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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강국 이끈 원자력공학의 변신
2019년 12월 1일 (일) 00:00:00 |   지면 발행 ( 2019년 12월호 - 전체 보기 )

주요 키워드로 살펴본 2019년
원전 강국 이끈 원자력공학의 변신

지난 4월 정부는 원전 건설·운영에 한정된 국내 원전산업 경쟁력을 후행(노후원전해체, 폐기물 관리 등)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탈원전이 가속되면서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 수는 줄어드는 반면 노후 원전이 점점 늘어나 원전해체 시장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등 선제적 육성을 통해 원전해체 산업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 한편, 비슷한 시기에 원자력 산업은 원전 해체 및 방폐물 관리 등 후행주기 산업뿐만 아니라, 우주, 극지, 해양, 환경 등 융합기술, 방사선의료, 바이오, 핵융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메인사진: 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난가공성 소재 3D 프린팅 공정기술) <편집부>

지난 4월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해체연구소 설립방안을 포함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안)을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상정하고 논의를 거쳐 확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2020년대 중반 이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리1호기 해체를 기술역량 축적 및 산업 생태계 창출의 기회로 삼고 글로벌 시장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건설-운영 등 기존 선행(先行) 주기에 해체-폐기물 관리 등 후행(後行) 주기 분야까지 더해 원전산업 전(全) 주기 경쟁력을 확보하고, 원전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지역의 경제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전해체 산업육성 및 원전 중소기업 지원의 핵심 인프라로서, 부산·울산(본원), 경주(중수로해체기술원)에 설립을 추진한다. 지난 4월 15일에는 고리본부 현장에서 한수원과 연구소 소재 지자체간 MOU를 체결하여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운영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
산업부는 아직 원전해체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해체시장 확대에 대비하여 생태계 창출 및 산업역량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초기시장 창출 및 인프라 구축, ?원전해체 전문 강소기업 육성, ?단계적 글로벌시장 진출 지원, ?제도기반 구축 등 4대 중점전략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초기시장 창출 및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본격 원전해체 시작 전인 2022년까지 해체물량 조기발주, 상용화 R&D 등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선제 투자가 추진될 전망이다. 고리 1호기 해체착수 이전이라도 원전기업의 초기일감을 창출하고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원전해체 사업을 세분화하여 해체 준비 시설 등 가능한 부분부터 조기발주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폐기물 처리시설 구축공사, 해체 공사용 장비 구매, 해체계획서 작성용역 등이 이러한 부분에 해당한다. 그리고 원전해체연구소를 신속하게 설립함으로써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 및 관련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폐기물 저감과 안전관리를 위한 기술개발하고, 원자로 원격 절단장비나 해체 목업(Mock-up)시설, 방사성폐기물 측정장비 등 고부가 핵심장비 개발 등도 추진된다.

다음, ‘원전해체 전문 강소기업 육성’계획으로는 원전기업이 해체분야로 사업을 전환하여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생태계기반, 인력, 금융 등 종합지원을 추진한다. 지역과 협력하여 인근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기업집적 및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하고, 기존 원전인력을 해체수요에 맞게 단계적 전환을 유도하는 등 전문인력을 양성(2022년까지 현장인력 1,300명 교육 목표)하고 금융지원 확대(에너지혁신성장 펀드 조성 등)도 병행해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적인 글로벌시장 진출지원’계획으로는 해체실적(Track-record)이 중요시되는 해체시장 특성상, 고리 1호기 실적을 토대로 3단계에 걸쳐 해외진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진도에 맞춰 ①해외 해체원전 단위사업 수주(2020년대 중반)→②원전 운영 경험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3국에 선진국과 공동진출(2020년대 후반)→③제3국 단독진출(2030년대 이후)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 선진기관과의 해체 관련 정보·인력 교류, 공동연구 등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도기반 구축’과 관련해 정부는 원전해체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안전한 해체관리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거나 마련하고, 대국민 정보공개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기업 확인제도 운영 등 산업육성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신설하고, 안전기준 명확화·해체 세부기준 조기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며, 원전해체로 발생하는 폐기물 등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및 관련 정보공개 확대로 대국민 이해도와 신뢰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위 4대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여 203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원전해체시장 톱파이브(Top5) 수준까지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해체연구소를 해체산업 육성의 구심점으로 활용하여 원전기업의 일감을 창출하고 원전 주변지역의 경제활력 제고를 지원하는 한편, 국내원전의 안전한 해체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여 시장을 선점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원전산업 세계화 박차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계획은 좀 더 구체화됐다. 산업부는 9월 19일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개최하였다. 원전수출전략협의회는 정부와 원전공기업, 민간기업, 금융기관 등이 참여하는 원전수출 분야 전략·정보 논의 협의체다.

