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었다 펴거나, 늘릴 수 있는 기기를 구현하는 기술 늘어나는 초박막 전극, 접고 펴는 도전필름과 에너지소자
모바일 기기가 일대 혁신을 일으킨 것처럼, 앞으로는 입거나 몸에 부착하는 기기들이 또 한 번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특히, 원격진료 분야에서 웨어러블 소자와 센서 등의 개발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이러한 기기들은 밴드나 손목시계의 형태로 이미 실현되고 있으며, 수시로 사용자의 수면상태나 심박, 운동량 등을 체크해 건강정보와 연동한다.
이번 편에서는 피부에 부착하거나 입을 수 있는 형태의 기기 제작에 필요한 기술 동향을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신축성과 더불어 전도성을 비롯해, 기계적 물성과 성능을 두루 갖춘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메인 사진: 신축성 나노박막 전극의 제조 과정. 물이 담긴 수조의 중앙에 전도성 나노재료, 고무, 에탄올 혼합용액을 떨어뜨리며 나노박막 전극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A). 혼합액의 주입이 끝난 뒤, 수조의 중앙에 계면활성제를 소량 떨어뜨리면 나노재료들이 수조 가장자리 쪽으로 밀리며, 더 조밀한 나노박막 전극을 제조할 수 있다(B).)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포항공과대학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많은 전자기기들이 롤러블(Rollable)하거나 익스텐더블(Extendable)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디지털 가상현실과 실재가 혼재하는 말 그대로의 혼합현실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기기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내장된 부품 역시 유연해야 한다.
늘어나는 디스플레이, 전자피부, 이식형 소자 등을 연신성(軟伸性) 소자라고 한다. 이를 위해 형태 변형이 가능한 회로 기판(Circuit board)을 만드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배터리와 같은 충전형 에너지 공급 장치를 포함해 배선, 디스플레이, 센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신성이 요구되고 있다. 웨어러블 소자와 센서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 저장 소자인 슈퍼커패시터의 소형화나 유연화 역시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퍼커패시터의 형체를 변형시킬 만큼 굽히거나하면 물리적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 실용화에 한계가 있다. 대안으로 값싼 필름 형태의 에너지 저장소자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그 중 그래핀은 우수한 전기적 특성 및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연구를 거쳐 수퍼캐패시터에도 활용되기도 한다.  나노박막 전극을 이용해 제작한 다기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성능 뛰어난 나노박막 전극 기초과학연구원(Institute for Basic Science, IBS) 나노입자 연구단이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의 나노박막 전극을 개발했다. 연구단의 연구진은 ‘수상 정렬 방법’(Float assembly method)을 통해 기존의 방법으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높은 전도성과 나노 수준의 두께, 우수한 신축성 등을 모두 지닌 고성능 나노박막 전극을 제조할 수 있었다.1)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박막 전극은 금속만큼 전기가 잘 통하면서도 머리카락 굵기의 300분의 1 두께(250 ㎚)로 얇고 높은 신축성을 지녔다. 따라서 피부 부착형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 부품으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피부 부착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기계적 물성이 피부의 물성과 비슷한 특성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디바이스의 핵심 부품인 전극은 우수한 신축성, 높은 전기 전도성, 얇은 두께는 물론 고해상도 패터닝도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전도도와 신축성은 서로 상충하는 특성이 있어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전극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얇은 두께나 고해상도 패터닝 역시 기존의 방법으로 개발된 신축성 전극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진이 사용한 수상 정렬 방법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로 수조에 은 나노선, 고무, 에탄올 등의 혼합액을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이때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퍼지는 ‘마랑고니 흐름’(Marangoni flows)에 의해 은 나노선이 수조의 가장자리에 차곡차곡 정렬하게 된다. 마랑고니 흐름은 계면을 따라 표면 장력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을 때 표면장력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유체가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어 다음 단계에서는 계면활성제를 첨가한 다음, 마지막 단계로 용매를 건조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렇게 합성된 나노박막 전극의 전기 전도도는 10,000 S/㎝로 금속과 유사한 수준이며, 원래 길이의 10배까지 늘어나도 기계적 결함 없이 전기적 성질이 유지된다. 또한 매우 얇기 때문에 피부처럼 굴곡이 있는 표면에도 부착이 용이하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자외선 포토리소그래피’(UV photolithography)를 이용한 선폭 20 ㎛ 고해상도 패터닝에도 성공했다. 