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의 기술 분야 총괄 부서였던 기술기획실이 '성장기술실'로 이름을 바꾼 지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성장기술실은 기술총괄팀, 시장기획팀, 고객지원팀의 3개 팀으로 구성되어 탄소배출권거래, 스마트그리드 등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정책에 맞춰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전력거래소의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업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듯 글자 그대로 전력거래소의 신성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성장기술실에 있어 숨 가쁘게 달려온 작년과 또 힘차게 달려 나갈 올해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 곳의 수장(首長)을 맡고 있는 김광인 성장기술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광인 전력거래소 성장기술실장은 "작년 한 해 전력거래소는 국내 스마트그리드 부문 선도 기관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선도 기관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전력산업 뿐만 아니라 전체 생활 패턴까지도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새로운 세상으로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김광인 전력거래소 성장기술실장은 '스마트그리드 원년'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작년 한 해를 그렇게 평가했다. 돌이켜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수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실증단지로 제주가 선정돼 착공식에 들어갔으며, 국가로드맵이 수립됐다. 지식경제부와 미국 에너지부(DOE)가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협력의향서(SOI)를 체결하고, 우리나라가 MEF(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의 스마트그리드 선도 국가로 지정되기까지 그 모든 일이 1년 안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그 안에서 전력거래소는 정부의 싱크탱크로서 스마트그리드 정책 수립에 굵직굵직한 역할들을 수행해 왔다.
올해도 전력거래소는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정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스마트그리드 특별법 제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해외 유관기관과의 국제협력 강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스마트그리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 실증사업에도 집중한다.

제주 실증사업과 전기자동차 보급

전력거래소는 한전과 공동으로 제주 실증사업의 스마트 전력 서비스(Smart Electricity Service)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전력시장 분야별 컨소시엄 사업자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게 될 통합운영센터를 통해 전력거래소는 실증단지 내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업무를 수행한다. 김광인 실장은 "스마트그리드 환경에 대비한 다양한 전력계통 운영 시험에 앞서 실증단지 내 시장 운영 및 계통 운영 규칙을 작성하고스마트그리드IT 시스템을구축"하며, " 수요반응 시장을 개설, 실증단지에 참여하는 각 기업에게 5분 단위의 실시간 가격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2010년 조직 개편 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추진 TF팀을 확대 구성해 성공적인 사업 달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가운데 2009년 12월 전력거래소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자동차가 대량 보급될 경우 전력수급에 큰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와는 사뭇 다른 내용의 보고였다.

 

2009년 6월 9일 전력거래소는 미국 최대의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기관인 PJM과 스마트그리드 관련 MOU를 체결하고, 스마트그리드 관련업무 전반에 관한 운영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2009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6차 대전력계통운영자협회(VLPGO : Very Large Power Grid Operators) 회의에 참석한 전력거래소는 2010년 4월 차기 VLPGO 운영위원회 및 스마트그리드 워크숍 개최지를 서울로 확정하는 쾌거를 올렸다.

전력거래소는 전력계통과 연계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및 순수 전기자동차(EV)가 2020년까지 보급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수급 영향을 검토했다. 그 결과 현재의 장기전력수급 계획만으로도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김광인 실장은 "전력수급 계획에 무리가 없다는 것과 실시간 계통운영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즉, 발전소의 추가건설 필요성은 없어도, 만약 전기자동차의 충전이 한순간에 몰린다면 그 영향은 계통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고 스마트그리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서는 전기요금 체계를 현행 고정요금제에서 변동요금제인 실시간 가격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 초안 공청회 및 제8회 전력시장워크숍 패널로 참석한 김광인 성장기술실장은 성공적인 스마트그리드 운영을 위해서는 실시간 가격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출권거래 주관기관 선정에 역량 집중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법을 올해 안에 제정, 시범사업을 거쳐 2012년부터는 단계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배출권거래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이를 담당하는 기관의 역할과 임무도 막중할 수 밖에 없다. 2005년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의 노르드풀(NordPool) 전력거래소가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를 공식 시작한 이후 ECX(European Climate Exchange : 유럽기후거래소), CCX(Chicago Climate Exchange : 시카고기후거래소), EEX(European Energy Exchange : 유럽에너지거래소) 등이 대표적인 배출권거래소로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배출권거래를 주관하는 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김광인 실장은 "배출권시장과 전력시장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전력거래소가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것이 전력공급 및 전력가격 안정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배출권시장의 조기 정착으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성장기술실에서는 몇 년 전부터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대비하고 배출권거래제를 전력거래소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개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등록사업의 기준 지표 및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한편, 전력거래소 교육센터를 통해 2007년부터 매년 약 70명 이상의 배출권거래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6월에는 자발적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독보적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미국의 CCX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배출권거래 표준 제정과 온실가스 배출량 검 · 인증제도 개발, 인력 양성 등의 분야에서 협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배출권 모의거래 시행

우리나라 최초로 2차례 걸쳐 시행된 전력거래소의 배출권 모의거래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8년 첫 시행 당시에는 대규모 화력발전 5개사(전력그룹사)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009년 2차 모의거래에서는 범위를 확대해 발전, 철강, 시멘트, 정유,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 배출 업종 및 금융 등 28개 업체를 대상으로 했다.
김광인 실장은 "2차례에 걸친 배출권 모의거래 결과, 발전부문은 배출권 감축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저가의 석탄 발전 대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고가의 가스 발전을 하려는 경향이 발생해 전력가격 상승을 초래했으며, 발전의무가 주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발전사의 발전량 감소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시도로 전력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력부문 이외 제조업체의 경우도 정도는 덜하지만 역시 생산비용 증가 및 생산량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전력가격 상승 및 LNG 수급 불안에 우려를 표하며, "LNG는 대부분 장기계약에 의해 공급되므로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기 전에 LNG 장기수급 문제를 검토하고, 배출권 시장 설계 시 연료수급과 배출권거래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 에너지거래기관으로 발돋움

현재 전력거래소는 4가지 핵심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 중이다. 첫째, 정부의 전력산업구조 정책을 지원하고, 둘째,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및 정책을 지원한다. 셋째, 배출권거래제 시범 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참여사 및 인센티브를 확대한 제3차 배출권 모의거래 계획을 이미 자체적으로 수립했으며, 에너지목표관리제 등 배출권거래제 시범 사업 및 이에 대한 정부의 로드맵이 구체화 되면, 전력거래소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출 계획이다. 끝으로 고객만족 실현을 위해 올해는 특히 소규모 회원사의 애로사항 해결 및 고객의 소리(VOC)를 듣기 위한 회원사 현장 방문 등 찾아가는 서비스로 적극나서겠다는 각오다.

 

전력거래소의 오일환 이사장(오른쪽에서 첫 번째)은 현지시간으로 2009년 6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시카고기후거래소(CCEX)와 국내 배출권 거래소 설립 관련 상호협조를 주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력산업 및 스마트그리드에 있어서 올해가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는 김광인 실장. 전력거래소,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그와 성장기술실의 양 어깨가 막중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묵묵히, 충실히 해 나간다면 못 할 것도 없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고 '종합 에너지거래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그와 성장기술실의 올해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글_전화영 기자 <전력거래소 (02)3456-6500 / www.kp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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