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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율 전력 ㆍ 의료용 MgB₂초전도 선재 개발
2009-05-15

고효율 전력 ㆍ 의료용 MgB₂초전도 선재 개발


한국원자력연구원(www.kaeri.re.kr)
중성자과학연구부_김찬중 박사
(042)868-8908 / cjkim2@kaeri.re.kr

개요

초전도 기술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송, 저장, 관리하는 에너지 관리기술이다. 전력뿐만 아니라 통신이나 전자소자, 의료 등 그 활용범위가 넓고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친환경적 미래기술이다.
1986년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초전도 연구의 핵심은 두 가지다. 물리학자들도 예상치 못했던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초전도 현상을 규명하는 것과 초전도 현상을 산업에 적용하여 효율이 높은 에너지, 교통, 통신, 의료 등 새로운 산업 구조를 창출하는 것이다.
전자는 전자(Electron)라는 소립자의 비밀스러운 거동을 이해하는 것이므로 물리학에서의 큰 관심거리라 할 수 있고, 후자는 신개념 고효율 에너지 산업을 창출하는 분야로 엔지니어의 관심 분야다.
초전도 기술 실현으로 수송 중에 사라지는 수 %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면 에너지 관련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고에서는 미래 초전도 산업의 핵심 소재로 기대되는 MgB₂초전도 전선의 국내 개발 성과에 대해 요약 ㆍ 기술했다.

MgB₂초전도 선재

1. 전기 저항 제로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는 송전선로를 따라 수용가에 전달된다. 송전선은 전도성이 우수한 구리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다. 전도성이 우수한(저항이 낮은) 금속이나 합금을 도선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송전 시 전력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도성이 우수한 물질이라도 송전 시 도체에 발생하는 자체 저항 때문에 운송되는 전력의 10%는 운송 중에 사라진다.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저항이 현저히 낮은 새로운 도체를 개발하거나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신개념의 전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초전도 기술은 저항이 '0'인,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특별히 전기에너지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도체 중에서 가장 저항이 낮은 재료는 초전도체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전력 손실 없이 전기를 송전할 수 있다. 도선의 단면적이 같다고 하면 초전도선의 전력 수송 능력은 구리선보다 수천 배 높다. 이런 이유로 초전도선을 송전선으로 사용하면 가느다란 선을 통해 대용량의 전력을 수송할 수 있다.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초전도 전선은 <그림 1>과 같은 테이프 형태로 제작된다. 이것은 고온 초전도체의 단점을 보완하고 고전류 특성을 갖는 선재로 제작하고자 특별한 설계가 적용된 형상이다. 초전도체의 저항 제로 특성은 전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친환경, 고효율 초전도 발전, 송전 케이블, 모터, 차단기 등에 활용된다.

[그림 1] 구리선보다 송전 능력이 수천 배 높은 초전도 박막 선재


2. 완전 반자성
초전도체는 전기저항 제로와 더불어 외부 자장을 완전히 배척하는 반자성 특성을 갖는다. <그림 2>는 4개의 영구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공중부양한 사진으로, 자기장을 배척하는 마이스너 효과 때문에 그림과 같은 공중부양이 가능하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중량물을 공중부양, 회전하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고효율 전기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다.
원리는 이러하다. 회전하는 물체는 어느 것이나 에너지를 저장 또는 생산한다. 자동차 바퀴에서 생산된 운동에너지는 발전기를 통해 자동차 축전지에 저장되어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된다. 물의 낙차를 이용한 물레방아, 바람을 이용하는 풍차, 수력발전용 터빈 등 기타 회전하는 장치들도 마찬가지 원리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에너지 생산원인 회전기에 초전도체의 공중부양 원리를 결합하면 마찰이 최소화된 고효율 에너지 저장장치를 구현할 수 있다. 신개념의 에너지 저장장치에서는 모터 ㆍ 제너레이터를 사용해서 회전체에 운동에너지를 저장하거나 필요할 때 저장된 에너지를 전기에너지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다.

[그림 2] 자장을 배척하는 초전도체 위에서 영구자석의 공중부양


3. MgB₂초전도체
초전도 전선은 고온 초전도 전선과 저온 초전도 전선으로 나뉜다. 산화물로 만들어지는 고온 초전도 전선은 초전도 온도가 높아 고가의 액체헬륨을 사용하지 않고 액체질소로 냉각이 가능해 경제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물질 자체가 갖는 전류 특성의 한계로 인해 실현이 지연되고 있다. 저온 초전도체인 NbTi 선재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 Magnetic Resonance Image)와 같은 의료기에 사용되고 있지만, 초전도 온도가 낮아 액체헬륨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기 외 다른 응용 분야에의 적용은 어렵다.
2001년 일본 과학자에 의해 발견된 이붕소마그네슘(MgB₂)은 초전도 온도가 39K(영하 234℃)로 고가의 액체헬륨을 사용하지 않고 냉동기만으로 장치의 냉각이 가능하다. 냉동기로 기기를 냉각할 경우에는 장치 설계가 용이하고 냉동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MgB₂는 원료의 가격이 저렴하고 가공 방법이 단순해서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MgB₂초전도 전선의 활용 분야는 진단용 의료기기인 차세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초전도 변압기 및 한류기 등 고효율 전력기기가 될 것이다.

