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울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경기도 가평의 호명산虎鳴山에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발전소가 자리한다. 1980년 4월에 준공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첨두 부하 전원으로 우리나라 전력 계통 안정화에 기여해 온 '청평양수발전소'가 그 주인공이다. 청평양수발전소는 1980년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부존 자원이 빈약한 국내 현실에서 정부의 대체 에너지 활용을 위한 장기 전원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했다. 총 공사비 689억 원, 연인원 95만 명을 동원해 당시로서는 국내 최대 토목 공사였다. 험난한 공사 과정에도 1호기는 1979년 11월에, 2호기는 1980년 2월에 각각 상업 운전을 개시해 당초 예정 공기를 5개월 앞당겼다. 많은 사람의 땀과 희생으로 준공한 역사의 현장은 지금 완연한 봄기운에 둘러싸인 호명산에 고즈넉이 안겨 있다. 그곳으로 초대한다.
글 전화영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취재 협조 한국수력원자력 청평양수발전소 (070)4000-7035 www.khnp.co.kr

[1] 지하 발전소로 들어가는 터널앞. [2] 1332m 터널을 통과해야 지하에 축조한
발전 설비에 다다른다. [3] 주요 발전 설비. [4] 옥외 변전소에 설치한 반사광은
태양을 따라 움직이며 자연채광을 모은다. 이렇게 모은 빛은 굴절을 이용해
지하 발전소를 밝힌다. [5] 청평양수발전소는 전력수요가 많을 때나
전력 계통 사고 시 요긴한 전력을 생산한다.
난공사 딛고 준공한 국내 최초 양수발전소
양수발전소는 발전 특성상 지형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상부와 하부에 각기 저수지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하고 낙차도 충분해야 한다. 전력 수요가 낮은 주로 심야 시간대 잉여 전력을 이용해 하부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필요시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양수 발전의 원리 때문이다.
청평은 서울 인근에 위치해 부하 중심에서 가깝고 청평댐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 호명산 해발 500m 지점에 상부 저수지를 축조할 수 있는 분지가 있어 양수발전소 건설에 제격이었다. 유효 낙차 473m로 발전 용량 400㎿(200㎿×2)인 청평양수발전소는 그렇게 태어났다.
청평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가장 어려웠던 작업으로 경사 48도의 수압 철관 터널 공사를 꼽는다. 청평양수발전소 관계자는"인공 담수호인 상부 저수지와 지하 발전소를 연결하는 길이 732m의 수압철관 터널을 만들기 위해 급경사 굴착 공사법을 도입했다"라며, "산 아래에서 정상 방향으로 터널을 뚫고 올라가는 난공사였음에도 터널 상단과 하단의 오차가 불과 6㎝밖에 나지 않아 세계 토목 공사 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라고 전했다. 당시 알려진 외국 사례에서 오차가 1m 정도였으니 국내 측량 기술의 우수성을 알린 시공이라 하겠다.
청평양수발전소는 수도권의 전력 사업 홍보 발전소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중 지하 발전소가 견학 코스로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양영호차장은"주요 발전기기가 지표면으로부터 지하 350m에 축조돼 1332m나 되는 터널을 통과해야만 만나볼 수 있다"라며, "견학자를 태운 출입 차량이 지하 발전소를 빈번히 오가는 통에 매연이며 소음으로 말미암아 업무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본관과 지하 발전소를 왕복 운행하며 발전 설비 점검과 순찰 전용 차량으로 전기자동차를 이용한다.

청평양수발전소 건설 발자취. 총 공사비 689억 원, 연인원 95만 명을 동원했으며,
당시 건설 과정에서 8톤 트럭 11만 대 분의 흙이 나온 대규모 공사였다.
1980년 4월 16일 가평군 가평읍 복장리 현장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최규하 전 대통령이 발전소 건설 공로를 치하하며 유공자 포상을 수여했다.
전력 저장고, 양수 발전
양수 발전은 기동성이 뛰어나 급격한 전력 수요변동에 신속히 대응할 뿐 아니라 주파수 조정 능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특징은 예비 전력 확보로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신뢰도 향상에 일조한다. 한편, 발전소 가동은 일정한 용량으로 계속 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대용량의 기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잦은 출력증감은 기기 수명 단축과 효율 저하 등을 야기한다.
때는 바야흐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서 원자력 시대 개막을 알리던 시기였으니, 심야 잉여 전력을 이용해 양수하는 청평양수발전소는 기저 부하를 담당하는 발전소의 이용률과 열효율 향상에 기여했다.
2000년도 초반까지 10% 이상이던 양수발전소 이용률은 심야 전력 수요 증가, 기저 발전 설비 증가둔화 등으로 5% 내외로 떨어졌다. 급기야 양수발전소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사람들이 '애물단지'라는 꼬리표를 달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9·15 대규모 정전 사태라는 위기 상황에서 양수발전소가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경제성 논리를 따지기 이전에 전력 저장고로서 양수발전소 역할에 주목하면서 잉여 전력으로 양수하던 것을 이제는 비상시를 대비해 상부 저수지에 상시 물을 저장하게 됐다.

[1] 홍보관 2층에서 바라본 호명호 전경. 호명호는 면적 15만㎡에 저수량
267만 7000톤이다. [2] 호명호 방문객에게 이색 즐거움을 주는 수면 부유형
태양광 발전 설비 ' 하늘거북이'. [3][4] 성수기에 하루 평균 방문객 1000명 이상이
찾는 홍보관은 양수 발전을 비롯한 전력 산업의 이해를 도와준다
가평 8경 중 한 곳인 호명호
청평양수발전소는 가평군의 요청에 따라 2008년 7월 1일부터 상부 저수지인 호명호를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매년 10만 명 이상 방문하는 이곳은 경관이 수려해 가평군이 정한 8경에 속한다. 청평양수발전소는 방문객에게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이바지하고자 거북 형상의 수면 부유식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이 '하늘거북이'는 높이 3m, 길이 18m, 너비 10m 크기에 발전 용량은 5.2㎾(태양광 모듈 215W×24장)다.
하루 6시간 기준으로 최대 30㎾h 전력을 생산해 호수 주변 가로등을 밝히는 데 사용한다.
호명호 둘레를 따라 걷다가 송전 전압 154㎸를 상징하는 계단 154개를 오르면 준공탑과 홍보관이 보인다. 높이 17.5m의 준공탑은 국내 최초로 건설한 양수발전소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홍보관은 호명호 개방으로 방문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부만 새롭게 수리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1층은 전시물을 설치해 양수 발전을 비롯한 전력 산업을 소개하고, 2층은 호명호와 주변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청평양수발전소는 30년 이상 축적한 발전 운영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생산에 힘쓰는 한편,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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