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oom In』 6년 후부터 임시저장시설 포화…원전 가동 차질 우려도 | |
| 2024-07-15 | |
 6년 후부터 임시저장시설 포화…원전 가동 차질 우려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무산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건설 방안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이 결국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 임기 동안 4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22년 말 상임위 상정 이후 11차례 논의를 통해 여야 원내대표가 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원전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방폐물을 저장 중인 원전 내 습식저장조의 포화율이 80%에 육박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방폐물 영구처분시설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원전 운영 중단으로 인한 대규모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정리 편집부 자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외  고준위 특별법이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 관리에 관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법률이다. 원자력안전법에서 고준위 방폐물은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로 열과 방사능 준위가 높은 폐기물(원안법 제2조 1호, 방사선방호 등에 관한 기준 제3조)과 원자력발전소 또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사용된 사용후핵연료를 말한다.(해외의 경우 재처리시설도 포함) 방사능이 알파(α)선 방출 핵종 농도가 그램당 4000베크렐(Bq) 이상이고, 열발생률이 2kW/㎥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원안법 제2조 18호에서는 원자력진흥위원회가 폐기하기로 결정한 사용후핵연료만을 고준위 방폐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조에 임시보관하고 있는데, 2030년경부터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 원전의 운영과 해체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방폐장 부지선정과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지연되면 원전 소재 지역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주민들의 건강 문제, 지역사회 갈등 및 경제적 타격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한 특별법 제정 여부는 원전을 녹색경제 활동으로 간주할지 판가름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탄소중립’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특별법 제정 여부이기 때문이다.  고준위 특별법 톺아보기 고준위 특별법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자. 1장에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의 목적과 정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조항은 다음과 같다. ▷(목적)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등 ▷(정의) 부지 내 저장시설, 중간저장시설, 처분시설 등 별도 규정한다. 2장에는 관리위원회 설치와 기능, 시설확보 목표 시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조항은 다음과 같다. ▷총리 소속 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5년 이내 중앙행정기관으로 승격 검토, 기본계획 수립 및 시설 건설을 담당한다.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까지, 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에 운영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한다. 3장에는 부지 공모 절차, 주변 지역 지원위원회 설치, 특별지원금, 지하 연구시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조항은 다음과 같다. ▷공모나 최종 선정된 부지의 주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총리 소속 유치지역 지원위원회를 구성한다. ▷특별지원금의 규모와 시기 등 세부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맡겨져 있다. ▷지하 연구시설은 연구를 위해 지하에 건설되어 기술개발과 검증을 목표로 한다. 4장에는 저장시설 주변 지역의 의견수렴, 저장시설의 용량,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조항은 다음과 같다. ▷부지 내 저장시설을 계획할 때, 주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고 및 설명회를 갖는 것이 의무화된다.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할 때는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를 즉시 이전하며, 부지 내 저장시설은 민간환경감시기구와 협력하여 감시 활동을 수행한다. ▷부지 내 저장시설 주변 지역 지원 방안, 연도별 재원 규모 및 배분 방식 등을 구체화한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 또다시 상당 기간 소요 예상 정부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고준위 방폐물과 관련된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의 부재로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김성환 의원(21.9.15)과 홍익표 의원(23.2.21),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22.8.30)과 이인선 의원(22.8.31)이 4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저장용량 등을 놓고 여야 간의 이견이 컸다. 하지만 ’22년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상정 이후 11차례 논의를 통해 핵심쟁점이 모두 해소되며 여야 원내대표가 막판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그러나 오랜 진통 끝에 마련된 법안은 21대 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5월 28일 당일에 22대 국회 개원 준비로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서 안건 상정이 불발되었다. ‘채상병 특검법’ 정국이 지속되며 여야 정쟁의 여파로 인하여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된 것이다. 5월 30일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3선·경북 경주)이 1호 법안으로 ‘고준위 방폐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직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했더라도 새로 국회가 개원하면 법안 발의부터 상임위 설득, 여야 간 논의 등을 모두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 상정 및 통과에 또다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1대 국회 임기를 9일 남겨둔 5월 20일에는 정의당 이자스민 의원, 양경규 의원, 장혜영 의원과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종교환경회의, 탈핵시민행동, 핵발전소지역대책위협의회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가 특별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5월 9일부터 열흘간 <고준위 특별법안 폐기 촉구 긴급 서명> 캠페인을 벌여 7천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국회의원 몇 명이 조율해 확정하면 더더욱 안 된다”며 “핵 진흥의 발판으로 전락한 고준위 특별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위 10국 중 방폐장 부지선정도 못한 건 한국뿐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위 10개국 중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사실상 대한민국이 유일하다.[표 1]  핀란드의 경우는 이미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완료하고 ’25년부터 처분시설 운영을 추진 중에 있으며, 스웨덴은 ’22년 건설허가를 취득했다. 프랑스는 ’23년 1월 건설허가를 신청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 인도는 처분시설이 없는 습식재처리 관리를 하고 있으며 캐나다, 일본, 우크라이나, 영국은 현재 부지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임시저장조 2030년부터 차례로 포화 예정 1977년 첫 원전인 고리1호기 가동 이후 한국은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정작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전용 관리시설(방폐장)이 없어 각 원전 내 습식저장조에 임시로 이를 보관해 매년 그대로 쌓이고 있는 상태다. 그간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만8000여t에 이르고, 향후 32기에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가 4만4000여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임시저장조마저 오는 2030년부터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2030년 한빛원전,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습식저장조 포화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 세 곳의 현재 포화율은 각각 80%에 육박한다. 월성원전(2037년), 신월성원전(2042년), 새울원전(2066년) 등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 및 에너지업계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관리시설을 짓는 데만 최장 37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관리시설 건설 전까지 이를 보관할 중간저장시설을 만드는 데만도 최소 7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만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을 확보하지 못해 2016년과 2017년 원전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춘 사례가 있다. 국내 에너지 발전량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원전 가동이 차질을 빚게 되면 산업계 여러 분야에 피해가 우려된다.  해외 원전 수주 작업도 차질 빚을까 이번 특별법 폐기로 인하여 해외 원전 수주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녹색분류체계(텍소노미)를 통해 원전을 ‘탄소중립을 실현할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는 동시에 방폐장 건설을 전제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는 경우 EU의 금융지원 등의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원전을 운영 중인 주요 국가 중 고준위 방폐장 건설부지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 코리아’를 이뤄 해외 원전 수주에 나서고 있다. ‘팀 코리아’는 현재 총 사업비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국과 프랑스가 2파전을 벌이고 있으며, 7월 중에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예정이다. 한국은 체코 외에도 원전 확대를 추진 중인 폴란드, 영국, UAE 등에서 추가 원전 수주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 폐기로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원전 기업들이 해외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원전 중단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전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며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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