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에너지전환(Centre for Energy Alternative)은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에너지 위기를 재생가능에너지의 활용으로 극복하고‘에너지 전환을 통해 생태적 전환을 이룩한다’는 비전하에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시민단체는 유용한 에너지 관련 정보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시민발전소의 준공 등 에너지 전환으로의 적극적 실천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9월호에서는 에너지전환의 제반 사업 및 활동들을 소개하고 에너지전환의 지난 13년간의 발자취를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글·사진 김대근 기자

취재 협조 에너지전환 사무국 송대원 선임간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회원 중심의에너지 대안 운동 단체

에너지전환(대표 강윤재 동국대 초빙교수)은 2000년에 설립되어 약 850여 명의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설립 당시‘에너지대안센터’라는이름으로활동을시작했지만,‘ 행동하는풀뿌리 시민단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2006년부터‘에너지전환’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에너지전환은 회원 중심의 운동 단체로 정부나 다른 이익단체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어 회원들의 주인의식이 강조되는 만큼 운영비는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기관이나 기업체 등도 단체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의 회원은 에너지전환에서 발간하는 각종 자료와 정보들을 받아볼 수 있으며, 강좌와 토론회 등 각종 행사에 초청을 받는다. 정부의 보조를 받아 에너지 운동을 추진하는 타 단체들과는 달리 시민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야만 지속 가능한 사회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에너지전환의 궁극적인 이념이자 목표이다.

국내 최초 시민태양광발전소 개념 도입

에너지전환이 거둔 가장 획기적인 성과는 국내 최초로 시민태양광발전소의 개념을 도입하여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시민태양광발전소는 혼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투자비를 시민들의 출자를 통해 마련함으로써 함께 시민발전소를 건립하고, 발전소의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출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을 취한다. ‘시민태양광 발전소 1호기’는 2003년 5월 14일에 세워졌고, 이후 2호기와 3호기를 잇달아 건립하였다. 그리고 2년에 걸쳐 전력판매의 걸림돌이 되는 많은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개선하여 2005년 4월부터 국내 최초로 시민발전소에서 만들어진 깨끗한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회원들이 출자하여 배당을 받는 회원태양광발전소를 세우고 있다. 현재‘시민발전소 1호기’는 2009년 10월에 부암동 사무실에서 홍성 사무실 앞에 위치한 패시브 하우스의 지붕으로 옮겨져 설치됐다. 이제‘시민 발전 1호기’는 상업발전시설이 아니라, 자가발전시설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시민발전소 1호기의 상징성을 간직하고자 트랙 1대는 그대로 이전해 설치했으며, 안내판도 같이 세웠다. 에너지전환 회원들이 출자하여 함께 설립한 회원발전소 1호기는 2006년 8월 25일 충북 괴산군에 준공되었으며, 동년 9월 25일에 한국전력공사와 전력수급계약 및 병렬운전조작합의서를 체결하여 9월 28일부터 전력판매를 시작하였다. 나머지 발전소는 경기 안성과 충남 청양에 세워져2008년9월부터전력판매를개시했다.

국내 최초 패시브 하우스 시공

충남 홍성에 세워진 조그마한 통나무집은 다름 아닌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의 사무실과 교육실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이 통나무집은 난방 에너지 소비가 일반 건축물의 10%밖에 안 되는‘에너지 절약형 집’인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이다. 패시브 하우스란 단열을 강화해서 기존 주택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1/10정도로 줄인 주택이다. 에너지 전환의 대표를 지낸 이필렬 교수(방송대 문화교양학과)가 설계를 맡아 24㎡ 넓이에 건설비 1,293만 원을 들여 2008년 2월에 완공했다. 비록 7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이지만, 시민단체로서는 처음으로 패시브 하우스를 직접 지은 것이다. 패시브 하우스를 건설하게 된 계기는 고유가 시대에 기름보일러를 돌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를 보급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설계를 시작하였다고 에너지 전환은 밝혔다. 고유가 시대에 이 집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겨울철에 에너지를 90%나 절약할 수 있는 뛰어난 경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바깥 기온이 영하 7도로 떨어졌지만, 안은 영상 7도를 유지하였으며, 실내에 60W짜리 백열전구 두 개만 켜도 실내온도는 15도나 올라갔다. 에너지전환은 앞으로 패시브 하우스 건설로 홍성군 일대를 신재생 에너지의‘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과 함께 국내에 패시브 하우스 개념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더불어 국제연대 강화

에너지전환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더불어 각종 에너지전환 관련 워크숍 및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연대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2001년, <아시아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국제회의>, 2004년, <재생가능에너지와 평화> 등 여러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적 연대를 구축해나간 바 있다. 특히, 재생 에너지 가능성을 국가 안보 전략과 국제 평화 차원에서 짚어보았던 2004년의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에너지전환은‘남북한의 재생가능에너지 협력에 관한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북한 측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 2007년에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관련 북한 내 현황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등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대안 에너지 관련 국제연대를 위해 한국위원회와 함께 추진하고 싶은 활동과 관련해서 에너지전환은 이러한 남북한 간 재생 에너지 협력 프로젝트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수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다양한 교육·연구 및 기타 홍보활동

이 밖에도 에너지전환의 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 및 이용 보급 촉진법’(구 대체 에너지 개발 및 이용 보급 촉진법)을 비롯해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위한 법 제도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원자력 확대 방지 및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 개선을 위해 2002년, 토론회(<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의 에너지 정책, 이대로 좋은가> )를 개최하는 등 다방면으로 연구 및 정책 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 2006년 5월 22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제도 개선방안’가운데 60%는 에너지전환이 제안한 것들이었다. 이 밖에도 ▲재생가능에너지 강좌, ▲에너지 대안 학교, ▲숲속 태양에너지 생태캠프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이념과 목표를 홍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전환의 전반적인 사업 목적인 ▲에너지전환 홍보와 교육, ▲에너지정책 및 에너지 관련 제도의 연구, ▲에너지정책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 형성, ▲재생가능에너지 사업, ▲다른 나라의 에너지전환 단체와의 교류 및 협력을 이루기 위한 충실한 활동들과 그 성과들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현재 당면한 에너지 위기관리에 신속히 대응하고, 나아가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에너지 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 이러한 단체들의 보다 많은 활성화가 요망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앞으로도 시민들이 스스로 에너지전환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차후 또 어떤 활약과 성과를 보여줄지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