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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2】 무한한 바닷물로 수소 생산하고 저장하는 기술
2021-12-01

무한한 바닷물로 수소 생산하고 저장하는 기술
상온·상압에서 수소 저장·추출하고 무기침전 억제

수전해 기술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무한한 자원인 바닷물을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 예상된다. 이처럼 바닷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과 관련해 획기적인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이루어져 이목을 끌고 있다. 해수전지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해수전지에 기반을 둔 수소 저장 시스템을 개발했는가 하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진은 직접해수전해(direct seawater electrolysis)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기침전물을 억제함으로써 직접해수전해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외에도,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니켈-코발트 이합체 전기 촉매 개발 소식도 전한다.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현재 수소의 저장은  350~700 atm 고압 압축이나 영하 253 ℃의 초저온 액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방식은 안전성 문제와 높은 에너지 비용을 수반한다. 차세대 수소 저장 기술로 알칼리금속 수소저장 기술이 있다. 알칼리 금속은 주기율표의 1족에 속하는 원소로, 수소를 제외한 리튬(Li), 소듐(Na), 포타슘(K), 루비듐(Rb), 세슘(Cs), 프랑슘(Fr) 등 6개 원소를 일컫는다. 이 기술은 미국 에너지부(DoE: Department of Energy)가 제시한 단위무게나 부피당 수소 저장비 등과 같은 수소 저장체 기준1)을 만족하지만, 화학 반응 중에 알칼리 금속이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문제가 있다.

바닷물로 수소 생산하고 저장
국내 연구진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수소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수소를 고압에서 압축하거나 저온 액화 시키는 기존 저장기술과 달리, 상온·상압에서 수소를 저장하고 추출할 수 있다. 또한, 한번 반응한 금속의 재사용이 어려운 문제도 없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1월 25일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진들이 해수의 염분 성분인 나트륨(소듐, Na)과 물을 반응시켜 수소를 뽑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2) 이 기술은 해수전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기용매, 즉 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용매를 리튬이온의 이동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해수전지는 말 그대로 해수를 용매로 사용하는 전지다. 해수는 고농도의 나트륨이온을 포함하고 있어 나트륨이온만을 통과시키는 분리막(NASICON)을 적용해 물과 접촉할 수 있는 배터리 셀을 사용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나트륨을 계속 재사용 할 수 있다. 해수전지 충전 중에 알칼리 금속이 재생(나트륨 이온 환원)되고, 전기를 뽑아 쓰는 방전 중에 나트륨이 물과 반응하면서 수소가 추출되는 원리다. 이처럼 해수전지는 바닷물 속 나트륨이온을 산화·환원시켜 전기를 저장하고 뽑아 쓰는 장치다. 말하자면,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수소를 생산·저장 할 수 있는 1석 2조의 ESS 시스템인 셈이다.

연구진은 상용화 가능성도 입증했다. 실제 시스템 작동 환경처럼 산소에 노출된 환경에서 99.1%의 패러데이 효율을 보였다고 한다. 패러데이 효율은 총 사용된 전기에너지 중 원하는 반응(이 경우는 수소)에 쓰인 전기에너지의 비율을 말한다. 그리고 해수전지 크기를 실험실 수준의 약 40배 이상 (70 ㎠)으로 키운 시스템에서도 94.7 %의 패러데이 효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무기침전문제 최소화 기술
수전해 설비는 초고순도 정제수 또는 불순물이 없는 20-30% 가성칼륨(KOH) 용액을 전해액으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 수소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9톤의 정제수가, 1톤의 정제수를 얻기 위해서는 2톤의 물이 필요하다. 즉 1톤의 수소 생산에 약 18톤 정도의 물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무한한 바닷물을 바로 전해액으로 사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직접해수전해’는 전해액과 관련된 비용과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직접해수전해 과정에서 해수 염기성화가 진행되면서, 해수에 포함된 마그네슘 양이온이 반응해 무기침전물이 형성되는 문제가 있다. 무기침전물은 해수전해의 전류밀도를 크게 감소시키고 흐름 기반 스택 개발에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해양융복합연구팀 한지형 박사 연구팀은 바닷물에서 바로 수소를 생산할 때, 해수 산성화를 유도해 분산형 무기침전물을 완전히 억제하고 전극 계면에서 무기침전물의 성장 속도를 감소시키는 기술을 확보해 눈길을 끌고 있다.3)

연구팀은 물 해리반응(Water dissociation:　H2O→H++OH-)이 일어나는 양극성 막을 격막으로 사용해 추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해수를 산성화시켜 무기 침전을 제어했다. 양극성 막(bipolar membrane, BPM)은 양이온교환층(cation exchange layer, CEL)과 음이온교환층(anion exchange layer, AEL)으로 이루어진 이중층 구조 사이에 물 분해를 돕는 촉매가 포함되어 있다.

