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위한 ‘투명 센서’에서
열선과 웨어러블 기기 등에 필요한 ‘투명한 금속전극’까지
흔히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고도의 정보사회에서 인간의 활동은 모두 디지털신호로 전환하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형성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분석과 예측을 통해 일상에서부터 사회 시스템 전체를 바꾸고 있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디지털화되기 위해서는 각종 센서들이 신체의 감각 기능과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다시 인지할 수 있는 정보로 출력하는 방식도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투명한 센서와 금속전극의 상용화는 이러한 니즈를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컴퓨팅 기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리 강창대 기자
이번에 소개하는 두 가지 신기술은 투명한 센서와 투명한 전극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두 기술에는 공통적으로 은(Ag) 나노소재가 사용되었고, UNIST(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박장웅 교수의 연구진이 타 분야의 연구진들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했다. 우선 투명한 센서를 만드는 신기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의 새 지평
투명 센서의 응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바로 스마트폰 등 터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은행이나 회사의 업무, 민원 등의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보안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보안을 위해 비밀번호나 패턴키를 적용한 방식에서 지문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기존에는 스마트폰의 홈 버튼(home button)에 지문 인식 기능을 추가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화면의 크기를 키우려는 시도가 늘면서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은 화면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지문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지문 인식 방식에 따라 광학식, 초음파식, 정전식으로 나뉜다.
광학식은 광원을 쏘아 지문 표면 굴곡에 따른 빛의 반사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내구성이 좋은 반면 인식률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 초음파식은 초음파 반사 정도를 파악해 지문 굴곡을 수집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비교적 정확성과 내구성이 좋지만 제작이 까다롭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정전식은 위의 두 가지 방식보다 더 강화된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단점이 적은 기술이다. 정전식은 지문 표면 굴곡에 따라 달라지는 전하량의 차이를 측정해 지문을 읽는다. 이 방식은 정확도가 높고, 디스플레이 전체에서 지문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광학식에 비해 얇게, 초음파식보다 간단한 구조로 싸게 만들 수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존 정전식 지문 센서는 수백 킬로헤르츠(㎑) 이하의 낮은 주파수 대역과 수 볼트(V) 이상의 높은 전압에서만 구동되는 한계가 있다. 이는 지문 센서를 만드는 ‘투명전극’의 전도도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안병완 연구원(UNIST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의 설명은 이렇다.
“200㎑ 이하의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는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노이즈(noise)도 존재합니다. 이런 신호들이 뒤섞이면 지문 인식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정전식 지문 센서의 상용화가 어렵습니다.”
은 나노섬유-은 나노와이어 하이브리드
그런데 UNIST 신소재공학부의 박장웅 교수팀과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변영재 교수팀이 공동으로 정전식 지문 인식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투명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지문 센서보다 민감도가 17배가량 좋아진데다, 압력과 온도 측정으로 위조지문을 걸러내는 기능까지 갖췄다고 한다.
연구진은 투명전극의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은 나노섬유(silver nanofiber)와 은 나노와이어(silver nanowire)를 결합했다. 즉, 투명전극의 재료로 사용되는 두 물질이 각기 지니고 있는 장점을 조합해낸 것이다. 은 나노섬유는 듬성듬성하지만 전도성이 좋고, 은 나노와이어는 전도성이 낮지만 촘촘한 특성이 있다. 둘의 장점을 취한 ‘은 나노섬유-은 나노와이어 하이브리드 투명전극’은 전도도가 높고 잘 유지되는 특성을 보였다고 한다. 기존(ITO)에 비하면 10배가량 전도도가 높았고, 5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수준의 패턴을 만들어도 끊어지지 않아 전도도가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 지문 센서에 온도와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를 추가했고, 세 측정값을 동시에 처리하는 측정 시스템도 개발했다. 