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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2】 실리콘을 넘어서는 미래 반도체 소재
2021-09-01

실리콘을 넘어서는 미래 반도체 소재
흑린, 전도성 고분자, 전이금속 칼코켄 화합물, 산화갈륨

한국 정부가〈 K-반도체 전략〉을 앞세워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반도체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소재 기술이 발표되고 있다. IBS는 흑린을 이용한 초극미세 반도체 소자의 가능성과 더불어,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유기반도체 소재 기술을 발표했다. 그리고 울산과학기술원과 성균관대학교 공동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전이금속 칼코켄 화합물을 대면적으로 합성해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일본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산화갈륨 에피 소재를 국산화했다.
(메인 이미지: 흑린 사이에 형성된 나노 단위 미만 선폭의 전도성 채널.구리 원자를 저온 고체 확산법을 이용해 흑린 내에 침투시키면 나노미터 이하 선폭을 갖는 전도성 채널을 형성할 수 있다. 위 그림은 전도성 채널을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한 구조와 일러스트다.)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기초과학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포스트 그래핀 소재 ‘흑린’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이종훈, 펑 딩(Feng Ding) 그룹리더 연구팀은 2차원 흑린(Black Phosphorus)을 이용해 선폭 4.3 Å(0.43 ㎚)의 전도성 채널을 구현했다.1)

이는 나노미터 한계를 뛰어넘어 옹스트롬(Å) 단위 선폭을 구현한 것으로, 초극미세 반도체 소자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포항공대(POSECH)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2차원 흑린은 ‘포스트(post) 그래핀’시대의 주역이 될 반도체 소재로 꼽힌다. 두께가 원자 한 층 정도여서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로 구현하기 힘든 유연하고 투명한 소자에 이용할 수 있으며, 또한 2차원 반도체 소재 중 전자이동도가 가장 크다. 또한, 그래핀과 달리 ‘밴드갭’(band gap)’이 있어 전기를 통하게 했다가 통하지 않게 하는 제어도 쉽다.

연구진은 전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도성 채널을 만들고자 다층의 2차원 흑린 각 층 사이에 구리 원자를 삽입했다. 이때 흑린에 얇은 구리 박막을 증착한 후 열처리 공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면 흑린의 이방성 원자구조로 인하여 구리 원자가 2차원 흑린에 0.43 ㎚의 미세한 폭을 유지하며 삽입된다.

이렇게 형성된 0.43 ㎚ 두께의 전도성 채널은 반도체 소자의 전극으로 사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또, 전도체/반도체/전도체로 이뤄진 반도체의 기본 소자 구조를 2㎚ 이하 수준에서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1저자인 이석우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될 수 있는 고상확산법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실제 응용 효과가 클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차원 전도성 고분자 합성 과정. 연구진은 하이드록시기(왼쪽 위)와 아민기(왼쪽 아래)를 도입한 트리페닐렌 분자의 산화 축합반응을 통해서 그래핀처럼 2차원 벌집 구조를 가지는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
 
그래핀 닮은 유기 반도체 소재
IBS의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의 국제공동연구진은 2020년 6월 24일 분자의 자기조립(Self-assembly) 특성을 활용해 실리콘보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2)

유기반도체는 실리콘반도체와 같은 기존의 무기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특히, 전도성 고분자는 유기반도체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도성 고분자는 화학적으로 밴드갭(Band Gap)을 비롯한 전기적 물성을 조절할 수 있어 전도성 고분자로만 이뤄진 유기 전자소자 구현은 물론, 활용 목적에 맞게 물성을 조절하여 ‘맞춤형 소자’ 개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전까지 전도성 고분자를 2차원 대면적으로 제조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전도성을 가진 분자는 친화력이 강해 서로 겹겹이 쌓이고, 여러 층을 형성한 고분자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용액 속에 가라앉는다.

연구진은 육각형 벌집 모양의 그래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벌집구조를 형성하기 유리한 고분자인 트리페닐렌(Truphenylene)을 활용했다. 우선, 일부 트리페닐렌 분자에는 6개의 하이드록시기(-OH)를, 다른 분자에는 아민기(-NH2)를 도입했다. 이후 이들 분자를 용매에 녹인 뒤 가열하며 그래핀처럼 벌집 구조를 가진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 연구진은 합성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합성 과정에 쓰인 산성 촉매로 인해 트리페닐렌 고분자는 부분적으로 양전하(+)를 띤다. 이 양전하 간의 정전기적 반발력으로 인해 고분자들은 겹겹이 쌓이지 않고, 용액에 골고루 분산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연구진은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작해 ‘유사 그래핀’의 전기적 물성을 평가했다. 소재의 캐리어 이동도는 최대 4 ㎠/VS로 실리콘보다 4배가량 높았다. 이때까지 개발된 2차원 전도성 고분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유사 그래핀 위에 그래핀을 적층한 광(光)검출소자를 구현해본 결과, 제작된 소자가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넓은 영역의 빛을 검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초고속 반도체, 고효율 태양전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소재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몰리브데넘 다이셀레나이드 박막의 전기적 특성. ⒜ 몰리브데넘 다이셀레나이드 박막 기반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모식도, (b, c) 몰리브데넘 다이셀레나이드 박막의 출력과 전기적 특성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 합성 기술
올 3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혜성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강주훈 교수의 공동연구진이 결정성(원자 배열의 규칙성)이 우수한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3)

