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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1】 홍합의 수중 접착력, 해수전지 성능 향상에 모티브
2022-04-01

홍합의 수중 접착력, 해수전지 성능 향상에 모티브
고분자 바인더 개발…수계시스템 전지·수중 금속접착제 활용 기대

자연에서 착안해 모방하는 기술은 항상 과학기술의 발명과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는 파도가 쳐도 떨어지지 않는 홍합에서 영감을 받아 친수성을 띠면서 우수한 수중 접착성을 가지는 새로운 결착제를 합성해냈다. 결착제는 집전체와 촉매를 고정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전지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UNIST는 해수전지 원천기술을 적용한 상용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2018년을 시작으로 해수전지에 대한 기술개발 및 연구를 계속 진행해왔다. UNIST가 그동안 이뤄낸 해수전지 관련 성과들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메인 이미지: 재료화학 A(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저널의 앞표지)

정리 최종숙 기자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료전지의 각 전극은 크게 결착제, 집전체(전기를 모으는 역할), 촉매(전기가 모이고 나가는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 세 가지로 구성돼있다. 결착제는 전지의 전극이 기능하기 위해 촉매를 집전체에 고정하는 소재로, 전지의 성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에 결착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촉매와 집전체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을시, 과전압은 높아지고 탄소부식이 일어나 전지 성능을 떨어뜨린다.

이소불화비닐은 일반적으로 연료전지에 쓰이는 결착제로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연료전지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하지만 낮은 접착성으로 인해 물을 기반으로 하는 수계 연료전지에서는 고정이 되지 않을뿐더러 자체 소수성으로 촉매-집전체 계면이 불안정해져 탄소부식이 발생하며 전지의 성능을 악화시킨다. 특히 바다에서 바닷물 속 나트륨(소듐)이온을 이용하는 해수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본 한계점을 해결해야 했다.

홍합의 끈질긴 접착 단백질
그러던 중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교수팀은 이현욱·곽상규 교수팀과 함께 최근 홍합을 모방해 개발한 해수전지용 바인더 물질로 전지 전극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해수전지는 탄소 섬유가 엮인 집전체와 섬유 표면에 발라진 촉매 입자로 이뤄진 양극을 가지고 있다. 이 촉매와 집전체를 접착 시켜 고정하는 물질을 바인더라고 한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바인더는 기존 바인더들이 유기 용매에서와 달리 물속에서 접착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를 홍합의 접착 단백질 성분을 모방해 해결한 기술이다.1)

연구는 보편적인 결착제인 이소불화비닐의 수계연료전지에서 나타나는 접착력 문제와 그로 인한 탄소부식2)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결착제를 합성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홍합의 접착단백질에서 유래한 도파민을 이용해 접착력이 전지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함량을 조절해 홍합 모사 결착제 합성을 진행한 것. 그 과정에서 결착제를 해수전지의 양극 결착제로 적용해 밀도범함수이론,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HR-TEM)3), 표면 힘 측정기 등이 과 촉매-집전체 계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결착제의 계면에서의 접착 작용에 대해 분석하고 정량화했다.

연구진은 도파민 함량과 고분자에 따른 접착력에 대한 촉매-집전체 표면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상호작용 에너지를 측정하고 접착에너지를 계산했다. 집전체-고분자, 촉매-고분자 표면을 따로 상호작용 에너지를 측정한 결과, 접착력이 좋을수록 상호작용 에너지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추가로 촉매에서 금속배위결합을 형성해 매우 높은 상호작용 에너지를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접착에너지를 계산했을 때에도 같은 경향을 보여 촉매-집전체 표면 안정성을 이론적, 실험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이렇게 개발한 바인더를 쓴 해수전지는 기존의 플로라이드 계열 바인더를 사용했을 때보다 과전압이 최대 60% 감소했으며, 전극의 성능(충·방전 과전압 차이)도 최대 4배까지 증가했다.  또한 TEM 관찰 결과 촉매-집전체 계면뿐만 아니라 결착제 내부에서도 집전체와 함께 촉매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는 합성된 결착제가 촉매를 집전체에 잘 붙이고 있어 탄소부식방지 뿐 아니라 촉매탈착방지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국내 원천기술 해수전지의 발전·연구 연대기
해수전지는 UNIST를 대표하는 연구브랜드 중 하나로, 김영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해수전지는 값비싼 리튬이온 대신 바닷물 속 나트륨(소듐)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이차전지다. 무한한 자원인 바닷물을 양극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열 제어가 자체적으로 가능해 폭발의 위험이 적다는 이점도 있다. 더불어 침수에 안전하고, 전지 충전 과정에서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어 해수담수화, 해수살균, CO2 포집 및 해수수소생산 기술 등 해수자원화 기술로 확장할 수 있어 세계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으로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해수전지는 발표 이후 한국전력 및 동서발전에서 총 5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선돼 왔다. 또한 해수전지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전력과 동서발전에서 공동연구를 각각 진행해온 바 있다. 그 성과로 지난 2018년 동서발전에서는 10 ㎾h급 ESS 시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등부표에 사용된 해수전지
등부표에 적용된 해수전지 모듈이 전시된 모습
해수전지 모듈과 등명기가 전시된 모습

