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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지속가능 경영가치 부각…ESG, 핵심은 탄소중립
2021-06-04

 
지속가능 경영가치 부각…ESG, 핵심은 탄소중립
英·美, 무역장벽으로 활용…한국, 탄소세 ‘비상’

5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기업들의 ESG경영 확대에 대해 언급하며 새로운 기업 경영 기준에 발맞출 것을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 열풍이 일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요소다. 쉽게 말해 ‘친환경적이면서 공정하며 책임 있고 투명한 기업’을 말한다.
(메인 이미지: 지난 5월 29일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과 ESG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 청와대 공식 유튜브 채널))

글 김수진 기자 자료 삼정KPMG연구원, KOTRA, 한국전력, 발전5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ESG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로 접어들며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조만간 ESG가 정치, 사회, 경제 분야의 핵심가치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ESG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이다. 중국, 러시아 등이 신흥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자 미국과 영국이 ESG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도입하며 새로운 보호무역의 구실로 삼고 있다. 이들 나라는 ESG의 핵심 중 하나인 탄소중립에 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글로벌 기업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기업에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정부도 ESG와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무역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ESG가 최근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무역 규제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 모습. (자료: pixabay)
 
ESG, 새 무역 패러다임으로 급부상 
ESG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 외에 환경·사회적 가치를 적극 고려, 창출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통칭한다. 비재무적 요소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1980년대까지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ESG 개념은 1980년대 후반 환경오염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ESG는 1987년 UNEP(유엔환경계획)와 WCED(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공동으로 채택한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처음 제시됐다. 보고서를 통해 지구 자원과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현 수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후 1997년 미국 보스턴에 비영리단체이자 지속가능 경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GRI 단체가 설립되면서 ESG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UN PRI를 구체화되었으며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가이드라인 백서를 발간하며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제시됐다. 

최근 ESG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모든 국가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5년 단위로 이행점검을 규정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맞춰 참여국들이 각국 목표량을 설정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국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 경영, 즉 ESG에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로 유럽연합에서는 ‘지속가능성장 재원조달 실행계획’ 일환으로 ESG 공시를 규정하고 분류체계, 저탄소 벤치마크 규정 등을 골자로 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표준화된 기후변화 관련 공시체계 도입을 위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테스크포스’(TCFD)가 제안한 개정안을 공개했으며 일본도 지난해부터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ESG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는 20개 국으로 유럽연합은 지난 3월부터 은행 및 보험사부터 의무를 확대하기로 했고, 영국은 모든 상장기업이 2025년까지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지난 2019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중심으로 ESG를 의무 공시토록 하고 있으며,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ESG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ESG정보 자율공시 및 단계적 의무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SG 핵심요소는 탄소중립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탄소세 도입 등을 도입하고 있어 각 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ESG 경영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료: pixabay)

ESG 핵심은 환경 규제 대응
저탄소 및 기후변화 필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최근에는 기업 자발적으로 ESG에 대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영국에서 시작한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들 수 있다. RE100은 현재 전 세계적인 친환경 기후경영 캠페인으로 성장해 한국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대 중이다. RE100은 연간 전기사용량 100 GWh 이상인 기업이 참여해 사용 중인 전력량 100%를 2050년까지 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의 목표를 나타낸다.
자발적 친환경경영 캠페인으로 손꼽히는 RE100. (자료: RE100)

