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역사 뿌리 찾기 위한 신호탄
전기협, 대한민국 최초 전기발상지 점등식 개최
한국의 전기 품질은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저렴한 편이어서 언제 어디에서든 부담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싸고 품질이 좋은 전기는 한국에서 반도체와 중화학공업 등이 발전하는 기반이 되었고, 전기의 역사는 한국 경제발전과 맥을 같이해 왔다. 대한전기협회와 문화재청은 고증을 통해 이러한 전기역사를 복원하고, 그 의미를 기리는 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
정리 이창호 기자
자료 대한전기협회, 문화재청

국내 최초의 전기발전소 터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5년 경복궁 영훈당 권역 발굴조사 결과, 전기등소(電氣燈所)의 위치가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의 북쪽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기등소는 1886년 완공돼 1887년부터 전등을 밝히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기를 생산하던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발전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炭庫)와 발전소 터 등 당시의 유구가 확인됐다. 이와 함께 아크등(arc lamp)에 사용했던 탄소봉,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관련 유물도 출토됐다.
이에 대한전기협회와 문화재청은 전기역사 속에 담겨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재조명하고, 경복궁 전기발상지 고증·재현과 복원,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업무 협약식은 5월 17일 경복궁에서 서갑원 대한전기협회 상근부회장과 정성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 등 내빈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협약은 한국 최초 전기발전 터인 전기등소의 체계적인 고증·재현·복원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인 전기역사를 주제로 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관광자원 활용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무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최초 전기발상지인 경복궁 건청궁 일대에 전기에 대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전등을 재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초의 전기발전 터인 경복궁 영훈당 권역에 전기등소를 복원하고 전시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다. 전기협회는 130여 년이 넘는 전기역사를 확립하고 객관적인 사료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책 판단의 기초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전기역사서 편찬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초 전기발상지 점등 행사 개최
업무협약식이 열린 이날, 협약의 성공적인 이행과 함께, 최초의 전기발상지 재조명에 대한 전기인들의 염원을 담은 행사로 ‘대한민국 최초 전기발상지 점등 행사’가 경복궁 건청궁과 향원정 일대에서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현빈 한국전력 경영지원 부사장, 김호빈 한국중부발전 사장,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박지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김선복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회장, 백남길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 곽기영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전기계 주요 인사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은 행사용으로 제작된 전등을 밝히는 전등 제막식에 참석한 후, 취향교를 넘어 전깃불로 인해 환하게 빛나는 향원정을 거닐며,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되짚어보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5월 18일(수)부터 5월 29일(일)까지 개최되는 ‘2022 경복궁 별빛야행’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가 점등됐던 건청궁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며, 전기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전기협회 측은 “경복궁의 점등은 기름 등불에서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전기를 사용한 전등으로 바뀌게 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전환 사건”이었다면서,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혁신과 개혁의 역사적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 최초 전기등소의 발굴과 복원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전력사의 과거를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며, “앞으로 전기·에너지산업계의 뜻을 모아 문화재청과의 협력과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해 전문가들의 고증을 잘 다듬어서 역사의 흔적이 충실히 채워지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측은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과 협업 체계를 구축해 문화재 복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전기역사
한국의 최초 전기점등은 1887년 경복궁(景福宮) 건청궁(乾淸宮)에서 일어났다. 대낮같이 밝은 이 불을 처음 본 사람들은 도깨비불, 물불, 건달불이라고 불렀다. 한자로는 등잔불과는 다른 새롭고도 이상야릇한 불이라는 뜻으로 ‘묘화’(妙火)라고 썼다. 한국의 최초 전기점등은 에디슨이 탄소선전구를 발명한지 8년 만의 일이었다.
건청궁의 전등소(電燈所)는 궁중 전기등 점등계획에 따라 조선정부가 1884년 9월 4일 미국 에디슨전등회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에 발전설비와 전등기기를 발주해 1887년(고종 24년) 초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發電所)다.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인 발전소를 당시에는 전등소 또는 전기소(電氣所)라고 일컬었다. 이는 영어의 ‘Electric light plant’를 뜻하는 ‘전기등기관소’(電氣燈機關所)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초기의 발전은 보일러에서 발생시킨 증기로 엔진을 회전시킨 다음, 엔진의 플라이휠에 벨트를 걸어 다이나모의 전기자를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한 기전시스템이었다.
조선은 1898년 1월 18일 본격적인 전기사업을 위해 한성전기주식회사(漢城電氣株式會社)를 설립하고, 그 이듬해 4월 10일 종로에 거리조명용 첫 민간전등이 켜졌다. 당시 사람들의 전등에 대한 생각을 빌리면, ‘수만의 전등불이 사람 없는 거리(종로)를 비추면 어떤 몽환경 같이 아름답고 찬란’하다거나, ‘천만촉의 휘황 전등불과 아울러 불야성(不夜城)을 이룬 것을 볼 때 실로 별천지에 들어선 느낌’(별건곤(別乾坤), 1929년 9월호)이라고 한 것처럼, 환히 비추는 거리의 가로등,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상점 내 진열장의 화려한 조명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활을 창조하며 근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전깃불이 켜진 건청궁은 1909년 일제강점기에 훼손되는 수난을 겪었다. 한일합병 후 조선총독부는 시정오년(施政五年) 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 개최와 1935년 박람회(博覽會)를 개최하기 위해 건청궁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건물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총독부미술관을 세우는 정책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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