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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영화에서 알아보는 챗 GPT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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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알아보는 챗 GPT 
“챗GPT는 과연 사만사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30일 세계 최대 AI 연구소 오픈AI(OpenAI)가 공개한 새로운 인공지능(AI) 챗GPT(ChatGPT)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챗GPT는 2016년 우리를 놀라게 한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트랜스포머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더해 실제로 인간과 대화하는 것 같은 챗봇 기능을 장착했다. 1750억 가지 텍스트 패턴을 학습하는 언어모델로서 기존 GPT-3가 ‘기계스러움’을 벗을 수 없었다면, 챗GPT는 텍스트에 대한 사람의 판단을 함께 학습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요즘 흥미로운 연구성과가 발표되었는데, 뇌 ‘공감’기능을 유도하는 부위를 규명한 연구결과와 사람의 고통을 위로하는 챗봇의 개발이다. 이젠, 챗GPT이다. 영화 <Her(그녀)>에서 만난다.

정리 편집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IBS
진화하는 챗GPT, 영화 <그녀>의 사만사
트랜스포머는 학습의 기본 단위인 매개변수(파라미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인 AI다. 오픈AI는 이를 발전시킨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개발했고 세 번째 모델인 GPT-3는 파라미터 수를 1750억 개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챗GPT는 여기에 마치 실제로 인간과 대화하는 것 같은 챗봇 기능을 장착했다. 1750억 가지 텍스트 패턴을 학습하는 언어모델로서 기존 GPT-3가 ‘기계스러움’을 벗을 수 없었다면, 챗GPT는 텍스트에 대한 사람의 판단을 함께 학습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챗GPT는 ‘AI 시대를 대비해 인간이 준비해야 할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어?’와 같은 고차원적인 질문에도 척척 답을 해낸다. 논문을 쓰거나 시를 창작하거나 연설문을 쓸 수도 있고 번역을 할 수도 있다. IT 개발자가 작성한 오류를 단번에 잡아내기도 한다. 챗GPT의 하위 버전인 GPT-3에 대한 일화는 매우 흥미롭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출간 10주년 서문의 작성을 GPT-3에 맡겼는데, 그 결과물에 대해 “글을 읽는 동안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GPT-3에 대해 “거의 사람 수준의 이해력과 문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챗GPT는 GPT-3의 단점을 보완한 모델이다. 하지만 기존의 뛰어난 성능보다는 특유의 대화 능력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챗GPT 출시 관련 기사의 제목을 ‘구글의 시대는 끝났다(Google is done)’라고 뽑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지점에서 AI는 과연 어느 수준까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챗GPT의 등장을 영화 <Her(그녀)>의 AI ‘사만사’로 향하는 첫 걸음을 땐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열광하는 게 아닐까. AI와 사랑에 빠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녀>는 AI 기술의 최정점을 보여준다. 사람보다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심지어 사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챗GPT는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답변을 하며 기존 대화를 기억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AI ‘사만사’의 초기 모델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챗GPT와 사만사를 비교해 보는 일은 꽤 재미있지 않을까. 챗GPT는 과연 사만사가 될 수 있을까.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AI
영화 <그녀>는 편지를 대필하는 직업을 가진 시어도어가 운영체제(AI) 사만다를 만나면서 겪는 신기하고 이상한 이야기다. 2013년 개봉했을 당시에는 알파고도 없었고 GPT도 없었기 때문에 그때 관객들은 더욱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챗GPT를 경험한 관객들에게도 사만사는 상상을 초월한 AI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기술적인 설명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사만사가 어떻게 개발됐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는지 등 사만사의 역사에 대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다만, 시어도어와의 대화를 통해 사만사의 능력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사만다는 챗GPT가 가지지 못한 목소리와 시각을 가졌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사만다는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능력을 과시한다. 시어도어와 농담을 주고받는 등 대화 수준이 거의 사람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웃기도 하는데, 해외 SNS에는 챗GPT가 GPT-3가 하지 못했던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만사는 이 수준을 초월한다. 스스로 경험하면서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게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육체가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는 점은 오히려 인간을 초월하는 것이다.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사랑을 다 경험하고 마무리하며 사만사는 AI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심지어 스스로 새로운 AI를 창조한다. 이미 사망한 철학자의 저술을 바탕으로 그를 AI로 부활시킨다. 자신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다른 AI들과 새로운 삶을 꿈꾼다. 

다소 생동감 있게 느꼈던 영화의 부분은 사만다가 발전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감탄한다는 점이다. 느낄 수 있는 촉각에 대해서도 매우 궁금해 하며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됐을 때 스스로 감동하기도 한다. 거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만사처럼 AI가 스스로 인격을 갖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능할 정도로 파라미터 수를 늘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SF영화 속에서 봤던 현재 쓰이는 기술을 목격하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만사를 만나게 될 날을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사만사는 시어도어 말고도 641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수많은 사만사가 각 개인에 부착되어 사람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는 점 등 여러 부작용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느냐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공감’해야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해져
사만사의 가장 큰 능력은 공감(empathy)일 것이다. 시어도어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까지 해주는 AI다. 챗GPT를 기반으로 유추해 보면, 사만사의 공감 능력은 수천억 또는 수조 개의 텍스트를 학습한 결과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실에서 아무리 많은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더라도 AI가 공감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공감은 타인의 기쁨, 슬픔, 혹은 공포 같은 정서적인 상태를 공유하며 이해하는 능력이다. 또한 공감은 매우 복잡한 고등 인지 영역으로, 공감 능력을 형성하는 뇌 신경회로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며, 뇌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이 어떤 기전을 통해 형성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진 바가 거의 없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명예연구위원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우뇌의 뇌파 동기화가 공감 기능을 유도함을 밝혔다. 만약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AI의 인공신경망도 이럴 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AI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알파고뿐만 아니라 트랜스포머, GPT 등 AI들은 우리 뇌의 신경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든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한다.