물 환원반응으로 수소(H2)와 수산화이온이 생성되고, 수산화이온은 해수에 포함된 마그네슘 양이온(Mg2+)과 결합해 무기침전물이 전극 표면에 형성된다. 이 무기침전반응이 수산화이온을 전극 계면에 잡아두는 역할을 해 해수의 pH 상승을 억제한다. 이와 동시에 양극성 막에서는 물 해리반응을 통해 물은 양성자(H+)와 수산화이온(OH-)으로 분리되고, 환원용액에 양성자를 공급해 해수를 산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물 환원반응, 무기침전반응, 그리고 물 해리반응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해수는 산성화된다. 해수 산성화는 분산형 무기침전물 형성을 완전히 억제하고 환원전극 계면에 형성된 무기침전물의 두께를 최소화하며 환원전극전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직접해수전해는 해수를 전해액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해수담수화 및 초고순도 공정에 필요한 제반시설에 대한 제약 없이 바다가 인접한 어느 곳에서나 수소 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무기침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직접해수전해 스택 개발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으며, 부유식 해상 풍력 플랫폼과의 연계 시스템을 통한 해양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떤 물에서도 수소 만드는 촉매
한편, 어떤 성질의 물에서도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기존에 비해 장시간 작동이 가능한 촉매를 개발한 사례가 있다. 지난 10월 21일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이효영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단일 원자 2개를 합성해 기존보다 4배 싼 단일 금속 원자 이합체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를 이용하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저렴하게 순도가 높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4)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수소를 만드는 것을 수전해라고 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은 수전해 방식이 유일해 이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수전해는 친환경적이지만 생산비용을 높다는 단점이 있다. 생산 효율을 높여줄 촉매(백금, Pt)가 고가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모든 물에서 사용 가능한 질소 도핑된 탄소 지지체에 단일원자를 니켈-코발트 이합체 구조로 안정적으로 합성했다. 그리고 니켈과 코발트가 단일원자로 존재할 때보다 수소 발생 효과가 저조했으나, 두 개의 단일 원자가 합쳐진 이합체 구조일 때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수소 생산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단일원자 니켈-코발트 이합체 전기 촉매’는 백금촉매와 비슷한 전압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구조의 변화 없이 50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해 24시간 동안 안정성이 유지되던 기존의 백금 촉매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한다. 이 연구는 이론상으로만 존재 했던 구조를 실현해 기존 촉매의 장점을 가지면서도 저렴한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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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DoE에서는, 차량용 수소저장 물질의 조건으로, 저장온도 85 °C 이하 -40 °C 이상, 저장압력  12 bar 이하, 수소 저장체 기준 단위무게 비 6.5 % 이상, 수소 저장비 50 g/L 이상, 가역성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현재로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수소저장 물질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울산시와 UNIST, 기후변화대응기초원천기술개발 과제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 골드지〉(JACS Au) 11월 3일자에 “Alkali-Metal-Mediated Reversible Chemical Hydrogen Storage Using Seawater”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편, 이 연구에는 장지욱 교수(수소 생산·저장 전문), 강석주 교수(가스 분석전문), 서동화 교수(이론 ·해석 전문), 그리고 김영식·황수민 교수(전지 전문가) 공동으로 주도했으며, 제1저자에는 에너지화학공학과 판카즈 샤르마(Pankaj Sharma) UNIST 박사, 한진협 UNIST 박사, 박재현 UNIST 석박통합과정 대학원생, 김동연 UNIST 박사가 공동으로 참여하였다.
3)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Direct seawater electrolysis via synergistic acidification by inorganic precipitation and proton flux from bipolar membran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4)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1월 19일자에 “Moving beyond bimetallic-alloy to single-atom dimer atomic-interface for all-pH hydrogen evolution”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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