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물단지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기술 탄소의 전극 소재와 열전 소재로서의 가능성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따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나노 기술 개발을 잇달아 발표했다. 하나는 ‘근접장 나노패터닝’과 전기 도금 기술을 활용해 대면적이고 3차원 계층의 ‘다공성 금 나노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구리 입자 내 원자의 틈을 제어하는 전기화학촉매 소재기술이다. 이들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과 더불어, 탄소를 전극소재나 열전소재로 사용하는 최신 기술도 함께 소개한다. (메인 이미지: 매우 좁은 틈이 생성된 구리 촉매에서 이산화탄소가 연료로 전환되는 과정을 나타낸 개략도. 자료제공: KAIST)
정리 강창대 기자 |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원 등
전기화학적 촉매반응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변환 기술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대표 기술 중의 하나로, 효율적인 이산화탄소 전환 촉매기술의 개발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면서 산업에 유용한 연료나 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원자 틈’이용해 이산화탄소 변환 KAIST 신소재공학과 강정구 교수 연구팀과 성균관대,울산과학기술원(UNIST), 부산대, 미국 버클리대학, 칼텍 등 공동 연구를 통해 구리 입자 내 원자의 틈을 제어하는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에틸렌 등과 같은 고부가 연료로 변환하는 전기화학촉매 소재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로부터 에틸렌 생성비율을 최고 80%까지 높인 것으로, 이를 위해 원자수준의 촉매제어 기술을 도입했다고 한다. 연구 결과, 에틸렌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반면, 메탄의 생성을 실험적으로 완전히 억제할 수 있었으며, 양자역학 계산 기술을 이용해 원자 틈의 촉매반응 활성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1)
이산화탄소 전환을 위해 다양한 전이금속 기반의 전기 화학 촉매가 개발되고 있으나, 에틸렌과 같은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원소는 구리 가 유일하다고 한다. 하지만 구리 촉매는 반응 속도 및 생성물의 선택성이 높지 않아 이산화탄소 저감의 실효성과 생성물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래서 구리촉매의 특성을 개선하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산화된 구리의 환원반응을 전기화학적으로 미세하게 제어해 구리 결정면 사이에 1 ㎚ 미만의 좁은틈을 생성했다. 이 원자 틈에서 이산화탄소 환원반응 중간생성물의 촉매표면 흡착에너지를 최적화해 촉매반응의 활성을 극대화했다. 동시에 탄소-탄소 결합을 유도해 에틸렌과 같은 고부가 화합물이 효율적으로 생산되는 것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신규 활성인자인 원자 틈 원리는 다양한 전기화학 촉매 연구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의를 갖는다.
1 ㎚ 미만의 틈에서는 이산화탄소와 반응 중간생성물이 촉매 면과의 상호작용으로 반응물의 촉매표면 흡착에너지지가 안정화되었고, 전기화학 반응 시 환원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원자틈에서 반응 중간체의 탄소-탄소 결합(C-C coupling)이 유도되어 이산화탄소가 에틸렌 계열의 유용한 연료로 변환되는 선택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 개발한 촉매소재는 기존 구리 나노입자 촉매보다 약 10배 이상의 활성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주입된 에너지 대비 80% 이상이 에틸렌 계열의 탄소 2개가 결합된 (C2) 탄화수소 연료로 변환됐다고 한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전석우 교수와 오지훈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탄소의 전기화학 환원 반응 시 발생하는 물질이동의 한계를 극복해 값 비싼 금 촉매의 사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3차원 나노구조 촉매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크기의 기공 네트워크를 지닌 계층 다공성 나노 구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에서 일산화탄소로의 전환율을 기존 나노 구조 촉매 대비 최대 3.96 배 높일 수 있는 촉매 디자인을 제시했다. 2)
이산화탄소에서 일산화탄소로의 전환 반응 촉매 중 금은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값이 매우 비싸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나노 구조를 형성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적은 양의 금을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나노 구조는 복잡하게 엉킨 촉매 구조로 인해 수계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일산화탄소 기포가 반응 도중 쉽게 구조를 막아 활성 부위를 차단하고, 전해질을 통한 반응물의 이동도 어렵게 해 촉매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렬된 3차원 나노 구조 제작에 효과적인 근접장 나노패터닝(PnP, Proximity-fieldnanopatterning)과 전기 도금 기술을 이용해, 약 10 ㎚ 크기의 나노 기공과 200~300 ㎚ 크기의 매크로 기공이 주기적으로 연결된 채널을 포함하는 3차원 계층 다공성 금 나노 구조를 대면적으로 제작했다 [그림 1].
 [그림 1] (a) 근접장 나노패터닝과 전기 도금을 이용하여 기공의 크기와 분포가 조절 된 서로 다른 3차원 금 나노구조의 제작 모식도와 나노기공 금 촉매(b), 매크로기공 금 촉매(c), 계층 다공성 금 촉매의 전자주사 현미경 이미지(d). (스케일 바: 5 ㎛, 확대이미지 스케일 바: 500 ㎚, 자료제공: KAIST)
그 결과, 계층 나노 구조 촉매는 나노 기공을 통해 높은 일산화탄소 생산 선택도를 달성했으며, 주기적으로 배열된 매크로 기공 채널을 통해 효율적인 물질이동을 유도함으로써, 질량당 전환율을 높게 달성해 값 비싼 금의 사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3차원 나노 구조 금 촉매의 기공 크기와 분포가 조절 된 서로 다른 세 가지 나노 구조 촉매를 통해 기공 네트워크와 반응물, 생성물의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구조적 관점에서 조사했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 환원 촉매 연구 뿐 아니라 유사 전기화학 분야에서 발생하는 물질이동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촉매활용을 위한 폭넓은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고효율의 열전 소재, 탄소 나노튜브 필름
미국 라이스대학(Rice University)의 연구진에 따르면, 초박형 탄소 나노튜브 결정은 높은 효율로 폐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등 놀라운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2013년 이 대학의 주니치로 고노(Junichiro Kono) 박사와 그의 학생들이 필터 멤브레인의 얇은 필름에 탄소 나노튜브를 정렬하는 방법을 발견하면서부터 이어졌다. 전기 공학자인 고노는 20여 년 동안 탄소 나노튜브를 연구한 물리학자이자 재료과학자이기도 하다. 2016년에 고노와 연구팀이 미국 화학협회지인 <나노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한 바에 따르면, 여과지에 제작과정에서 생긴 작은 평행의 홈이 나노튜브 정렬을 야기했다.
