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산업의 혈맥, 케이블Cable ①] 내수 시장 한계, 수출로 돌파, 고부가 제품으로 신기술 경쟁
2012-03-08



전력, 유선 통신, 건설 등을 전방으로 하는 국가 기간산업인 전선 산업. 거액의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이며, 다품종 · 다규격 주문 생산 방식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전선 산업은 1980년대까지 국내 전력 산업의 비교적 높은 성장에 힘입어 주로 내수용 제품 개발과 양산에 주력해 왔다. 그 후 기간시설인 전력망과 통신망 구축을 완료함에 따라 성숙기로 접어들며 저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2000년대부터 상위 전선 기업은 과잉 공급으로 말미암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발판으로 수출 시장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인도, 중동 등의 전력 · 통신 설비 인프라확충 계획과 미국 등 선진국의 전력망 교체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선진 기업과 경쟁하려면 기반 기술을 견고히 갖춰 제품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에 취약한 초전도 · 초고압 · 광통신 · 해저 케이블 등 고기능 · 고부가 제품과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해저 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 동해 공장.

1887년 3월 6일, 우리나라 최초로 경복궁 내 건천궁을 밝힌 전깃불. 당시 향원정 연못의 물을 먹고 켜진 불이라 하여 '물불', 묘한 불이라 하여 '묘화', 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하여 '건달불'로 불렸다. 전선 산업은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37년에 일본인이 세운 '조선제련'과 '시흥전선제조소'그리고 국내 몇몇 영세 업체에 의해 태동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선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들여왔는데, 6 · 25전쟁으로 그나마 몇 안 되는 전선 생산 시설마저 폐허로 변한다. 전선 산업이 본궤도를 찾은 것은 1955년 대한전선이 시흥전선제조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최신 장비를 갖추면서 부터다. 그 후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전선 업체가 속속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300여 개에 이른다.
전선 산업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중앙정부에서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국가 기간시설인 전력 ·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전력 ·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일단락하자, 내수 시장에서 역성장과 저성장세를 반복해 왔다. 이를 극복하고자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일진전기, 대원전기 등 소수 상위 전선기업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과점 시장 속 대 · 중소기업 간 격차 심화
전선(전력선) 산업은 국가 경제 규모와 국민 생활수준과 밀접한 기간산업이고, 경상적經常的생산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요하는 장치 산업이며, 생산 규모 확대에 따라 생산비 절약과 이익으로 이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는 산업이다. 전선 기업이 1990년대까지 대규모 설비 투자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인데, 현재 생산 능력이 내수를 초과해 다른 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과점 형태를 띤다.
참고로 전선 제조 공정을 보면, 초고압 XLPE(가교 폴리에틸렌) 케이블의 경우 일반적으로 구리 원소재를 용해로에 투입해 녹인 다음 지름 8∼9㎜의 원형으로 뽑아내는 'SCR', 도체 가닥을 다시 2∼3㎜ 굵기로 가늘게 만드는 '신선', 여러 가닥의 신선재를 새끼줄 꼬듯이 굵기 10∼60㎜ 한 가닥으로 만드는 '연선'과 '연합', XLPE 케이블을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도체 상부에 XLPE를 피복 압출해 고온 · 고압에서 가교한 후 냉각해 절연체를 만드는 '절연', 절연체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압력을 이용해 바깥쪽을 알루미늄으로 덮는 '금속 시스', 금속에 한 번 더 고압 · 고열로 PVC 또는 PE를 입혀 코팅하는 '방식층'과 '검사'순으로 만들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5일 한전에서 발주한 전력선 구매 입찰 시장에서 11년간(1998~2008년) 이뤄진 지하 전력선 등 11개 품목의 전력선 물량 배분 및 낙찰 가격 담합 행위를 적발해 시정 명령 및 고발(4개 사)과 함께 32개 사(전선조합 포함)에 대해 총 38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34개 전선 제조사와 전선조합은 1998년 8월 24일부터 2008년 9월 11일까지 한전에서 발주하는 지하 전력선 등 11개 품목의 전력선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합의해 참여사 간에 물량을 배분하고, 수주 예정자를 선정해 높은 가격으로 낙찰(평균 99.4%) 받은 후 배분 비율대로 참여사 간에 배분했다"면서, "합의 참여사는 경쟁 상태에서 낙찰 가격 하락과 물량 수주 불확실성을 담합을 통해 제거함으로써, 모든 업체가 높은 수익과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자 담합에 이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담합 문제는 과점 시장 형태에서 나타나기 쉬운 카르텔Cartel이나 각종 협정으로 공존을 꾀하는 과정에서 불거지기 쉽다.

