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1】 에너지연, 에너지 생산하는 커뮤니티 실증
2021-06-01

 
에너지연, 에너지 생산하는 커뮤니티 실증
현실적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잠재력 높여야 

몇 년 전부터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자급자족하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자급률 100%를 넘긴 마을 단위의 에너지 공유기술이 등장했다. 이처럼 마을 단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실증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특히,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 에너지 자립 도시 실현에 나서고 있어 이번 기술 개발이 갖는 의미도 깊다. (메인 이미지: 플러스에너지커뮤니티 조감도)
 
김수진 기자 자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지난 3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에너지 부문 혁신방안’회의에서 박덕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센터장은 “건물 단위를 넘어 커뮤니티 단위의 에너지 공유를 위한 기술 연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이 말은 에너지 공유 플랫폼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에너지 공유 플랫폼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높이고 탄소중립과 그린 뉴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형 플러스에너지커뮤니티 플랫폼 개발
에너지 프로슈머는 에너지 소비자이면서 생산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프로슈머는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3의 물결》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넘나들며 에너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타입의 생활양식을 가진 이들을 일컫는다. 쉽게,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직접 생산해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판매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연구진이 이 개념을 건축물과 마을, 도시 단위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실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은 ‘도시형 신재생에너지 플러스에너지커뮤니티 에너지공유플랫폼’(K-PEC, KIER Plus Energy Community) 개발을 위해 대전 본원 내에 위치한 노후 건축물을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융복합(태양광, 태양광·열, 연료전지, 에너지저장 등) 기술을 적용해 실증한 결과 144%의 높은 에너지 자립률을 달성했다고 한다. 

에너지연은 이 사업의 소규모 에너지공유 커뮤니티 실증 대상인 원내 건물 4채(주거용 2채, 비주거용 건물 2채) 중 제로에너지하우스인 주거용 건물 2채에 태양광(PV), 태양광·열(PVT), 고분자 연료전지(PEMFC), 에너지저장장치 등 최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접목했다. 

1998년부터 초 에너지 절약형 실험용 건물을 지어 에너지 자립 주택 연구를 해 온 에너지연은 2002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제로에너지 솔라 하우스1’(Zero Energy Solar House; ZeSH-1)’과 2005년 당시 독일의 패시브하우스를 능가하는 신·재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개발한 ZeSH-2에 주택 자가 소비율 및 커뮤니티 에너지 자립률을 고려한 설계로 최신기술을 접목해 플러스에너지하우스(KIER Energy Plus Solar House; KePSH-1 & 2)로 탈바꿈시켰다. 
S2(KePSH-1) 건물
S5(KePSH-2) 건물

지붕형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및 지붕 거치형 태양광·열(PVT) 모듈로 총 6.6 ㎾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었던 ZeSH-1에는, 총 21.4 ㎾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15.1 ㎾ BIPV+4.3 ㎾ BIPVT+2 kW PEMFC)뿐만 아니라, 전기저장(BESS), 열저장(TESS), P2H(Power to Heat, 잉여 전기 열 변환), 히트펌프 활용기술 등을 적용해 KePSH-1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또한 지붕형 BIPV와 벽면형 BIPVT 모듈로 총 6.45 ㎾의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보유했던 ZeSH-2가 고도의 에너지 자립율을 갖는 KePSH-2로 변모하는 데에는 8.3 ㎾ BIPV, 3.3 ㎾ BIPVT, BESS, TESS, P2H, 지열 냉난방 히트펌프 등이 적용됐다.
'솔라스킨' BIPV 적용 건물

연구진은 지난해 리모델링한 주거용 건물 KePSH-1과 KePSH-2를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시운전해 일반적인 가구의 소비량 기준으로 144%의 에너지 자립률을 실증했다. 이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평가 프로그램(ECO2)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했을 때 연간 에너지 자립률 166.3%를 얻었다. 
 
