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의 규제(미국편)
전력산업에서 규제의 역할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없이는 전력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경쟁이 결여된 상황으로부터 전력회사의 소비자와 기타 서비스 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는 규제대상 시장참여자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정의하고, 이런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결정하며 관련 비용을 추적하기 위한 회계시스템을 규정하고 안전(safety)기준을 강제하며, 규제대상 기관의 주요 신규프로젝트 건설을 승인하고 업계 참여자(industry participants)의 시장 행위를 감시한다.
전력시장의 진화에 따라 규제와 관련한 기존의 개념 또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진화방향은 같은 경우가 거의 없다. 미국에서도 어떤 주에서는 규제에 의해 정해진 시장구조를 상당 부분 개편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반면 다른 주에서는 기존의 시장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모험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규제가 진화할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연방 차원과 주 차원에서의 규제에 대해 모두 이해하는 것이 규제와 경쟁이 동시 적용되는 전력시장에서 성공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에 있어서 누가 연방규제기관이며 누가 주(州) 규제기관인지, 그리고 규제기관이 규제대상 서비스의 요금(rare)과 규칙(rule)을 어떻게 결정하는 지를 알아본다.
왜 전력산업을 규제하는가?
독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력산업을 규제해야만 한다. 독점이란 하나의 기업이 한 산업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유일한 기업이 되거나 특정 상품이나 용역을 제공하는 유일한 공급자(source)가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시장 지배력이나 정부가 보장하는 독점권에 의해 발생한다. ‘자연독점’이란 한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독점이 일어날 경향이 있는 산업에서 발생한다. 자연독점의 좋은 예가 바로 전력산업이다.
자연독점이 발생하기 쉬운 산업에서는 한 단위의 산출물을 생산하기 위해 비교적 대규모의 자본투자가 요구되며, 대규모 사업자가 소규모 사업자에 비해 보다 낮은 평균 비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반의 전력산업은 이런 두 가지 조건에 해당되었다. 따라서 초기에는 경쟁적인 산업이었던 것이 경쟁자가 거의 없는 시장으로 빠르게 진화했다. 독점 전력회사라는 개념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유익한 것으로 간주되기는 했지만, 반면 독점 때문에 발생한 과도한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초과이익이 발생하거나 특정 소비자에게 편파적인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전력서비스에 대한 정부 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규제기관과 전력회사 간 관계를 ‘규제계약’이라고 표현할 때도 많다. 이는 정부규제기관이 독점 서비스 영역을 부여하고 적정 투자보수율을 보장하도록 요금(rare)을 결정하는 대가로 투자자 소유 전력회사는 사업운영을 총체적으로 규제기관에 보고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규제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 현 시장의 구조개편으로 인해 특정 전력산업분야의 규제계약이 변경되어야만 하는지를 알아본다.
규제기관의 목표
규제기관은 일반적으로 아래의 사항을 추구한다.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비교적 안정된 가격을 유지한다.
·부당한 차별행위를 금지하며 공정한 시장을 유지한다.
·서비스의 신뢰도를 보장한다.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
·안정성(safety)을 보장한다.
·대고객 서비스의 혁신을 장려한다.
규제기관은 위의 목표 중의 일부에 초점을 맞추거나 위의 목표 전체를 달성하려 할 것이다. 규제기관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므로 주어진 시대상황의 정치적 현실에 의해 규제기관이 특정목표에 관심이 기울여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규제의 역사적 토대
1. 주(州)정부의 규제
1800년대 후반, 공공산업은 개방적 경쟁 환경에서 발전하였다. 대부분의 도시와 주에서는 전력회사간 경쟁이 가격을 하락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개방 경쟁 하에서 다수의 전력회사들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도시가 드물지 않았다. 실제로 격렬한 경쟁으로 인한 가격 전쟁이 자주 벌어져 한 회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회사는 경쟁 약화를 기회로 소비자 요금을 과도하게 인상할 수 있게 되었다. 전력시장의 진화에 따라 전력시장이 자본 집약적 특성 때문에 시장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자금력이 있는 회사가 다른 회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회사를 시영(municipal)으로 하는 방법과 주주소유인 채로 규제만 하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하였다. 1896년에서 1906년 사이에 시영 전력회사의 숫자가 세배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주주소유 전력회사를 신규로 설립한 투자자들은 국영기업체에서 시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험을 인식하게 되었다. 1907년 최대 전력회사 연합(the National Electric Light Association)과 전국시연맹(the National Civic Federation)이 연합하여 전력산업에 대한 정부규제를 지지하였다. 이에 뒤따라 매사추세츠 주, 뉴욕 주, 위스콘신 주에서도 최초의 규제지관이 설립되었다. 1916년까지 33개 주에서 전력회사를 감시하기 위한 규제기관을 설립하였고 발전, 송전, 배전설비를 소유하고 연방과 주의 규제 하에서 특정 독점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 독점모델이 이 시기에 이르러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다.
