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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문턱까지 간 9 · 15 정전 사태, 한전과 전력거래소 통합 급물살

  • 편집부 기자
  • 입력 2011.11.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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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거래소는 9월 15일 선先순환 정전 실시에 이은 후後보고 격으로 ", 전력 공급 능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9월 15일 15시부터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 정전을 시행 중이다"면서, "전력 공급 능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원인은 하절기 전력 수급 기간이 지난 상태에서, 발전기 계획 예방 정비(834만㎾)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이상 고온에 의해 오늘 14시 이후 계획 대비 수요가 320만 ㎾급속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라고 발표했다. 순환 정전은 기습 그 자체였으며, 그로 말미암아 사회는 온통 혼란에 휩싸였다. 9 · 15 정전 사태는 이상 고온과 수요 예측의 실패라기보다 전력 관리 주체의 무사안일이 낳은 명백한 인재였다.

 

 

 

수도권 190만㎾, 강원 20만㎾, 충청 75만㎾, 호남 60만㎾, 영남 155만㎾ 등 656만 호 정전. 비상발전기가 없는 16개 산업단지 5775개 입주업체 생산 라인 정지(중소기업 4588개 업체), 승강기 갇힘 사고 1907건에 2905명 긴급 구조, 7개 병원 수술실 멈춤, GOP · 레이더 기지 등 124곳 군軍시설 마비 … 9월 15일 15시 11분부터 19시 56분까지 순환 정전 시행에 따른 피해다.
이번 정전으로 인한 파장은 정치권에서 대통령의 사과와 지경부 장관의 사퇴, 전기 관련 산하 기관 책임자의 문책 등을 요구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 뿐만 아니라 10년간 답보 상태에 빠진 전력 산업 구조 개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재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면 왜, 9 · 15 정전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것일까.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정전율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이번 사태처럼 수백만 가구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에 그 충격이 더욱 크다. 하지만 충격을 더욱 배가시킨 것은 정전 원인을 둘러싼 책임 전가와 투명하지 못한 정부와 전력 당국의 태도다."

 

 

 



[1] 지경위 의원들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최중경 장관.
[2]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답변할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3] 취임식 전 국감장에 선 김중겸 한전사장.
[4] 9월 23일 국감에 출석한 한전 임직원과 6개 발전사 사장들.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관행적 전력 예비력 조작

 

"어제 15시경 이상 고온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발전소 정비로 인한 공급 능력 감소가 겹쳐 순간적인 과부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수요 부문은 대구지역 등이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함에 따라 전력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약 326만㎾를 초과했습니다. 공급 부문은 하계 전력 수급비상 기관 중앙 재정비를 추석 연휴 이후로 보류했던 약 25기 890만㎾ 상당의 발전소가 정비 실시 중에 있었습니다.
어제 15시 현재 순간 예비력이 149만㎾까지 강하함에 따라 비상 조치가 실시되었습니다."

- 9월 16일 지경위 긴급 현안 보고에서
지경부 정재훈 에너지자원실 실장.

 

정전 사태 당일 전력거래소에서 최대 전력 수요를 6400만㎾로 예측했으나, 6720만㎾까지 올라가 전력 예비력이 148.9만㎾까지 떨어지자 최고 심각(RED) 단계인 단전 조치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전력 수급 경보 체계는 전력 예비력에 따라 관심(Blue : 300만~400만㎾), 주의(Yellow : 300만㎾ 미만), 경계(Orange : 200만㎾ 미만), 심각(Red : 100만 ㎾ 미만) 단계로 구분한다. 그러면 왜, 전력거래소는 당일 15시 11분 예비력 148.9만㎾(한전 300만㎾로 파악)인 상태에서 부하 조정이 필요한 긴급 상황일 때 발령하는 심각 단계 조치를 취한 것일까.
국회 지경위 9월 16일 긴급 현안 보고와 9월 19일 지경부 국감의 초점은 9 · 15 정전 사태에 맞춰졌다. 전력거래소(148만㎾)와 한전(300만㎾)의 전력 예비력 차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9월 16일 강창일 의원(민주당)은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하고 실제(내부) 자료하고 달라서 150만㎾정도 차이가 났고, 다음으로 가동되지 않은 3개 발전소 공급량 125만㎾를 공급 수요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라며 예비력 허위 조작설을 처음 제기했다. 김영환 의원(민주당, 지경위위원장)도 "(발전기)고장 · 정비까지 포함한 공급능력은 6743.9만㎾인 반면, 실제발전량은 6626.4만㎾였기에 오차가 117.5만 ㎾ 생겨 예비력 148.9만㎾에서 117.5만㎾를 빼면 실제 예비력은 31.4만㎾밖에 없어 순환정전을 실시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해 김우겸 (당시)한전사장직무대행은 "양수발전소가 수량 고갈로 가동을 중지함에 따라 예비 전력이 줄어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원래 공급 능력은 대기 온도를 25도 기준으로 해서 잡는데, 어제 30도를 넘었기때문에 공급력에 있어 다소 감소돼 나왔다"라고 답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예비 전력이라고 보고 된 360만㎾ 가운데 2시간 이내에 쓸 수 없는 202만㎾를 빼면 148만㎾가 남는데, 이것은 당초 30도 기준으로 계획됐기에 당일 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가 또 117만㎾가 빠진다"라고 답했다.
최 장관은 9월 18일 순환 정전 사태 관련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발표에서 "정전 사고 발생 전에 전력공급 능력과 관련해 허수 계산이 있었고, 발전기가 처음 예열 상태를 거쳐 발전 상태로 돌아가려면 약 5시간 동안 예열해야 하는데 전력거래소가 예열 조치 지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공급 능력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지경부 책임 소재 확인 1차 조사 결과 | 전력거래소는 정전 당일 사용하기 곤란한 전력 공급량을 사용 가능한 예비 전력량에 포함해 지경부에 허위 보고하여, 관계 기관의 긴급 공조 차질 초래.

