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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흐름 판도 직류(DC)로 바뀔까”
2020년 3월 1일 (일)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3월호 - 전체 보기 )

“에너지 흐름 판도 직류(DC)로 바뀔까”
전력산업의 미래 개척하는 고창 직류배전 실증시험장

최근 들어 에디슨의 직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전기 공급방식을 두고 에디슨과 테슬라 사이에 벌어졌던 전류의 전쟁은 직류(DC)와 교류(AC)의 주도권 싸움이었다. 직류를 선호했던 에디슨에 맞서 교류를 상용화한 테슬라가 승리해 에너지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교류가 주도해 왔다. 직류냐 교류냐의 선택은 어느 쪽이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가 하는 문제다.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한 발 앞서 직류(DC) 배전 실증시험을 발 빠르게 하고 있는 현장, 한전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를 찾아 DC 개발 동향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김향인 기자


직류부하가 늘고 있는 환경

직류(DC, Direct Current)는 전기의 흐르는 방향이 일정한 것을 말하고, 교류(AC, Alternative Current)+, - 로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직류는 전압의 변동성이 커서 장거리 송전에 불리한 단점이 있었던 반면 교류는 변압기로 이 문제를 해결해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직류가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직류부하가 늘어나고 있는 환경변화 때문이다. 핸드폰, 노트북 등 우리가 많이 쓰는 디지털 기기들이 배터리를 이용한 직류부하로 이루어져 있다. 배터리 제품은 직류로만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에 교류를 이용하면 전류의 방향이 +, -로 바뀌는 속성 때문에 충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교류 배전망에서는 DCAC로 바꿨다가 다시 ACDC로 바꾸는 변환단계를 여러 번 거치게 된다. 지금의 교류시스템에서는 직류부하인 디지털 기기나 소형 가전제품들을 연결시키기 위해 어댑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DC배전망으로 바꾸게 되면 교류에서 직류로 바꾸는 변환단계가 사라져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직류 배전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또 다른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 태양광, 풍력,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은 생산되는 전력부하가 직류다. 전기자동차 역시 직류부하다.

이처럼 직류 배전은 직류 기반의 배전시스템을 구성해서 직류 부하에 직접 직류 전원을 공급함으로써 전력변환 단계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의 AC는 계속해서 전기 흐름의 방향이 변하는 형태, 즉 주파수 속성을 갖는 반면 DC는 전류가 일정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원에 접속할 경우 쉽게 접속이 가능하다.


직류배전용 통합 운영시스템
전력연구원 스마트배전연구소의 조영표 연구원



세계 최고의 송배전 실증시험장

고창전력시험센터는 22만평의 부지에 765 의 실증시험선로를 비롯해 지중케이블 시험장, 초전도 시험장, 배전기자재 종합시험장 등 23개의 송배전 전력설비를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실증시험 기관이다. 변전설비의 장기 신뢰성, 고장 재현 시험, 신기술 개발 및 신기기 시적용 등을 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은 2015년부터 직류배전망의 확대와 직류 마이크그리드 사업화를 위해 고창전력시험센터 내에 IoT DC 시험동을 구축했다. 달라진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DC에 맞는 시험조건에서 성능평가를 하도록 마련된 직류배전 실증시험장이다.

제품을 개발한 업체들이 시험장에서 충분히 테스트를 해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실증시험을 원하는 업체는 언제라도 성능평가를 해볼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다.

국내에 계통 연계형 전력변환장치 성능평가를 해주는 곳이 있긴 한데, DC용으로 시험이 가능한 기관도 있지만 양방 500 급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해외 DC 관련 컨퍼런스에서 시험장을 소개하면 다들 놀라워합니다. 인프라가 이렇게 잘 구축된 곳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없으니까요.”

전력연구원 스마트배전연구소의 조영표 선임연구원은 잘 갖추어진 최고의 설비들을 많은 업체들이 활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조 연구원은 시험장 입지가 접근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최적의 입지조건이라고 덧붙인다. 바다에 인접해 있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해풍과 염분으로 전력설비 노후화가 빠른데, 이러한 악조건이 오히려 실증시험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시험이란 열악한 조건에서도 잘 견딜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조 연구원은
2015DC 배전에 관한 연구 초창기부터 시범운영을 완료한 20193월 진도 서거차도 DC 아일랜드(DC Island) 구축사업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 온 주역이다.

서거차도 등 DC 기반 실증사업 구축

IoT DC 시험동 주변으로는 6 정도에 걸쳐 지중 및 가공선로가 깔려 있다. 선로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스위치 역할을 하는 DS가 설치되어 다양한 계통에 맞춰 시험이 가능하게 설계되었다.

