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나침반 / 국내 재생에너지 경매제도 도입에 대비한 해외 사례 분석

2025-08-12

국내 재생에너지 경매제도 도입에 대비한 해외 사례 분석 재생에너지 경매제도 도입, 국내 전력산업구조 개편 마중물 될까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5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보급에서 정부 입찰을 확대하는 「정부 주도의 체계적 보급을 위한 RPS 제도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현 RPS 제도운영 중에 나타난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한 지원정책으로 경매제도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재생에너지 경매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전력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주요국의 경매제도 시행 사례를 분석하여, 국내 여건에 맞는 유의미한 시사점을 찾아본다. 정리 편집부 참조 에너지경제연구원 외 우리나라 RPS 제도의 비용 정산 흐름 (출처 : 기후솔루션) 국내 RPS 제도의 구조적 한계 RPS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의 약자로,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원을 다양화하여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12년부터 시행되었다. 우리나라 RPS 제도의 특징은 전력판매 독점 전력시장 구조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의무가 판매사업자가 아닌 발전사업자에게 부여되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REC 계약 방식의 불합리가 발생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인 발전공기업이 REC 구매자이면서 REC 생산을 위해 민간발전사와 경쟁하기도 하는 이중적 역할을 담당하는 까닭이다. 이로 인한 비정상적인 계약 방식, 불투명성 증대 등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의 특징 때문으로, ’04년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중단되면서 한전은 사실상 유일한 전기판매자로 남게 되었다. 전기판매사업 독점 지위를 가진 한전에게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부여할 경우 시장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신재생에너지 비용의 경쟁 및 하락을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판매사업자가 아닌 발전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형적 특징이다. 계약 형태별(FIT/고정형 FIP/변동형 FIP) 비교 재생에너지 경매제도 개념 및 분류 재생에너지 경매제도(이하 경매제도)는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있어 사업자, 전력 거래물량과 가격 등을 경쟁입찰로 결정하는 제도이다. RPS, 가격공시 FIT 등이 높은 가격 변동성, 시장가격 신호 부재 등의 문제로 인해, 해외 주요국은 경쟁 기반의 경매제도를 도입해 안정적이고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보급을 추진했다. ’06년 브라질이 처음 도입하고 이후 중남미 국가,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점차 경매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경매제도 시행 국가 수는 ’10년 33개국에서 ’21년 131개국으로 증가했고, 전 세계적으로 경매 낙찰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며, 경매 참여 용량은 계속 증가 중이다. 경매제도는 운영 주체(국가, 지자체, 발전회사 등)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가 있으나, 크게 5가지 기준에서 분류할 수 있다. ① 경매 대상 : 사업자가 설비용량(MW)과 판매단가($/MWh)를 제시하는 방식의 경매로, 입찰 프로젝트의 규모를 구분하는 방식과 구분하지 않고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이 있다. 일정 규모 설비의 건설(확충)에 주안점을 두는 방식으로, 기상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풍력, 태양광 발전에 주로 적용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경매를 구분해 시행하고 있다. 반면, 포르투갈은 육상풍력과 바이오매스에만 경매를 개설해 프로젝트 규모와 관계없이 저렴한 가격순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육상풍력만 예외적으로 프로젝트의 규모 구분 없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② 기술 특정 여부 : 기술(전원)을 특정해 경매를 시행하는 방식과 특정하지 않고 모든 기술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분한다. 기술을 특정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원별 LCOE(균등화발전비용) 격차가 크고, 원별 확충 목표가 설정되었을 때 기술별로 별도 경매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기술 중립 방식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네덜란드는 기술별 사전 자격 검사 이후 프로젝트 규모에 제한 없이 모든 재생에너지 기술 경쟁적으로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③ 지역 구분 여부 :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특정 지역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경매 참여 자격을 해당 지역의 재생에너지에만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역 지정형’과 ‘지역 지정형’으로 구분된다. 