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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리포트] 슈퍼그리드와 분산전원, 그리고 마이크로그리드
2019년 1월 1일 (화) 00:00:00 |   지면 발행 ( 2019년 1월호 - 전체 보기 )

슈퍼그리드와 분산전원, 그리고 마이크로그리드

슈퍼그리드란 전력공급을 위해 구축하는 대륙 규모의 광역 전력망을 말한다. 최초의 슈퍼그리드는 1901년에 나이아가라폭포에서 수력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활용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를 연계했던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한국, 북한, 러시아, 몽골, 중국, 일본 6개국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 및 대내외적 정치상황으로 인해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그 해법은 무엇인지 이번 장에서 다루고자 한다.


강창대, 김경한 기자

국내 전력상황에 적합한 슈퍼그리드
슈퍼그리드는 왜 필요한 것일까? 최근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중이므로 재생에너지를 각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전원을 활용하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의 장길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전 국토에 걸쳐 전력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전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지역에서 생산하고 다른 지역으로 공급해주는 슈퍼그리드가 가장 경제적인 송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도 몽골과 러시아 극동 지역의 풍부한 청정에너지를 한국, 중국, 일본(High voltage direct current)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획기적 프로젝트로 여겨지고 있다.

장길수 고려대 교수는“HVDC 송전이 AC 송전에 비해 경제적이고 송전 손실도 적어 슈퍼그리드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송전 방식에는 DCAC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 중 동북아 슈퍼그리드 진행 시에는 HVDC가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장 교수는 “30km 이상의 장거리 송전을 할 때는 HVDC 송전이 AC 송전에 비해 송전 손실이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위해서는 중국-한국, 일본-한국, 러시아-북한-한국이 각각 370km, 460km, 1,000km라는 장거리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HVDC 송전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HV)DC 송전은 주파수가 0이므로 충전전류에 의한 제약이 존재하지 않아 지중이나 해저 케이블 송전에도 유리하다. HVDC는 전자파를 방출하지 않으며 AC 송전탑에 비해 경과지 면적이 작아, 경제성과 주민수용성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HVDCAC 송전방식 대비 30%의 선로 경과지, 25%의 철탑규모 축소가 가능하다.

슈퍼그리드는에너지전환의 시대의 필수조건
슈퍼그리드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독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이 연결된 북유럽 슈퍼그리드(Nord-EU Supergrid), 북아프리카의 풍부한 태양과 풍력 자원을 활용하는 남유럽-MENA 슈퍼그리드(DESERTEC Project), 남아프리카 콩고강 임가댐의 풍부한 수력자원을 활용하는 남아프리카 슈퍼그리드(Grand Inga Project) 등이 있다.

슈퍼그리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디지털 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에는 전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 세계 등록차량 중 50%(6억 대)가 전기자동차로 전환되더라도 전기차의 연간 소비전력량은 20KW2016년의 전 세계 소비전력량과 맞먹게 될 것이며, 30여 년 뒤에는 집 안에서 전기를 쓰는 디바이스가 200여 개가 될 것이라며 전력 수요의 폭발적인 급증을 예견했다. 더군다나 한··3개국의 에너지 소비량(2015년 기준)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7.7%37TOE에 이르고 있다. 이런 거대한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선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통한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공급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분류되는 전기산업의 기술 진보 및 수출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추세도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추진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신재생에너지 공급 규모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1882Mtoe 수준에 달했다. 그 중 태양광과 풍력은 1990년 이후 각각 연평균 37.3%23.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10월에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5천억 달러(565조 원)을 들여 건설할 계획임을 발표하고, 동력원은 오직 재생에너지만 활용하기로 했다. 산유국조차 에너지전환의 세계적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재생에너지는 동북아 지역에서도 앞으로 더욱더 확산될 것이며, 슈퍼그리드로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해 피크타임에 생산한 잉여전력을 타국으로 전송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취하는 일도 빈번해질 것이다.