4. 신공정 개발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연구부 초전도 연구팀(책임자 : 김찬중 박사)은 MgB₂초전도 선재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과제는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제로, 차세대 전력기기 및 의료기기의 핵심소재인 초전도 전선 개발이 목표다.
이 재료를 초전도 전선으로 상용화하려면 자장에서의 전기 특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장에서 전류 특성을 향상시키는 물질을 탐구하는 연구가 수행됐다. 그 과정에서 여러 첨가물 중 탄소와 탄소화합물이 가장 효과적인 대상물질로 밝혀졌다. 그동안 MgB₂와 반응성이 우수한 고체 탄소화합물(탄소나노튜브나 탄화규소)을 MgB₂분말과 혼합해 전기적 ㆍ 자기적 성질을 향상시키려는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나, 원료와 첨가물의 균일한 혼합이 어렵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초전도 연구팀에서는 고체 탄소 대신 액체 첨가제를 이용해 탄소를 첨가함으로써 공정을 단순화하고 혼합 효율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음식 첨가물이나 의약품에 널리 사용되는 저가의 글리세린(C₃H8O₃)을 액상에서 MgB₂원료 분말과 혼합한 뒤 100~200℃로 건조시켜 수소와 산소를 휘발시키고 수 나노미터 크기의 탄소 분자들만 MgB₂와 결합된 상태로 남도록 한 것이다.(<그림 3> 참조) 이 공정을 이용하면 혼합 시 발생할 수 있는 입자들의 뭉침 현상을 피하고, 한 번에 다량의 코어 분말 처리가 가능해 원료의 대량 생산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MgB₂초전도체의 전류 특성을 높이기 위한 탄소 첨가 신공정 원리


신공정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글리세린과 같은 유기물은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된다. 이 물질은 상온에서 액상이기 때문에 원료 분말과 혼합하기가 쉽다. 글리세린에 초전도 원료 분말을 담궈 적당히 혼합한 후 열을 가하면 대부분의 물질이 분해되어 기화되지만 탄소의 일부는 남아서 원료 분말에 부착된다. 이 특성을 이용하면 탄소를 MgB₂초전도체에 균일하게 혼합시킬 수 있다.

5. 초전도 전선
<그림 4>는 신공정으로 제조된 초전도 분말을 사용하여 분말 충진 가공법(Powder-in-tube : PIT)으로 제작한 초전도 선재의 사진이다. MgB₂는 벽돌과 같이 딱딱한 물질이기 때문에 MgB₂자체만으로 선을 제작하기는 어렵다. 가공성이 좋은 금속관을 사용하여 내부에 원료 분말을 채워서 금속선 가공 방법인 인발공정으로 선을 만든 후 최종적으로 적당한 열처리를 하게 된다.

[그림 4] 전류 측정용 표준 베럴에 감은 MgB₂초전도 선재


초전도선은 통전 시의 안정성을 고려해서 하나의 금속선 내부에 여러 가닥의 초전도선이 들어간 형태로 제작된다. 하나의 초전도 심에서 과전류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심에서 보상할 수 있도록 한 설계다. 글리세린 처리된 보론 분말을 마그네슘 분말과 섞어서 금속관에 채운 후 금속선을 만드는 인발공정으로 적당한 구경의 전선을 만든다. 그리고 다시 여러 개의 선을 금속관에 채워서 같은 공정으로 선을 만들면 <그림 5>와 같이 여러 개의 초전도 심이 들어 있는 전선을 만들 수 있다.

[그림 5] 분말 충진가공법으로 제작된 MgB₂다심 초전도 선재


액상 탄소 첨가 공정과 더불어 신공정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초전도 원료 분말의 나노화다. MgB₂초전도 분말의 합성 시 초전도체가 보론 분말에서 생성, 성장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원료 분말 중 초전도 특성을 결정하는 보론 입자 크기를 미세화하고자 했다. 1마이크론 크기의 보론 분말을 원료로 사용해서 기계적 밀링 공정으로 수백 나노로 크기를 줄여 비표면적이 높은 보론 분말을 제조할 수 있었다. 이 분말을 사용하면 기존 공정으로 제조한 초전도체보다 결정립이 상대적으로 작은 초전도체를 제조할 수 있다.(<그림 6> 참조)


고온 초전도 물질은 초전도 결정의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전류 특성이 떨어진다. 고온 초전도체 경우 전자쌍을 만드는 Coherence 길이가 짧아 결정입계가 전류 이동에 대한 방해 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MgB₂초전도체는 Coherence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어 오히려 결정입계를 많이 만들어줘야 외부 자장을 속박하는 효과가 커지고 자장에서의 전류 운송 특성이 향상된다. 결국 나노 크기의 입자로 MgB₂초전도체를 만들면 전류 특성을 최대화 할 수 있다.