성윤모 산업부장관 주재 하에, 원전 기업, 수출금융기관 등 16개 기관·기업들의 기관장 및 대표들이 참여한 이번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원전 수출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원전 전주기 분야 세계시장 동향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을 논의하였다. 아울러 우리 원전수출산업의 근간인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질적·구체적 지원방안도 모색하였다.

협의회는 그간 대형원전 사업 위주 수출전략을 ▲원전 전주기로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의 독자적 수출역량 제고를 통해 글로벌 수출산업화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성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원전산업은 바라카 건설 및 정비계약 체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 획득 등 국내외가 인정하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중소·중견기업의 독자적 수출역량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 부족, 다양한 서비스시장(운영·정비·해체 등) 진출 미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성 장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원전 선진국들이 자국 내 신규건설 수요의 감소 속에서도 서비스시장 진출, 시장다양화 전략 등으로 지속 성장해온 바와 같이, 우리 원전수출산업도 원전 전주기,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계기로 원전업계에 대한 금융지원을 위한 협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한전, 한수원,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원전수출협회 등 5개 기관은 이날 ‘원전수출분야 금융지원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관은 협약에 따라 ▲대형원전사업 정보 및 전략협력, ▲중소·중견기업 독자 수출역량 제고를 위한 금융지원 활성화 방안 논의, ▲각 기관들의 원전수출지원 정책 간 상호연계, ▲원전수출금융실무그룹 운영 및 이를 활용한 구체적 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향후 각 기관들이 참여하는 실무반 협의를 통해 구체적 수출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체계적인 금융지원 시스템 구축 및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전세계 방사선 산업 시장 규모 예측

동남아 해체시장 기술지원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의 노력은 10월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원 창업기업인 ㈜뉴디컴(NUDECOMM, NUclear DECOMMissioning)은 지난 10월 7일과 9일 베트남의 달랏원자력연구소(DNRI, Dalat Nuclear Research Institute)와 태국의 태국원자력기술연구소(TINT, Thailand Institute of Nuclear Technology)에서 각각 운영 중인 달랏연구용원자로 (DNRR, Dalat Nuclear Research Reactor)와 태국연구용원자로(TRR1/M1, Thailand Research Reactor1)의 해체와 관련한 기술지도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2030년대 본격 해체 예정인 두 연구용원자로의 해체계획, 해체엔지니어링 및 해체계획서 작성 등에 대한 양국 전문가의 기술지도 요청으로 이뤄졌다.

㈜뉴디컴은 이 워크숍을 통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원자로 1, 2호기 해체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용원자로의 해체 규제 요건, 해체계획 및 전략수립, 해체 안전성평가, 해체 비용평가, 해체 폐기물 평가 및 관리계획에 대한 발표와 기술컨설팅을 수행했다. 현재 ㈜뉴디컴에서는 동남아 외에도 브라질원자력기술개발센터(CDTN, Centro de Desenvolvim ento da Technologia Nuclear)의 연구용원자로(IRP-R1) 예비해체계획서 작성 과정에서도 브라질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뉴디컴은 우리나라 연구용원자로 1, 2호기, 우라늄변환시설 등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분야에 20년 이상 몸담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 퇴직자들이 올해 설립한 연구원 창업기업으로, 원자력시설·실험실·장비의 해체계획과 설계, 해체 재고량·비용·안전성·피폭량·폐기물 평가, 해체계획서 작성·기술 컨설팅·인허가 지원 등이 주요 사업 분야다.

㈜뉴디컴의 박승국 이사는 “현재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해체한 연구용원자로 1, 2호기와 같은 TRIGA MARK 형의 연구용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지만, 노후화와 연료공급의 어려움을 겪는 한편, 신형 연구용원자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존 연구용원자로의 해체를 준비해야 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의 노하우와 경험을 얻고 싶어 하기 때문에 향후 관련 기술의 수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창업기업인 뉴디컴이 베트남에서 실시한 기술지도 워크숍
뉴디컴이 태국에서 진행한 원전해체 관련 기술지도 워크숍