동북아 6개 국의 슈퍼그리드 추진배경
최근의 동북아 슈퍼그리드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본격적인 사업진행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으나 다양한 경로로 소기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7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협의를 시작할 것을 동북아 지역 지도자들에게 제안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지난해 12월에는 몽골 에너지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및 전력 분야 환경개발, 기술자 교류를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선 2014년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전 세계를 연계하는 전력망을 목표로 GEI(Global Energy Interconnection)을 제안했다. 2016년에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기를 공급하는 Asian Energy Ring 구상을 제안했으며, 그해 3월에는 한국전력공사, 중국 국가전망공사, 러시아 로세티, 일본 소프트뱅크가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연계도 (출처 :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렇듯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동북아 6개국의 에너지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30여 년 전부터 활발히 논의됐다. 1998년에 한국 전기연구원과 러시아 ESI가 공동으로 NEAREST(Northeast Asian Electrical System Ties)를 구상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계통섬이라는 전력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몽골 등의 값싼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공유해 불필요한 예비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뛰어난 국내 전력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매력적인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몽골은 고비사막의 풍력과 태양광의 잠재량이 각각 1100TWh1500TWh, 전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연간 26000TWh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해 전체 발전시설 중 석탄발전의 비중이 90% 정도(2017, IEA 기준)에 달하며, 연간 1200GWh의 전력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몽골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싶지만 자본과 기술력 부족으로 해외 투자 유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천연가스를 활용한 발전이 LNG 발전보다 50% 이상 저렴한 점을 활용해 한국과 일본으로의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은 수력 자원도 풍부해 수력 잠재량은 연간 1391TWh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이런 풍부한 천연자원을 수출할 수 있는 연해주(러시아)-나진(북한)-경기북부(한국)를 잇는 슈퍼그리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상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함께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 등 5개 대륙을 전력망으로 연계하는 GE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부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동부까지 HVDC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전 세계 HVDC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HVDC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북경과 상해 등 동부지역이 해가 갈수록 환경오염이 심각해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려 하는 점도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적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북한의 발전설비 증가율은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정체돼, 발전설비는 1990년 대비 약 69%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설비용량은 7.2%, 발전량은 3.6%에 불과하다. 북한은 개마고원 일대가 풍력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타 국가에 비해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민간기업이 전력산업을 이끌고 있는데, 민간 전력회사들이 저렴한 원자력발전과 비싼 전기요금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기 때문에 전력 시스템의 변화를 꺼리고 있다. 다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제안했을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이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에 전력판매사업에 공식 진출했으며, 값싸고 친환경적인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 관련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몽골 고비사막의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러시아 극동지역의 수력 및 천연가스를 에너지소비가 많은 한국, 중국, 일본이 활용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뛰어난 자본력과 전력 기술을 바탕으로 전력기술 보급 및 제품 수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초국가적 협의체 설립돼야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거대 프로젝트이다 보니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슈퍼그리드 추진에 앞서 전력기술 향상이 필요하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추진을 위해서는 HVDC 송전이 필수적인데, 이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중국은 HVDC 기술을 전압형과 전류형 모두 상용화한 반면, 한국은 전류형만 상용화에 성공했을 뿐이다. 장길수 고려대 교수는 만약 중국과 슈퍼그리드를 추진하게 되면 양자 간 협의과정에서 HVDC 기술력이 더 뛰어난 중국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기술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광재 원장은 KAIST 임춘택 교수팀(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이 지난 2012년 개발한 무선전력 전달장치와 같은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기술적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동북아 슈퍼그리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초국가적 협의체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단계적 추진이 요구된다. 이광재 원장은 결국엔 슈퍼그리드로 가겠지만, 그 전까지는 가스 협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한국, 중국, 일본 모두 대규모로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이다 보니, 3개 국이 가스 공동구매를 한다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장길수 교수는 몽골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 해도 우선은 도로를 깔고 발전소를 설치해야 하므로 장기적 안목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초국가적 협의체가 설립돼야 한다. 이광재 원장은 유럽의 슈퍼그리드는 유럽의 전체 국가들이 참여하는 ENTSO-E의 조율에 기반해 전력망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동북아 6개국이 공동 투자·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한 국가가 반대노선을 걷더라도 초국가적 협의체가 함께 모여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전력망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지역은 1952년에 석탄과 철강이 풍부한 나라간 상호 무역과 자원관리를 위한 유럽 석탄 철강 공동체(ECSC)를 출범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이 출범할 수 있었다. 동북아 지역은 강대국 간 패권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초국가적 협의체 구성은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동북아 6개 국의 전력산업이라는 거대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열게 될 것이며, 동북아 지역이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의 당위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앙집중화된 대단위 프로젝트의 이면
북한을 비롯해 동북아시아를 아우르는 전력계통 연계 즉, 슈퍼그리드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전력계통을 연결함으로써 동북아 각국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동북아에서 분쟁을 억제하고 외교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슈퍼그리드가 동북아 각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구축하기 위한 부지 확보가 어려운 일본이나 한국 등은 몽골이나 중국 등지에서 발전단지를 건설함으로써 소위 재생에너지 패러독스를 해결할 수 있다. 더구나 각국의 피크 시간대가 다를 경우 잉여 전력을 팔아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싼 전력을 공급 받는 쪽도 윈윈할 수 있다.