신공정으로 제조한 MgB₂초전도 선재는 5테슬라(Tesla)의 자장에서 7만 A/㎠, 2~3테슬라에서는 20만 A/㎠의 전류를 흘려 보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7>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글리세린 첨가 공정과 입자 미세화를 조합하면 외부 자장이 증가하더라도 전류 운송 특성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 신공정 적용에 의한 초전도 전류 수송 특성 향상에 대한 연구 결과는 초전도 관련 국제저널인 'Superconductor Science and Technology(초전도체 과학기술 21호)'에 게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연구부 초전도팀에서는 향후 국제특허 확보와 함께 1㎞ 길이의 선재 생산과 대량 생산 공정 특허 출원 등 2011년 상용화를 목표로 2단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마무리

초전도 전력기기 및 의료용 MgB₂초전도 전선은 기존 기기의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재료다. 최초 MgB₂초전도체가 발견된 것은 2001년으로 다른 재료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MgB₂초전도 전선 개발 연구는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Hyper Tech를 중심으로 연구 컨소시움을 구성해서 원료부터 전선 제조에까지 전 영역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일본도 히타치를 중심으로 전선을 개발하고 있다.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은 일본 국철, 국립재료연구소와 함께 자기부상용 초전도자석을 MgB₂전선으로 제작하여 자석의 부피를 줄이고 20K에서 가동시키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Columbus사에서 20K 가동 MRI 의료기 제작을 목표로 수 ㎞급의 MgB₂전선을 제작하여 자석을 감아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재료의 발견과 연구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중심이 되어 초전도 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음은 그만큼 MgB₂초전도체 상용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지식경제부 전력연구개발사업으로 2006년부터 '고전류밀도 MgB₂선재 개발'과제가 시작되어 단기간에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초전도 선재를 제조하게 됐고, 그 중심에는 독창적인 신개념을 도입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신공정이 있다. 또한 핵융합연구, 의료기산업, 초전도 전력기기 연구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KISWIRE-KAT와 같은 초전도 전문회사가 대덕연구단지 특구에 세워져 초전도 전선을 제조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 ㆍ 연구소 ㆍ 산업의 연구 기반을 잘 활용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된 초전도 전선 신공정 기술이 국내 초전도 기업에 의해 상용화되기를 기대한다.



초전도체(超傳導體, Superconductor)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말한다. 원소로 니오브(Nb), 탄탈(Ta), 바나듐(V) 등 20여 종의 금속 원소, 합금으로는 니오브와 주석의 합금(Nb₃Sn), 니오브와 게르마늄의 합금(Nb₃Ge) 등이 실용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금속이나 합금 등이 초전도 상태가 되는 전이 온도는 최고의 경우 절대온도 23K이다. 최근 스칸듐(Sc), 란탄(La), 네오디뮴(Nd), 이트륨(Y) 등의 희토류 원소를 포함하는 금속 화합물이나 특수 자기 물질에서 금속이나 합금과 같은 극저온이 아닌 비교적 고온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초전도 전이 온도를 한층 더 상승시켜서 상온에서 초전도 상태가 되는 물질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초전도 전이 온도의 최고치는 절대온도 1533K이며, 앞으로 273K(＝0℃)에 가까운 240K가 달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온 초전도체의 개발이 실현되면 전기 ㆍ 전자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온 초전도체 응용을 위한 연구 개발의 예로는 초전도체의 자기 효과(마이스너 효과)를 이용하는 자기 부상 철도, 완전한 전도체로서의 성질을 이용하는 대전류 지하 송전 케이블, 자계 변환에 따라 초전도 성질을 상실하는 성질(초전도 유무)을 이용하는 디지털 소자 등을 들 수 있다. 고온 초전도 디지털 소자는 전압을 이용하는 디지털 소자가 있다. 고온 초전도 디지털 소자는 전압을 이용하는 반도체 소자와는 달리 초전도의 유무 또는 변환을 스위칭에 이용해서 수백 기가헤르츠(㎓) 또는 테라헤르츠(㎔)급의 정보 전달 속도를 지니는 신기능 소자로서 대용량 초고속 교환기용 스위치나 대용량 초고속 컴퓨터 중앙 처리 장치(CPU) 등의 핵심 소자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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