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CO가 7월 27일 올해 상반기 별도 결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 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6% 늘어난 4조 3,532억 원, 당기 순손실은 48.3% 늘어난 2조 8,96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 수익은 전기 판매 수익 22조 8,000억 원과 기타 수익 1조 4,000억 원으로 24조 2,000억 원이나, 영업비는 구입 전력비 24조 8,000억 원과 판매비 등 기타 비용 3조 7,000억 원으로 28조 5,000억 원에 달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 적자(4조 3,000억 원)란 미증유의 실적을 기록했다.

불합리한 전력 거래 시스템
KEPCO는 연이은 적자의 근본 원인을 발전 회사로 부터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해 싼 가격에 파는 현 전력 거래 시스템의 불합리성으로 꼽았다. 즉, 전력거래소에서 구입하는 전력비용은 연료 가격 상승분을 즉시 반영하지만, 전기요금은 물가 및 국민경제 영향 등을 고려한 정부 인가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사용자에게 전기를 판매해 얻은 수입은 23조 원인 반면, 발전 회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해 오는 비용은 25조 원으로, 단순히 전력 거래만으로 2조 원이란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기저발전기 고장,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유류 등 고高원가 발전량 증가,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구입 전력비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2% 증가한 24조 8,20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고리원전 1호기와 울진원전 4호기가 가동을 멈춘 상태였는데, 1000㎿ 용량의 원전이 가동을 중지하면 한 달에 1,200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2012년 상반기 ㎾h당 103원에 구입해 94원에 판매함에 따라 전력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손실이 증가하는, 정상적인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역설적인 수입 구조인 셈이다.

상반기 총괄 원가 부족액 중 산업용 부족액 1조 3,000억 원
KEPCO 관계자는 "전기요금 산정 기준상 2012년 상반기 총괄 원가 부족액 3조 7,000억 원 중 산업용이 1조 3,356억 원(36.2%)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그 다음으로 주택용 8,637억 원, 일반용 5,645억 원, 농사용 5,514억 원으로 발생했다"면서, "여전히 산업용이 많은 혜택을 누리기에 KEPCO의 적자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 부담을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전기를 사용한 기업(개인)이 사용한 만큼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전기요금이지 전기세가 아니기에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돈을 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낮은 전기요금으로 30년간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지원해 왔으므로, 경제 발전을 이룬 지금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백번 양보해 현재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원가 수준의 전기요금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PCO, 경영 합리화로 적자 구조 해결?
지경부는 8월 3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10%이상이지만, 평균 4.9% 인상하기로 조정했다"면서, "KEPCO가올해중추진키로한1조1,000억 원(발전 자회사 포함)의 자구 노력과 별개로 향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자 강도 높은 경영 합리화 노력을 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자구 노력과 경영 합리화만으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KEPCO의 올해 상반기 구입 전력비가 25조 원으로 전기요금 산정 기준상 영업비용의 90.5%를 점유하고, 감가상각비(4.7%)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없는 비용이 95.5%이며, 관리 가능한 비용은 4.5%에 불과하다. 상반기 KEPCO 전체 직원 인건비가 6,000억 원(2%)인데 이를 전액 반납하더라도 올해 전기요금 인하 요인은 1.3%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KEPCO와 발전 회사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4년간 연평균 1조 4,000억 원의 원가를 절감했으며, 올해 구매 · 조달 제도 개선, 신공법 · 설계 기준 개선 등을 통해 1조 1,000억 원 이상 자구 노력으로 전기요금 2.4%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현실화로 에너지 소비 구조 정상화
KEPCO 관계자는 "전기요금 현실화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최대 수요 억제에 따른 발전기 추가 건설비를 회피하고, CO2 배출량을 감소하고, 전력 생산용 에너지 수입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면서, "또한, 에너지 고효율 기기 등 신기술 개발도 탄력을 받아 저탄소 녹색 성장 시대에 앞서나갈 수 있으며, 관련 산업 분야 확대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하는 등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발전기 추가 건설비 회피 |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 감축 효과는 발전소 추가 건설 효과와 맞먹는다. 전기요금을 1% 인상하면 17만㎾, 5% 인상하면 85만㎾, 10% 인상하면 170만㎾ 수요를 감축할 수 있다. 5% 인상으로 85만㎾ 수요를 절감하면 원전 1기 용량에 해당하며, 10% 인상으로 170만㎾ 수요를 절감하면 원전 2기 건설을 회피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10% 인상해 전기 사용을 10% 함께 줄이자는 뜻이다. 원전은 1호기에 약 3조 원, 석탄은 약 1조 3,000억 원, LNG는 약 6,000억 원의 막대한 건설비용이 발생하는데,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전력 사용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발전소 추가 건설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는 셈이다.
에너지 소비 구조 정상화 | 연료 가격 변화를 적기에 반영하는 경유와 등유에 비해 전기요금은 수년간 물가 안정을 위해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인상을 억제해 소비자의 에너지 왜곡 사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2002년 이후 2011년까지 경유 가격은 165%, 등유 가격은 145% 오르자 경유는 57%, 등유는 27% 소비가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21% 소폭 인상해 소비량은 63%나 급증했다. 석유난로 대신 전기난로, 기름보일러 대신 전기보일러 판매가 급증하는 등 냉 · 난방 시 전력 사용을 우선하며, 김이나 오징어 등을 건조하거나 항만 크레인 작업에도 값싼 전력을 사용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력 소비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을 앞설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의 5배를 웃도는 전력량을 소비하며, 연간 에너지 수입 비용이 약 130조 원에 달한다.
저탄소 녹색 성장 및 기후 변화 대비 | 기온 1℃ 상승 시 우리나라 전력 수요는 약 140만㎾ 증가한다. 이상 고온 등 지구 온난화로 최근 최대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함을 고려한다면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전력 수요와 CO2 배출 억제가 절실하다. 선진국은 2007년 발리 로드맵 채택에 따라 에너지 절약과 합리적인 소비를 국가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고효율 기기 등 신기술 R&D, 친환경 전력 설비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며, 전기요금에도 이와 관련한 녹색 비용을 부과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의 낮은 전기요금이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 대비 30%를 감축하려는 국가 저탄소 녹색 성장 계획의 최대 장애로 작용함에도, 여전히 물가 안정 도구로 계속 활용함에 따라 에너지과소비로 인해 OECD 국가 중 CO2 배출량은 최고 수준을 점하고, 신재생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턱 없이 부족해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희망이 아닌 짐을 넘겨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