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료비 연동제 시행 의의 있다…정부 개입 가능성은 여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요금 개편안 토론회 개최
지난해 12월 오랜 진통 끝에 드디어 전기요금 제도가 개편됐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올해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기후환경 비용 분리 고지, 계시별 요금제 도입, 요금 할인 혜택 축소 등의 내용으로 요금체계를 개편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 신규사업에 대한 개발이 불가피함에도 원가회수율조차 충족되기 힘든 구조적 상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비자 설득과 인식변화를 위해 공급 비용의 타당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이다.
글 김수진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21일 줌(ZOOM)을 이용해 실시간 비대면 방식으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모색’토론회를 개최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의 발제로 시작해 에경원 김남일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한양대 김영산 경제금융학부 교수, 삼일회계법인 박태영전무, KDI 국제정책대학원 임원혁 교수가 참여하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제도적인 한계를 인지” 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비용절감에 대한 노력과 사회적 신뢰를 위해 투명성이 확보도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용도별 요금체계 및 독립기관 필요 먼저 이유수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이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이 위원은 “전기요금 체계에 정책적 개입이 이뤄져 요금 간 형평성 문제가 발현되고 있다”며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은 원가회수율 문제점을 현 한전적자 원인으로 손꼽았다. 그는 한전 경영상태를 지적하며 “2015~2017년을 제외하고 원가회수율 100%를 하회했다”며 “전기요금 조정요인이 발생해도 정책적 필요와 목적에 의해 사전협의로 요금이 결정돼 왔고 이 때문에 한전이 흑자와 적자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뤄진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해 이 위원은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로의 이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개편이 “전력공급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체계 조성과 신규사업 촉진 등 재무와 공급 안정 등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위원은 이번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의 주요 내용 중 유의미한 것을 크게 두 가지 꼽았다.
첫째, 연료비 조정요금 즉, 연료비 연동제로 분기마다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조정 범위의 제한이라는 장치를 마련해 소비자의 혼동을 최 소화했다. 최대 ±5원/㎾h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예외상황 시 요금조정 유보)하도록 한 것. 가격신호 기능의 강화와 소비자의 예측가능성 제고, 유가하락 시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다. 전력량 요금에 포함된 기후환경비용을 별도 분리해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 밖에 주택용 제도 개선 등이 개편안의 주요 핵심이다. 이 위원은 “전기요금의 적정 수준을 달성하고 정치적 개입을 축소함에 따라 전기생산과 소비의 적정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며 “소비자 인식 변화를 위해 정당한 비용의 지불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노력과 단계적 상승을 통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공적인 전기요금 개편을 위해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 개선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외부 비용 반영 및 공급비용 회수 ▲전기요금의 독립적 결정 및 조정이 필요성이 강조됐다.
먼저 그는 용도별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용도별 교차보조 문제 해결과 공급원가 기반의 전압별 요금체계로의 이행이 필요하다”며 “원가 회수율 100% 달성과 향후 소매시장 개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공급 관련 비용과 환경오염 비용, 발전연료 배출량에 대한 과세 등을 반영한 요금 체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에서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분산에너지 자원의 확대에 따른 고정비 회수 문제에 대해 한국은 육상풍력이나 태양광이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 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전기요금보다 높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탈할 수 있음을 지목하고 배전망에 대한 고정비회수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을 시사했다. 때문에 분산에너지를 활용하더라도 자가소비 충당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음을 꼬집었다. 잉여자본이 남을 경우 망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배분을 할지, 고정비 회수를 위한 배전망 관련 요금제 재설계 방안을 논의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전기요금 결정을 위한 독립기관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13년 이후 전기요금 조정이 없었다. 총괄원가가 꾸준히 인상됨에도 불구하고 2016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요금제 완화 및 2019년 하계 할인 등 요금조정이 방치돼 왔다. 이 위원은 “전기요금은 원칙적으로 전기위원회에서 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책·정치적 목적 하에 조정돼 왔다”라고 지적하고 “이제는 독립적 규제기관이 전기요금 조정 인가의사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기요금 역할의 제고를 위해 요금 총괄원가를 검증해 공급비용의 투명성 및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하게 되면 전기요금에 제반 공급비용을 반영할 수 있을 것”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고 인식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남일 연구원. 김영산 한양대 교수. 박태영 삼일회계법인 전무. 박 전무는 성공적인 요금 개편을 위해 연료비 연동제 상황을 지금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임원혁 교수. 임 교수는 현 개편 안이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료비 연동제 구현 쉽지 않을지도
소매 판매 부문의 중요성으로 포문을 연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총액을 맞추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누가 어떤 비용을 유발하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요금을 부과해야만 소비에 대한 정확한 유인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요금제에 대한 논의는 요금의 총액이 생산비용과 같아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인상을 한 것인데 반해, 나머지 중요한 문제들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며 “소매부문이 친환경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며 말을 아꼈다.