그 결과 센서에 접촉할 때 압력과 체온까지 따져 위조지문과 실제 사람의 지문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박장웅 UNIST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투명하고 유연한 지문 센서’에 대해 “정전식 지문 인식의 문제점을 해결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상용화된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유연한(flexible)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쓰이는 다양한 기기의 보안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센서의 투과도는 89%이고, 유연한 성질을 가져 구부려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이번 기술은 모바일 기기의 보안기술로 투명 지문 센서를 적용하는 데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차세대 전자기기인 유연하고(flexible), 늘어나고(stretchable), 입을 수 있는(wearable) 전자기기에 보안기술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권위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7월 3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온도와 압력, 지문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유연한 ‘투명 지문 센서’: 사진에서와 같이 투명 지문 센서는 유연한 특징을 가진다. 지문과 온도, 압력을 한 번에 센싱하는 게 가능하다. 손가락을 지문 센서에 접촉시키면 실시간으로 온도와 압력, 지문의 패턴에 따른 전압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왼쪽 그래프에 지문, 압력, 온도에 대한 값이 동시에 나타나는 걸 보여준다.산화막으로 빛 산란 억제한 ‘투명 금속전극’
다음으로 소개할 기술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이다. 이 기술은 UNIST가 지난 5월 31일에 발표한 것으로, 안경 유리에 정보를 나타내는 ‘스마트 글래스(smart glass)’에 투명전극 등에 적용될 수 있다. 투명한 금속전극은 박장웅 교수팀이 경희대 응용물리학과의 김선경 교수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기술의 주요 내용은 투명전극을 이루는 금속 위에 ‘산화막’을 형성해 빛 산란을 최소화함으로써 전극 투명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투명전극은 가시광선을 투과하면서 전기를 잘 전달하는 얇은 막 형태의 전극이다. 현재 평판 디스플레이(display)나 터치패널(touch panel) 등에 ITO(인듐 주석산화물) 투명전극이 널리 쓰이는데, 최근 ITO 대신 금속을 수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이하 수준의 그물 구조로 만든 투명전극(은 나노섬유, 은 나노와이어, 금속 그리드 등)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빛이 금속 구조에 의해 강하게 산란되면서 그물 구조가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금속 구조에 의한 빛의 산란을 해결하기 위해 금속 구조를 얇게 감싸는 산화막을 도입했다. 금속에 의한 빛의 산란은 빛을 받은 금속 안을 채우고 있는 전자의 전기적 극성이 달라져(분극) 나타난다. 만약 금속과 반대 방향으로 전자의 분극을 유도할 수 있으면, 분극이 상쇄돼 산란 억제가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산화막을 활용해 분극 상쇄에 도전했다.
연구진은 1㎛ 두께의 은 나노와이어를 그물 구조로 배치하고, 표면 일부를 산화시켜 10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두께의 산화막을 형성했다. 이렇게 제작한 투명전극은 은 나노와이어에 의한 빛의 산란을 완전히 억제해 은 나노와이어가 없는 일반 유리 대비 99%의 매우 높은 투명도를 나타냈다. 이와 동시에 기존 ITO 투명전극에 비해 2배 높은 전기 전도도를 나타냈다고 한다.
산화막을 도입해 투명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투명전극: 기존 은 나노섬유 투명전극(왼쪽)과 은 나노섬유에 산화막을 도입해 산란을 억제한 투명전극(가운데)에 평상시 빛과 밝은 조명을 줘서 투명도를 평가했다. 산화막이 적용된 경우 훨씬 투명해지는 걸 맨 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오른쪽은 은 나노섬유 투명전극(위)과 은 나노섬유+산화막 투명전극의 산란 시뮬레이션 결과다. 산화막을 적용한 경우 산란되는 빛이 완전히 사라짐을 알 수 있다.자동차 김 서림 방지로도 활용
연구진은 이렇게 개발한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을 자동차 유리에 적용 가능한 ‘투명 히터(heater)’로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장난감 자동차 유리에 설치해 실험한 투명 히터는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유리에 서린김을 빠르게 제거했다.
박장웅 교수는 “투명전극에서 나타나는 빛 산란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만큼 응용 분야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투명전극이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스마트 글래스와 스마트 콘택트 렌즈(smart contact lens), 증강현실(AR) 등에 투명전극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경 경희대 교수는 “개발된 산화막을 이용한 산란 억제 기술은 은 나노와이어뿐만 아니라 모든 그물 구조의 금속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며 “이 기술은 투명전극 응용 외에 금속 구조를 눈에서 사라지게 하는 투명망토 기술 등에도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 속보(ASAP)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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