그러나 광활한 영역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가 과연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어떤 흐름을 가질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거대한 인프라는 환경의 훼손을 전제할 수밖에 없고,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갈등을 겪을 소지가 있다. 또한, 발전원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뀌었을 뿐, 공급 중심의 기존의 유틸리티 체계를 그대로 갖고 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분산전원 또는 분권이라는 대안적 전력계통과는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재생에너지로 발전원만 바뀐 것, 과연 슈퍼그리드가 중앙집중화된 송배전 방식과 다르다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한재각 소장은 아직까지 슈퍼그리드가 구체화된 단계가 아니고 충분한 정보가 없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하자면, 슈퍼그리드 구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다각도를 질문을 던지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헤르만 셰어(Hermann Scheer, 1944~2010)의 저서 에너지 명령(모명숙 옮김, 고즈윈 펴냄)을 소개하는 가운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헤르만 셰어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인물이다. 또 그만큼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발전원으로 하는 전통적인 유틸리티 체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셰어의 입장은 데저텍(dersertec: 사막과 기술을 의미하는 영단어 deserttechnology의 합성어)에 대한 비판에 잘 드러난다. 데저텍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태양열과 풍력으로 발전하고 지중해 밑으로 해저 케이블을 연결해 유럽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재생에너지를 발전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던 전통적인 유틸리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셰어가 보기에 데저텍은 기존의 방식과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발전원만 바뀌었을 뿐, 중앙집중화된 대형 프로젝트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전송하는 인프라와 이를 운영하는 기업의 소유와 구조, 법제 등은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셰어는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핵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핵에너지는 수십 년간 사람들로 하여금 재생 가능 에너지가 화석 에너지의 근본적인 대안이 된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못하게 했다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재생 가능 에너지를 핵에너지만큼만 믿었더라면 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청정 기술(clean tech)로 제품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환경 난민이나 개발도상국의 빈곤, 걸프전이나 이라크전 같은 에너지 전쟁을 겪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셰어는 또, CCS 프로젝트를 위험을 극복하는 대신 위험을 다른 데로 옮기는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CCS 기술은 화력 발전소 등 이산화탄소 배출 시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압축한 후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한다. CSS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대안으로 손꼽히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CSS 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이점에 덧붙여 셰어는 핵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에너지전환을 유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CCS는 이산화탄소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물속에 가라앉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CCS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위험을 단지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인 셈이다. 이점은 핵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땅 아래 수 킬로미터 아래에 수십만 년 동안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해 핀란드의 작은 섬 올킬루오토(Olkiluoto)에 만들어지는 영구처분시설인 온칼로(Onkalo) 역시,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위한 방편일 뿐이기 때문이다.


셰어가 마지막까지 고수해온 입장에 대해 설명하던 한재각 소장은 슈퍼그리드를 비롯해 에너지 관련 정책을 바라보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누가 그 비용을 대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원이 재생에너지로 바뀐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국민 개개인이 에너지의 주인이자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새크라멘토의 시영 전력공사(Sacra-mento Municipal Utility District, SMUD) 사례는 탈핵, 분산전원의 관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새크라멘토는 1989년에 란초세코 핵발전소를 주민투표를 통해 조기 폐쇄하고 태양광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2000년과 2001년 초에 발생한 에너지위기는 새크라멘토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쏟아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 지역이 탈핵과 분산전원으로의 전환에 성공적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민이 선출한 전문가로 이사회를 꾸려 독립적인 지역 전력공사의 의사결정구조가 있었다


