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구조개편의 개념규제완화(혹은 규제철폐, deregulation)란 용어는 전력시장에 관한 논의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주요 부문이 독점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시장에서 규제철폐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발전이나 소매 판매 부문에서도 전력의 고유 특성으로 인해 모든 시장 참여자가 규제의 영향을 받으며 경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력시장에서는 계통 운영자가 항상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한 시장 참여자의 행동이 송전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한 지역의 장애가 급속도로 방대한 지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자. 또한 우리 사회가 전력 사업의 모든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해보자. 또한 우리 사회가 전력 사업에 두고 있는 가치를 생각한다면 안전하고 믿을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전력 사업의 모든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규제철폐란 전력 산업에서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구조개편인 것이다. 시장 구조개편이란 특정 산업의 통제나 소유, 규제 메커니즘을 바꾸는 규제 규칙에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경쟁을 증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과거 전력 산업은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 중 한 부문의 경쟁에 대해 접근하려면 모든 부문의 구조개편을 고려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피상적인 경쟁만 도입하는 것일 뿐 경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진정한 환경을 만들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경쟁이 도입된 부문은 발전과 도매와 소매 판매부문이다. 송전과 계통 운영, 배전부문은 현재 독점으로 남아 있으며 적어도 당분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부문의 경쟁을 위해서 이 부문에서도 변화가 꼭 필요하다.이번 호에서는 새로운 시장 구조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개념들과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실행 단계에 대해서 살펴본다. 실제로 미국 전역이 구조개편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이런 개념들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구조개편이 진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뚜렷한 방향 없이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일부 주와 지역은 경쟁 궤도에 진입했지만 다른 주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또한 통일된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뚜렷한 연방 정책조차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 산업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당분간은 구조개편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왜 구조개편인가?구조개편이란 복잡한 사업이다. 큰 비용이 필요하며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사업운영 방법을 배워야 하고, 규제자들은 시장 활동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며 때로는 그 결과가 고객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귀찮게 하고 있는가?시장구조의 목표는 신뢰할만한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을 조성하고 전기요금 청구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게 해서 고객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한 것이며, 제공되는 서비스의 혁신을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원자력 발전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는 수직 통합된 구조의 처음 1세기가 이런 기준을 만족시킬 만큼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초반, 많은 전력사업자들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초과비용(많은 초과비용을 발생한 이유는 건설 도중 안전규정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과 연료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 전력요금을 인상했다. 미국 산업의 일반적인 추세가 규제완화로 진행됨에 따라(항공, 천연가스, 통신 분야를 포함한), 전력사업의 수직 독점체제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과 이점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되었다. 구조개편의 가치가 논의되면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었다.·발전부문이 경쟁하게 되면 종전의 규제체제보다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는가?·발전부문과 도매부문이 모두 경쟁할 때, 공급 안정성은 유지되거나 혹은 더욱 향상될 수 있는가?·도매시장의 경쟁으로 창출된 효율성이 가격을 하락시킬 것인가?·소매부문의 경쟁을 혁신하는 것이 경쟁의 부정적인 측면을 능가할 만큼 고객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많은 시장 관찰자들이 각기 다른 답변을 제시할 것이며 아직 전력부문의 규제완화가 미숙한 상황에서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미국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규제완화가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나 가격이 하락하도 신뢰도도 상승하였으며,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은 발전과 소매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였는데 구조개편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전력 시장에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효율성 증대·회원국간 엄청난 가격 격차를 야기하는 경쟁 조건의 왜곡을 제거·미국과 호주에 비해 상대적인 가격을 인하·모든 고객에게 필수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고비용의 예비력 필요성을 줄이기 위한 시장통합·오염물질로 귀결되는 자원낭비 감소·고객에게 그들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 선택권을 부여·전력 회사가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의 향상이러한 유용함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는 계속 논의 대상이 되겠지만, 전력시장에 구조개편이 필요한 이런 이유들에 대해 정당성을 반박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간단히 말하면 경쟁시장이 고객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규제시장이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시장의 성숙 사이클시장 구조개편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과정이 아니다. 실행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고 진척시키는데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하며, 십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도 그 유용성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항공과 통신 산업에서 과거 삼십 년 동안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구조개편이 진행되는데 수십 년이 걸렸지만 지금 고객에게 돌아가는 이익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AT&T 전화의 수직 독점시절을 기억할 만큼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과거의 까만색 다이얼 폰과 지금의 다양한 서비스를 비교해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시장의 진화과정을 조망하기 위해 시장 성숙 사이클을 살펴보자. 규제, 규제완화, 상품화, 부가가치 서비스의 네 단계로 구성된 시장의 성숙 사이클은 특정 지역 전력산업의 발전을 개관하는데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지역마다 주마다 각기 다른 부문이 다른 발전단계에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자)발전과 도매, 소매 판매 부문이 이러한 단계를 거쳐 발전하는 동안에도 이들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고 지역과 시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른 부문-송전과 계통, 배전부문은 규제 단계로 남아있을 것이지만 경쟁부문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규제부문도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