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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뿌리산업의 현황과 전망 ①-뿌리산업의 의미와 세계동향
2018년 10월 1일 (월) 00:00:00 |   지면 발행 ( 2018년 10월호 - 전체 보기 )

뿌리산업의 현황과 전망 ①
뿌리산업의 의미와 세계동향

최근, 전통적으로 기술 및 기능직 노동자의 숙련에 의지해온 뿌리산업의 인력수급이 정체됨에 따라 산업계 전반의 근간이 약화되는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제조업의 공정을 자동화(또는 자율화)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미래 경쟁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첨단기술이 정체된 뿌리산업을 견인하는 힘이 될 것이란 기대와 더불어, 숙련을 필요로 하는 뿌리산업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혁신의 현황을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강창대 기자

우리나라는 뿌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1년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뿌리산업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뿌리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반사항을 규정한다. 법에서 정한 뿌리산업과 뿌리기술의 정의에 따르면, ‘뿌리산업’은 “뿌리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이거나 뿌리기술에 활용되는 장비 제조업종”을 말한다. 다시, ‘뿌리기술’은 “제조업의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을 의미하며, 이에 해당하는 분야로는 “주조(鑄造), 금형(金型), 소성가공(塑性加工), 용접(鎔接), 표면처리(表面處理), 열처리(熱處理) 등”이 있다. 이들 뿌리기술과 이를 활용한 업종은 대통령령으로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표 1].

살펴본 바와 같이 뿌리기술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서 ‘제조 공정기술’이라는 말로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뿌리기술은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IT, 그리고 이러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반시설 등이 가진 최종적인 성능과 신뢰성이 뿌리기술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기술은 그 특성상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가 축적된 것으로서 후발주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다. 이러한 기술을 뿌리로 본다면, 그 열매는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등을 통해 얻는 ‘풍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 공정기술에 기반을 둔‘ 뿌리산업’
자동차산업의 경우 차량 1대를 생산할 때 뿌리산업의 비중은 부품수를 기준으로 90%(22,500개)를, 무게를 기준으로 86%(1.36톤)을 차지한다. 조선산업의 경우 선박 1척을 생산하는 데 있어 용접관련 비용이 전체 선박 건조비용의 35%를 차지한다. 

주조는 공장기계와 가전, 금형은 자동차와 연료전지, 로봇, 열처리는 공장기계와 각전, 건설기계, 표면처리는 정보통신과 전기/전자, 소성가공은 조선과 토목, 건축기기, 용점은 중공겁과 자전거프레임 등에 연관성이 높다. 금형산업의 연관 산업은 비근하게는 전기전자산업과 기계, 광학정밀, 생활용품, 건축자재와 관련이 있고, 이들 배경에 자리한 금형소재 및 금형부품, 공작기계 공구산업, 열처리 및 표면처리산업, 설계 엔지니어링산업, 산업디자인 등에 두루 연관서을 갖고 있다. 

뿌리산업의 구조를 살펴보면 뿌리기업은 2016년 기준으로 모두 2만5천787개사로 전체 제조업 가운데 6.2%를 차지한다. 매출은 약 133조 원이며 이는 제조업 전체 매출의 8.6%의 비중이다. 업종별로는 금형과 표면처리가 각각 6천여 개사로 뿌리산업의 과반을 차지하지만, 매출 면에서는 용접이 뿌리산업의 30%로 가장 높고, 소성가공과 표면처리가 그 뒤를 잇는다. 뿌리기업 매출액의 80% 이상이 자동차와 기계, 전자, 조선 등 4대 업종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매출 가운데 대부분이 중소기업 간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판매처가 대기업인 경우는 16.1%이고, 중견기업이 20.7%인 반면, 중소기업은 58.3%를 차지한다. 2011년 이후 뿌리산업의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까지 다소 정체된 상황을 보여준다[그림 1].
뿌리산업의 매출 추이

뿌리산업은 산업 경쟁력에 두루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영역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고용창출을 견인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뿌리산업 내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관찰된다. 뿌리기업은 10인 미만의 소공인 기업이 64.8%를 차지하지만 매출은 전체의 8.1% 수준이다. 반면, 50인 이상인 기업은 뿌리기업의 9.3%로 소공인 기업 비중과 큰 차이가 없지만, 매출은 이들 기업이 뿌리산업 전체 매출의 71.6%를 차지하고 있어 양극화 양상을 보인다.

