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전기요금 현실화 3대 선결 과제 제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18개 단체는 공동으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정부에 제안했다.

그동안 산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것과 달리 이례적인 경우다.

그러나 산업계는 이를 위한 선결 과제로 산업용만이 아닌 주택용, 일반용 등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원가 회수율의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모든 용도 전기요금 현실화 |

전력 산업 적자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 특정 용도만 인상해선 불가능하며, 모든 용도의 원가 회수율(전기 생산 원가를 100으로 했을 때, 실제 판매 금액의 비율)을 100%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10여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에 걸쳐 61% 인상돼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94.4%)이 주택용(86.4%)보다 높다. 2011년 우리나라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0.698)을 외국과 비교해도 미국(0.586), 영국(0.608), 일본(0.663) 등 주요국보다 높다.

이처럼 국가 간 전기요금을 비교하기 위해선 국가별 전력 회사 규모, 민영화 여부, 경합성, 정부 정책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므로 전기요금 자체를 비교하는 것보다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을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더불어 사업장까지 전기 공급을 위한 철탑, 변전소, 전선 등 건설과 유지 보수비도 자체 부담하기에 실제 원가 회수율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또한, 제조·서비스 활동에 사용하는 산업용 전력은 요금 인상에 따른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원가 회수율 근거 먼저 밝혀야 |

최근 원가 회수율 발표 수치가 기존 정부 자료와 달라 전기요금 인상 근거에 의심을 낳고 있다.

전기요금을 인상한 지난해 12월 2일 이후 원료비, 물가 등 상승분 때문에 원가 회수율은 하락할 수 있으나, 최근 한전이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 농사, 주택용 원가 회수율은 상승한 반면, 일반용과 산업용 원가 회수율만 하락한 수치는 혼란을 준다.

예를 들어 2011년 12월 당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은 주택용은 원가 회수율이 1.9%p 상승한 반면, 평균 4.5% 인상한 일반용과 6.5% 인상한 산업용은 각각 2.3%p와 6.9%p 하락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상황에서, 주택용보다 쉽게 올릴 수 있는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노린 것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최근 정부에 요청한 전기요금 인상안인 13.1%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기요금을 인상할 이유가 있다면, 먼저 그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장기 예측 가능 요금 인상 계획 수립 |

시장에서 경쟁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은 원가 이하 전기 공급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으며, 요금을 인상해 원가에 맞는 전력 요금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동의한다.

다만, 전력 산업 적자를 이유로 비계획적이고 일방적으로 기업이 많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장기 계획을 제시한다면,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향후 5년, 10년 등 원가 회수 기간을 정하고, 기간 중 원료, 인프라 투자 등 원가 상승분과 기저발전 확대, 전기요금 산정 방식 조정 및 원가 절감 등 자구책을 정부, 한전, 산업계, 외부 전문가 등이 함께 검토해 용도별 원가 및 적정 요금을 산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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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동절기 정부의 전력 수급 조절 요청 시 일부 피해를 감소하면서까지 전력사용을 줄였고,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LNG발전소의 추가 건설비를 절약하는 등 국가 전력수급에 기여했으나, 오히려 전기를 많이 쓴다는 비난만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일각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OECD 대비 저렴하기에 우리 기업이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오해가 있으나, 실제로 우리 기업의 에너지 효율은 결코 낮지 않다"면서, "지난 10년간 제조업의 실질 GDP는 2000년 155.9조 원에서 2010년 287.6조 원으로 84.5%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제조업의 전력 사용량은 125,972GW에서 211,447GW로 67.9% 밖에 증가하지 않을 정도로 효율이 좋아졌으며, 석유·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효율은 경쟁국과 비교해도 충분히 높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부터 산업계는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제 시행 등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노력하며, 2015년부터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도 시행하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비계획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국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