이는 나노박막 전극을 원하는 형태로 재단해 다양한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외선 포토리소그래피는 빛에 반응하는 고분자를 이용해 미세한 모양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이 기술은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미세한 선폭 패터닝이 용이하기 때문에 미세한 회로를 반도체에 새기는 공정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개발된 나노박막 전극을 이용해 피부 부착형 다기능 적층 디바이스까지 개발해 피부에서 근전도, 습도, 온도, 인장력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동시에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종이처럼 접고 펴는 도전 필름 유연한 기기의 구현을 위한 또 다른 연구 사례도 있다. 최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이 유연한 전자 소자들을 연결해줄 수 있고 변형이 가능한 도전필름을 개발했다.2)
신소재공학과 정운룡 교수와 전자전기공학과 송호진 교수 공동연구진은 회로 라인의 강성, 유연성 또는 신축성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전극과 물리적, 전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연신성 이방성 도전 필름’(stretchable anisotropic conductive film, S-ACF)’을 개발했다. 이방성 도전 필름은 두께 방향으로는 금속의 전도성을 갖지만, 면 방향으로는 부도체의 특성을 갖는 얇은 필름을 말한다. 이 필름은 복잡한 두 회로를 연결하기 위해 사용되며,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광범위한 전자소자에 적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연신성 블록공중합체인 SEBS-g-MA에 금속 입자를 일정 간격으로 배열하고, 기판과의 화학결합을 통해 형태를 바꿀 때도 강한 계면 접착력을 유지하면서 전기적인 연결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특히, SEBS-g-MA에 존재하는 무수말레산(Maleic Anhydride)은 기판 간에 화학결합을 가능하게 해 저온에서도 강한 결합력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연구진은 제작된 S-ACF를 결합하고자 하는 두 기판 사이의 계면에 배치하고 80℃ 저온 열처리를 약10분간 해주었을 때, 전기적·물리적 연결이 완전하게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S-ACF는 원하는 부분에 입자가 배열되도록 패터닝(patterning)할 수 있다. 이는 전기적 연결이 필요 없는 부분의 고분자 접촉면적을 늘려주어 결합력을 높여주고, 금속 입자의 사용을 줄여 경제적이다. 이렇게 제작된 필름은 이전에 사용하던 이방성 도전 필름에 연신성을 더한 것으로, 고해상도 회로(50 μm) 연결이 가능하며, 저온공정이 가능하고, 대면적으로 제작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S-ACF의 제조 공정과 현미경 이미지 (자료: 온라인〈사이언스 어드밴시스〉). (A) S-ACF의 제작 도식, (B) 템플릿(template)에서 입자를 결합한 후 촬영한 SEM 단면, (C) 핫프레스(hot pressing) 후 촬영한 SEM 단면, (D)와 (E) S-ACF를 늘린 모습(ε=0%~100%) 모노레이어 그래핀위에 금속산화물 성장시켜 제작한 에너지 소자준비된 전극으로 금을 증착하고, 바로위에 그래핀 모노레이어를 전사시킨 다음, 화학성장법을 이용하여 원하는 금속 산화물을 원하는 시간만큼 성장시키며 물성을 측정한다.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에너지 소자
유연한 전극과 도전 필름뿐만 아니라,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에너지 소자가 개발되기도 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신물질과학전공 이성원 교수 연구팀은 단층 그래핀과 금속산화물 이종접합 물질을 이용해 얇고 유연하면서도 기계적 안정성이 우수한 에너지 저장 소자를 개발했다.3)
연구진이 개발한 슈퍼커패시터(Super capacitor)는 초박막에 접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기계적 유연성을 갖췄다. 특히, 접어 사용하더라도 펼쳤을 때와 동일한 전기적 특성이 보장된다. 따라서 피부에 부착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더라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단층 그래핀 위에 금속 산화물을 성장·접합시켰다. 이렇게 제작한 슈퍼캐패시터의 두께는 30 ㎛이고, 단위 면적당 저장용량 7.76 mF/㎠이다. 그리고 1,000번의 충전과 방전을 시행해도 저장용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성원 교수는 “여러 장점이 많은 슈퍼캐패시터지만 현재 다른 상용 배터리보다 다소 낮은 에너지 저장용량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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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8월 27일자에 “Highly conductive and elastic nanomembrane for skin electronic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2) 이 연구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021년 8월 6일자에 “Stretchable anisotropic conductive film (S-ACF) for electrical interfacing in high-resolution stretchable circuit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3) 이 연구는 DGIST 신물질과학전공 난다나팔리(Nandanapalli) 박사 후 연구원 등이 참여했고,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 6월 24일자 온라인에 “Multifunctional Metal-oxide Integrated Monolayer Graphene Heterostructures for Planar, Flexible, and Skin-mountable Device Application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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