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산업의 확대로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와 처분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1차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원자력 비중은 19.5%로, 발전 설비 비중은 41%로, 발전 전력량 비중은 59%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원전은 21기가 가동 중이고, 7기가 건설 중이며, 추가로 6기가 건설 계획중으로 2024년이면 34기로 늘어난다. 미국 104기, 프랑스 59기, 일본 55기, 러시아 32기 다음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이 없어 원전 내 '사용 후 연료 저장조'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고리원전의 경우 2016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저장할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에서도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기에 방폐장 건설은 매우 시급한 사안임에도 여러 가지 문제로 과거와 현 정부 모두 회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사성 폐기물을 고준위와 중저준위 폐기장으로 분리해 어렵게 중저준위 방폐장을 경주에 유치했을 뿐이다.

정리 윤홍로 기자

방사성 폐기물(이하 방폐물)은 방사능 농도와 열 발생률을 기준으로 중 · 저준위와 고준위 방폐물로 구분한다. 방폐물은 반감기 20년 이상의 α선 방출 핵종으로 방사능 농도가 4000Bq/g 이상이고 열 발생률이 2㎾/㎥ 이상인 '고준위 방폐물'과 그 밖의 폐기물인 '중 · 저준위 방폐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는 고준위 방폐물에, 원전 운영 중 사용한 작업복 · 장갑 · 덧신 · 폐부품 등과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산업체 · 병원 · 연구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동위원소 폐기물 등은 중 · 저준위 방폐물에 속한다.
원전 운행 중 발생한 중 · 저준위 방폐물은 총 8만 6757드럼(1드럼은 200리터)으로 원전부지 내 임시 저장 시설에서 관리하며,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기관에서 발생한 동위원소 폐기물은 총 2만 5424드럼으로 대전 원자력연구원 구내 임시 저장시설에서 관리한다. 고준위 방폐물은 경수로인 고리 · 영광 · 울진원전과 중수로인 월성원전의 원자로에서 각각 형태가 다른 사용 후 연료가 발생하는데, 2009년 말 기준으로 누적 발생량은 총 1만 761t으로 원전별로 특수 설계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습식 또는 건식 저장 시설에서 저장 관리한다. 2004년 12월 열린 제53차 원자력위원회의에서 고준위 방폐물을 각 원전별로 저장 능력을 확충해 2016년까지 원전부지 내에 저장하기로 결정했다.

 

방폐장 주변 방사선 수치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으로 맛도 냄새도 없으며, 인체에 닿아도 전혀 느낄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은 방사선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느끼지 못하며, 방사선 계측기로 측정할 뿐이다.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 물질 또는 방사성 핵종은 우라늄, 삼중수소, 라돈 등이다. 과거 방사능은 큐리(Ci), 방사성은 램(Rem)을 단위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방사능은 베크렐(Bq), 방사성은 시버트(Sv) 단위를 사용한다. 방사능 단위 베크렐은 물질 자체가 가진 방사능 세기를 나타내며, 단위 시간당 방사선의 개수로 나나낸다. 즉, 1베크렐은 1초당 1개의 방사선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방사선의 단위 시버트는 방사선 에너지를 측정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도입했으며, 방서선의 종류와 인체 내 장기臟器의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 등을 고려한 값이다. 병원에서 1회 X선을 촬영했을 때 약0.03∼0.05밀리시버트가 발생하며, 100밀리시버트 방사선을 한꺼번에 맞더라도 별 영향이 없다고 한다. 다만, 1000밀리시버트를 맞으면 구토와 설사 증세가 나타나며, 7000밀리시버트를 맞으면 며칠 내에 사망할 수 있다. 방폐장을 둘러싼 갈등과 소요의 핵심은, 방폐장이 들어선 지역에서 방사선으로 암 발생 및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교과부 고시(제 2008-63호)에 방폐장 때문에 위험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는 시간과 장소에 있는 사람이 방사선 때문에 암 발생과 유전적 영향을 받을 확률이 연간 1/100만 이하(연간 0.02밀리시버트)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수원 측에 따르면, "0.02밀리시버트는 설계상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이며, 영구 방폐장을 운영하는 스웨덴과 프랑스 등의 국가를 보면 실제로는 연간 0.01밀리시버트밖에 안된다"라고 설명한다.

사용 후 연료 중장기 관리 방안 사용 후 연료란, 원전에서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자로에서 일정 기간 핵분열을 하며 연소된 연료를 말한다. 핵분열 생성물을 포함하기에 오랜 기간 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따라서 사용 후 연료는 일정 기간 안전하게 저장해 열과 방사능을 줄이기 위한 냉각이 필수적이므로 중기적으로 중간 저장 방안 등의 채택이 필요하다. 중간 저장은 냉각 방식과 시설의 운영방식 등에 따라 건식, 습식, 집중, 분산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의 실정에 적합하게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간 저장은 합리적인 사용 후 연료의 관리 정책 결정을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사용 후 연료의 장기 관리 방안 즉, 최종 관리 방안에는 사용 후 연료 자체를 폐기물로 간주해 땅속 깊이 영구적으로 직접 처분하는 방안과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해 재활용한 후 처분하는 방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 처분 | 사용 후 연료의 높은 열과 방사능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30~50년 냉각한 후 지하300~1000m 깊이의 암반층에 처분하는 것으로 스웨덴 · 핀란드 · 캐나다 등에서 채택하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처분장 부지까지 이미 확보한 상태다. 재처리 | 사용 후 연료에 남은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유용한 물질을 분리 추출해 원전 연료로 재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채택한다. 재처리와 직접 처분 중 어떤 정책을 채택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 수준과 국민의 수용 태세 등 자국 상황뿐만 아니라 핵 확산 문제와 관련된 정치 · 요소 등 국제적 상황까지 고려해 매우 신중히 결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정책 방향, 국내외 기술 개발 추이 등을 감안해 사용 후 연료에 대한 종합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 《2010 원자력발전 백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