덴마크는 해양청 주도로 정부, 지자체 및 이해관계자 등이 협의하여 ‘해양에너지 구역’을 지정하고 구역 내의 해상풍력 사업권을 경매하고 있다. 호주는 「REZ(Renewable Energy Zone) 제도」를 통해 잠재량, 망 보급 수준 등을 고려하여 지자체 규모의 단지를 선정하고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단위 경매 방식도 있다. 인도는 ’23년부터 5년 동안 연간 50GW의 재생에너지를 비용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국 단위 경매제도를 운영 중이며, 독일은 전국 단위 경매를 시행하되 북부 송전 혼잡 해소를 위해 전체 낙찰량의 일부를 남부 지역에 할당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④ 낙찰자 선별 방식 : 낙찰자 선정 기준은 가격만으로 선정하는 방식과 다양한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참여 자격을 통한 입찰자 선별 후 낮은 가격순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 가격 우선 방식은 입찰 가격을 절대적 기준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세부 운영 방식에 따라 봉인 입찰, 반복입찰, 혼합입찰로 구분한다. 가격 외에도 기술·환경·사회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낙찰자를 선정하는 다중평가 방식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용하고 있다. 주요 평가 지표는 국가별로 다르지만, 사업능력, 기술역량, 재무능력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주로 포함하고 있다. ⑤ 계약 형태 : 경매 낙찰자(판매자)와 구매자의 판매 계약 형태는 ‘FIT’방식과 ‘FIP’방식으로 구분된다. FIT(Feed-in Tariff)는 낙찰자가 계약기간 동안 시장가격과 관계없이 구매자에게 고정가격(기준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계약 방식이다 고정형 FIP(Feed-in Premium)는 낙찰자가 계약기간 동안 시장가격에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받는 방식이다. 변동형 FIP는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만큼 프리미엄을 받는 형식으로, 시장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높은 경우 시장가격만 정산하게 된다. 일본은 ’22년 4월 500kW 이상의 태양광, 50kW 이상의 육상풍력 등에 20년간의 변동형 FIP의 기준가격을 경매제도로 결정하는 「FIT/FIP 법」을 시행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남쪽 아베되르 해상풍력 발전소 (제공 : 인천시) 국가별 재생에너지 경매제도 사례 덴마크 덴마크는 ’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해상풍력 연구·투자를 시작해 ’91년 빈데비(Vindeby) 지역에 5M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업 운전에 성공했다. 이후 해상풍력을 비용-효율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04년 해상풍력 경매제도를 시행했다. 덴마크는 정부 주도의 입지 선정·예비조사 이후 입찰을 시행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실시계획을 통해 건설, 운영하는 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해상풍력 입지 선정 및 예비조사는 해양청, 에너지청, 국영 송전망 기업인 에너지넷(Energinet) 등이 주도해 구역을 선정한 뒤 세부 위치를 결정하고 있다. 덴마크 덴마크는 ’04년 최초로 해상풍력 경쟁입찰을 시행됐고, 입찰 가격은 ’10년 이후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경매로 보급된 해상풍력은 8개 프로젝트, 약 1,880MW 규모다. 덴마크에서는 낙찰가격 하락세와 함께, 최근에는 하한가격($0.0015/kWh) 낙찰 사례도 등장했다. 하한가격 입찰은 시장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높아 정부 등에 반납하는 금액이 연간 $400를 초과하는 경우, 최종 정산 시장가격으로 정산받는 규정(Opt-out)을 활용한 전략이다. ’21년 <Thor 단지> 입찰에 참여한 6개 사업자 가운데 5개가 하한가격으로 입찰했고, 이 중 추첨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일본 재생에너지 경매시장 운영구조 및 절차 일본 일본은 ’12년 가격공시 FIT를 시행한 이후 태양광 편중, 국민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17년부터 경매제도로 전환했다.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으로 ’03년부터 ’11년까지 RPS 제도를 운용했으나 ’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대하고자 사업자 리스크가 RPS 대비 낮은 ‘가격공시 FIT’를 이듬해부터 도입한 것이다. ’15년에는 「전기사업자에 의한 재생에너지 전기의 조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해 재생에너지 경매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17년 11월에 첫 재생에너지 경매를 시행해 40MW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킬로와트(kWh)당 12.6￥에 낙찰되며 경매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22년부터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시장가격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변동형 FIP’제도를 도입했다. 