원자력 산업의 미래 키워드는 ‘전환과 융합’
원자력 산업은 원전과 관련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부,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 3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에서 ‘원자력 미래포럼’ 첫 회의를 개최하고, ‘에너지전환 시대의 원자력의 미래 비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 포럼은 ‘에너지전환’이라는 환경변화에 따라, 산·학·연·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고,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포럼은 특히, 주요 권역별 세미나(4~6월)와 ‘공감 토크쇼’(4월 3일 코엑스), ‘대학생 경진대회’(6월 24일~25일, 천안) 등 원자력을 전공하는 대학생과의 소통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원자력 산업은 원전 해체 및 방폐물 관리 등 후행주기 산업, 우주·극지·해양·환경 등 융합기술, 방사선의료·바이오, 핵융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방사선 의약품과 핵의학영상장비, 방사선 계측 분야에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원전 건설·운영 중심에서 안전, 제염·해체, 중소형 원자로 등으로 산업구조가 다변화하고 있고, 원자력 기술과 해양·우주·의료·환경·소재 등 분야의 융·복합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형 상용원전 건설·운영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원전 해체 등 후행주기 산업 기반과 다른 산업부문과의 융·복합을 통한 원자력 기술의 활용 등은 아직 미흡하여, 미래 원자력 산업 생태계의 구조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희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원자력 미래포럼 “원자력 산업의 미래비전 제시를 통해, 축적된 원자력 기술과 역량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산업구조 전환을 유도해 나가겠다”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올 하반에는 원자력 공학이 성과를 보여주었다.
상용화에 들어간 원자력연구원 김현길 박사팀의‘개발한 난가공성 소재 3D 프린팅 공정기술’

원자력용 첨단 3D프린팅기술의 응용
원전 사고 발생시 재난을 막기 위해 개발한 ‘3D 레이저 프린팅 기반 내열합금 제조 신기술’이 각종 산업용 첨단 부품소재 생산에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김현길 박사팀이 개발한 ‘난가공(難加工) 소재 3D 프린팅 공정기술’을 주식회사 이엠엘(EML)에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10월 28일 기술실시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정액기술료 약 1억5천만 원에 추후 매출액 1.5%를 경상기술료로 지급받는 조건이다.

㈜이엠엘은 국내 유일의 합금소재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첨단 금속 소재 및 코팅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난가공 소재 3D 프린팅 공정기술은 제품 금속 표면에 추가하고 싶은 물질의 입자를 도포하고 3D 프린터의 레이저 열원으로 금속을 녹이면서 입자를 혼합, 냉각해 합금소재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기존 합금 제조기술은 기본적으로 금속을 녹이는 용해 공정을 거쳐, 녹는점이 높거나 강도가 높은 물질로 새로운 합금 소재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기술은 기존 기술로 제조가 어려운 금속도 자유롭게 혼합하고 적층할 수 있어 일반 제조기술의 틀을 넘어선 세계적인 혁신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김현길 박사팀은 당초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소폭발을 방지하는 사고저항성핵연료(Accident Tolerant Fuel, ATF) 피복관을 제조하기 위해 ‘3D 레이저 프린팅 기반 내열합금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연구를 이끈 김현길 박사는 개발한 기술이 원자력용 내열합금 소재 뿐 아니라 4차 산업 첨단 소재분야에서도 널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산업 전반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해 ‘난가공성 소재 3D 프린팅 공정기술’로 완성했다.

김현길 박사는 “외국에서 완성된 기술을 답습하던 국내 제조 분야의 관행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소재·부품 산업에 대한 기술자립 요구가 높아지는 현 시점에 더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료·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2종 국산화
암 진단 등에 효과적임에도 국내 생산이 불가능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오거나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던 의료·산업용 동위원소 2종을 국내에서 양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RFT-30 사이클로트론 인프라를 이용해 국내 최초로 의료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Ge-68)과 스칸듐-44(Sc-44)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또,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정훈·허민구 박사팀은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표적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후 그 결과로 생성된 각각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분리 및 정제하는 ‘특수 레진(resin)을 이용한 크로마토그래피법’을 확립함으로써 저마늄-68과 스칸듐-44의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기술은 유기화합물로 이루어진 비결정성 고체 또는 반고체인 레진을 사용해 원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분리해 추출할 수 있다.

저마늄-68은 암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발생장치의 핵심원료와 방사선영상장비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정선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가로 수입하고 있어, 국내서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수십억 원의 수입대체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저마늄-68은 반감기가 약 270일로 길기 때문에 수출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저마늄-68은 생산원료물질인 갈륨을 표적으로 고에너지의 양성자빔을 수일 이상 조사한 후, ‘레진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분리해 생산했다.

