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를 위한 새로운 전자소자
더 많이, 더 빨리, 그러면서도 전력은 안정적으로
모바일 혁명 이후 만물인터넷(IoE)과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서비스(ServiceI)의 연계와 통합을 의미하는 ICBM은 핵심적인 트랜드로 자리 잡으며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ICBM의 확산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부분에서의 기술전환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극고속 전자공학’과 관련한 최근 이슈를 살펴보았다.
자료: DGIST 신물질과학전공 이재동 교수, ETH Zurich Ultrafast Laser Physics group, 융합연구정책센터
센서 단가의 하락과 함께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상하이의 시장 조사업체 ‘IHS테크놀러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에 연결된 디바이스의 수는 2014년에 이미 197억 개였던 것이 2020년에는 530억 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센서의 단가는 같은 시기에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IoT(Internet of Thing)을 넘어 IoE(Internet of Everything), 즉 모든 것이 망에 연결되는 세상이 그려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른바 사물인터넷이 확대될수록 이에 따른 데이터의 양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미 스마트폰이 촉발시킨 모바일 혁명으로 데이터의 처리와 분석, 그리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빅데이터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비중도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연결사회로의 전환을 구현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기술개발은 필수적이다.
특히, 데이터의 증가에 맞춰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면서도, 전력 사용이 안정적인 전자소자의 개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상호 통신 무선소자의 트래픽과 통신기기의 전력 소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재의 통신기술은 실리콘 기반의 CMOS(Compli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통신 소자에서 발생하는 주파수 영역대 및 통신 방법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통신기법이 고도화됨에 따라 통신소자의 전력소모와 발열량 역시 크게 증가되고 있고,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스핀트로닉스 분야를 기반으로 하는 저전력 및 초고속 통신소재가 제시되고 있다.
전하·양자스핀 제어하는 스핀트로닉스
초고속·초저전력·초고주파 소자의 시대 연다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란 전자기술을 의미하는 ‘Electronics’와 전자의 양자 스핀(Spin)을 조합한 전자공학의 신조어이다. 전자는 스핀과 전하, 질량이라는 물리적 특성을 갖는다. 기존의 전자기술이 주로 전하를 제어하는 것이었다면, 스핀트로닉스는 전하와 스핀을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의 전자기술과 스핀트로닉스의 차이점을 단적으로 비교한다면, 후자는 초고속, 초저전력 및 초고주파의 특성을 갖는 전자소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는 거대자기저항(GMR) 및 터널형 거대자기현상(TMR) 소자의 자기저항 효과와 전류구동 자화반전(CIMS: Current Induced Magnetization Switching) 현상을 함께 응용하는 스핀발진기 소자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지를 중심으로 스핀기반의 통신소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NIST를 중심으로 이론과 실험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IBM과 Seagte 등의 기업에서 스핀발진기의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스핀통신 소자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오사카대학 및 AIST와가 협력하는 ‘MgO tunnel junction’에 기반한 스핀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프랑스 CEA의 Spintec 연구그룹(Prof. B. Dieny 등)은 새로운 구조와 물질을 중심으로 스핀발진기 실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만물인터넷을 위한 스핀트로닉스 기반 초저전력 초고속 통신소자」, 융합 Weekly TIP, 융합정책연구센터, 2018 MARCH vol.113)
‘기가헤르츠-반도체전자공학’보다 100만배
우리나라도 스핀 전자소자의 사용화를 위한 연구가 아직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차세대 메모리(MRAM) 개발에 비중이 실려 있는 편이고 스핀RF 소자 등에 대한 연구는 초기적 단계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스핀트로닉스의 벽을 허물어 페타헤르츠-스핀트로닉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연구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극고속 페타헤르츠 전자소자의 양자역학적 원천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연구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16년 2월 4일이고,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신물질과학전공 이재동 교수는 DGIST의 윤원석 박사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박노정 교수와 함께 꾸린 연구팀(이하 연구팀)에서 이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당시 연구팀은 최초로 페타헤르츠(PHz) 부도체전자공학 시대를 열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학계에 제시했다. 부도체에 고강도 레이저 펄스를 가할 때 흐르는 전류는 빛의 파동성에 의해 페타헤르츠 시간 스케일의 전기장 진동을 그대로 따라가며 기존 기가헤르츠 반도체전자공학과 비교해 약 100만 배 정도 빠른 극고속의 클락을 나타낸다고 한다. 극고속으로 움직이는 부도체 내의 페타헤르츠 전류를 정보전달 및 신호처리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자로 개발하는 연구를 이 연구팀에서 최초로 제시한 것이다.
