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RI,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발표 글로벌 6대 트렌드 및 7가지 디지털 전환 기술 제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트렌드 변화를 분석한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했다. 부제는 ‘완전한 디지털 사회’로, 코로나19 이후 진정한 디지털 사회가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가 기존 메가트렌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변화와 위기를 동반하고 세계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을 재설정(Reset)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그 중심에 디지털 기술이 있다고 보았다.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정지되는 듯했으나 디지털 기술이 위기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 경제·사회 시스템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ETRI는 보고서 발간의 취지를 “디지털 리더십 확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경제 상황에서 ICT의 국제적 영향력이 거대해지고 있고, 따라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당위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충격이 만든 다양한 파편들을 ▲ 경제·일상 변화, ▲ 사회·정치 변화, ▲ 글로벌 위험(리스크) 인식 변화, ▲ 글로벌 공급망 변화, ▲ 국제관계 변화, ▲ 디지털 기술로의 변화 등 6대 트렌드로 통합하고 21대 이슈로 세분화했다[표 1].
글로벌 트렌드 각각을 살펴보면 우선, 경제·일상 변화로는 디지털 가속화에 이은 ‘접촉포비아’현상이 더해지면서 생산·소비·유통의 거리, 일과 노동 방식의 거리, 만남과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사회·정치 변화로는 전염병 대응 과정에서 소득 격차가 심해지고 타인에 대한 경계와 혐오가 증폭 하는 등 공동체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았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다시 큰 정부의 필요성이 젝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보고서는 전체주의의 부상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위험(리스크) 인식 변화와 관련해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미지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의 회복력 강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험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미래연구와 디지털 도구 활용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마지막 감염병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음은 글로벌 공급망 변화다. 보고서는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와 역할을 재정의하고 국제 분업 구조의 거리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RHD급망을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인식,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화, 국산화, 전 구간 디지털화가 이루어질것으로 내다보았다.
 글로벌 트렌드 분석 프레임워크(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ETRI, 2021.1. 14.)
국제관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한층 격화되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팬데믹 과정에서 노출된 유럽 결속력의 약화와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 대응력은 향후 국제질서의 향방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로의 변화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변화의 중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전망이라고 한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부분적이고 단편적으로 진행되어 온 디지털화는 코로나19 이후 완전하고 전면적인 디지털화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즉, 모든 삶이 디지털로 옮겨지며 온라인·오프라인의 주종관계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디지털화 ETRI는 완전한 디지털 사회로 전환을 가속할 7대 기술도 함께 보고서에 제시했다. 이 기술들은 인공지능(AI), 개인(Me), 일상(Life) 등 세 가지 영역의 디지털화로 구분된다[표 2].
첫 번째, 인공지능 영역이다. 그간 눈부신 발전을 보여 온 인공지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비대면 업무와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와 스몰데이터 기반 지능화 기술(Small Data Intelligence) 발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소량의 데이터만으로도 직관적으로 판단하듯이 보고서는 AI 역시 빅데이터 기반 학습뿐 아니라 스몰데이터를 활용한 복합지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념의 기술·알고리즘이 창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보고서는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에 기반한 양방향 AI 혁신을 통해 범용 인공지능1)의 실현을 생각보다 빨리 경험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두 번째, 개인의 디지털화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개인 데이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고 지적한다.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데이터에 근거해 나의 존재가 정량화, 입체화되기 시작했다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의 건강 데이터까지 더해지면서 디지털화 된 또 다른 나, 디지털 자아(Digital Self)가 탄생한다 하더라도 이상할게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활용’과 ‘보호’간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프라이버시 보장 기술(Privacy-Preserving Tech)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 일상의 디지털화다. 보고서는 인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느리게 변해왔던 분야는 음식, 돈 그리고 일상 공간이라 제시하며 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푸드테크(FoodTech)는 인간과 음식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3D 푸드 프린팅 기술 등을 통해 특정 재료, 영양소를 추가·제거하는 개인 맞춤형 푸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국가가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어 돈의 지배 구조와 화폐가치, 국제 정세 등에 영향을 미친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과 가상공간을 결합해 초연결·초실감 디지털로 확장된 세계를 의미한다. 인류는 이 무한한 가상공간에서 원격 교육을 받거나 R&D 과제를 수행하는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Meta) 할 수 있다.
본 보고서의 주 저자인 ETRI 경제사회연구실 이승민박사는 “19세기에 콜레라가 도시 문명을 재탄생시킨 것처럼, 21세기에 발생한 코로나19는 완전한 디지털 문명을 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ETRI 김명준 원장은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7월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을 돕고 코로나19 이후 ICT R&D 전략 수립을 위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K-방역을 넘어 K-디지털 전략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ETRI의 보고서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전문은 ETRI의 홈페이지 (www.etri.re.kr )를 통해 접할 수 있다.
1) 인공지능 연구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로 시각지능, 언어지능 등 분야별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과 같은 수준의 종합적 사고·지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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