김 교수는 특히 독립적인 규제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력요금은 원칙상 한전에서 이사회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전기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을 하게 돼 있지만 현실은 정치권과 국회, 산업부 등에서 협의한 것을 정작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전기위원회가 정부 안을 통과시켜줄 뿐”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는 정부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경요금 분리부과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EU(유럽연합)의 RES(Renewable Energy Standard) 요금 등 해외에서 이미 큰 비중으로 실현되고 있는데 현재 국내 RPS 배출권 가격은 객관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의적인 운영이 제한되고 항목표시로 인해 정치·사회적 논란은 적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분리표시와 분리부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투명한 운영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위해 EU의 RES 제도처럼 회계 자체를 분리한 분리회계를 전제로 부과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전 손실분 회수, 충분치 않을 지도 박태영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지난해 한전 총괄원가 56조 원과 연료비 46조 원 중 연료비가 전체 원가의 82%를 차지했는데 기존 체계에서는 연료비가 10% 오를 경우 변동분 4조 6,000억 원을 한전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치·정책적 규제를 오랫동안 받아오며 공사로서 갖춰야 할 재무적인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 어려웠고 이는 고객에게 제공돼야 할 투자 기회의 상실과 고품질 서비스의 부재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박 전무는 요금제 개편으로 소비자의 효율적 전기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는 “변동 폭 제한과 예외상황에서의 유보장치 등의 소비자 보호 장치는 개인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를 위한 제도”라며 “환경 관련 비용 분리고지 또한 소비자로 하여금 정책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제도를 손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책발표에 나와 있는 전기요금 공급비용 효율화는 재무제표 검토 시 총괄원가의 10%도 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3% 내외에서 통제·관리할 것이라 명시한 부분에 대해 “공급비용과 같은 내부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비용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박 전무는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변동내역이 한전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지만 절차와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시에 1년에 1번 총괄평가가 아닌 분기별 검증이 적합하며 신재생에 너지 관련정보도 세부적인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수금 보전 논의 필요하다
현 개편 안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임원혁 교수는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2008년 KDI와 삼일회계법인이 함께 정부에 제출한 연료비 조정안과 2021년 현재 도입된 요금제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먼저 조정 상한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 임 교수는 “우리 측이 제안한 것은 기준 연료비 대비 150%까지의 조절안이지만 현재 도입된 것은 소비자보호 취지로 요금변동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이는 요금 조정 지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적용 유보 조항에 대해서도 향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제안과 달리 현 개편 안은 예외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요금 조정 유보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임 교수는 “이 부분은 재량보다 준칙을 강조하면서 공공요금을 책정한다는 것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꼭 필요하다면 적용 유보에 따라 발생하는 미수금을 앞으로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를 정부가 함께 제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교차보조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요금을 조정할 것과 ▲기후환경 요금 분류와 연계로 현 화석연료만을 적용대상 연료로 하는 연료비 변동액 대신 발전단가 변동액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것이 어렵다면 연료비에 탄소배출비용을 산정하는 등 외부적인 비용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 신재생에너지 의무 할당제(RPS), 배출권거래제(ETS) 이행비용 및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비용 외의 또 다른 저탄소 에너지 전환 투자비용의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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