뿌리산업의 오명 ‘Difficult, Dirty, Dangerous’
뿌리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문제는 기술 및 기능직 인력의 고령화다. 연령별 비중을 살펴보면 20, 30대의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40, 50대의 비중은 증가하여 전체 종사자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하고있다[그림 2]. 이러한 고령화 등의 문제는 뿌리기업의 보수가 낮고 작업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뿌리산업 종사자 연령대의 변화(출처: 2018 뿌리산업 백서)

고령화와 만성적인 인력부족이 이어짐으로 인해 그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기준,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모두 4만2천여 명으로 7.9%를 차지하고 있으며, 임가공 위주의 표면처리와 열처리 기업의 외국인 고용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인력난뿐만 아니라,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국내 여타의 산업분야나 선진국 현황에 비교할 때 뒤쳐져 있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1인당 부가가치로 환산해 볼 때, 2005년 6천1백만 원에서 점차 증가세를 보여 2010년에는 8천6백만 원까지 늘어났다. 이후 2013년에 8천9백만 원에 정점을 찍은 뒤 정체를 보이다 2015년에는 8천7백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우리나라 뿌리산업 1인당 부가가치가 7만2천 불이었을 때, 독일은 10만1천 불, 일본은 9만3천 불, 미국은 8만7천 불을 기록해 다소 부진한 경쟁력을 보여주었다[그림 3].
뿌리산업 1인당 부가가치 추이. 목표치와 달리 2013년부터 부가가치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출처: 뿌리산업실태조사)

제조업 고도화, 첨단화는 세계적 추세
뿌리산업은 과거에도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로봇과 정보통신, 에너지 등 신산업의 제조 및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해오고 있다. 2011년 7월에「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고, 2012년 3월에는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지정되었으며, 같은 해 12월에 ‘제1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2013년부터 2017년까지)을 수립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31일에 뿌리산업 발전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통해 2차 기본계획을 확정하여 11월 28일 2018년부터 2022녀까지 추진 계획을 담은 ‘제2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이번기본계획에는 뿌리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공정혁신 ▲선순환 일자리 환경 조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정혁신은 뿌리산업의 기피업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환경개선 및 스마트화 등을 포함한다. 즉, 제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 공정혁신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신 소형재 산업비전’ 전략을 통해 제조업 부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에는 소형재 R&D 인력 배출을 확대하기 위한 소형재 특화 교육 및 대규모 산학연 연구개발거범을 구축하여 운영하는 방안, 혁신의 실현과 신산업 창출 등을 추진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특히, 소형재산업과 IT를 결합하고 기술정보의 관리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첨단기술전략(HTS) 2020’에 제조업 육성 전략을 담았다. 주된 내용은 미래형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시장 지향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뿌리기술을 포함한 17대 첨단기술과 5개 중점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이 제시돼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정책이 고급 일자리를 신규로 창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독일이 17대 첨단기술로 지정한 분야는 나노기술과 바이오, 미세먼지 시스템, 광학, 재료, 정보통신, 생산, 선박, 안전 기술 등이다. 그리고 5대 중점기술은 기회변화와 에너지, 보건과 영양공급, 이동성, 보완, 정보통신 등을 아우른다. 생산기술과 재료개발 분야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는 클러스터 운영 등과 같은 공동연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고, 제조업 강화 전략으로는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을 통해 공정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독일 제조업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역시 2012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가 ‘첨단 제조업 국가전략계획’을 발표하는 등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조업에 대한 지원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미 정부는 첨단제조업 파트너십(AMP)와 국가제조업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첨단 제조업 R&D에 22억 달러를 배정하고, R&E(Research and Experimentation)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정비하는 등 제조업의 첨단화와 부흥을 꾀하고 있다. 제조업혁신 네트워크 R&D 활동이 제조업의 혁신적인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신(新)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다. 이를 통해 제조업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고 제조과정이나 첨단재료 등을 중심으로 잠재된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조혁신 연구소와 중소기업을 연계해 미국 내의 중소기업 창업과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경제위원회(NEC)는 ‘제조업 부양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노동과 기술·비즈니스 관행, 설비, 위치, 운송, 시장 접근성, 규제·조세 등 7대 요인에 대한 정책 전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조업 개선과 고도화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2·5규획’을 통해 중대 과학기술 전문 프로젝트와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뿌리산업이 속한 기초재료, 기초부품과 관련해 연구개발을 위한 지역별 산업기지기반 산학연 공동 R&D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판금에서부터 부품과 모듈 등에 사용되는 금형과 특수재료 활용 및 정밀 또는 미세 성형을 위한 금형산업 육성을 통해 85% 이상의 국산화율을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제조업 기반 육성과 기술혁신, 녹색 성장 등을 골자로 새롭게 중국 경제 모델을 제시하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로써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중국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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