태양광의 경우 용량에 따라 FIT 또는 변동형 FIP 계약을 체결하고, 육상·해상풍력은 변동형 FIP 계약을 체결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경매제도의 운영은 저탄소 투자촉진기구(GIO)가 담당하며, 경제산업성은 주요 제도설계 및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GIO는 금융기관 등으로 구성된 법인체로서, 전력회사로부터 수금한 재생에너지 부담금으로 경매에 낙찰된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지급할 판매 대금을 정산한다. 경매는 정기적으로 개설되며, 낙찰자 선정은 원별 및 규모별로 가격 우선 또는 다중평가 방식으로 진행된다. 태양광·육상풍력의 경우 대부분 가격 우선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하고, 평균적으로 연간 3~4회 봉인 입찰방식으로 열린다. 입찰 참가자격을 갖춘 사업자는 판매 용량과 판매단가(상한가 내)를 제출해야 하며, 입찰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자는 프로젝트 개발 용지를 선정하고 전력망운영기구(OCCTO)로부터 계통연계 가능 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독일 재생에너지 경매시장 운영구조 및 절차 독일 독일은 ’00년 「재생에너지법(EEG)」을 통해 가격공시 FIT를 도입하여 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10년 이후 전기요금 중 재생에너지 부과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기요금 안정화를 위해 ’16년 EEG를 개정하고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21년에는 독일 남부 지역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바탕으로 북부지역의 송전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EEG를 개정하고 ‘남부 할당량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21~23년 총 낙찰량의 15%가 남부에 할당됐으며 ’24년에는 20%까지 증가했다. 경매제도의 운영구조는 연방네트워크규제청(BNetzA)이 경매를 주관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경매 물량은 법제화했다. ’21년 이후 대상 기술은 태양광, 육상풍력, 해상풍력, 바이오매스 및 2개 이상의 기술이 조합된 혁신 기술로 구분된다. 낙찰자는 입찰가 지불(pay-as-bid) 방식으로 20년간 FIT(태양광·육상풍력) 또는 변동형 FIP(해상풍력)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경매 절차는 태양광과 육상풍력의 경우 가격 우선 방식의 봉인입찰을 시행하고, 해상풍력을 계획입지 개발에 한하여 다중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태양광과 육상풍력은 참가 자격을 갖춘 입찰자 중에서 가격이 낮은 순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고, 입찰가 지불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입찰 참가 자격은 프로젝트 개발부지 선정, 기술적·재정적 요건 및 관련 프로젝트 수행 경력 등을 통해 평가한다. 참가 자격을 갖춘 입찰자 중 프로젝트 규모에 관계 없이 가격만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고, 낙찰자는 kW당 €50의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낙찰자 선정은 가격(60점), 탄소배출 저감 기여도(10점), 기업 PPA 체결 가능(10점), 자금 조달(10점), 시행 능력(10점)을 종합해 평가한다. 대만 해상풍력 설치용량 추이. 배경은 창팡시다오 해상풍력 단지 (출처 : news.mt.co.kr) 대만 대만은 지리적으로 도서(島嶼) 국가인 이점을 이용해 해상풍력을 적극 개발하고 있으며, ’25년 5.5GW 보급을 목표로 ’18년에 해상풍력 경매를 처음 시행했다. 대만의 경매제도는 초기에는 민간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으나, 점차 정부가 사업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현재 해상풍력 3차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2차 과정부터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사업의 평가 기준은 ‘자격평가’를 통과한 사업자만 가격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단계적 입찰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격평가는 기술 및 재무능력 평가, 산업 관련 실시계획으로 구분되며, 기술능력(60점), 재무능력 (40점)의 합산 점수가 70점 이상 되어야 한다. 산업 관련 실시계획은 총 120점 중 70점 이상이면 적격으로 판단한다. 가격입찰의 경우 입찰 가격이 낮은 사업자 순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며, 가격입찰 가능 범위는 0~2.49NTD/kWh(약 106원/ kWh)이다. 최근 대만 정부는 해상풍력 확대계획을 달성하고 해상풍력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개별 사업자가 입찰할 수 있는 용량을 500MW에서 900MW로 높였으며, 해상풍력 사업자가 기업 PPA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용등급이 낮은 전력 구매 기업에 대한 보증, 보험도 개발·제공하고 있다. < Energy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