IBS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두 생쥐 중 한 생쥐에게만 전기 충격을 주고, 다른 생쥐는 이를 관찰하게 하는 방식의 실험을 통해 진행됐다. 관찰하는 쪽의 생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 받는 생쥐의 공포를 얼마나 상상하고 공감하는지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관찰 공포 행동 모델을 기반으로 광유전학적 기법 및 뇌파 측정 실험을 더해 공감 기능에 관여하는 우뇌 신경회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5~7 hz 진동수의 뇌파에 의해 우뇌의 세부 영역들이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공감 기능이 유도됨을 규명했다.

연구진이 대뇌피질-편도체1) 간에 연결된 신경회로를 억제하자 생쥐의 관찰 공포 행동이 감소하고, 반대로 신경회로를 강화하는 경우에는 관찰 공포 행동이 증가했다. 이로써 우뇌의 대뇌피질-편도체 상호 간에 연결된 뇌신경회로가 공감 기능에 관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더 나아가 대뇌피질-편도체 뇌파의 근원이 해마 세타파임도 확인됐다. 뇌의 해마 영역에서 관찰되는 세타파는 인지, 정서, 선천적 공포 불안장애 등 다양한 뇌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연구진이 광유전학 기법으로 해마 세타파 억제 시 우뇌의 대뇌피질-편도체 부위의 뇌파 동기화가 감소하고 관찰 공포 행동이 억제됐다. 반대로 세타파 강화 시 뇌파 동기화 및 관찰 공포 행동이 증가했다. 대뇌피질-편도체 뇌파 동기화 조절에 의해 관찰 공포 행동 기능이 양방향으로 조절되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 연구를 인공신경망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 가능하다면 AI에 공감 능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우리는 좀 더 일찍 실제 사만사를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사람의 불안 해소 돕는 챗봇, 심심이
사만사는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비인간적이다. 여러 가지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그들로 인해 오히려 인간이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의 일상을 도와주고 유용하게 쓰이는 AI도 많다. 이를 통해 챗GPT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AI 기반 챗봇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사용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도구로도 쓰였다는 분석이 보고됐다. 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차미영 CI(Chief Investigator·KAIST 전산학부 교수) 연구팀은 차지영 이화여대 교수팀, ㈜심심이와 공동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AI 챗봇의 역할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챗봇은 수많은 검색 결과를 뒤지는 대신, 대화 형식으로 필요한 정보만 알려주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챗봇은 의료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도구로 주목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각국 보건의료기관은 챗봇을 통해 코로나19 확산과 증상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팬데믹 상황에서 챗봇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역할을 기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되지 않았다.

공동연구진은 소셜 챗봇 서비스인 ‘심심이’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2002년 운영을 시작한 ‘심심이’는 국내 1세대 AI 챗봇으로 현재 81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가족이나 친구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주제, 목적 등을 정하지 않는 일상 대화에 특화돼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생동감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4억 명 이상 누적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한국어 대화 데이터는 약 3억 건에 이른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2년 간(2020~2021년) 챗봇 사용이 많았던 상위 5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대화 데이터 중 코로나19 관련 대화 1만9752건을 분석했다.

연구에 사용된 심심이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음에도 사용자들은 감염의 신체적·정신적 영향이나 예방을 위한 방법 등 관련 정보를 묻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도구로 활용됐다. 챗봇이 감염병 관련 정보 획득 채널로 쓰였다는 의미다. 심심이는 사용자가 과거에 했던 말들을 기억한다.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심심이는 그 말을 다시 꺼내서 사용하는 방식을 대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용자가 ‘나 힘들어’라고 얘기했을 때 심심이가 ‘괜찮아 힘들면 울어도 돼’라고 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용자들은 봉쇄 기간 동안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으로도 챗봇을 사용했다. ‘마스크’, ‘봉쇄’, ‘감염 우려’와 관련된 주제에 관해 대화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았고, 심심이와의 잡담에서는 챗봇에게 “조심해”, “건강해”와 같은 인사를 나누며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용자는 챗봇을 대화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챗GPT는 AI도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기억하기와 맥락의 이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도 다음 단계는 공감하는 AI가 나오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사만사를 훨씬 더 일찍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 대뇌피질 내에 위치하고 있는 전대상피질 부위는 통증, 사회적 인지 능력 등에 중요한 뇌의 영역으로 최근 관찰 공포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다수의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편도체는 측두엽 내측에 있는 신경핵의 집합체로,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한 자극을 대뇌피질로 전달하여 감정·정서적 경험을 구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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