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과연 안전한가, 전력난 속 원전은 아찔한 곡예 운전 중
2012-03-14



울진 1호기와 고리 3호기가 지난 12월 13, 14일 각각 가동을 멈췄다. 한 해에만 10번째 정지한 것이다. 급기야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12월 14일 고리원전을 방문하는 한편, 12월 15일 전력 수급 비상 점검 회의(전력사 사장단 참석)를 주재했다. 홍 장관은 고리원전 현장에서 "금번 불시 정지에도 불구하고, 동계 전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으며, 이를 위해 원전별 발전소 설비 및 운영 실태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할 것이다"면서, "특히, 연말연시 근무 기강 확립을 통해 원전의 안전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올겨울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시점에서 발생한 원전 정지 사태. 에너지 절약보다 더 큰 복병은 다름 아닌 전력 예비력 한계선인 400만㎾를 위협하는 원전의 안전성이었다.

지난 12월 13일 울진원전 1호기(발전 용량 95만㎾)가 보조 보일러 주기적 성능 시험 도중 복수기 저진공으로 정지했다. 그 후 12시간 30분 만인 14일 고리원전 3호기(95만㎾)도 출력 운전 중 발전기 정지 신호에 의해 자동 정지했다. 14일 가동을 멈춘 원전은 정비 중인 울진원전 4호기(100만㎾) · 5호기(100만㎾), 월성원전 4호기(70만㎾)를 포함해 모두 5기였다. 이들 원전의 1일 발전 용량을 합하면 460만㎾로, 전력 예비력 한계선인 400만㎾를 웃돈다. 실제로 14일 10시경 전력 예비력이 618만㎾로 떨어져 예비율이 8.9%대로 추락했다. 다행히 울진 원전 1호기는 12월 15일 정상 가동에 들어갔고, 고리원전 3호기도 16일 재가동했다.


[1] [2] 본격적인 동계 전력 수급 비상 대책 시행을 앞두고 잇따라
가동을 멈췄던 고리원전 3호기와 울진원전 1호기.
[3] 고리원전을 방문한 홍석우 지경부 장관. "인재로 말미암은
발전 정지에 대해 인사 조치하겠다"라며 강경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경부에서 발표한 2024년까지 발전원별 설비 건설 계획 비중을 보면 원자력 32%(14기, 1820만㎾), 석탄 28%(15기, 1209만㎾), LNG 21%(9기, 1224만㎾)다. 특히, 원자력 발전량 비중은 48.5%에 이른다(신재생에너지 8.9%). 발전원별 건설 기간은 원자력 10년, 석탄 7년, LNG 4년이다. 우리나라 전력 수급 전망을 보면 설비 예비율은 2013년 까지 3.7∼5%에 불과하고, 2014년 이후에야 13.9∼20.4%로 안정을 찾는다. 따라서 2014년까지 전력 수요가 최대치에 달하는 여름 · 겨울마다 불안에 떨어야 한다. 전력 피크 기간 중 최대 부하 시간대에 발전량 비중이 높은 원전의 원자로가 가동을 멈추지 않기를 바라면서…….

고장 정지 원전 1위는 울진원전, 10%는 인재
김정훈 의원(한나라당)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이 2001년 한전에서 분사한 이후부터 2011년 4월까지 발생한 원전 고장 정지 건수는 총 90건, 정지 기간은 약 426일, 판매 손실액은 약 3,491억 원에 달하며, 울진원전이 총 39건(43%)으로 고장 정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원전 정지 현황
· 1월 20일 : 영광원전 5호기 증기 발생기 저수위에 의한 발전 정지
· 1월 25일 : 신고리원전 1호기 노심 보호 연산기 신호에 의한 원자로 정지
· 2월 4일 : 영광원전 5호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정지에 의한 원자로 정지
· 2월 19일 : 신고리원전 1호기 증기 발생기 수위'저'에 의한 원자로 정지
· 4월 12일 : 고리원전 1호기 터빈 및 발전기 정지에 의한 원자로 정지
· 6월 21일 : 고리원전 2호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A'정지에 의한 원자로 정지
· 6월 30일 : 월성원전 1호기 원자로 수동 정지(습분분리 재열기 성능 점검)
· 10월 11일 : 울진원전 6호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과전류 보호 계전기 교체 작업 중 원자로 정지
· 12월 13일 : 울진원전 1호기 복수기 저진공에 의한 터빈 및 원자로 정지
· 12월 14일 : 고리원전 3호기 터빈 및 원자로 정지



[1] 2024년까지 발전원별 설비 비중을 보면 원전은 32%를 차지한다(사진은 신월성원전).
[2] [3] 신고리원전 3호기 원자로 건물과 4호기 터빈 건물 공사 현장.

고장 정지 사고 90건을 원전별로 보면 울진원전 39건, 영광원전 25건, 고리원전 15건, 월성원전 11건순이었다. 원전 호기별 고장 정지 발생 현황도 울진원전 4호기 10건, 울진원전 1호기 8건, 울진원전 3호기 8건순으로 울진원전 내 발전기가 상위를 차지했다. 울진원전에서 가장 많은 고장 정지가 발생한 사유는 ▲울진 3~6호기의 제어봉 제어 설비 부품 노후화, 여자기 계통 오동작 ▲울진 1∼2호기의 발전기 고정자 권선 열화로 말미암은 고장 점유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원전에서 발생한 고장 정지사고 10건 중 1건 이상이 사전 예방이 가능한 인재였다는 점이다. 총 90건 중 인재로 일어난 고장 정지는 10건(약11%), 정지 기간은 약 24일, 전력 판매 손실액은 180억 6,900만 원이었다. 10건의 고장정지는 울진원전 5건, 고리원전 3건, 영광원전 1건, 월성원전 1건순이었다. 한편, 10건 중 6건이 협력사 직원에 의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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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고장 정지할 때마다 한수원은 "원자로에 이상이 없다"라고 발표한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잇따른 정지 사고는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며, 그 자체로 안전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다"라고 반박한다. 원자로가 갑자기 멈추면 원자로에 물리적, 전기적, 화학적, 기계적 손상과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올겨울 원전 정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전력 예비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전 한 기만 멈춰도 전력 예비율이 곤두박질치기 때문이다.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지속하는 한 이것은 짊어지고 가야 할 멍에이자, 시한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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