우리나라 전선 제조 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분이 확연하다. 부가가치가 낮은 가정용 일반 전선과 나경동 연선裸硬銅軟線등을 제조하는 기업은 300여 개에 달하고, 노동 집약형 중소기업이며,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압선 등을 제조하는 기업은 4∼5개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대기업이며, 기업 간 경쟁이 덜한 편이다. 최근 대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의 생산을 축소 내지 중단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의 생산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한전 수요 전선 제품
내수 시장에서 주요 수요처는 크게 관납과 시판으로 나눈다.
우리나라 전력 계통은 전압 수준별로 154㎸, 345㎸, 765㎸로 구분하며, 345㎸를 근간으로 한다. 보통 154㎸ 계통은 345㎸ 계통으로부터 전력을 받아 수요처로 공급하는 역할을, 345㎸와 765㎸ 계통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대전력을 수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10년 6월 현재 송전선 연장은 3만 297c-㎞이고, 배전 연장은 42만 4558c-㎞이며, 변전 용량은 25만 1372㎹A다. 송전선은 2006년 이후 총 연장의 변화가 미미한 가운데 154㎸ 선로는 2007년부터 전체 선로 연장 중 67%대, 345㎸는 28%대, 765㎸는 2.5%대를 각각 유지한다. 배전선은 2006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다.
※c-㎞(Circuit Kilometer) : 실선 다발 수에 관계없이 선로가 지나간 지점 사이의 실제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

한전이 구매하는 전선은 중 · 저압대의 배전용과 고압 · 초고압대의 송전용이 주류를 이룬다.
배전용 변전소에서 수용단에 이르는 배전용 중 · 저압 전선은 배전망 구축에 따른 대체 수요와 신도시 개발에 따른 신규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발전 설비에서 전력 수요지까지 연결하는 송전용 고압 · 초고압 전선 수요는 도심 지중화 작업과 66㎸송전선을 154㎸, 345㎸로 대체하는 승압 작업 등 일부에 불과하다.
한전에서 전력 공급망 구성을 위해 구매하는 전선은 크게 중전압선(공중 전력선과 지하 전력선)과 저전압선(피복 전력선과 나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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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전선은 시외 철탑이나 시내 전봇대 등에 설치하는 전선으로 철탑용 전선(ACSR/AW : 알루미늄 피복 강심/알루미늄 연선)과 전봇대용 전선(ACSR/AW-OC : 알루미늄 피복 강심/알루미늄 절연 전선)이 있다. 철탑용 전선은 장거리 송전에, 전봇대용 전선은 단거리 송전에 사용한다. 지하 전선은 주로 도심에서 지하에 설치하며 방수용 지하 전선(CN/CV-W : 동심 중성 가교 PE(XLPE) 절연 수밀 PVC 전력선), 절연 강하용 지하 전선(TRCN/CV-W : 트리 억제형 동심 중성 전력선), 방화용 지하 전선(FR-CN/CO-W : 난연성難燃性동심 중성 전력선)이 있다. 절연 강화용 지하 전선은 신제품으로 기존 제품인 방수용 지하 전선을 대체하는 중이다. 따라서 절연 강화용 지하 전선은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방수용 지하 전력선의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방화용 지하 전선은 전력선을 설치한 지하공동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에 쉽게 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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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전압 피복 전력선은 2차 변전소에서 수용가까지 전력을 송전하는 데 사용하며, 인하용 절연 전선(PDC), 인입용 비닐 절연 전선(DV), 600V 절연 전선(CV) 등이 있다. 나선裸線은 피복이 없는 전선으로 나경동 연선과 나연동 연선裸軟銅沿線이 있다. 나경동 연선은 피복이 없는 여러 가닥의 동선을 꼬아 만든 가장 단순한 형태의 전력선으로 주로 공중 전선으로 사용한다. 나연동 연선도 여러 가닥의 동선을 꼬아 만들며 전기용 도체 또는 접지용으로 사용한다.

 


제5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2010∼2024년)

송 · 배전 설비 계획



주요 전선 업체는 소규모 전선 업체에 공급하는 나동선, 모터, 발전기 등의 내부에 사용하는 권선, 초고압 케이블을 포함한 전력선, 광케이블 등 통신선, 가전 제품에 사용하는 일반 전선 등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것은 한전 등에 공급하는 초고압 케이블이다.
지경부는 2010년 12월 발표한 '제5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2010∼2024년)'에서 송 · 배전 설비를 전압별로 ▲765㎸ - 대단위 전원 단지와 대용량 부하 밀집 지역 간 전력 수송 ▲345㎸ - 지역 간 간선 계통망 구축 또는 도심지 대전력 공급망 ▲154㎸ - 345㎸ 공급 지역 내 계통 구성 또는 배전 계통 전력 공급원 ▲66㎸ - 신규 건설을 억제하되 부하 특성을 고려해 신축적 운용 ▲22.9㎸ - 154㎸ 변전소로부터 일반 고객 수급 지점까지 전력 공급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송 · 배전 선로 신설 기준, 변전소 신 · 증설 기준, 장기 송 · 배전 설비 계획은 다음과 같다.