전이금속 화합물(transition metal compounds)은 팔라듐(Pd), 몰리브데넘(Mo), 텡스텐(W) 및 망간(Mn)과 같은 전이금속이 탄소(C), 산소(O), 황(S), 셀레늄(Se), 질소(N) 등과 같은 비금속 원소와 결합한 화합물을 일컫는 말로,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이금속 칼코켄 화합물은 대면적 합성이 까다롭다. 고온에서 증기로 변한 고체 전구체(원료)로 합성하는 방식은 증기 농도가 불규칙해 동일한 품질의 박막을 여러 개 얻기 힘들고 합성 가능한 크기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액체 원료(액상 전구체)를 이용한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합성된 소재의 결정성 등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액상 전이금속 원료를 기판위에 코팅해 증기 상태 칼코겐 원소와 반응 하도록 하는 방식을 썼다. 이때 액상 원료 속 반응 촉진제(금속 할라이드)가 ‘칼코겐화’(chalcogenization) 화학 반응을 촉진하면서 결정성이 우수한 화합물을 얻을 수 있었다. 칼코겐화는 전이금속 화합물 제조 과정에서 열처리로 인해 증기화된 전이금속 전구체와 칼코겐 전구체가 반응해 전이금속 화합물이 형성되는 공정을 일컫는다.

연구진이 개발한 합성법은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몰리브덴과 텅스텐 같은 전이금속과 황, 셀레늄 등의 칼코겐 원소 조합을 바꿔 다양한 단층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을 합성해내기도 했다. 더불어, 합성된 반도체 박막을 이용해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셀레늄화몰리브덴(MoSe2) 박막으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제작해 박막이 갖는 우수한 전기적 특성(전자이동도)도 확인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이 국산화에 성공한 산화갈륨(Ga₂O₃). 전력반도체용 2인치 에피 웨이퍼
 
전력반도체용 산화갈륨 에피 웨이퍼
한편, 한국세라믹기술원의 광·전자부품소재센터 전대우 박사 연구팀은 지난 5월 14일 차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인 산화갈륨(Ga₂O₃) 에피(epi) 소재를 성장시켜 2인치 웨이퍼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4)

에피는 인조사파이어, 질화갈륨, 탄화규소, 실리콘, 산화갈륨 등 다양한 기판에 질화갈륨, 산화갈륨 등의 반도체 물질을 3차원적으로 원자스케일 규칙성을 갖도록 얇은 막으로 성장한 핵심 소재를 말한다. 산화갈륨 에피는 일본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소재다.

산화갈륨 에피 성장 기술은 수소화기상성장법(HVPE), 금속유기화학기상증착법(MOCVD), 분자선에피성장법(MBE), 분무화학기상증착법(Mist-CVD) 등 4가지 방식이 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HVPE 성장법을 이용했다. HVPE성장법은 높은 성장속도, 농도제어 용이, 낮은 유지비용, 대면적화 가능성으로 현재 유일한 상용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에피 소재 역시 넓은 영역의 전자농도 제어가 가능하고 기존 대비 전자이동 특성이 높게 관찰됐다. 또한, 제조비용이 탄화규소(SiC)나 질화갈륨(GaN) 소재의 20~30% 수준이며, 전력변환 시 3%의 효율 향상은 물론, 전력변환모듈 크기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고효율 전력변환 모듈과 초소형 인버터 및 컨버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며, 기존 실리콘 소재를 대체한다면 연간 1,4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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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연구는 〈나노레터스〉(Nano Letters) 7월 29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으며, 논문의 제목은 “Anisotropic Angstrom-Wide Conductive Channels in Black Phosphorus by Top-down Cu Intercalation”이다.
2)연구결과는 〈셀〉(Cell)의 자매지인 〈켐〉(Chem) 6월 24일자 온라인판에 “Solution-Processable, Crystalline π-Conjugated Two-Dimensional Polymers with High Charge Carrier Mobilit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3)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기초연구실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나노·재료 분야의 학술지인 〈에이시에스 나노〉(ACS Nano) 2021년 1월 29일자 온라인에 “High-Crystalline Monolayer 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s Films for Wafer-Scale Electronic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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