극고속 페타헤르츠 다이오드의 개요. LHM부도체와 LEM부도체의 이종접합으로 이루어진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반도체전자공학에서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결합한 소자와 비슷한 개념의 LHM 부도체(Low-Hole-Mass, 홀의 질량이 전자의 질량보다 가벼운 부도체)와 LEM 부도체(Low-Electron-Mass, 전자의 질량이 홀의 질량보다 가벼운 부도체)를 이종접합한 구조체로 이뤄진 새로운 개념의 전자소자를 제안했다.
그 결과, LHM-LEM 전자소자는 빛의 파동성을 이용한 극고속 페타헤르츠 전류를 이용한 정보전달 및 신호처리가 가능해 극고속 페타헤르츠 전자공학을 여는 양자역학적 원천 개념을 세계 최초로 학계에 제안할 수 있었다.
페타헤르츠 전자소자 연구와 관련한 해외 사례로는 《사이언스데일리》 3월 12일자에 보도된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 Zurich)의 연구가 있다. 반도체에서 전자는 레이저 빛을 흡수함으로써 들뜬 상태가 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의 발전은 펨토초(10의 -15승 초) 단위의 시간척도에서 이러한 기초적인 물리적 원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ETH 물리학자들은 이번에 세계최초로 아토초(10의 -18승 초) 시간단위로 갈리움 아세나이드의 전자의 반응을 검출했다며, 더 나아가 페타헤르츠 영역의 동작주파수를 갖는 미래의 초고속 광전자 기기에 대한 예기치 않은 통찰도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Scheme of the experimental pump-probe setup(출처: Science Daily)이재동 교수는 ETH 연구팀이 갈륨 아세나이드(GaAs) 반도체에서 밴드갭에 공진하는 주파수를 갖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전도밴드에 전자들뜸을 만들고 페타헤르츠 주파수(공진 주파수에 해당)로 진동하는 전기신호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반도체의 밴드갭-공진 주파수를 사용했다는 점과 ▲페타헤르츠 전기신호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두 가지 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전자가 홀보다 가벼운(LEM) 절연체와 홀이 전자보다 가벼운(LHM) 절연체를 접합하여 레이저에 의해 유도되는 페타헤르츠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 정류하는 소자”의 개념이 ETH의 결과보다 “훨씬 고등한 미래 소자의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연구팀이 제안한 전자소자의 개념이 레이저에 의해 유도되는 페타헤르츠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 정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TH 결과를 비롯한 앞선 연구들은 모두 ‘진동’하는 페타헤르츠 전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정보처리 (또는 전자기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진동하는 페타헤르츠 전류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페타헤르츠 전류를, 필요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즉, 한쪽 방향으로 보낼 수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우리 연구실에서 제안한 PHz 전자소자, 즉 PHz 다이오드입니다.”
ETH가 반도체에서 페타헤르츠 신호를 실험적으로 구현한 것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이론적으로 반도체와 절연체는 큰 차이가 없다”며 연구팀의 이론은 반도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타헤르츠-스핀트로닉스 미지의 영역 개척
‘페타헤르츠 전자소자의 양자역학적 원천 개념’을 발표한 이후, 이재동 교수의 연구팀은 현재 물질게놈(Materials Genom)1을 작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질 게놈이란 LEM, LHM 절연체에 해당하는 물질들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연구팀은 페타헤르츠 다이오드의 실험적 구현을 위한 실험팀과도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페타헤르츠 전자공학을 여는 진정한 단초가 되는 실험”이라며 실험팀과의 공동연구에 대한 의의를 전했다. 그리고 다이오드라는 가장 기본적인 전자소자를 조합하여 페타헤르츠 빠르기로 작동하는 보다 고급소자의 이론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페타헤르츠 광학 메모리’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이 교수는 이러한 연구들이 페타헤르츠 단위의 스핀전류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현재의 스핀트로닉스의 벽을 허물어 페타헤르츠-스핀트로닉스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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