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에서 남쪽으로 불과 30여㎞떨어진 38선 이북 북한강 최상류에 위치한 화천수력발전소.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위한 군수 산업 에너지원 발전소로 건설한 이곳은 댐 상류에서 물을 취수해 650m의 도관을 통과한 후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댐수로식 발전소이며 1939년 7월 착공해 1944년 10월에 준공했다. 또한 6·25전쟁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한 곳으로 화천수력발전소를 차지하기 위한 ‘파로호 전투, 643고지 전투’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번 6월호에는 6·25 전쟁 정전 60년을 맞아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사를 걸쳐 지금도 변함없이 전력 생산에 이바지하는 전력 산업의 산증인 화천수력발전소를 소개한다.
취재 협조 한국수력원자력㈜ 화천수력발전소 한경수 소장, 김성완 차장
태평양 전쟁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건설
일제강점기 당시 태평양 전쟁을 위한 군수 산업 에너지원으로서 발전소 건설이 필요했다. 이에 1939년 7월 한강수력전기㈜가 북한강 최상류를 막아 총 저수량 10억 2천만 톤의 거대한 화천댐 건설에 착수한다. 그러나 건설 공법이 부족했던 당시, 대부분 강제 징용된 3천여 명의 한국인들이 공사에 매일 투입됐으며 하루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강행된 공사로 인해 공사 기간 동안 무려 1천여 명이 사망해 당시 댐 인근에 2개의 화장터를 운영할 정도로 화천댐에는 일제 치하의 가슴 아픈 역사가 서려있다. 1944년 5월 2만 7000㎾ 용량의 1호기에 이어 같은 해 10월 2호기를 설치 완료해 총 5만 4000㎾ 용량의 발전을 개시했으나 3호기는 기기 설치 도중에, 4호기는 기초공사를 완료하던 중 8.15 해방을 맞아 일본인들이 철수한 화천수력발전소는 38선 이북에 위치해 있었기에 북한에 의해 운영됐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이 발생하면서 화천수력발전소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6·25전쟁, 민족의 수난을 같이 겪은 발전소8.15 해방 후 북한은 일부 발전소 시설을 가동해 38도선 이북의 강원도 북부지역에만 전력을 공급했지만 남한에는 전력을 생산할 발전소가 많이 부족했다. 이에 남측은 북측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대가로 공급하기로 하고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48년 5월 5.14단전으로 북한 측의 송전이 단절될 때까지 매년 약 5~6만㎾ 내외의 북한 전력을 공급받아 왔다. 이는 당시 남한 전력 사용량의 평균 70%에 이르는 높은 비중으로서 남한의 가정용 전력은 물론 산업용 전력까지도 거의 북한 전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소련 공동위원회의 결렬 등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됨에 따라 북한 측은 송전량을 점차 감소시키다 1948년에 들어 남한 측의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 실시를 계기로 5월 14일 마침내 송전을 완전히 중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가운데 국토의 분단이라는 비참한 운명 속에서 또다시 6·25전쟁이 발발한다. 전력 생산 시설이 빈약했던 남한으로서는 발전소의 탈환이 절실했다. 이에 전쟁 기간 중 화천댐 탈환을 위한 5번의 치열한 격전 끝에 3번의 빼앗김과 탈환을 반복하면서 1951년 5월 29일 최종적으로 탈환하기까지 수많은 국군장병의 희생이 있었다. 특히 1951년 5월 16일 화천수력발전소를 위해 형성시켰던 파로호를 중심으로 중공군이 30만여 명의 대병력을 동부 전선에 투입해 총 공세를 시작한 ‘파로호 전투, 643고지 전투’는 치열한 격전 끝에 아군이 승리한 전투로 기록돼 있다. 그중 파로호 전투는 아군이 중공군 3만 2천여 명을 사살하거나 포로로 잡았으며 국군 6사단은 구만리발전소(현 화천수력발전소)를 탄환하며 중공군 1만 3천여 명을 사살하는 등 한국 전사에 빛나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승리를 기념해 당시 현지를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격파한 호수라는 뜻으로‘파로호破걞湖’라는 친필휘호를 내리는 등, 당시 이 발전소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으로 대부분의 시설이 파괴된 화천수력발전소는 전쟁의 상처를 가장 많이 받은 곳 중 하나였다.
긴급 복구 공사로 설비 용량 증대치열한 격전을 치르면서 화천수력발전소는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1952년 3월 1호기 복구 공사 착수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완료했으며 이듬해 1953년 6월 2호기 복구에 착수해 1954년 7월 복구 완료함으로써 가능 출력은 5.4만㎾로 증가했다. 이는 당시 남한 전체 시설 용량 19.8만㎾의 30%에 이를 정도였다. 또한 일제하에 중단되었던 3호기 발전기 증설을 계속해 1957년 11월 3호기가, 1966년 긴급전력대책의 일환으로 계획됐던 4호기 증설 공사는 1966년 7월에 착수해 1968년 6월 30일 관청 시험을 거쳐 상업 운전을 하게 됨으로서 4호기 준공과 함께 발전소의 가능 출력은 10만 8000㎾(2만 7000㎾×4대)로 연간 32만 6000㎿h의 전력 생산과, 10억 2000만㎥의 방대한 저수지를 이용하여 한강 수계의 홍수 조절 및 수도권 용수를 확보했다. 아울러 1~4호기 모두 일본 히타치에서 공급한 2만7000㎾ 압출 프란시스형 수차 발전기가 설치됐다. 화천수력발전소는 건설 이후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노후화된 설비들을 연차적인 보수 공사와 설비를 현대화 했으며, 수문이 없는 평화의 댐을 위해 5개의 비상 방류구를 화천댐 아래 부분에 설치했다. 아울러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154㎸ 송전선을 이용해 화천 1, 2 변전소와 가평 변전소, 북춘천 변전소로 전력을 송전한다.
*
6·25전쟁 당시 화천수력발전소의 탈환을 위한 피어린 항전이 말해주고 있듯이 수많은 국군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이 뒷받침 돼 지켜져 왔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화천수력발전소는 등록문화재 제109호로 지정됐으며 현재도 전력 생산에 이바지하는 중으로 춘천·의암·청평·팔당 등 하류 발전소와 함께 전력 공급 및 전력 계통 시송전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장바구니
주문내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