2D 결정질 막을 형성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먼저 나노튜브의 혼합물을 계면활성제 용액에 현탁시켰다. 비누형 계면활성제는 나노튜브를 코팅하고 디탱글러로서 작용한다. 2013 년 고노의 학생들은 진공여과를 사용하여 멤브레인 여과지에 이러한 혼합물 부었다. 액체가 멤브레인을 통과하면서 그 상부에 정렬된 나노튜브 필름을 남겼다.
연구진들은 열과 압력을 사용해 여과지에서 홈을 제거하거나 미세한 격자를 사용해 독특한 홈 패턴을 만들어 실험을 반복하면서 나노튜브 필름이 그 패턴을 따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방법은은 2D 결정질 나노튜브 막의 생산에 필요한 예측성을 제공했다.
고노 그룹이 제작한 필름은 직경이 1인치이지만 두께는 수십억분의 1미터에 불과한 2D이다. 반면, 개별 나노튜브는 1D처럼 행동하는데, 특히, 광학과 전자적 특성 면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탄소나노튜브의 탁월한 광학 및 전자적 특성은 그것의 지름과 구조, 나사선성(chirality)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나사선성은 금속처럼 활동하고, 다른 것은 반도체처럼 활동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수십 년 동안 고노의 1인치 직경의 필름이나 와이어와 같이 순전히 하나의 직경과 나사선성을 가진 크고 거시적인 물체를 만드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림 2] 여과지에 탄소 나노튜브가 정렬하는 원리의 도해. 나도튜브와 액체 계면활성제를 분리하는 여과지 상단에 1인치 정도의 직경([그림 2]에서 왼쪽 위)이 형성된다. 연구진은 종이 홈([그림 2]에서 오른쪽 위)이 나노튜브([그림 2]에서 아랫부분)를 높은 순위의 배열로 유도했다.(Credit: Kono Group/Rice University)
단일 나사선성 필름(Single-chirality films)은 거의 완벽한 효율로 열을 빛으로 변환하는 순수한 탄소 시트와도 같은 매력적인 응용 분야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시트를 광전 물질에 결합하면 매우 효율적으로 열을 전기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며, 모터와 전자 장치를 냉각시키는 동시에 전기도 냉각시킬 수 있는 냉각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고노 교수는 또, 단일 결정체 필름이 흥분성 극성 물질(exciton polaritons)과 보스-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es)과 같은 물질의 새로운 상태를 연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층형 다공성 2차원 탄소 나노시트
KAIST의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팀이 서로 다른 크기의 기공을 동시에 갖는 계층형 다공성 2차원 탄소 나노시트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의 합성기술은 다공성 2차원 탄소 소재의 기공 크기와 구조 및 두께 등의 물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원천 기술로 2차전지, 촉매 분야에서 고용량 전극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3)
기존의 다공성 2차원 탄소 소재의 합성은 대부분 그래핀 소재에 기공을 형성하는 방식에 의존하지만, 이는 기공의 크기와 구조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2차원 나노시트를 주형으로 이용해 블록공중합체의 자기조립 방식을 시도했으나 추가적인 주형의 합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합성 과정이 복잡하고 두께의 조절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교수 연구팀은 블록공중합체, 단일중합체 고분자 혼합물의 상 거동을 이용해 마이크로 기공과 메조 기공, 그리고 8.5 ㎚의 두께를 갖는 계층형 다공성 2차원 탄소 나노시트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종류의 단일중합체의 계면 사이에서 블록공중합체와 무기 전구체가 자기조립을 통해서 다공성 구조를 형성하는 원리이다.
이 합성 방법은 별도의 주형이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방법으로 기존의 복잡한 과정을 혁신적으로 줄여 생산력을 증대했다. 이를 이용해 연구팀은 계층형 다공성 탄소 나노시트를 차세대 전지인 칼륨이온전지(potassium-ion batteries)의 음극에 적용해 용량을 기존 흑연 소재보다 8배 이상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연구팀의 합성기술은 블록공중합체의 분자량 및 고분자대비 질량을 조절해 손쉽게 나노구조(기공 크기, 구조, 두께)를 조절할 수 있어 맞춤형 나노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림 3] 계층형 다공성 2차원 탄소 소재 합성의 개념도 (자료제공: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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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3월 10일자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으며, 논문명은 “Atomic-Scale Spacing between Copper Facets for the Electrochemical Reduction of Carbon Dioxide”이다.
2) 현가예 박사과정과 송준태 교수가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4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Hierarchically Porous Au Nanostructures with Interconnected Channels for Efficient Mass Transport in Electrocatalytic CO₂ Reduction”이다.
3) 김성섭 박사, 주미은 석사가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의 결과는 화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 2월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Polymer Interfacial Self-Assembly Guided Two-Dimensional Engineering of Hierarchically Porous Carbon Nanosheets”이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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