DC배전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의 시범선로를 구축한 상태인데 연구 초창기에 광주전남본부에 장거리 저부하 선로를 시범운용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수용가에 전원을 공급하는 경우 전압강하 때문에 AC 22.9 를 보내주게 되는데 시설 비용도 많이 들고 산을 따라 고압전선이 설치되기 때문에 수목 접촉으로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특수 구간들에 전남광주본부 산하 5개 지역에서 22.9 AC전압이 아닌 750 V의 저압 DC 전압으로 낮춰서 보내주는 시범선로사업을 마쳤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2018년 서거차도 DC 아일랜드 구축사업이 이루어졌다. 독립된 DC마이크로 계통을 운용해서 20193월까지 시범운영을 완료하고 데이터를 수집한 단계다. DC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0 의 태양광, 100 의 풍력, 1.5 MWhESS를 구축하고 전기 카트용 직류 전기충전기, LED 및 직류 가전제품을 가정 등 수용가에 구축했다. 기존의 6.6 교류 배전선로 대신 1500 V(±750 V)의 직류 배전선로를 구축하고 신재생 전원을 직류로 배전선로에 직접 연계해 수용가에 직류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시뮬레이션으로만 분석했던 직류 배전망의 효율 향상을 실증사이트를 통해 검증을 마친 상태다.

“1년 동안 3 정도에 걸쳐 이루어진 서거차도 실증사이트 검증을 통해 얻은 것은 AC 시스템 대비 DC의 에너지효율이 10% 향상되는 것을 확인한 사실입니다. DCAC보다 효율이 좋다는데 그게 실제로 맞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실제 운영을 해보니 선로를 통한 전송 손실이나 전력변환 손실 등을 데이터로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 거지요.”

조영표 연구원은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부하설비나 신재생에너지원을 대상으로 큰 규모의 실증시험을 해본 사례가 매우 드물다고 말한다.


DC 상용화 선행연구로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전력변환장치 성능평가설비


서서히 탄력받고 있는 DC

DC배전은 아직 연구 초기 단계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유럽 특히 핀란드와 독일에서 DC를 많이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서 DC배전을 처음 시도하고 있는 곳이 한전이다. 초기 단계의 연구개발들은 대부분 이뤄져 있지만 아직 상용화가 된 상태는 아니다.  

DC는 크게 LVDC, MVDC, HVDC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LVDC(저압)1,500 V 이하의 전압이고, MVDC(특고압)1,500 V 이상에서 100 이하, HVDC(초고압)100 이상의 전압을 말한다. HVDC는 제주와 내륙을 잇는 장거리 송전기술로 이미 상용화되어 일반화된 DC 기술이고, LVDC는 연구개발 및 실증을 마치고 상용화 초기단계이며, MVDC는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는 연구 초기단계다.

DC가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다. IDC센터라고 통신사들이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서 서버를 비롯한 중요한 통신장비들을 들여놓는 건물들에서부터였다. IDC센터 내의 내부장비들이 모두 DC부하라서 건물 자체적으로 DC로 전력을 수용해서 쓰게 된 것이다.

현재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정책적으로도 탄력을 받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에서 DC배전이 연구테마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특히 DC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이나 캠퍼스 건물, 연구센터 등 독립전원에서부터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판교에 R&D센터를 건축 중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전력효율 향상을 위해 건물의 일부를 DC빌딩으로 구축하고 DC전원을 직접 공급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최근에는 DC의 장점을 활용한 선박 연구개발에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도 자연재해에 따른 재난상황에 대비해 단위별 또는 지역별로 끊어서 계통을 구성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관심이 높으며 이를 구축하기 위해 직류배전이 적합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DC 관련기술 개발동향

DC 배전과 관련된 연구는 DC 관련 규격들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며 기반을 구축해 가고 있는 중이다.


DC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선행연구로 전력변환장치가 가장 중요하다. 기존의 ACDC로 바꾸어 주는 정류기는 AC 계통에서의 변압기 역할을 한다. 앞으로 DC 배전을 위한 전력변환장치 상용화와 관련된 기술개발이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MVDC(특고압)도 초기 단계 연구인데, 기존의 특고압 기자재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DC를 공급할 수 있게 기자재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다. 우리나라가 전기 쪽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연계해서 공동대응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는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을 저쪽은 씨름하고 있고, 또 그 반대인 경우를 많이 보거든요.”

조영표 연구원은 DC연구와 관련해서 가장 부족한 것이 표준안이 없다는 점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현재로서는 공급 기준안 등 법률 규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표준화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된다면 훨씬 탄력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기존의 기술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적 변화를 읽고 한 발 앞서 대응해 가고 있는 에너지 선두주자 한전 전력개발원의 DC배전 연구를 주목해 본다.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042-865-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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