연구진은 에너지공유 커뮤니티 실증 대상인 원내 건물 4채 중 비주거 건물 2채에 대해서도 오는 8월까지 리모델링을 완료해 에너지자립 및 자가소비에 대한 시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주거건물(KePSH-1 & 2)과 비주거 건물(KPEB-1 & 2) 총 4채로 이루어진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전체 에너지 자립률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단계(2022~2023년)에는 에너지공유 통합 운영시스템을 구축해 최적화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도시형 BIPV 시범적용 및 발전성능 측정을 통한 차세대 기술 실증 연구로 산·연 협력을 활성화하고 신기술 도시보급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비주거 건물 KPEB-2에는 코오롱글로벌㈜과 ㈜신성이엔지에서 개발한 유색 태양광 패널인 ‘솔라스킨’ 4.8 ㎾를 ㈜에이비엠과의 협업으로 적용했고, KPEB-1에는 벽면형 컬러 BIPV 40 ㎾와 히트펌프를 적용해 오는 8월까지 리모델링을 완료할 예정이다.
플러스에너지커뮤니티 개념도

연구진은 향후 ‘솔라스킨’을 비롯해 적용된 건물에너지 요소기술들의 내구성 및 에너지 발전성능 등 장기 성능평가를 진행한다. 내후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연구에서는 1단계에서 적용한 신·재생에너지 요소기술들과 연구원의 태양광 예보기술을 활용해 전체 커뮤니티의 에너지 자립률을 향상시키고, 에너지공유를 통한 자가 소비율 향상, 커뮤니티 에너지 운영시스템 최적화, 커뮤니티 내 열에너지 네트워크 검증 등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차세대 기술이 도심 에너지 공유 플랫폼 구축의 에너지생산 요소기술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통합적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에너지연은 플러스에너지커뮤니티 플랫폼 연구결과를 활용해 향후 도시재생을 통한 에너지 자립률 향상, 공공부지 또는 노후 캠퍼스를 활용한 도시 에너지공급 플랫폼 구축, 리모델링을 통한 건축시장 활성화 및 신도시 에너지 자립화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김종규 책임연구원은 “이번 과제를 통해 커뮤니티 단위 제로에너지 1등급 설계, 전기·열 복합에너지공유 플랫폼 설계 등을 적용해 구현하고 있으며,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확보되는 핵심기술들은 실제 도시단위의 스마트 빌리지 실증을 통해 활용될 수 있도록 대내외 관련 연구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연 김종남 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커뮤니티 에너지의 자가 소비율을 높이는 실효성 있는 다양한 실증운영으로 제로에너지 커뮤니티 보급모델을 확보하여 재생에너지의 도시보급 잠재력을 높이고 탄소중립 및 그린뉴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 변화. (자료: 환경부)
건물의 연간 온실가스 사용량 변화. (자료: 환경부)

건물 도시 단위 ‘탄소중립’정책 현실화 필요
에너지연의 이번 실증의 목표는 사실상 ‘탄소중립’이다. 건물 부문에서 에너지 과소비를 막고 탄소 발생을 줄여 친환경적이며 합리적이고 건강한 에너지 소비를 위한 것. 

살제로 최근 이상기후 및 건축물의 연면적 증가 등으로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기준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7%(간접배출량 포함 시 24%)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건물 부문의 전력 및 열 사용량에 의한 간접배출량도 크게 증가했다. 직접 배출량이 경우 1990년보다 25% 감소한 반면, 가전기기 및 사무기기, 난방연료의 전환 등으로 간접 배출량은 8.8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한국은 지난해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며 건물 부문 관련 비전을 발표했다. 건물 에너지 사용 패턴을 고려해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

◆ 제로에너지 보급 확대: 현재 한국은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을 구분해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규제 및 인센티브를 병행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신축 건물의 경우 제로에너지건축물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는 연면적 1,000 제곱미터 이상의 공공건축물에 적용하고 있지만 오는 2030년까지 연면적 500 제곱미터 이상인 모든 공공 및 민간건물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건물의 경우 인센티브 기반의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주기적으로 에너지 성능 진단을 실시하고, 민간의 경우 세금 감면과 이자비용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고효율 기기 보급: 건물 내에서 사용하는 사무기기와 가전기기, 조명 등도 탄소중립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가전제품을 에너지 효율 등급 관리대상을 선정하고 에너지 효율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며 소비 진작 정책을 병행 중이다. 또한 주변 환경에 따라 조명을 조절하는 스마트LED 조명을 2040년까지 60% 이상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 4차 산업기술인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건물 내 에너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적절히 제어하는 시스템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제도와 연계하고 있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스마트미터(AMI)가 대표적이다.

건물 부문의 탄소중립 문제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선진국들도 이 부문에 대한 뚜렷한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건축및건설연맹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건물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율이 오히려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연맹 측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보다 5배 많은 역량을 각국이 쏟아 부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건물 부문 탄소중립에 대해 대다수 국가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감축목표를 제출한 국가 중 136개국이 건물 부문을 언급했고 이중 53개국이 건물 에너지효율에 대해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 법규까지 마련한 국가는 38개국에 불과하다. 연맹 측은 보다 적극적인 건물 탄소중립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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