2. 연방규제
연방 수준의 규제도 생겨나고 있었다. 전력산업 초기에 연방의회는 전력회사가 규제를 받지 않고 댐을 건설, 운영할 수 있도록 용인하였다. 그러나 1905년 연방정부는 댐 관련 인가절차를 시작하고 댐 건설에 수수료를 부과하였다. 1920년 연방수력법안(the Federal Water Power Act)에 의거하여 연방전력위원(the Federal Power Commission, 오늘날 FERC의 전신)가 설립되어 댐 운영 인가, 회사의 요금, 재무, 서비스를 규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정부는 대규모 전력지주회사의 출현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런 지주회사는 복잡한 자회사를 통해 다수의 지역 전력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1929년에는 7개의 전력지주회사가 미국 전체 전력의 60%를 통제했다. 지역 전력회사가 규제를 받긴 했지만 아무도 지주회사를 감시할 책임이 없었다. 시장지배력과 금융사기의 잠재적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팽배해져서 연방 정부는 조치를 위해야만 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연방 발전소 건설 시 생산 전력을 IOU에 판매하기 보다는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공공전력회사에 판매하는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런 조치로 인해 공공전력회사가 IOU에 대한 경쟁 대안으로 부상했다.
1935년 의회는 신규법안 두 건을 제정했다. 공익사업지주회사법(the Public Utility Holding Company Act, PUHCA)에 따라 두 개 이상의 주에 걸쳐 있는 지주회사는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에 등록해야 하고 관련 규칙을 준수해야만 하게 되었다. PUCHA에 따라 인접하지 않은 지주회사 시스템은 분리되었으며 전력회사가 비전력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연방전력법에 따라 주경계선을 가로지르는 전력 판매에 연방정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전력판매규제를 연방전력위원회의 권한으로 포함시켰다. 따라서 대규모 전력회사는 두 단계의 규제를 받게 되었다. 기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은 주정부의 규제를 받고 인접 전력회사 대상 판매는 연방 정부의 관할사항이 되었다. 주경계선을 가로지르는 판매에만 연방전력법을 적용해야 함에도 불국하고 향후 법원 판결에 의하면 송전선을 이용하여 전력회사간 판매에도 연방전력법을 적용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물리적 관점에서 전기가 일단 송전선에 흐르게 되면 한 주 내에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UCHA는 지주회사를 분리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법안이었다. 1935년과 50년 사이에 759개의 전력회사가 지주회사로부터 분리되었으며 1937년에서 1958년까지 지주회사 등록 수는 216개 사에서 18개 사로 감소하였다.
전력산업에 관한 연방정부의 개입은 한층 강화되었다.
·1946년 원자력법에 따라 원자력청(Atomic Energy Agency)을 설립하여 원자력발전을 감독하게 하였다. 그리고 추후 원자력법의 개정안을 통해 원자력발전소를 인가한 전력회사들에게 송전선 접속을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1969년 국가 환경정책법을 시작으로 1970년 청정공기법을 포함한 주요 환경 법안이 발효되기 시작했다.
·1978년 공익사업규제정책법과 1992년 국가에 너지정책법에 의해 발전부문의 독점이 종식되었으며 FERC에게는 전력회사에게 제3자가 전력회사의 송전선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
·1990년대 후반 FERC는 경쟁도매전력시장을 규제하는 역할까지 활동범위를 확장했다.
누가 무엇을 규제하는가?
전력산업규제는 연방관할, 주정부관할, 지방관할로 나뉘어져 있다. 수직 통합된 전력회사에 있어 각 회사의 소비자에게 발전, 송전, 배전을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연방 정부의 관할 대상이 아니다. 이런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규제를 받는다.
·IOU관련 주정부 위원회
·대부분 주의 시영전력회사 관련 지방정부기관(13개 주에서는 요금 등 시영 전력회사의 활동을 규제한다)
·농촌 전기협동조합관련 협동 이사회(19개주 요금 등 협동조합 전력회사의 활동을 규제한다)
구조개편을 통해 수직통합 전력회사를 분리해온 주에서는 IOU의 배전기능(배전회사 또는 UDC)이 주정부 위원회의 관할로 남아 있다. 이들 주에서 최종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력판매 대부분은 가벼운 규제만 받을 뿐이지만 몇몇 주에서는 판매회사들이 준수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규칙만을 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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