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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끓이지 않고 원유 걸러내는 차세대 분리막 개발 성공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6.09.1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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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끓이지 않고 원유 걸러내는 차세대 분리막 개발 성공 

100년 묵은 정유 공정의 패러다임 대전환

국내 연구진이 100여 년간 지속된 ‘끓여서 나누는’ 정유 공정의 상식을 뒤엎는 차세대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원유를 끓이지 않고, 값싼 고분자 막만으로 상온에서 정밀하게 걸러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지원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6월 25일 게재되었다. 

 

정리 편집부 

자료제공 KAIST

2026년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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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유가 변동이 장바구니 물가 전반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그 바탕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원유를 350℃ 이상으로 펄펄 끓여온 고에너지 소비형 정유 공정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정유 공장이 원유를 끓였다가 식히는 ‘증류 방식’에 의존하며 소비하는 에너지는 연간 1,100TWh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연간 1억6천만톤 이상의 CO2를 배출하는 등 탄소집약도가 높아, 에너지·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적 분리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학계는 오랜 기간, 원유를 끓이지 않고 분리막으로 걸러내기 위한 연구에 주목해 왔다. 다만, 분자 단위의 초정밀 분리를 구현하려면 분리막 표면에 머리카락 두께보다 훨씬 얇은 ‘선택층(Selective Layer)’을 반드시 코팅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선택층을 도입하면 소재 개발과 코팅 공정이 추가되어 제조 비용이 커지고, 면적이 커질수록 코팅 결함이 생기기 쉬워 산업 규모로 확장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분리막을 활용한 원유 정제는 기존 증류 공정의 에너지·탄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망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디. 그러나 기존에 시도된 고분자 분리막 소재(N-Aryl linked spirocyclic polymer, Polytrizaole, Polyamide 등)를 활용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당 소재들의 원유 투과도가 0.1L·m-2 ·h-1·bar-1 이하에 머물러, 산업적 실용화를 위해 요구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물질전달 속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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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제한적 기공 수축 현상’ 최초 규명

KAIST 고동연 교수 연구팀은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시도를 했다. 분리막에 아무런 코팅을 하지 않은 값싼 다공성 고분자(PAN) 막에 원유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파격적인 접근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원유 속의 무거운 기름 성분들이 분리막 내부의 미세한 구멍에 스스로 들러붙으며,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 크기인 2나노미터(nm) 이하의 정교한 미세 통로를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자기제한적 기공 수축 현상(self-limiting pore constriction)’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복합 혼합물인 원유가 분리막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맞춤형 ‘체’를 완성한 것이다.

 

이 체에 있는 통로를 통해 가벼운 나프타, 휘발유, 등유 성분만 빠르게 분리되었고, 무거운 찌꺼기는 사실상 완전히 걸러졌다. 아라비안 라이트(AL) 원유 기준 최대 0.591L·m-2·h-1·bar-1의 투과도를 달성했는데, 이는 기존 문헌 최고치 대비 23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또한, 나프타(<200℃) 범위 경질 성분 함량을 원유(25.1%) 대비 52.0%까지 농축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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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밀화학 공정으로 확장 가능

통상 분리막 표면에 기름 성분이 들러붙는 현상은 성능을 망치는 ‘오염(파울링)’으로 여겨져 왔지만, 연구팀은 이를 역으로 활용해 분리 통로를 만드는 도구로 전환시켰다. 깊이별 성분 분석을 통해 침착층의 주성분이 선형 알케인 탄화수소(C17-C33)임을 밝혔으며, 미세 기공 내에서 선형 탄화수소가 《깁스-톰슨 효과(Gibbs-Thomson Effect)》에 의한 녹는점 강하로 안정화되어 선택적 수송 통로를 유지한다는 메커니즘을 제안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적 근거를 확보했다.

 

28일 연속 가동에도 분리 성능과 투과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확인했으며, 공정 모사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 증류 공정 대비 에너지 31.6%, 냉각수 20.7%, CO2 배출 37.6%, 운영비 36.0% 절감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국내 정유·석유화학 전반에 확대 적용하면 연간 약 1,0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승용차 400만 대가 1년 동안 내뿜는 탄소량과 대등한 수준이다. 또한 원유 분리에 머무르지 않고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정제, 배터리 용매 회수, 의약품 정제 등 다양한 정밀화학 공정으로 확장할 수 있어, 그동안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분리 공정을 독자적인 국산 ‘분자 정유 플랫폼’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리막 분야의 기존 상식 뒤집는 성과

이번 연구는 10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증류 기반 정유 패러다임에 도전하여, 별도의 선택층 코팅 없이 기존에 지지체로만 쓰이던 값싼 다공성 고분자 막만으로 원유와 같은 초복잡 혼합물의 분자 수준 정제가 가능함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이는 “선택층이 필수”라는 분리막 분야의 기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고동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리막이 혼합물과 만나 스스로 최적의 분리 통로를 빚어낸다는 새로운 과학적 원리를 규명해 낸 성과”라며, “실제 원유를 공급해 준 HD현대오일뱅크와 긴밀하게 협력한 덕분에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실에 맞닿은 수준까지 검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KAIST 이재우 교수는 “향후 국내 정유·석유화학 공정 곳곳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대면적 모듈화 기술과 장기 운전 기술을 완성해 100년간 증류가 지배해 온 정유 산업을 분리막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1 저자인 최지훈·서혁준 박사는 “이번에 발견한 자발적 기공 수축 현상을 자유롭게 제어해 정유 공정 전반을 막 분리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며, “원유뿐만 아니라 폐플라스틱 재활용, 바이오 연료 정제 등으로 기술을 확장하여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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