이도 때문에 미국 워싱턴대의 ‘ADMX(Axion Dark Matter eXperiment)’국제 공동 연구 실험이 유일했다.

IBS 연구진은 지구자기장의 30만 배에 이르는 12T(테슬라)의 자석을 설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실험 매개 변수들을 최첨단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세계 두 번째로 DFSZ 액시온 탐색 실험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ADMX 8T의 자석을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자연계에는 중력, 전자기력(전기를 띤 핵과 전자를 결합해 원자를 구성하는 힘), 강력(핵 속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힘), 약력(핵의 붕괴와 융합에 관여하는 힘) 등 총 네 가지의 힘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원래 힘은 하나였는데, 빅뱅 때 네 가지로 분리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표준모형은 약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힘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여기에 강력까지 합치는 것을 ‘대통일 이론(GUT)’이라 한다. 중력까지 합쳐서 모든 힘이 통일을 이룬 경우가 ‘모든 것의 이론(ToE)’이다.
학계는 빅뱅 때 물질과 반물질이 만들어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질만 남았다고 본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물질-반물질 비대칭의 우리 세계와 ‘거울 세계’의 물리법칙 차이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액시온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안된 입자다. 동시에 우주를 채우는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일 가능성도 있다. 액시온의 발견은 현대물리학의 두 가지 난제를 풀 해답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란색 선은 DFSZ 액시온 모델에서 예측하는 값과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CAPP-12TB 실험이 얻은 값의 비율로 그 값이 1 이하면 해당 주파수 대역에서 액시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삽입된 그림의 빨간색 부분은 미국 ADMX 연구팀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탐색하여 제외된 구간이며, 파란색 부분(This Work)은 이번 연구에서 탐색 및 액시온의 존재 가능성이 제외된 구간이다. 출처 IBS

액시온이 자연적으로 붕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50초다. 이는 우주의 나이(138억 년)보다 긴 시간이다. 붕괴를 기다릴 수는 없기에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액시온을 찾는다.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반응하면, 광자 한 개를 내놓는다. 광자는 공진기를 빠져나오며 전기신호로 바뀌는데, 이 전기신호를 읽는 방식이다. 원통형 통인 공진기의 내부 빈 공간이 클수록, 자기장이 강력할수록 액시온 검출 확률이 높아진다.

일부 과학자들은 모든 화학적인 상태를 거치고 영원히 존재하는 유한한 우주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이 우주가 수가 무한하게 많다면 우리의 복제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한한 우주의 입자 배열 패턴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 <에에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블랙 베이글로 들어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주에서도 일어나는 입자들의 상호작용과 그로 인한 에너지도 느낄 수 없다. 하나의 광자를 찾기 위해서는 지구자기장의 30만 배에 이르는 힘을 가해야 한다. 그만큼 탐색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모든 것을 빨아들여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블랙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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