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현주 교수

백금, 신재생에너지 활용도 높아 중요성 커져
백금은 공기 중 쉽게 부식되지 않고 단단하기 때문에 반지, 귀걸이 등의 장신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촉매물질로 활용돼 ‘촉매의 왕’이라고 불리며, 각종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백금촉매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백금입자의 크기를 나노미터 단위로 줄여,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표면적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큰 얼음덩어리보다 잘게 간 얼음이 빨리 녹고, 사탕을 씹어먹으면 더 빨리 녹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현재 기술력으로 가장 작게 제작할 수 있는 백금 나노 입자는 2나노미터(nm) 정도이고, 이보다 더 작아지면 안정성은 떨어진다.  최근, 백금 나노 입자에서 더 발전된 백금 단일원자촉매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백금 단일원자촉매는 각각의 백금원자가 따로 떨어져 있는 촉매로, 모든 원자가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촉매 시스템이다.  나노 과학기술과 분석기법 성능이 발전하면서 단일원자 촉매의 합성과 분석 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지만, 단일원자 촉매를 전기화학 반응에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전기화학은 재생에너지의 생산·보관 및 전환에 필수 분야로, 전기화학 반응은 연료전지·배터리·화학물질 생산 등에 널리 이용된다.  특히, 연료전지의 산화·환원전극에서 백금의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백금 단일원자 촉매를 전기화학반응에 적용시키는 것은 미래 에너지생태계의 주요 과제이다.

백금 단일원자,
백금 나노 입자와 전혀 다른 특성 구현
알로이시우스 순 교수 연구팀은 2012년 밀도범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 계산을 통해 전도성을 가진 질화 티타늄에 존재하는 결함자리에 백금 단일원자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하고, 2013년에는 백금 단일원자가 기존 촉매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현주 교수 연구팀은 알로이시우스 순 교수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클로린 리간드를 통해 전도성이 있는 질화 티타늄 나노 입자 위에 백금 단일원자촉매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백금 단일원자촉매는 백금 나노 입자와 전혀 다른 반응성 및 선택성을 나타냈다.  과산화수소 생성반응에서 기존의 최고 성능보다 약 3배 향상된 질량당 반응성 65%의 높은 선택도를 보였고, 유기물질의 산화반응에서도 나노 입자와 다른 반응을 보였으며, 포름산 산화반응, 메탄올 산화반응에서도 백금 나노 입자는 탈수화 반응을 보이는 데 반해, 백금 단일원자는 탈 수소화 반응을 보였다.

백금 단일원자 촉매,
전기화학 반응에 적용한 첫 연구
이현주 교수는“ 단일원자 촉매는 기존의 촉매 시스템과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산업적으로 다양한 반응에 이용 가능하다”며 “단일원자 촉매군을 이용하면, 기존의 불균일계 촉매군으로는 불가능했던 높은 반응성과 선택성을 구현할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백금 단일원자 촉매를 전기화학 반응에 적용시킨 첫 번째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백금 단일원자 촉매가 높은 반응성과 독특한 선택성을 나타내는 효과적인 전기화학 촉매임을 밝혀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글로벌프런티어 멀티스케일 에너지 연구단 및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받아 수행됐으며, 양성은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했다.


[그림 1] 단일원자 촉매의 및 기존 나노 입자 촉매의 모식도
왼쪽의 백금 단일원자 촉매의 경우 백금 원자가 각각 떨어져 담지체 위에 존재한다. 기존의 백금 나노 입자 촉매는 오른쪽과 같이 2~3 나노미터의 직경을 가진 나노 입자가 담지체 위에 존재한다. 산소 환원반응에서 백금 단일원자의 경우 과산화수소를 생성하지만 백금 나노 입자는 물을 생성한다.  포름산 산화반응에서 백금 단일원자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생성하지만 백금 나노 입자는 일산화탄소를 생성한다.


[그림 2] HAADF-STEM 분석법을 통해 관찰한 백금 단일원자(원으로 표시된 밝은 점)

[그림 3] 전기화학적 과산화수소 생성반응에 대한 선택도
왼쪽 HAADF-STEM을 이용해 촉매를 관찰한 경우, 백금 단일원자가 담체인 질화티타늄보다 밝게 보인다.  이는 백금의 원자번호가 티타늄과 질소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동그라미 표시한 밝은 점들이 백금 단일 원자다. (오른쪽) 전기화학적 과산화수소 생성반응에서 과산화수소 선택도를 나타낸 그래프로 백금단일원자가 높은 선택도를 지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용어설명
1. 불균일계 촉매(Heterogeneous catalyst)
반응 도중에 자신은 소모되지 않으면서 반응속도는 증진시키는 물질을 촉매라고 한다. 촉매는 크게 불균일계 촉매, 균일계 촉매, 효소 촉매로 구분한다. 불균일계 촉매의 경우 반응하는 물질과 생성물은 액체 및 기체 상태로 존재하고 촉매는 고체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응 후에 회수가 간편하고 여러 번 재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불균일계 촉매는 다양한 상업 반응에 널리 이용된다. 다만 촉매의 반응속도 및 생성물의 선택도가 균일계 촉매에 비해 좋지다 않다.
2. 단일 원자 촉매(Single-atom catalyst)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원자가 담지체 위에 각각 흩어져 존재하는 경우(［그림 1］참조), 이를 단일원자촉매라고 한다. 각각의 원자가 흩어져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단일 원자를 안정시킬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클로린 리간드와 질화 티타늄이 단일원자 백금을 안정화시켰다.  단일원자촉매의 경우 기존의 나노 입자 촉매와 비교해 모든 원자가 표면에 존재하므로 높은 질량당 반응성을 나타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3. 촉매의 선택도(Catalytic selectivity)
대부분의 화학반응에서는 원하는 물질만을 100% 얻을 수 없고, 일정량 이상의 부산물이 같이 얻어진다. 촉매의 선택도가 높을수록 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생성물을 더 많이 더 높은 순도로 얻을 수 있다.  촉매의 선택도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절될 수 있다.  어떠한 촉매를 사용하는가,  어떤 온도와 압력에서 반응이 진행되는지 등의 다양한 조건에 의해 얻어지는 물질이 달라진다.  단일 원자 촉매의 경우 촉매의 구조적 특성 및 전자구조의 차이에 의해 기존 촉매와 전혀 다른 선택성을 보였다.
4. 전기화학적 과산화수소 생성(Electrochemical hydrogen peroxide production)
과산화수소(H2O2) 는 강한 산화력을 가진 물질로 분해물이 물(H2O)이므로 친환경적이다. 과산화수소는 소독제, 펄프 및 제지 공정, 표백제, 수 처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현재 과산화수소는 대부분 안트라퀴논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안트라퀴논 공정은 복잡한 공정과정을 따르고 유해한 부산물이 생성된다.  수소와 산소를 직접 이용하여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방법은 간단한 공정과정을 따르고, 친환경적이지만 산소와 수소가 섞이면 폭발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전기화학적 과산화수소 생산은 수소연료전지를 응용한 방법으로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수소와 산소를 직접 이용한다는 점에서 언급한 기존 기술과 유사하지만 수소와 산소가 전해질 막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폭발의 위험이 없다. 또한 간단한 과정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전기화학적 과산화수소 생산에는 귀금속 촉매를 이용하게 되므로 귀금속 촉매의 사용량을 줄이고 촉매 반응의 선택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