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네덜란드의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1853~1926)는 액체 헬륨을 이용해 극저온 실험을
하던 도중 신기한 현상을 발견한다. 헬륨의 액화 온도인 -268.8℃(4.2K)에서 수은의 전기 저항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어떤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것을 초전도 현상이라고 한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임계 온도를 올리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1986년 IBM 취리히연구소의 K. 알렉스 뮐러와 J. 게오르크 베드노르츠가 비교적 고온(35K)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도체(초전도체)를 발견해 이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지 10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초전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세계 두 번째로 실제 전력망에 초전도 케이블을 적용한 나라가 된 것. 그 현장이 바로 경기도 이천변전소다.

글 전화영 기자 취재 협조 KEPCO (02)3456-3114 www.kepco.co.kr

초전도 전력 설비 실계통 운전 시작
전력 손실을 줄이려면 저항을 낮추거나 전압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케이블 길이를 짧게 하거나 케이블 굵기를 굵게 해 저항을 낮추는 방법은 비용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지기에 일반적으로 전압을 높이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데 기존 케이블의 길이와 굵기를 변화시킬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케이블을 사용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 케이블은 기존 케이블의 구리 도체 대신 고온 초전도체를 사용해 저손실·대용량 전력 수송이 가능한 전력 케이블이다. 우리나라는 DAPAS(Dream of Advanced Power System by Applied Superconductivity Technologies) 사업을 추진해 1단계 과제로 2003년 30m 22.9㎸ 50㎹A 3상 고온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했다. 이후 순차적인 연구 개발을 거쳐 지난해 8월, 경기도 이천 변전소에서 22.9㎸ 배전용 초전도 전력 설비가 실계통 운전에 들어갔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하는 초전도 적용 사업에 한국전력(KEPCO)은 초전도 전력 시스템의 계통 연계와 운전, 시스템 해석과 보호를 담당했고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제작과 설치를 담당했다. 한전관계자는"미국 등 기술 선진국이 20년에 걸쳐 개발에 성공한 일을 10년 만에 달성했다"라며,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실제 전력망에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적용한 나라가 됐다"라고 전했다.


[1] 지난해 9월 28일 KEPCO와 LS전선은 경기도 이천변전소에 22.9㎸ 배전용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의 전력 계통 운전 기념 행사를 가졌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실제 전력망에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적용했다.
[2] 이천변전소는 중간 접속함을 포함한 세계 유일의 초전도 선로로,
이로써 초전도 케이블의 장거리 수송과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중간 접속함을 포함한 세계 유일의 초전도 선로
이천변전소는 전국 682개 변전소를 대상으로 설치 공간, 자재 수송 용이성, 부하 등 초전도 적용 사업을 위한 종합 검토와 현장 실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이곳에 사용한 초전도 케이블은 길이 410m로 배전용 케이블로는 세계 최장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간 접속함(Joint Box)을 포함한 세계 유일의 초전도 선로라는 사실이다. 중간 접속함은 말 그대로 케이블과 케이블을 이어 포설 길이를 연장하는 구성품으로, 초전도 케이블의 장거리 송전과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 접속함 개발을 담당한 LS전선 관계자는"초전도 케이블의 중간 접속함은 액체질소의 누설 방지, 극저온 유지 등의 이유로 일반 중간 접속함보다 개발이 상당히 어려운 제품이다"라며," 이천변전소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상 중간 접속함을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에 설치·운영하는 유일한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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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태무殆無한 초전도 케이블의 실계통 운영에 앞서 어려움도 많았다. 한 연구 참가자는"케이블을 냉각하는 시스템의 냉각 밸브 위치가 도면과 약 30㎝ 다르게 설치되는 바람에 이를 옮기는 데만 약 한 달이 걸렸다"라는 일화를 들려주며,"조그만 실수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모르는 것은 배우고 연구해 가며 신중을 기했다"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초전도 케이블은 현재 정격 72% 정도에 해당하는 36㎿의 부하를 우수한 성능으로 공급하며 안전하게 운영 중이다.
한편, 정격 전류 630A의 초전도 한류기도 이천변전소에 설치했다. 한류기는 이상 전류로부터 전력계통의 기기를 보호하는 장치로,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사용했다.

초전도 기술, 현실이 되다
초전도 케이블에서 가장 큰 난관은'장선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초전도 케이블이 630m(미국, 송전급)라는 사실에서 보듯이 케이블 길이를 늘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케이블 장선화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케이블 냉각 기술인데, 아직 세계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케이블 장선화를 위해 KEPCO도 냉각 기술 개발을 송전급 기술 개발 과제에 포함해 진행 중이다.


냉각 시스템. 케이블 냉각 기술은 케이블 장선화에 가장 중요한 기술로 손꼽히며,
KEPCO는 송전급 기술 개발 과제에 이를 포함해 연구 개발중이다.

한전 관계자는"초전도 케이블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케이블 냉각을 비롯해 SJ(Stop Joint), 수직 전력구 고저차 극복 등 장선화 요소 기술과 EBG(End Box in Gas) 등 기존 설비와의 연계기술 개발을 선행해야 하며 기존 케이블과의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는 출발은 늦었으나 선진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을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세계 최고의 초전도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꿈의 기술이라 불리는 초전도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파급력은 가히 전력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라고 한다. 물론 그 변화를 내일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격세지감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변화는 따지고 보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축적해 온 기술의 결과다. 이천변전소는 초전도 전력 설비 설치와 계통 운영의 장場으로 앞으로도 계속 초전도 기술 개발에 일익을 담당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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