재생에너지의 수용성과 안정성 문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전환, 기존의 전력계통과 분산전원, 그리고 슈퍼그리드 등에 대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마이크로그리드를 연구해온 인하대학교의 원동준 전기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원 교수는 마이크로그리드가 분산전원과 계통에 적절하게 수용하기 위한 기술로서 소형발전기와 ESS 등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재생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그리드가 더더욱 중요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원동준 인하대 교수는“마이크로그리드가 에너지전환에 따라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의 수용성과 안정성을 지역적으로 해결해주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원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유틸리티 망을 오히려 해롭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유틸리티는 공급 위주로 구축돼 있다. 따라서 부하만 발생하던 지역에서 역으로 전기를 생산해 유틸리티에 공급할 수 있는 준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더구나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불규칙한 출력 때문에 기존의 유틸리티에 바로 연결할 수도 없다고 한다. 원 교수는 이를 수용성과 안정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30%로 높이겠다는 것은 발전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그만큼 높이겠다는 의미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 정도다. 이렇게 되면 태양광 발전량만 60GW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발전하는 중에 출력이 바뀐다면 전체 전기의 약 30%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하고, 또 이것은 발전소 십여 기가 계통에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안정성의 문제가 있다. , 신재생에너지는 배전상의 문제가 있어 유틸리티와 연결하는 게 어렵다.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만한 송배전 설비를 갖추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교통에 비유하자면, 차는 많이 늘어난 반면 도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더구나 태양광 발전 시설들은 대부분 전라도나 경상도 등 부하가 있는 도심과는 거리가 있다. 이렇게 신재생에너지는 수용성의 문제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분산전원이 있는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한다면 어떨까? 바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기술이 마이크로그리드라는 것이다. 이것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마이크로그리드의 보급이 늘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한다. 따라서 분산전원에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하면 계통을 더 보강할 필요도 없고, 그만큼 송배전 설비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원 교수가 가진 슈퍼그리드에 대한 견해가 궁금했다. 원 교수는 슈퍼그리드는 비상전원 혹은 예비전력을 확보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독자적으로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 운용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슈퍼그리드로 연결된다면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참여하는 나라들과 경제적 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유익한 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안정성의 문제도 슈퍼그리드를 통해 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력계통의 규모는 지역적 조건에 맞게
대단위 인프라를 조성해야 하는 슈퍼그리드라면 분산전원과 상충하지 않을지 의문이 들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현 에너지전환 정책과도 결이 달라 보였다. 그러나 원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반드시 소규모로 부하가 있는 곳에서 분산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미국의 예를 들어 마이크로그리드가 지역적 여건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들려주었다. 미국의 동부는 자연재가 잦기 때문에 마이크로그리드는 재해에 따른 대규모 정전을 복구하기 위한 용도로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미국 서부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해 마이크로그리드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자연환경이 좋으면 대규모로 발전해서 끌어오는 게 경제적일 수 있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도 된다. 재생에너지가 중앙집중화와 꼭 대척점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은 볕이 좋은 사막에서 대규모 발전시설과 송전선로를 설치해 수요지로 끌어온다. 마찬가지로, 슈퍼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역시 양립하는 개념은 아니다.”


원 교수는 20181115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던 ‘2018 동북아 전력 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해 슈퍼그리드 구상에 있어서 마이크로그리드의 필요성과 강점 등을 강조했다. 슈퍼그리드는 현재 관련국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따라서 슈퍼그리드가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북경협과 전력교류 사업은 언제든지 코앞에 닥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슈퍼그리드가 구현되기만을 바라보며 남북교류를 미룰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 교수는 북한에 마이크로그리드를 먼저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금 전력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의 유틸리티 인프라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설비를 그대로 사용할 정도로 낙후된 실정이다. 그래서 기존의 시설을 개선하거나 보강해 사용할 만한 처지가 아니다. 모든 걸 새로 설계하고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


전화기를 예로 들자면,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유선 전화기를 먼저 깔 필요는 없다. 휴대폰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TV 역시 지상파 방송을 갖추고 IP TV 단계로 넘어갈 필요도 없다. 곧 전기차 기술이 보편화될 텐데 굳이 내연기관 자동차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겠는가? 바로 전기차 단계에서 시작할 수 있는 거다. 이처럼 북한에 전력 공급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거쳐온 공급 위주의 유틸리티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는 거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광모듈과 ESS 정도만 갖춰도 작은 단위의 지역이나 건물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원 교수는 북한에 가급적 빠르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유리한 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안에 북한의 생활수준이나 경제력이 성장하도록 도움으로써 장래에 발생할 통일비용의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크로그리드를 먼저 보급하고 이를 서로 연결하거나 슈퍼그리드에 연계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그리드에 통합적인 인센티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그리드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원 교수에게 물었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그리드의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전기의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마이크로그리드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 따라서 마이크로그리드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원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제성이 마이크로그리드 보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EMSESS, 정보통신 기술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이크로그리드 구축비용이 높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유틸리티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지만, 마이크로그리드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한다. 원 교수는 이러한 편익이 마이크로그리드 구축비용을 상쇄할 정도라고 했다. 따라서 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그리드 안에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REC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신재생에너지가 REC 혜택을 보려면 유틸리티에 부담을 가중시키며 연결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그리드 내의 시설에 대해 통합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생긴다면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유틸리티 모두 상호보완하며 원활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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