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전기요금이 1월 14일부터 평균 4.0% 인상되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것도 국회가 휴회 중인 1월, 정부는 한전이 제출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승인했다. 한마디로 전기요금 인상 불만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전기요금이 1년 5개월 사이 벌써 네 번째 인상되었다. 누적 인상률이 자그마치 19.5%에 달한다. 전력 당국은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동 · 하계 전력 수급의 비상벨을 울리면서 국민을 상대로 절전 운동을 벌여왔다. 전력 당국은 값싼 전기요금이 한전의 적자를 가중시키고, 에너지과소비를 부추겨 전력에 비상등이 켜졌음을 강조해왔다. 결국 대국민 절전 운동의 뒷면에는 국민들을 상대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국민들의 전력 과소비가 한전의 적자 누적과 전력 수급의 위기를 가져온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 일단 국민들은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이 무서워서라도 과소비를 할 수가 없다. 2012년 하계 평균 전력 소비량을 살펴보면, 주택용은 평균 12%, 일반용 22%, 산업용 56%로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은 바로 산업체다.
전체 전력의 10% 안팎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주택용은 누진제 폭탄 요금을 적용받고 있기에 자율 절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체는 다르다. 평소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에 비해 싼 값의 요금을 적용받고 있어 절전 의지가 높지 않다. 게다가 피크타임 때만 높은 전기요금을 적용받지만, 이마저도 수요 조정을 하게 되면, 가장 높은 전기요금보다 4~5배 이상의 보상금을 받는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따라서 아무리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한다 해도, 자율적인 수요 조정은 이뤄질 수 없고, 계속해서 한 해 수천억 원의 절전 보상금이 지원될 수밖에 없다.

전력계통 운영 시스템 정상 가동으로
예비력 효율적 관리와 경제 급전 실시해야
정부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전력 수요 통제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전력 수급 위기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전력 위기와 한전의 적자 경영은 전력계통 운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한전과 정부는 애써 계통 운영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대국민 절전 운동을 핑계로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한 셈이다.

현재와 같이 신고된 발전 가능 용량을 위주로 해 기계적으로 급전하는 것이 아니라,
EMS를 이용해 신고된 용량 중 최적의 용량을 가동하면서 급전을 실시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한전의 적자도 보전이 가능하다.

현재 전력거래소에서 계통의 예비력과 송전선 상태를 감시하고 발전기 출력을 최적으로 조정하는 전력계통 운영 시스템(EMS)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지난 국정감사 때 상당수 제시되었다. EMS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전력시장 운영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예비력 상태를 몰라 과도한 운영 예비력을 설정하고, 둘째,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급전하는 안전도 제약 경제 급전(Security Constrained Economic Dispatch)을 실시하지 못함에 따라 최소의 연료비를 들이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또한 발전기 예비력을 알 수 없기에 발전기를 전부 가동시켜 무부하 운전을 시킬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의 CBP 체제 아래에서 입찰(정확히는 발전 가능 용량 신고임)에 따른 용량 정산금(CP) 문제와 겹치면서 무부하 운전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1년도에 LNG의 발전 설비 용량 대비 입찰률은 90.2%였다. 계통 한계 가격(SMP)를 주로 결정하는 LNG 발전기 중 가동 가능한 발전기는 전부 다 입찰에 응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LNG 발전기의 입찰량 대비 발전율을 보면 65.1%이다. LNG 중 약 35%가 발전은 하지 않지만 CP 보상을 받는다. 유연탄, 무연탄, 중유, LNG 등 2011년도 전체 발전기의 15%는 입찰만 하고 발전은 하지 않았으며, 이런 식의 용량 정산금액이 연간 약 4000억 원에 이른다.
2011년도에 한국전력공사가 연료비로 지불한 28조 원 중에서 운영 예비력의 효율적인 관리와 경제급전으로 연료비의 1%만 절약을 해도 연간 2800억 원의 비용이 절약 가능하다. 여기에 발전소 투자 회수율 조정을 위한 CP 보상에서 무부하 운전 비용을 조정한다면 연간 최대 4000억 원의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그리고 2012년에 운영 예비력 확보를 위한 인위적인 수요 관리를 위한 비용 4000억 원을 합리화시켜도 연간 35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다 합하면 연간 약 1조 원에 육박하는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발전 가능 신고 용량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 불합리한 용량 보상금 정산을 억제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예비력을 잘 파악해 무리한 발전기 운전을 막고, 경제 급전을 수행해야만 1조 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력계통 운영 시스템(EMS)의 정상적 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신고된 발전 가능 용량을 위주로 해 기계적으로 급전하는 것이 아니라, EMS를 이용해 신고된 용량 중 최적의 용량을 가동하면서 급전을 실시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한전의 적자도 보전이 가능하다.
정부와 한전은 더 이상 값싼 전기요금을 핑계로 국민들을 에너지 낭비의 주범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또한 전기요금 인상을 전력계통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전력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될 것이다. 전력계통 운영 시스템을 정상 가동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급선무다.

글 전정희<국회의원> www.jjhiksan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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