스칸듐-44는 차세대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로 반감기가 짧아 수입이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생산기술을 보유한 국가 내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국내에서도 스칸듐-44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핵의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스칸듐-44은 프레스로 압축을 한 칼슘 표적에 양성자빔을 조사한 수, 레진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분리해 생산했다.

연구진은 현재 1회 생산 시 수십 밀리퀴리(mCi) 수준의 생산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는 한번 생산 공정으로 약 5개의 연구기관에 공급 가능한 수준이다. 이미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국립암센터, 경북대학교, ㈜퓨쳐켐 등 다양한 산학연 연구기관에서 저마늄-68과 스칸듐-44의 수급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2020년 상반기부터 국내 수요기관을 대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앞으로 대량 양산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저마늄-68은 전 세계적으로 검사 수요가 늘고 있는 신경내분비종양 및 전립선암 진단에 활용되기 때문에, 내수를 넘어서 주요 수출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칸듐-44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와 같은 영상진단에 사용될 수 있는 동위원소로, 기존에 주로 사용되는 테크네슘-99m의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체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첨단방사선연구소 위명환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로 두 종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핵의학분야 연구기술의 확보 및 국내 진단의료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수백 mCi 생산수준으로 생산능력을 강화하여 의료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수출까지도 이루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클로트론 RFT-30. 조기 암 진단을 위한 동위원소 등을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정훈·허민구 박사팀은 밀봉표적, 원형표적, 도금표적을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저마늄-68과 스칸듐-44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편극중성자 초거울 국산화
영구자석, 태양전지, 자기센서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활용하는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국내 연구진이 자체 기술로 개발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 연구진만 보유하고 있는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국내 최초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고 11월 2일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연구부 조상진 박사팀은 일반적으로 중성자 초거울에 이용되는 니켈(Ni)과 타이타늄(Ti) 대신 철(Fe)과 실리콘(Si)을 5~10 ㎚ 두께로 번갈아 1,200층을 코팅해 ‘편극중성자’를 인출할 수 있는 초거울을 자체 개발했다.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설치한 중성자유도관을 사용하면 업스핀(upspin)과 다운스핀(downspin) 중성자를 분리해 중성자를‘편극화’할 수 있는데 이를 편극중성자라고 한다.

중성자는 회전 방향에 따라 업스핀과 다운스핀으로 나누어지는데 자기장 하에서 각각 50% 확률로 각각 존재한다. 일반적인 중성자 유도관을 통해 이송한 중성자는 업스핀과 다운스핀이 무작위로 섞여있지만 편극중성자 초거울이 설치된 중성자 유도관은 편극중성자만 분리해 인출할 수 있다.

편극중성자는 차세대 영구자석의 구조 분석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영구자석은 자성을 쉽게 가지는 연자성체와 자성을 쉽게 가지지 않는 경자성체를 번갈아가면서 특정 박막형태로 쌓아 제작한다. 영구자석이 영구적인 자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연자성체가 특정 스핀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편극중성자를 이용해 스핀 방향이 일정한지 여부를 관측할 수 있다.

이번에 조 박사팀이 개발한 편극중성자 초거울은 기존의 초거울보다 한층 더 발전한 M3.5수준으로 니켈만을 코팅해 만든 중성자 거울보다 약 4배 이상 중성자 전달률이 높다. 따라서 중성자 획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물질인 니켈만을 사용해 거울을 제작했지만 최근 타이타늄 등을 추가해 중성자 전달 효율을 높인 ‘초거울’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중성자를 반사하는 니켈을 코팅해 만든 중성자 거울보다 전반사각(임계각)을 2배 늘린 특수 거울을 M2라 하고 3배 늘린 거울을 M3라고 한다.

중성자는 (+)전하를 가진 양성자, (-)전하를 띠는 전자와는 달리 어떤 극도 띠지 않는다. 전하를 갖게 되면 필연적으로 전기적 반발을 낳기 때문에 양성자나 전자는 물질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중성자는 말 그대로 어떤 극도 띠지 않는 중성이어서 물질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유도관을 통해 중성자를 이송시키면 중성자가 관의 벽면을 관통하기 때문에 의도한 지점으로 중성자를 이동시키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니켈 등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물질로 만든 특수 거울을 중성자유도관 내부에 설치해 중성자를 여러 차례 반사시키면 목적지까지 중성자를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연구진은 이번에 편극중성자 초거울 개발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연구진만 보유하고 있는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국내서 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편극중성자 초거울은 한 개당 1억원이 넘는 고가 연구 장치로 스위스의 스위스뉴트로닉스(SwissNeutronics)사가 세계 유일의 공급사로 기기 수급이 용이하지 않다. 이번 연구개발 성과로 인해 본 기기를 자체 제작할 경우 수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며, 향후에는 해외 원자력부품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확인중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상진 박사
중성자 유도관 및 편극중성자초거울을 제작하는 박막증착장비