UNIST의 해수자원화기술 연구센터에서는 해수전지를 통한 제품개발과 산업 창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2018년에는 제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 컨퍼런스 산업전시회에서는 해수전지 기술을 적용한 첫 상용제품을 선보였다. 해수전지 상용화의 첫 결과물은 UNIST와 우리해양이 공동 개발한 항로표지용 등부표로, 항로의 수역과 장애물 표시를 위해 고정해 놓는 해양구조물이다. 등부표는 야간에도 항로를 표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납축전지를 사용해왔다. 문제는 납축전지가 무거워 부표의 중심을 잡기가 어렵고, 침수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바닷물이 유입되면 전지를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황산, 납이 유출돼 오염 문제도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UNIST 연구진과 우리해양은 해수전지를 활용해 등부표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해수전지는 납축전지의 단점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 교체 수요가 적어 유지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2020년에는 해수전지가 소형 해양기기 분야로 제주 바다에서 상용화되기도 했다. UNIST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해양 친화적 에너지 및 자원화 기술 개발에 대한 상호 협력을 시작으로 해수전지 기반 소형 해양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실증·보급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당시 바닷물이 닿으면 작동해 위치를 표시하고 구조신호를 알릴 수 있는 구명조끼와 어구형 GPS 부이(Buoy) 등이 최우선 적용 분야로 선정됐다.

작년 2021년에도 해수전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됐다. 해수전지의 구성 부품인 고체전해질의 안정성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된 것이다. UNIST의 이현욱·김영식·곽상규 교수 연구팀은 해수전지에 쓰이는 고체전해질의 정적·동적 안정성을 2건의 개별 연구를 통해 검증해냈다.4) 고체전해질은 바닷물로부터 전극을 보호하고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만을 선택적 통과 시키는 ‘필터’역할을 하는 해수전지의 핵심부품이다. 하지만 그전까지 해수전지 고체전해질의 안정성을 실제 구동 환경에서 살펴본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고체전해질 소재를 실제 해수전지에 쓰이는 ‘펠렛’(Pellet, 가루를 뭉친 얇은 덩어리)형태로 제작한 뒤 이를 바닷물에 노출하거나 충·방전과 같은 동적 변화에 노출해 해수전지용 고체전해질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고체 전해질은 순수한 물(증류수)보다 오히려 다양한 이온이 공존하는 바닷물에서 더 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온 농도 차로 인해 고체전해질 구성 성분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반응이 억제된 것이다. 기존 고체전해질 소재의 경우 입자 형태로 존재할 경우 물에 녹는다고 알려졌는데, 이 분말을 압축해 만든 고체전해질이 바닷물에서는 안정하게 구동이 가능했던 이유다. 더불어 연구진은 해수전지가 충전과 방전을 하는 동적 상황에서 고체전해질과 해수면 사이(계면)에 일어나는 반응 또한 밝혀냈다. 전지의 안정성과 수명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구성 요소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 반응과 그 원인을 밝혀내는 이와 같은 선행연구의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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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연구는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재료화학 저널 A>(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에 앞표지(Outside front cover)로 선정돼 지난 3월 7일 자로 출판됐다. 논문의 제목은 “Strong interfacial energetics between catalysts and current collectors in aqueous sodium-air batteries”이다.

2) 탄소가 부식되는 현상으로, 연료전지에서 집전체가 탄소로 사용되는 경우 주로 전기화학적 반응에 의해 일어난다. 전극 표면의 촉매가 떨어져 나가고, 구멍 구조 및 촉매의 크기가 커지게 되는 문제점을 유발해 과전압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돼 전지의 성능이 악화된다.

3) 투과전자현미경(TEM)은 시료에 전자빔(electron beam)을 통과 시켜 영상을 만드는 전자 현미경이다.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은 더 탁월한 고분해능을 가져 원자 수준까지 관찰이 가능하고, 직접적인 결정구조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어 형태(Morphology) 분석 등에 이용된다.

4)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A>(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와 <케미스트리 오브 머티리얼즈> (Chemistry of Materials)에 각각 2020년 10월 1일과 12월 29일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목은 “Chemical Stability and Degradation Mechanism of Solid Electrolyte/ Aqueous Media at a Steady-State for Long-Lasting Sodium Batteries.”과 “Unveiling Interfacial Dynamics and Structural Degradation of Solid Electrolytes in a Seawater Battery Syste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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