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술 1】 화재로부터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 | |
| 2022-02-01 | |
 화재로부터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 주원인인 산소 발생현상 규명, 수계 전해질 배터리 기술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전해질에 가연성 유기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화와 화재의 위험성이 잠재돼 있다. 실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해 33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고, 가동이 중단된 곳이 전체 중 35%에 달해 큰 손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발화와 화재 위험이 없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발화의 주요 원인인 산소 발생 등의 원인을 규명하고 양극재 설계의 기준이 될 만한 연구를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화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계 전해질 배터리에 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메인 이미지: 고온 환경에서 충전상태의 Ni-Co-Mn 층상계 양극 소재의 구조변화와 산소 발생 거동. 자료: UNIST)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과학연구원(IBS) 배터리 화재 및 폭발로 인해 안전한 배터리 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의 안정성은 충전상태에서 양극 소재의 산소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온 환경에서 양극 소재의 산소 발생과 이에 동반되는 구조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안전한 배터리 개발에 앞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양극 소재의 산소 발생과 구조변화 현상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구조변화와 산소 발생 거동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상관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 또한, 전이금속마다 그 상관관계가 어떻게 나타나고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이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정성균 교수는 배터리 고온 작동환경에서 양극 소재 미세 구조 변화와 산소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극 소재 성분별 산소 발생 현상을 분석해 향후 새로운 양극 소재 설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김형섭 박사와 서울대 재료공학부 강기석 교수팀과 함께했다.1)  암염 구조로의 상전이를 늦추는 코발트 고온의 작동환경에서 배터리 양극에서 나오는 산소와 유기계 배터리 전해질이 만날 경우 연소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전한 배터리 개발을 위해서는 내부에서 산소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또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산소가 발생하는 현상과 양극 소재의 미세구조가 변하는 것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리고 양극 소재 내에 코발트 성분 함량을 높여 산소 발생을 줄이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코발트가 많을수록 산소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는 암염 구조로의 상전이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상전이는 소재 내 원자(원소)들의 배열 모양과 위치가 바뀌는 현상으로, 양극 소재가 고온에 노출되면 상전이가 일어난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에서 양극 소재의 성분을 구분할 수 있는 중성자회절 기법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기존에 배터리 전극 내부 진단에 사용하던 엑스선 회절 분석 방법으로는 구조변화에 대한 전이금속의 역할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분석 방식은 X-선이 각 금속 원자의 전자와 상호 작용하며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해 내부 구조를 진단하는 방식인데,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은 서로 원자번호가 가깝고 전자밀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성자회절 분석은 중성자 산란 길이가 원소마다 서로 달라 배터리를 구성하는 전이금속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형섭 박사는 중성자회절 분석이 “결정 구조 내 리튬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분석법”이라며 “앞으로 배터리 분석 분야에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배터리 온도를 높여가면서 내부 원자 배열 구조변화와 산소 발생 현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중성자회절 분석 기법과 더불어 정확한 산소 발생량 분석을 위해서 기체 질량 분석법을 썼다. 실험 결과, 양극 소재 내의 코발트가 전이금속층에서 리튬층으로 이동하면서 스피넬 구조로 바뀌는 상전이가 발생하고, 이때 전극에서 산소가 일부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원래 양극 소재는 리튬층과 전이금속층이 겹겹이 쌓인 층상 형태다. 또 온도가 높아지면서 스피넬 구조가 암염구조로 바뀔 때 산소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실시간 중성자회절분석을 통해 코발트가 이러한 암염구조로의 상전이를 지연시킨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성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안전한 배터리를 위한 양극 소재 조성설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불연성 수계 전해질 작동원리 규명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종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가연성 유기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기용매를 연소 가능성이 없는 물로 대체하는 ‘수계 전해질 리튬이온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성능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연구단장연구팀은 수계 전해질 리튬이온 배터리 속 물 분자의 상태가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 수계 전해질 리튬이온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한 주춧돌을 놓았다.2) 물을 바탕으로 하는 수계 전해질 리튬이온전지는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수계 전해질을 고전압에서사용하려면, 물이 높은 전압에서 전기 분해되지 않도록 염을 초고농도로 녹여야 한다. 이 경우 이론적으로는 전해질의 점도가 높아져 리튬 이온 수송을 방해한다. 연구진은 첨단 분광 기술을 이용해 염 농도에 따른 수계 전해질 속 물 분자의 거동을 관측했다. 그리고 염 농도를 포화수준까지 높여가며 관측한 결과, 28 ㏖/㎏ 몰랄농도[㏖/㎏]는 용매 1 ㎏에 녹아 있는 용질의 몰수를 나타낸다. 정도의 초고농도에서도 다른 물 분자와 수소결합을 가지는 물 분자가 상당량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다른 물 분자와 수소결합을 하는 물 분자는 리튬 염의 음이온과 수소결합을 하는 물 분자보다 빠른 회전 동역학을 보여줬다. 회전 동역학이 빠르다는 것은 리튬 이온의 용매화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여 리튬 이온이 이동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조민행 연구단장은 “우리 연구진은 적외선 들뜸 탐침 분광법을 활용해 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전해질의 미시적 특성 연구를 진행하고있다”며 “리튬 이온의 수송을 촉진할 수 있는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설계를 위한 원천지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수계 전해질 배터리 한편, 대표적인 수계 전해질을 이용한 배터리에는 ‘레독스 흐름 전지’(Redox flow battery)가 있다. 레독스 흐름 전지는 양극 및 음극 전해액 내에 활물질을 녹여서 외부 탱크에 저장한 후 펌프를 이용해 전극에 공급하면 전극 표면에서 전해액 내의 활성 물질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는 저장하는 방식이다. 특히, 저가의 브롬화 아연(ZnBr2)을 활물질로 이용하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다른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와 비교할 때 높은 구동 전압과 함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 때문에 70년대부터 ESS용으로 개발돼왔다. 그러나 이 경우 아연 음극의 짧은 수명이 문제였다. 아연 금속이 충·방전 과정 중에 보이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형성은 전지의 내부 단락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덴드라이트 형성 메커니즘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0년 10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 연구팀은 덴드라이트 형성의 주요 원인을 규명해 이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낮은 표면에너지를 지닌 탄소 전극 계면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Surface diffusion)을 통한 ‘자가 응집’(Self-agglomeration)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양자역학 기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전송 전자 현미경 분석을 통해 자가 응집 현상이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의 주요 원인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특정 탄소결함구조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이 억제되기 때문에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도 발견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 2020년 9월호에 “Dendrite-free Zn electrodeposition triggered by interatomic orbital hybridization of Zn and single vacancy carbon defects for aqueous Zn-based flow batteri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으며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또한, 이 연구는 차세대 수계 전지의 수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레독스 흐름 전지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80% 이상에서 5,000 사이클 이상 구동이 가능하다”면서 연구 결과가 “재생에너지의 확대 및 ESS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1)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사선기술개발사업과 기초연구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재료과학 분야의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12월 15일자 온라인에 공개됐으며,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논문의 제목은 “Unveiling the Role of Transition-Metal Ion in the Thermal Degradation of Layered Ni-Co-Mn Cathodes for Lithium Rechargeable Batteries”이다. 2)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ACS Energy Letters) 11월 26일자 온라인 판에 “Dynamic Water promotes Lithium-Ion Transport in Superconcentrated and Eutectic Aqueous Electrolyt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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