 

지경위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9월 19일과 23일 국감에서 전력 관리 3주체인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가 정전 사태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해 한다며 일제히 비난을 쏟아 부었다. 박 진 의원(한나라당)은 "주무 부처 장관의 해명은 왔다 갔다하고, 관련 기관들의 입장은 상반되고, 심지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까지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진표 의원(민주당)은 "대한민국 전체가 블랙아웃으로 갈 뻔했다"면서, " 지경부는 허위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그처럼 허위 보고를 서로 주고 받았다면 명백한 범죄 행위이기에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요청하겠다"라고 밝혔다.

 

 

지경부, 한전 · 전력거래소 통합 검토 중
9 · 15 정전 사태는 전력 산업 구조 개편에 따른 전력 시스템 분리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른 효율성 위주 정책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정식 의원(민주당)은 "전력거래소와 6개 발전사에서 제출받은 통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전 당시 기관 간에 협조한 것이 아니라 거짓말과 비협조로 일관하며 사태를 더욱 키웠다"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의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라 당일 언제 어떤 경보를 내렸느냐"는 질문에, 염명천 이사장은 "13시 20분 관심 단계를, 14시 20분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라고 답했다. 반면, 조 의원의 "전력거래소로부터 수급 경보를 통지 받았느냐"라는 질문에, 한전과 발전사는 "(통보를) 못 받았다"라고 답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조 의원은 "당시 거래소의 부풀려진 예비력은 13시 20분에 501만㎾였고, 14시 20분에 392만㎾였기에, 당연히 한전이나 발전사가 이해못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당일 발전소와 거래소 정보 비대칭 사례(13시 45분)
○○화력발전소(전화) → 전력거래소(수신)
○○화력 : 지금 발전 예비율이 5%대여서 … 아침에 예상치는 10%인데, 무슨 일 있나 해서요.
거래소 : 네, 부하가 많이 떴어요.
○○화력 : 그러면 지금 5%를 유지할 건가요?
거래소 : 네, 지금 방법이 없어요.
○○화력 : 네, 잘 알겠습니다.

 

당일 한전과 거래소의 정보 비대칭 사례(14시 55분)
한전 수급계획팀(전화) → 수요개발팀(수신)
거래소 : 배전선로 긴급 부하 차단 시행 예정 통보
한전 : 지금 예비력이 4000㎿ 수준인데 시행 이유?
거래소 : 주파수가 59㎐대로 하락해 알람이 오고 있고, 사유는 나중에 설명, 필요시 긴급 부하 차단 예정

 

 

정태근 의원(한나라당)은 9월 16일 긴급 현안 보고에서 "전력거래소는 300명이 넘는 인원으로 1년에 800억 원 예산으로 운영하며, 기획본부장을 제외하고 전부 한전출신이다"면서, "전력거래소는 전력거래만 하면 될 텐데 계통 운영에 대한 권한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사람들은 한전에서 나와 일하기에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통합하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권선동 의원(한나라당)도 9월 19일 지경위 국감에서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통합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화수 의원(한나라당)이 9월 23일 한전과 전력거래소 국감에서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통합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지적하자,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 실장은 "태스크포를 구성하거나 사람을 파견해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과 조직을 개편해 통합하는 방안 모두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 구체적인 방안은 검토결과가 끝나 봐야안다"라고 답했다.

 

*

 

9 · 15 정전 사태는 전기 관련 3주체인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의 무사안일에서 비롯한 명백한 인재人災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여름을 무사히 넘겼다면서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당일 폭염주의보가 내렸음에도 23개나 되는 발전소가 문을 닫았고, 전력 예비력이 달라 기관 간 혼란을 빚으며 순환 정전으로 치닫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전으로 인한 국민의 안위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으며, 정전 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김영환 의원의 말처럼 전쟁이 끝나기 전에 탱크와 장갑차를 점검하기 위해 병기창에 보낸 것과 다름없었다. 또한, 전력 수요 예측, 민첩한 사전 예고, 신속한 보고 체계, 정교한 매뉴얼, 책임 있는 담당자도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9 · 15 정전 사태는 블랙아웃을 알리는 전주곡일 수도 있다.

 

 

 

 

 

 

한편, 지경부는 9월 27일 "최중경 장관이 사표 제출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한 데 이어, 28일 "전력거래소, 한전, 지경부 등 정전 사태 관계자에 대한 문책 조치를 내렸다"라고 발표했다.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운영본부장 면직과 중앙급전소장 등 3명 중징계, 한전 김우겸 부사장(한전사장직무대행) 해임과 영업처장 등 2명 중징계, 지경부 전력산업과장 중징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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