원자력전지 개발에 韓-英 맞손
원자력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비롯해 산업용 비파괴 검사, 방사선 조사기술을 이용한 식품 멸균, 신소재 개발, 고기능성 원예·작물 육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원자력 에너지가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미래 우주탐사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탐사에 원자력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 첫 사례는 미국에서 시작했다. 미국이 1961년 발사한 항법위성 ‘트랜짓 4A’에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 Radidisotope Thermoselectric Generator)로 불리는 원자력전지가 탑재됐다. 이후 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을 필두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호’에 다수의 RTG를 사용했으며, 러시아연방우주국(RSA)도 우주탐사와 군사적 목적으로 다수의 RTG를 제작해 사용해왔다.

원자력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스템으로, 변환 방식에 따라 열전(Thermoelecric), 베타볼테익(Betavoltaic), 스털링(Stirling), 압전(Piezolelectric)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태양, 바람 등 외부동력원이 없이도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기이며, 극저온, 고온 등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우주용으로는 주로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열을 열전소자를 통해 전기로 변환시키는 동위원소 열전발전기를 사용한다. 배터리는 중량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명도 짧아 우주탐사 분야에서는 적용하기 어렵고, 태양전지는 수명은 무한한 반면 전력 생산량이 적어 대형 탐사선의 주에너지원으로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열전기술과 베타볼테익 기술을 이용한 원자력전지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이며, 정부의 달 탐사 개발사업과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 원자력융복합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유럽우주기구(ESA)의 우주용 RTG 개발을 이끄는 영국 Leicester대학교 및 영국 원자력연구소(NNL, National Nuclear Laboratory)와 우주탐사용 원자력전지 개발 협력 및 공동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 정영욱 소장과 영국 레스터(Leicester)대학교 부총장보 이안 길레스피(Iain Gillespie) 교수, 영국 원자력연구소 수석사업화담당관 케이트 프리트우드(Kate Fleetwood)는 8월 30일(현지시간) 레스터대학교에서 ‘우주탐사용 원자력 전원공급시스템 연구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우주 원자력전지 시스템과 우주용 장치 관련 연구, 우주용 원자력전지의 인허가 관련 국제표준 수립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 등이 주요 협력 내용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주용 원자력전지를 제작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으로, 후발주자인 유럽과 한국의 원자력전지 연구진이 교차시험 및 기술교류를 통해 우주용 원자력전지의 완성도를 높이고 국제표준 수립을 위한 협력에도 노력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원자력전지
원자력전지 내부 구조도

영국과 한국의 연구진은 2017년부터 상호 기술검토를 통해 상대기관의 기술 수준을 분석하며 상호 협력대상으로 인식해왔고, 이번 MOU를 통해 실질적 기술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전지에 활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플루토늄(Pu-238)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수급도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유럽우주국에서는 Pu-238의 대체재로 아메리슘(Am-241)을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저렴하게 얻을 수 있을뿐더러 반감기가 432년으로 Pu-238보다 5배나 길어 장기 심우주 탐사에 적합하다. 영국 원자력연구소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Am-241 열원을 제조하는 공정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한국에 공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우주선 사고시 동위원소 열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레스터 대학과 원자력연구원은 각각 카본 복합재를 이용한 보호모듈을 설계하여 시제품을 제작하였으며, 공력가열 모사를 위한 플라즈마 풍동시험 기술에서는 원자력연구원이, 내충격시험 관련 기술은 레스터 대학이 앞서 있어 상호 기술협력이 가능하다.

열전소자 설계 및 제조기술, 우주선 발사진동에 의한 내진설계 기술은 원자력연구원이 앞서 있고, 열제어구조체 설계기술은 동등한 수준이며, 레스터대학의 시험시설은 원자력연구원 대비 우수한 수준으로 기관간 상호 평가를 통한 기술협력으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전지 개발 연구를 이끄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동위원소응용연구부 손광재 책임연구원은 “우주 탐사용 원자력전지는 선진국의 전략기술로서 자체기술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 협약체결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주용 원자력전지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으며, 영국과의 연구협력으로 원자력전지 핵심기술 확보 기간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영국 레스터대학이 원자력전지 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원자력연구원 정영욱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좌), 레스터대학 이안 길레스피 교수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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