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핵심 기술로 냉각비용 1/10 절감 성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위상절연체 기반의 차세대 양자소자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여, 기존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동작할 수 있는 차세대 초전도 큐빗(Qubit)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4인치 웨이퍼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린 성과로 평가된다.
정리 편집부
자료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현재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는 수십 mK(밀리켈빈, 0.001K 수준)처럼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수십억 원대의 희석냉동기와 같은 대형 장비가 필수적이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와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으로 지적되어 왔다.
ETRI 연구진은 이렇게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던 양자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보다 약 100배 높은 온도인 1~4K(켈빈) 환경에서도 양자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소재와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냉각장비 부담 절감 기대
연구진은 ①위상절연체 ‘비스무스 셀레나이드(Bi2Se3)’ 박막을 웨이퍼 위에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기술과 ②초전도체와 위상절연체가 만나는 경계(이종접합 계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했다.
특히 기존에는 소면적 증착에 머물렀던 위상절연체 소재를 4인치 웨이퍼 규모로 확장하고, 계면에서 발생하는 원자 확산을 제어해 초전도 특성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1~4K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양자소자 구현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양자 플랫폼 구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1~4K 온도는 약 -272~-269℃의 매우 낮은 온도지만, 우주 공간 평균 온도(약 2.7K)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존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요구하는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다. 이에 따라 냉각 장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향후 이 기술이 실제 양자소자로 구현될 경우, 고가의 희석냉동기(Dilution Refrigerator)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범용 극저온 냉동기를 사용할 수 있어 냉각 시스템 구축 비용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복잡한 냉각 설비가 단순화되면서 장비 규모도 기존 컨테이너 수준에서 서버 랙 수준으로 소형화할 수 있어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4대 핵심 원천기술 확보
ETRI는 이번 연구를 통해 차세대 초전도 큐빗 구현에 필요한 4대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첫째, 차세대 양자 소재인 위상절연체 비스무스 셀레나이드(Bi2Se3)를 4인치 웨이퍼 크기로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셀레늄(Se) 소스를 《박막 증착 시스템》 내에서 고온으로 가열하여 분자 형태의 셀레늄(주로 Se8)을 더 작은 원자 형태나 작은 분자 형태(Se2 또는 Se1)로 분해한 뒤 공급하는 《셀레늄 활성화(Cracked-Se) 공정》을 적용하여 대면적에서도 고품질 박막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대량 생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둘째, 고온초전도체(YBa2Cu3O7)와 위상절연체 간 이종접합 계면에서 발생하는 《원자 확산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즉,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접합했을 때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초전도체 내부의 구리(Cu) 원자가 위상절연체로 확산되면서 성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셋째,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물질 사이에 아주 얇은 셀레늄(Se) 버퍼층을 삽입하는 《계면 공학 기술》을 제시했다. 해당 기술은 구리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박막의 결정성을 향상시켜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초전도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넷째, 위상절연체에서 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에 대한 특성을 분석해 앞으로 양자소자를 설계할 때 필요한 기초 물리 데이터를 확보했다.


향후 ‘초전도 큐빗 소자 구현’ 목표
이번 연구 성과는 소재 성장, 계면 분석, 공정 기술을 아우르는 총 4편의 논문으로 국제학술지에 연이어 게재되며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Applied Surface Science Advances』, 『Crystal Growth & Design』 등에 발표됐다.
이우정 위상절연체창의연구실장은 “이번 성과는 소재 성장부터 계면 제어까지 전 주기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확보된 소재 기술과 초전도 공진기 기술을 결합해 1~4K에서 동작하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양자컴퓨팅 플랫폼 구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원필 인공지능창의연구소장은 “이번 성과는 양자컴퓨팅 냉각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라며, “향후 양자컴퓨팅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1~4K에서 동작 가능한 초전도 큐빗 소자 구현》을 목표로 위상절연체 기반 이종접합 구조와 초전도 공진기 기술을 고도화하고, 양자회로 수준의 통합 플랫폼 개발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초전도체 ‘YBCO/Bi2Se3’ 및 ‘Nb/Bi2Se3’ 기반의 조셉슨 접합 소자 연구와 GHz(기가헤르츠)~THz(테라헤르츠) 대역 초전도 공진기 기술을 연계하여 실제 양자소자 구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기술 확보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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