송전 선로 신설 기준
765㎸ 송전 선로 보강 | 대규모 전력 융통이 필요하고, 345㎸ 전압으로 전력 공급이 어려운 경우 신설. 1회 선 고장만 고려해 성능을 유지하도록 확충.
345㎸ 송전 선로 보강 | 154㎸ 송전 선로 신설만으로 전력 융통과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거나, 향후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154㎸보다 345㎸ 송전 선로 건설이 적합한 경우 신설. 가공 송전 선로 신설은 2회 선의 1개 루트 건설을 원칙으로 하고, 지지물은 장기적인 계통 구성 변화를 감안해 선정. 간선 계통은 루트 고장, 방사상과 지중 계통은 1회 선 고장을 고려해 성능을 유지하도록 확충.
154㎸ 송전 선로 보강 | 발전소, 345㎸ · 154㎸ 변전소의 송전망 연결이 필요한 경우, 또는 기설 선로가 발전 설비와 전력 수요 증가로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신설. 345㎸ 단위로 자체 환상망(약 800㎿ 수준의 부하 공급) 구성. 기존 선로 분기는 2π분기를 원칙으로 하고 부하 특성, 고장 전류, 과부하, 설비 유지 등에 문제없는 경우 1π분기 고려. 345㎸ 변전소 인출 선로는 계통 조류를 감안해 가급적 410㎟×2B(지중 2000㎟ 이상) 규모 고려. 지중 관로는 부하 증가 등을 고려해 최종 규모로 하고, 도심지 변전소 인출은 계통 확충 등을 고려해 전력구 시공 검토. 345㎸ 변전소 인출 선로 등 주요 선로는 루트 고장, 기타 선로와 지중 계통은 1회선 고장을 고려해 성능을 유지하도록 확충.

변전소 신 · 증설 기준
초고압 변전소 | 초고압 변전소 최종 규모는 4Bank가 원칙이며, 초기 Bank 수는 부하 공급, 경제성을 고려해 결정. 하위 전압 공급이 곤란하거나 대규모 전력 융통 필요 시 765㎸ 변전소 신설. 기존 3Bank 설치 변전소에 추가 증설이 필요한 지역 등에 향후 부하전망을 고려해 345㎸ 변전소 신설. 변압기 1Bank 고장 시 건전 Bank의 적정 공급 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변전소 간 송전 선로 연계여건을 감안해 결정.
154㎸ 변전소 | 최종 규모는 4Bank가 원칙이며, 초기 Bank 수는 부하 공급, 경제성을 고려해 결정(최종 Bank는 인근 지역 부하 증가 전망, 송 · 배전 종합 경제성 등을 고려해 설치). 산업단지와 신도시 조성 등 대규모 신규 부하 공급이 예상되는 지역 등에 신설. 변압기 1Bank 고장 시 건전 Bank의 적정 공급 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변전소 간 배전 선로 부하 전환 여건을 감안해 결정.

배전 선로 신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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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 선로 회선 신설
배전 선로 최대 부하 실적이 상시 운전 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기설 선로로 전기 품질을 유지하기 곤란해 계통 보강이 필요한 경우, 계약 전력 5000㎾ 이상 대용량 신규 고객 전력 공급을 위해 회선 신설이 필요한 경우, 주택 및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 지역에 전력 공급이 필요한 경우 등이다.

장기 송 · 배전 설비 계획
▲송 · 배전 선로 총 긍장 : 2009년 대비 2024년 1.27배 증가.
▲배전 선로 총 긍장 : 2009년 대비 2024년 1.08배 증가.
▲송전 지중선 점유비 : 8.9%(2009년) → 12.0%(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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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산업 비전
우리나라 전선 산업은 국가 전력망 구축 사업이 한창이던 성장기 때 주로 내수용 제품의 개발과 양산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내수 시장은 건설 경기위축과 전력망 설비 투자 감소로 가동률이 점점 하락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전선 기업은 2000년대 들어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수출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전선 산업의 양대 축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70~80%를 차지한다. 세계 시장에서 프랑스 넥상스Nexaans, 일본 스미토모Sumitomo, 이탈리아 프리즈미안Prysmian, 미국 사우스와이어Southwire · 제너럴 케이블General Cable 등 글로벌 전선 기업과 경쟁이 치열함을 뜻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은 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유럽 기업은 유럽과 북미 시장 점유율이 높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동남아를 시작으로 중동, 호주, 뉴질랜드, 미국, 남미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히는 중이다.

세계 전선 시장은 발전과 송전망 건설 프로젝트가 크게 증가한 아시아, 수력 · 풍력 · 태양광 발전 발주가 증가하는 중남미,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신설 등 대규모 전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중동 그리고 전력망 교체기에 접어든 북미와 유럽 등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세계 전력 생산량은 2030년까지 연평균 2∼3%씩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맞춰 세계 전선 시장도 낮은 성장률을 꾸준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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