지난해 말 기준 140개국 280여개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하고 탄소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 수도 약 40여개(2019년 기준)에 이른다. 이들은 태양광 및 전력구매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비바 등이 RE100 달성에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들이 ESG 경영을 통해 탄소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바로 강력해진 환경 규제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올해부터 유럽연합 내 생산한 완성차량에 대해 차량배출 목표가 적용되고 있는데 신차의 경우 1 ㎞ 당 95 g(95 g CO2/㎞)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배출목표 초과분에 대해 그램당 95 유로를 판매 차량 대수 만큼 부과하고 있다. 때문에 유럽연합 완성차기업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크레딧을 구입하거나 폴링계약, 전기차 생산 등에 나서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이를 활용해 배기가스 목표를 위반한 유럽기업에게 크레딧을 판매해 지난해만 1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올 초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이나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탄소국경세는 기업이 제3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통해 과세(탄소세)를 피하는 편법을 막겠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미 행정부는 탄소국경세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무역보호주의라는 것이 중론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탄소배출 규모 전 세계 10위인 한국은 ESG경영의 핵심인 탄소감축이라는 문제에 부딪혔다. 실제로 미국 주요 수출품인 석유화학, 자동차, 가전, 전지, 컴퓨터 등에 부과되는 탄소세는 당장 2년 후인 2023년에 9,300만 달러, 2030년에는 2억 9,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기업 경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 넷제로를 선언하는 등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며 시장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국회도 새로운 글로벌 무역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ESG포럼을 발족했다. 이를 통해 ESG 관련 공시를 확대하고 한국형 ESG 평가지표를 마련, 우수기업  인세티브 확대 등 제도 개편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이 ESG경영 확대를 위한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자료: 한국전력)
한국서부발전이 태안에 설치한 습식포집플랜트. (자료: 한국서부발전)

발전사들, ESG경영 통해 ‘탄소 줄이기’
국내 발전사들이 특히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미세먼지 및 탄소 줄이기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 한국전력: 한국전력은 지난해 11월 ESG 경영확대를 담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세계적 경영 트랜드에 발맞추고 있다. 한전이 공개한 보고서 핵심은 역시 ‘탄소중립’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확대와 국내 석탄화력 발전소의 조기폐지 및 LNG 발전 전환계획을 담고 있다. 특히 해외 신규 석탄화력 발전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친환경 중심으로 해외사업 방향을 전환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공동 발전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허브인 ‘빛가람 에너지밸리’사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 사회공헌 활동 등 사회적 가치 구현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윤리경영 강화를 위해 윤리준법위원회 활동 내용 및 업무에서의 불공정간행 실태 점검 내용도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한전은 지난해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와 2,0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하는 등 ESG경영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ESG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 한국서부발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도 ESG 경영에서 필수로 손꼽힌다. 한국서부발전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연소포집·저장·활용 등 4개 분야 기술개발에 나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지난해 태안발전본부5호기에 포집 실증플랜트를 구축한 서부발전은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대규모 CCUS 실증 및 상용화 기반구축사업’에 착수한다. 오는 2023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사업은 총 62억 원이 투입된다. 기존에 구축된 습식 0.5 ㎿ CO2 포집 실증플랜트를 활용해 국내 습식포집기술의 성능을 평가하고 실증단계를 넘어 상용 150 ㎿급 CO2 포집플랜트를 설계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CO2 포집대상은 서해안권에 위치한 발전소들로 실증을 통해 포집원을 선정할 계획이다. 서부발전은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하루 10톤의 액화 CO2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된 액화 CO2는 산업용으로 판매하거나 지역농가에서 농작물 재배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또 서부발전은 가스발전시대를 대비해 산·학·연과 함께 세계 최초로 ‘3 ㎿급 매체순환연소 실증기술’도 개발한다. 투자비용만 238억 원에 이르며 오는 2025년 완료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나선다.

◆ 한국동서발전: 한국동서발전은 EGS 환경경영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정책에 따라 지난해 석탄화력을 감축 운영한 결과 2018년 대비 미세먼지 2,076톤(40%)를 저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당진, 동해, 호남의 석탄화력 총 14개 발전기를 발전정지하거나 출력을 최대 80% 제한 운영해 대기오염물질을 44%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발전사 측은 환경설비 보강에 1,660억 원을 투자해 저탄장 옥내화 등을 추진하고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 감축 활동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발전연료의 경우 저유황탄 장기계약을 확대하고 바이오 증유를 우선 구매한다. 또한 환경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환경지원사업을 지원하고 발전소 주변 지역의 취약계층에 공기청정기 등을 지원하는 등 환경측면의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한국서부발전: ESG 경영 가치 중 하나인 환경개선 및 동반성장도 힘쓰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3월 협력사에 전사 온라인 제안관리시스템을 무료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과 정비품질 향상을 목표로 진행한 이번 사업은 협력사 전 사업소에 온라인 제안관리시스템 및 제안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20회의 제안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발전사 측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정비 품질 향상과 협력사와의 유기적인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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